〈 943화 〉 944. 너 시체 보존은 물건너갔다.
멍
운혜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전방을 주시하였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대격변과도 같은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향 사저의 말대로 조를 이뤄 남만야수궁의 짐승들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절로 드는 기이한 괴물들이 서창 바깥쪽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 괴물들은 이내 서창시로 진입하여 남만의 짐승들과 대립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니 대립이라는 말조차 우스울 정도로 일방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강대하고 거대하게 느껴졌던 남만의 짐승들이
더욱더 강하고 커다란 괴물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였다.
사람을 해체하며 놀던 사람만한 원숭이들은 녹빛으로 물들어져있는 원숭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렸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려는듯 맹렬히 돌진하던 들소의 무리는 거대한 도마뱀이 내뿜는 숨결에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소멸되어버렸으며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던 거대 호랑이는 더욱더 거대한 도마뱀 입안에 들어가더니 그대로 씹혀 먹혀버렸다.
이무기처럼 거대했던 구렁이는 진짜 이무기에 의해 그대로 삼켜져버렸으며
사람을 짓밟아죽이고 잡아먹었던 식인마食人馬의 무리는 발이 수 천개 달린 지네에 의해 그대로 밟혀죽어버렸고
집채만한 흑곰들은 거대한 벌에 의해 바람 구멍이 뚫려 절명을 하고 말았다.
잔혹하게 사람을 물어죽이던 늑대의 무리는 쌍두사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렸으며
공중을 선회하며 먹잇감을 물색하던 독수리들은 형형색색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독나방들 의해 중독되어 추락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대격변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저 멍하니 관망할 뿐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의 연속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멍을 때렸을까
"뭐하는 거야!"
그녀의 귓가에 꾸짖는듯한 언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화들짝 놀란 운혜는 몸을 움찔 떨더니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사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사저!?"
"멍때리지 말고 당장 야수궁의 무인들을 척살해!"
설향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운혜를 바라보며 소리를 내질렀다.
"네에?!"
"괴물들이 짐승들을 모조리 맡아주고 있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설향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 기회였다.
완벽히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승리를 위해선 이 기회를 함부로 흘려보내선 안된다.
"하지만..저..괴물들을...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운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괴물들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제 3의 세력이었다.
그런 괴물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걱정마, 저 괴물들 모두 아군일테니까."
설향은 확신 어린 눈빛으로 운혜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정말..인가요?"
운혜는 의혹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확신을 가지는 그녀의 태도에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요랑님께서 저 괴물들을 이끌고 오셨어."
"요..요랑님이라면.....재경각주이신...그분이요!?"
운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언성을 높였다.
요랑이라면 그녀 또한 모르지 않았다.
당가의 모든 재정을 총괄하는 재경각 최고의 책임자, 재경각주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를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맞아, 그분이야."
설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분이 어째서?"
운혜는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재경각주가 괴물들을 이끌고 서창에 등장한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몰라."
설향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무엇 하나 알 수 없었다.
저 괴물들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째서 저 괴물들을 당가의 재경각주가 끌고 올 수 있었는지
전부 말이다.
"하지만 구태여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네에?"
운혜는 얼빠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지금 중요한 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사실이야.....짐승들이 빠진 이상 형세를 완전히 달라질테니까 말이야."
설향은 올곧은 눈빛으로 운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턴 무인과 무인 간의 싸움이야."
설향은 샛별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인으로서 호승심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
쾅 쾅 쾅 쾅 쾅 쾅
거대한 폭음이 쉴새없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요랑과 야율천의 주먹이 쉴새없이 오고가며 터져나온 굉음성들이었다.
한 발 한 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력이 담긴 주먹이
마치 포탄이 터지는듯한 폭음을 만들어낸 것이다.
콰아아앙
이내 다시금 굉음성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요랑과 야율천의 주먹이 다시금 맞닿으며 생겨난 폭음이었다.
"강하구나! 아주 강해!"
야율천은 감탄했다는듯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다.
고작 자신의 반절정도밖에 안될 계집이었다.
돌덩이같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는 자신과 달리
연약한 피부와 한눈에 봐도 말랑한 근육을 가진 연약하기 그지없는 계집이었다.
그런데 그런 계집이 자신과 동수를 이루고 있었다,
단 한 치도 밀려나지 않은 채 맞상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너도 좀 치네."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눈앞의 수컷은 강하였다.
지금까지 만나봤던 수컷들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스쳐가듯 만났던 독왕毒王도
자신을 실험체로 삼으려고 했던 독마毒魔도
잠시나마 손속을 직접 섞었던 권왕拳王도
눈앞의 수컷만큼 강하지는 못하였다.
가히 손에 꼽을 정도의 강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칭찬...고맙군!"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야율천의 주먹이 바람을 꿰뚫으며 그대로 내질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주먹이 노리는 곳은 요랑의 안면이었다.
"어딜!"
요랑은 날아드는 주먹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반대 주먹을 휘둘러버렸다.
콰아아앙
그러자 두 주먹이 맞닿으며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공방을 주고 받았다.
쉴새없이 주먹을 내질렀고
쉴새없이 발을 차올렸다.
오직 상대방을 꺾어버리기 죽이겠다는 일념하에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콰아아앙
이내 요랑의 오른 주먹이 야율천의 뱃가죽에 닿게 되었다.
"크으으윽.."
그러자 야율천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꺾여지기 시작하였다.
강대한 일격에 절로 몸이 숙여진 것이다.
'기회!'
그 모습을 본 요랑은 눈을 반짝였다.
승부수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꽈아아악
왼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쇄애애애애액
쾅
그다음 오른 주먹을 회수함과 동시에 곧바로 내질러버렸다.
"크으윽.."
그러자 야율천의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곧이어 요랑의 주먹이 쉴새없이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두터운 가슴, 단단한 복근, 우람한 어깨, 두꺼운 팔뚝 등
그의 상체 전반을 쉴새없이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완전히 박살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주먹을 내질렀을까
꽈아아악
요랑은 오른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요력을 담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거대한 요력을 말이다.
부우우웅
그리고 그대로 휘둘러버렸다.
야율천의 심장을 향해서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이내 포탄이 터지는듯한 커다란 폭음이 울려퍼지면서
야율천의 신형이 속절없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저 멀리 성벽이 있는 곳까지 말이다.
콰콰쾅
우르르르르르
이내 야율천의 신형은 성벽에 그대로 처박히게 되었고
그의 몸 위로 무너진 성벽의 잔해들이 쏟아져 내렸다.
요랑은 무너져내린 성벽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무너져내린 잔해들이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그대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그 안에 갇혀있던 야율천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미치겠네."
그 모습을 요랑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상당한 요력을 집중시킨 뒤 내지른 일격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격은 그대로 받아넘겨버린 것이다.
정신 나갈정도로 강대한 내구성에 절로 눈살이 찌푸렸다.
한낱 인간따위가 어찌 저렇게 튼튼하다는 말인가
"꽤나 무거운 주먹이었다, 계집. 물론 상처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야율천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재수없는 새끼."
그 말을 들은 요랑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내려다보는듯한 그의 말투가 심히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꽈아악
이내 요랑은 앙증맞은 두 손을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공격을 강행할 요량이었다.
"더 해볼 생각인가?"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지 않겠어?"
"네년의 힘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그거야 해봐야 아는 거고."
요랑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우둔하구나, 차라리 도망치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을."
"개새끼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늑대도 있나?"
요랑은 오만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격차를 제대로 알려줘야할듯 하구나."
요랑의 말을 들은 야율천은 적의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흐으으으으으읍."
그리고 호흡을 들이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격렬하게 말이다.
그러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이 서서히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안그래도 두터웠던 그의 가슴이 기존에 두 어배 넘을 정도로 부풀어올랐으며
쇠줄을 꼬아만든듯 촘촘하기 그지없었던 두꺼운 팔뚝이 더욱더 커다랗게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근육으로 가득 차 있던 단단한 복부 또한 팽창하며 앞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하였고
통나무를 연상케 하던 하체 근육 또한 상체 근육 못지 않게 팽창하고 또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근육이 팽창을 하였을까
이내 야율천의 모습은 인외를 벗어난 무언가로 완전히 변모하게 되었다.
온몸의 근육이 부풀어올라 안그래도 거대했던 덩치가 더욱더 거대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이질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를 누가 인간이라고 칭하겠는가
그는 한 마리의 야수였다.
초월적인 근육이 가득 찬 한 마리의 야수 말이다.
"으앗....징그러워.."
한 편 요랑은 근육으로 온몸을 부풀린 야율천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과할 정도로 거대한 근육이 역겹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수컷의 근육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근육은 수컷의 강임함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눈앞에 놓여진 남자의 근육은 과해도 너무 과하였다.
근육에 대해 관대한 짐승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음에도 말이다.
"크흐흐흐...그리 호감가는 모습은 아니지...하지만...그 강인함은 전과는 다를 것이다."
그녀의 반응에 야율천은 재밌다는듯 웃음을 흘렸다.
"글쎄, 몸집을 부풀렸다고 딱히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 둔해졌으면 둔해졌지."
요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짐승들 중에는 일부러 몸을 부풀려 천적을 쫓아내는 짐승들이 존재하였다.
과시와 허세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지금 요랑에게는 눈앞에 남자가 딱 그렇게 보였다.
그저 몸을 부풀렸을 뿐
실속따윈 존재치 않게 보이는 것이다.
"크흐흐흐,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시험해보거라!"
요랑의 무시에 야율천은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쾅
그리고는 곧바로 요랑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그전과는 전혀 다른 초월적인 속도로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액
이내 몸을 날린 야율천은 요랑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찰나에 가까운 순간에 말이다.
'......빨라.'
그 모습을 본 요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야율천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분명 속도에서 만큼은 자신이 우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우위가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저 둔중해보이는 몸으로
자신마저 뛰어넘는 초월적 속도를 얻은 것이다.
부우웅
그때 야율천이 거대한 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요랑은 재빨리 주먹을 뻗어 그의 공격에 맞대응을 하였다.
콰아아아아앙
"크으으윽...."
주르르르륵
그러자 커다란 폭음이 터지면서 요랑의 신형이 쉴새없이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야율천의 주먹이 담긴 거력을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힘도...압도..당했어..!?'
속절없이 밀려난 요랑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둔중한 괴인에게
힘도
속도도
모조리 추월당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콰아아아앙
그때 다시금 폭음이 터져나왔다.
어느새 다가온 야율천이 요랑의 뱃가죽을 그대로 후려친 까닭이었다.
"꺼으으윽.."
요랑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휘어졌다.
극심한 고통에 절로 몸이 숙여진 것이다.
"연격連擊이라는 건 말이다, 상대를 확실히 처치할 수 있도록 한 방 한 방 살의 담아서 날리는 것이다.....바로 이렇게 말이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공격의 주도권을잡은 야율천은 쉴새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계집년에게
자신의 모든 전력을 그대로 쏟아부을 심산이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이내 커다란 폭음이 쉴새없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뼈에 새기거라! 근육에 새기거라! 살의殺意가 담겨진 진정한 연격連擊의 힘을!!!!"
타타타타타타탓
타타타타타타탓
야율천의 주먹이 더욱더 가속하기 시작하였다.
그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말이다.
그리고 요랑은 그런 야율천의 주먹을 대응조차 못한 채 맞고 또 맞았다.
숨쉬는 것조차 허용치 않는 야율천의 연격에 정신을 못차린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연격에 날려대었을까
쭈우우우욱
이내 야율천은 거대한 주먹을 뒷편으로 쭉 내밀기 시작하였다.
부우우우우웅
그리고 곧바로 내질러버렸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전력을 담은 채 말이다.
펑
그러자 가죽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요랑의 신형이 뒤편에 있는 상가쪽으로 거침없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콰앙 콰앙 콰앙
이내 날아든 요랑의 신형이 수많은 상가들을 꿰뚫으며 그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야율천의 주먹으로부터 전해진 거력을 완전히 해소시킬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날아갔을까
요랑의 신형은 무려 열 두개의 상가를 꿰뚫고 나서야 간신히 멈춰설 수 있었다.
열 두개의 상가를 무너뜨리고 나서야 간신히 거력을 해소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르르르르르
그때 열두 개의 상가들이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전해진 거력이 기둥을 그대로 꺾어버린 까닭이었다.
이내 요랑은 무너져내린 상가 잔해에 깔려 완전히 매몰되어버렸다.
그리고 야율천은 그런 요랑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대적으로 인정했던 상대의 최후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켜보았을까
이내 야율천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자신을 가로막았던 건방진 계집을 죽였으니
이번에는 친우를 죽인 실질적인 원수를 죽일 심산이었다.
호랑이를 씹어먹은 거대한 도마뱀을 말이다.
그렇게 발을 떼며 거대한 거체를 움직이려는 그 순간이었다.
오싹
야율천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알 수 없는 불길함과 오싹함이 등골을 시리도록 차갑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설마?!'
불안감을 느낀 야율천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계집이 깔렸던 상가를 바라보았다.
불안감 어린 시선으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오연하게 서있는 한 명의 여인.
요랑의 모습을 말이다.
"어찌?!"
그 모습을 본 야율천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도 멀쩡한 그녀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분명 죽일 기세로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한 방 한 방 진득한 살의를 담아서 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의 주먹을 맞고도 저렇게 오연하게 서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생채기 하나 안난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야."
그때 여인의 목소리가 야율천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뭐지?"
야율천은 의아한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너 시체 보존은 물건너갔다."
요랑은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요랑의 말에 야율천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시체조차 안남기고 완전히 터져나갈거거든."
말을 마친 요랑의 몸에서 거대한 요력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서창시 전체를 뒤엎을 정도로 거대하기 짝이 요력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요력을 내뿜었을까
우두두둑
우두두둑
요랑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칠흑보다 어두운 갑각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팔과 다리, 어깨는 물론 가슴, 복부, 등
할 것 없이 전신을 완전히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거대한 갑옷을 두른 것처럼 말이다.
콰지지직
콰지지직
그리고 그녀의 등에서 커다란 네 개의 다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거미의 앞발처럼 생긴 거대한 다리가 말이다.
"대체.....이게..무슨..?"
그 모습을 마주한 야율천의 눈동자가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이질적인 상황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죽었다고 복창해, 짐승 새끼야."
모든 변이를 마친 요랑은 그런 야율천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살의 가득한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