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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39화 (940/1,419)

〈 939화 〉 940. 그저 밥값을 한 것 뿐이니.....

"구태여 기억해둘 필요는 없다."

북궁연은 살기 어린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번생에선 그리 오래 볼 사이는 아닌듯 하니."

솨아아아아아아

이내 그녀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폭출되기 시작하였다.

주르륵 주르륵

그리고 그 살기 어린 미소를 마주한 화마火魔는 쉴새없이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미소를 마주한 순간

형용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살기가 온몸을 그대로 짓눌러버렸기 때문이었다.

'평범한...여자가 아니다.'

화마火魔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최소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강자인 것이다.

꿀꺽

침이 절로 삼켜지기 시작하였다.

자신보다 강할 지 모를 상대와 마주했다는 사실만으로 긴장이 차올랐고 입술이 바짝 바짝 메말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을 삼켰을까

"말이 없구나, 겁을 먹은 것이냐?"

북궁연이 연민 어린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마치 불쌍하다는듯이 말이다.

으드드득

'개같은 년이!'

그리고 그런 그녀의 도발은 화마의 자존심을 건드리기 충분한 발언이었다.

평생 천마외에 그 누구에게도 굽혀본 적 없는 그였다.

신앙의 대상인 천마외엔 그 누구도 자신을 아래로 여길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난생처음 보는 어린 계집이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정을 하였다.

마치 자신보다 우위에 서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건방진 년이! 누굴 내려다보는 것이냐!"

이내 화마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를 향해 붉게 물어들어있던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어마어마한 불길이 일순간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화마의 독문무공

극양염마공의 절기 중 하나인 염천하炎天下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이내 화마에 의해 일어난 거대한 불길은 북궁연을 완전히 집어삼키게 되었다.

뼛속까지 녹여버릴듯이 말이다.

'됐어!'

그 모습을 본 화마는 쾌재를 불렀다.

미처 대처도 하기 전 거대한 불길로 집어삼켜버렸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여인이었지만

염천하의 불길에 휘말린 이상

분명 크나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끌끌끌, 방심은 금물인 법을.....참으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계집이로구나."

화마는 불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기분좋은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한창 타오르는 불길을 관찰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불길 안쪽에서 가벼운 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전혀 급박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여유롭지 않은 균일한 발소리가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북궁연이 불길을 헤치며 그 아름답기 그지없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을린 자국하나 없는 깨끗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아..아니!?"

그 모습을 본 화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염천하는 자신의 불길들 중에서

그 화력이 남다른 최고의 절기 중 하나였다.

그런 염천하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저렇게 그을린 자국하나 없이 멀쩡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해가 안되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길이 너무 약한데?.....고작 이딴 허접한 불길로 날 제압하려고 했던 거야?"

북궁연은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능소화의 불길은 이것보다 수 천배는 뜨거웠다.

거대한 의지가 담긴터라 그 뜨거움의 정도는 현경에 다다른 자신조차 위협을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 마인이 날린 불길은 그런 능소화의 불길에 비하면 밍밍하기 그지없었다.

가소롭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그녀의 말에 화마는 그저 침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절기가 그녀의 터럭하나 손상시키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심각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무리다...혼자서는 절대 감당치 못할 적이다.'

이내 화마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여자를 홀로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자신의 불길을 완전히 무용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녀를 어찌 홀로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

'도움이 필요하다.'

화마는 재빨리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혁단경."

그리고 곧바로 철기병들의 우두머리인 혁단경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화마여."

혁단경은 공손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혼자선 무리다, 철기병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혁단경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철기병은 들어라!"

그리고 곧바로 뒤편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목표가 설정되었다! 모두 정면을 바라본 채 돌진 태세를 취하도록하라!"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한창 독천대와 자웅을 겨루고 있던 흑갑철기병들이 그대로 몸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거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다음 다른 손으로 말의 고삐를 잡은 채 준비를 하였다.

언제고 뛰쳐나가 돌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목표는 눈처럼 새하얗기 짝이 없는 계집이다! 위대한 흑갑철기병의 창으로! 계집에게 평등한 죽음을 선사하라!"

두두두두두두두

말을 마친 혁단경을 말을 몰아 그대로 돌진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력으로

고고하게 서있는 백색의 여인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수 백에 이르는 흑갑철기병이 명렬한 기세로 돌진을 하기 시작하였다.

존경하는 자신들의 대장을 따라서 말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수백 개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지고

천지를 진동시키기 시작하였다.

'시간 벌이는 될 것이다.'

여인을 향해 달려드는 흑갑철기병은 본 화마는 생각하였다.

그들이라면 충분한 시간 벌이가 될 것이라고

운이 좋으면 상처를 입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나는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화마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화르르르륵

화르르르륵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화기火氣들 머리 위에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극양염마공 최후의 절기

소양小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화아아악

화아아악

화기들이 하나의 구球를 형성하며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조금만...조금만 버텨다오!...내가 소양小陽을 완성시킬 때까지!'

화마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흑갑철기병이

소양小陽을 완성시킬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어주기를 말이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이내 머리 위로 모여든 화기火氣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작은 태양처럼 말이다.

*********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수 백에 이르는 흑갑철기병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칠흑보다 어두운 묵빛의 갑옷을 입고

커다랗게 짝이 없는 거창을 내밀고

천 근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전마戰馬를 앞세운 채

오직 한 사람만을 꿰뚫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압도적인 광경을 목도한 순간 두려움에 정신줄을 완전히 놓고 말았을 것이다.

도저히 인간이 감당해낼만한 광경이 아닌 까닭이었다.

하지만 북궁연은 달랐다.

그녀는 무척이나 여유롭기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이 말이다.

"빙궁주!..피하셔야합니다!"

청수검왕, 갈지천은 그녀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목숨의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녀가 강대하긴 하였지만 엄연히 개인이었다.

집약된 흑갑철기병의 거력을 홀로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권유를 하였다.

일단 몸을 피하자고 말이다.

"필요 없다."

하지만 북궁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제안을 거절을 하였다.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당하고 맙니다!"

"걱정말거라, 저들은 내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터이니."

북궁연은 오만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갈지천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찌 저들을 감당하겠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그렇게 언성이 오가는 사이

어느새 흑갑철기병이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제기랄!'

우우우우우우웅

그 모습을 본 갈지천은 재빨리 강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이미 피하기는 글렀다.

이렇게 된 이상

한놈이라도 더 많이 저승으로 데려갈 심산이었다.

"오거라!....더러운 마교종자들아!"

그렇게 결연의 의지를 다지고 있을 때

"얼어붙어라."

북궁연이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몸주위에서 거대한 한기가 휘몰아치더니 그대로 흑갑철기병을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세상을 집어삼키는듯이 말이다.

"피...피해라!"

그 모습을 혁단경은 다급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미 가속도가 붙을 만큼 붙은 터라

도중에 방향전환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거대한 한기는 흑갑철기병을 완전히 집어삼키게 되었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쩌저저적 쩌저저적

그리고 거대한 한기에 노출된 흑갑철기병은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적

흑갑철기병뿐 아니었다.

뒤편에서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던 화마 또한 온몸이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소양小陽이라는 작은 태양을 형성시키고 있음에도 소용 없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절대적인 한기가

작은 태양마저 얼어붙게 만든 까닭이었다.

"안...안돼!....안..안돼!...안돼에에에!!"

이내 화마의 처절한 비명성이 온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달주시에는 수백에 이르는 얼음 동상들이 그대로 세워지게 되었다.

말을 타고 있는 용맹스러운 기병들의 동상들이 말이다.

"아....아...아.."

그 모습을 본 갈지천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자연 재해나 다름없는 신묘한 현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 까닭이었다.

"내 말하지 않았느냐? 저들은 내개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 것이라고."

북궁연은 그런 갈지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빙궁주께서는.....신이십니까?"

갈지천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녀가 신이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 까닭이았다.

중원인과는 판이하게 다른 독특하고 아름다운 외모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신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

그리고 자연 재해에 가까운 거대한 힘까지

신이라고 칭해도 모자름이 없는 완벽한 모습인 것이다.

그렇기에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신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난 신이 아니다."

그의 물음에 북궁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저 한 남자의 부인이자 한 아이의 어미일 뿐이지."

그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선우와 연우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 까닭이었다.

"신은 아니지만 빙궁주께서는 제게는 신보다 거룩한 은혜를 베푸셨습니다...이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되었다, 그저 밥값을 한 것 뿐이니."

북궁연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저 밥값을 하기 위해 나선 것 뿐이었다.

감사 인사를 받은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는 것이다.

"의도가 어떻든 은혜는 은혜입니다. 은혜를 입고 못 본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고집이 세구나."

북궁연은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눈앞에 갈지천처럼

도리를 하는 이는 그리 싫지 않았다.

"하하하하하, 제가 한 고집합니다."

갈지천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보은할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말씀만 하십시오. 뭐든 능력이 되는 한도에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갈지천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정리해."

북궁연은 얼음동상이 된 수백 기의 흑갑철기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것들을 말입니까?"

"응, 그냥 톡 치면 전부 무너져내릴 테니까....전부 부숴서 마을 외곽에 갖다버려. "

"저것들 전부 말입니까?"

"응, 무척 쉽지?"

북궁연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쉽긴 하지만...어디를 가시려고..그러는지?"

갈지천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바삐 돌아가려는 그녀의 태도에 궁금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연우 밥 줄 시간이야"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더이상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다는듯한 태도였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꾸벅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갈지천은 이내 허리를 숙인 채 감사를 표하였다.

독천대와 자신의 목숨은 물론

달주시까지 구해낸 위대한 영웅을 향해서 말이다.

북궁연은 대충 손을 흔들어준 뒤 그대로 점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속도를 높여 그의 시야에 완전히 벗어난 까닭이었다.

스르르륵

그녀가 사라지고 갈지천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당장 정리한다!"

그리고 독천대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가 부탁한 바를 수행할 요량이었다.

***********

"이새끼는 양팔은 왜 벌리고 있대?"

독천대의 무사, 당석은 얼어붙은 화마를 바라보며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얼음동상들은 모두 전투태세를 유지한 채 그대로 얼어붙어있었다.

적이긴 하지만 꽤나 멋진 자세로 얼어붙게된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노인네는 그 자세가 달랐다.

양팔을 하늘 높이 벌린 채 그대로 얼어붙게 된 것이다.

"몰라, 미친 놈인가 보지."

옆에 있던 동기, 당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작은 소도로 화마의 정수리를 그대로 내리찍어버렸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우르르르르

그러자 화마의 동상이 여기저기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온몸이 조각 조각난 채 흩어져버린 것이다.

"이걸 다 언제 치우냐."

그를 부숴버린 당질은 인상을 찌푸린 채 화마의 얼음 파편을 대충 푸대자루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흑갑철기병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얼음동상들도 정리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내 화마가 서있던 자리에는

당질이 미처 챙기지 못한 화마의 원통한 눈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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