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7화 〉 938. 그녀는 신이 아닐까?
"네놈의 적이지."
옥령의 눈빛이 차갑게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주르르륵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시마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눈빛을 마주한 순간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위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여자....강하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얼마나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당장 죽여야해!'
위기감을 느낀 시마는 재빨리 종을 들어올렸다.
딸랑 딸랑
그다음 빠르게 종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쑤우욱
쑤우욱
그러자 땅바닥에 처박혀있던 천강시들이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죽여라!"
딸랑
시마는 여인을 향해 종을 거칠게 종을 휘둘렀다.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그러자 세 구의 천강시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죽일듯한 기세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검을 천천히 늘어뜨렸다.
타타탁
그다음 발을 가볍게 굴려 신형을 앞으로 쏘아보냈다.
마주보며 달려오는 강시를 향해서 말이다.
쇄애애애액
이내 그녀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지더니 천강시들의 코앞까지 당도하게 되었다.
부웅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없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콰콰쾅
그러자 굉음성이 터지더니 세 구의 천강시들이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검에 담긴 거력을 도저히 감당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이내 천강시들은 다시금 꼴사납게 바닥에 처박히게 되었다.
처음 마주한 그 상태 그대로 말이다.
'어찌...어찌..천강시를 저렇게 쉽사리!?'
그 모습을 본 시마는 경악을 하였다.
눈앞에 일어난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천강시天殭屍가 무엇이란 말인가
생전 화경의 경지에 다다랐던 무인들의 시체를 강시화시킨 신교 최고의 병기가 아니던가.
특수한 약물을 주입하며 세상 그 누구보다 단단하다는 금강불괴를 이룩시키고
특별한 사술을 통해 생전의 무공을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게된 역천의 마물들
그게 바로 강시들의 왕인 천강시天殭屍였다.
그런데 그런 천강시들이 손 한번 제대로 섞어보지 못한 채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연약하기 그지없는 계집의 칼질에 의해서 말이다.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면 경악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제길 제길 제길!'
시마는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딸랑
그리고 다시금 종을 빠르게 휘둘렀다.
벌떡
벌떡
그러자 처박혔던 천강시들이 그대로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형편없이 당하긴 했지만 다행히 신체에 손상은 입지 않은듯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장기전으로 승부를 본다!'
천강시의 상태를 확인한 시마는 눈을 번들거렸다.
천강시로는 저 여인의 쾌속하기 그지없는 속도를 따라잡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반응속도가 자체가 천강시의 본능을 훨씬 뛰어넘은 탓이었다.
그렇기에 장기전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미친듯이 강하긴 하지만 결국 그녀도 인간이였기에
지칠 수밖에 없을테니까 말이다.
"튼튼하네."
멀쩡히 일어난 천강시를 본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분명 몸을 갈라버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강시들의 몸은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현경에 다다랐던 자신의 검압을 버텨냈던 것이다.
괴랄할 정도로 튼튼한 내구도였다.
"네년이 강대하다고는 하나 천강시의 금강불괴는 뚫어내지 못할 것이다!"
옥령의 말을 들은 시마는 기세등등한 어투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여인 또한 천강시의 무식할 정도로 튼튼한 내구도를 난감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길 수 있어....이길 수 있어!'
이길 수 있었다.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자아! 가라! 천강시! 저년을 지치게 만들어라! 지치않는 무한에 가까운 체력으로 압도해버리란 말이다!"
딸랑
시마는 다시금 종을 휘둘렀다.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그러자 천강시들이 다시금 그녀를 향해 죽일듯한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강기가 서려있는 각자의 무기를 꼬나쥔 채로 말이다.
"청성의 도사님."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부드러운 어조로 운적자를 불렀다.
"네....넵!"
그 부름에 놀란 운적자는 다급한 어조로 대답을 하였다.
"잠시만 눈을 꼭 감아주실래요?"
"눈을요?"
운적자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눈을 감으라는 그녀의 말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대적을 앞에 두고 눈을 감으란 말인가
'네에, 부탁드릴게요."
옥령은 옥구슬이 굴러가는듯한 아름다운 목소리로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부탁에 운적자는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아무런 대책없이 눈을 감으라고 하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꾸우욱
이내 운적자가 강하게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 이내 검을 가벼이 쥐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의지를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찬란하며 숭고하기 그지없는 광명光明의 의지를 말이다.
이내 그녀의 검이 태양보다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찬란한 빛의 검.
광검光劍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광검에서 흘러나온 찬란한 광명이 옥령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휘감겨진 그녀의 전신이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하였다.
빛과 다름없는 상태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딱 좋네.'
옥령은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 의지를 발현하였다.
세상 그 무엇보다 빠르게 적을 꿰뚫고 말겠다는
거대한 의지를 말이다.
번쩍
이내 그녀의 전신이 번쩍이며 거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아악!"
그 찬란한 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시마屍魔는 괴로운듯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찬란한 눈빛이 일순간 시력을 빼앗아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콰콰콰콰쾅
콰콰콰콰쾅
그리고 곧이어 거대한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포탄이 터지는듯한 거대한 폭음소리처럼 말이다.
'뭐지...대체..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젠장할....대체..어떻게 된거야! 천강시는! 천강시는 어떻게 된거지!?'
눈을 감고 있던 운적자와 찬란한 빛에 시력을 빼앗긴 시마는 미친듯이 의문이 차오른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르륵
이내 눈을 감았던 운적자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차오른 궁금증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돌아온다...시력..돌아와!'
그리고 시마는 시력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다행히 완전히 실명을 한 것은 아닌듯 싶었다.
이내 눈을 뜬 운적자와 시력이 회복된 시마는 정면을 응시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
"어..어찌!?"
그리고 두 사람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화경의 무공을 간직하고 있다는 천강시들이
금강불괴의 신체를 이룩하였다고 전해지는 천강시들이
역천의 술법으로 부활시킨 마교의 결전병기들이
하반신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버렸다.
몸통을 비롯한 팔 다리는 물론 머리통까지 완전히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대체..어찌..어찌..이런..일이..어찌.."
시마는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장난 기계장치처럼 끊임없이 같은 말을 되내였다.
평생을 걸려 만든 역작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그의 귓가에 가볍기 그지없는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순간 정신을 차린 시마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언제고 휘두를 수 있도록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시마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이 풍전등화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 여인이 검을 휘두른 순간
속절없이 목이 달아나고 마리라
"........물어볼게 있소."
시마는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차피 죽는다면 궁금증을 해소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어보거라."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강시의...금강불괴를 어떻게 뚫어낸 것이더냐?....."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자신이 창조한 천강시의 금강불괴는 완벽하였다.
검기는 물론 강기로 쑤셔박아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금강불괴를 부숴버리고 상반신 전제를 소멸시켜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속도는 곧 무게이기 때문이니라."
"그게...무슨 말이더냐?"
시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분명 자신은 금강불괴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찌 저런 맡같지 않은 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빛의 속도로 베인다면 그 어떤 이도 무사할 수 없는 법이지."
옥령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베어버릴 것처럼 말이다.
"잠깐! 난 아직 의문이!"
그 모습에 시마는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아직 궁금증이 전부 해소되지 않았다.
이렇게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해답은 저승에서 궁구하거라."
서걱
옥령은 시마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쿵
그러자 검에 베어진 시마의 머리가 잘려지더니
그대로 땅바닥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시선을 내려 잘려진 시마의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원통함이 가득한 것인지
눈조차 감지 못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부디 저승에선 답을 찾기 바라마."
옥령은 그대로 발을 들어올려 시마의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콰지지직
그러자 수박이 깨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머리통 파편이 사방에 비산하기 시작하였다.
완벽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추우우욱
추우우욱
더불어 그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순간
청성의 제자들과 맞서던 강시들의 몸이 추욱 늘어지더니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게 되었다.
다시 시체가 된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겼다.."
"이겼어...."
"이겼다아아!!"
그 모습을 본 청성의 제자들은 환호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이 승리하였음을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운적자는 옥령을 바라보며 연신 감사를 표하였다.
그녀가 모든 사태를 종식시킨 일등공신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오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아니 사천은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리라
"그저 당연한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옥령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연하다뇨!? 어찌 이런 영웅적인 행보가 당연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 청성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귀인으로서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운적자는 열변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영웅이었다.
충분한 대접을 받을만한 위대한 영웅말이다.
은혜를 갚고 싶었다.
더불어 위대한 영웅인 그녀와 친분을 쌓고 싶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거절토록하지요."
옥령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아니 어찌하여!?"
운적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본디 손님으로서 초대될 경우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거절치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히 청성파와 같은 구파의 초대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을 할수 있다는 말인가
"제겐 돌아가야할 집이 있거든요."
운적자의 물음에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였다.
자신에게는 돌아가야할 집이 있었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하나 뿐인 보금자리가 말이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옥령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가장 사랑하는 보금자리를 향해서 말이다.
멍
그리고 운적자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람처럼 왔다
이슬처럼 사라지는 묘한 여인의 뒷모습을 말이다.
'그녀는 신이 아니였을까?'
이내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후
운적자는 생각하였다.
그녀가 신이 아닐까하고
마교의 간악한 음모에 희생당하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친히 강림하신 고대의 여신말이다.
찬란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외모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
그리고 압도적인 무력만 놓고 본다면
설득력 없는 이야기도 아니리라
'부디 다른 곳도 굽어살피옵서..'
운적자는 속으로 간곡히 부탁하였다.
이곳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백성들 또한 굽어살펴달라고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