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36화 (937/1,419)

〈 936화 〉 937. 네놈의 적이지.

사천성 아패시

아패시는 사천성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북부에 위치해있는 도시로 천혜라고 칭해도 부족치 않을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한 관광업이 성행하고 있는 곳이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패를 방문하였고 아패의 지역민들은 그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한 상업을 생업삼아 삶을 영위해나갔다.

아패시를 방문한 관광객은 아패시의 자연 경관과 지역민들이 제공하는 관광 상품에 즐거워하였고

아패시의 지역민들은 대호황을 이루고 있는 관광 상품을 바라보며 행복한 비명을 내질렀다.

모두가 즐겁고 생기가 넘치는 관광 도시.

그곳이 바로 아패시인 것이다.

휘이이이잉

그런 아패시에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더불어 고요한 침묵이 도시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시끄러울 정도로 활기가 넘치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관광객과 지역민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갔던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으며

화려하기 그지없던 전각들은 여기저기 부숴진 채로 폐허가 되어있고

관광객들의 발자국이 가득 차 있던 바닥에는 핏물과 시체만이 가득 차 있었으며

향긋한 음식 냄새가 가득 차 있던 저잣거리에는 시체가 타는 냄새가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생기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을 수 없는 폐허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어찌..이런..'

아패시로 지원나온 청상파의 장로, 운적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모습에 절로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패시라면 오래 전 천하를 주유하던 시절 들렸던 경험이 있던 곳이었다.

생기 넘치는 활력과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강호유람을 더욱더 풍부하게 해주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느꼈던 생기 넘치는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모든 게 폐허로 변해버린 것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위를 경계하라! 강시부대는 아직 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말이다!"

운적자는 청성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언제고 강시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상시 예의주시를 하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운적자의 말에 무사들은 곧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사주 경계를 하기 시작하였다.

언제고 나타날지 모를 강시를 주위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주위를 둘러보았을까

저벅 저벅 저벅

어디선가 균일한 발소리들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독룡대의 무사들은 일제히 검을 손에 쥐었다.

그다음 곧바로 발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창백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무사들의 모습을 말이다.

'생기生氣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들이 바로 아패시를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전원 척결하라!"

스르릉

운적자는 검을 들어올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청성의 제자들이 강시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

"하아...하아...하아.."

청성의 제자 청송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베어도 베어도 끝없이 몰려드는 강시떼로 인해 체력이 반토막나버렸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악!

그때 뒤편에서 찢는듯한 괴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휘익

화들짝 놀란 청송은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그러자 코앞까지 다가온 강시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젠장할!"

청송은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다.

아직 숨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죽을테니 말이다.

콰지지직

그때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시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검을 휘둘러 자신을 구해준 것이다.

청송은 서둘러 검을 휘두른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사숙!"

그리고 반색하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을 구해준 사숙, 운적자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정신 차리거라!"

청수한 인상의 운적자가 꾸짖듯 언성을 높였다.

"적의 체력은 무한대이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어찌 숨을 고른다는 말이더냐! 정 숨을 고르고 싶으면 다른 제자들의 엄호를 받으라!"

"알..알겠습니다!"

청송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그다음 검을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스스로도 긴장을 너무 풀어버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흡족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지칠대로 지친 제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말이다.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바람이 찢기는듯한 소리와 함께 청색의 강기가 쉴새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운적자의 검에 의해 청운적하검의 묘리가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콰지지직

콰직

썽둥

이내 청색 강기에 닿은 강시들은 맥없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검기조차 버텨내는 단단한 신체를 갖춘 그들이었지만 파괴적인 강기의 거력을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좋아...이대로 몰아부친다!'

운적자는 눈을 반짝거렸다.

이대로 밀어부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끌끌끌끌...대단하구나....철강시들을 그렇게 맥없이 무너뜨리다니 말이야."

그때 어디선가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운적자는 재빨리 시야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고약한 인상을 가진 오척 단구의 노인을 말이다.

"네놈인가?......강시들을 조종하고 있는 장본인이."

운적자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까닭이었다.

"끌끌끌끌.....눈이 아예 없지는 않구나.....맞다....본좌가 바로 모든 강시들의 어버이이자 주인인 시마屍魔이니라!"

노인은 기분 나쁜 웃음을 터트려 언성을 높였다.

"찾는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군."

운적자는 반색하며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강시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강시들과 달리 인간들의 체력은 유한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 강시들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원흉이 나타난 것이다.

어찌 반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적자는 곧바로 신법을 운용하며 몸을 앞으로 쏘아내었다.

그다음 강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검을 그대로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강시들의 주인인 시마의 머리통 단숨에 꿰뚫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검은 시마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고

'끝이다!'

운적자는 시마의 최후를 확신할 수 있었다.

콰콰쾅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무언가 시마의 앞을 가로막은 채 강기 서린 운적자의 검을 그대로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니?!"

운적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지른 일격이었다.

어찌 이리도 가벼이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시선을 돌려 검을 막아낸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사기死氣에 휘감겨져있는 강시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평범한 강시가 아니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검을 막아낸 강시가 평범한 강시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익

운적자는 빠르게 검을 회수하고 곧바로 내질러버렸다.

눈앞에 강시의 머리통을 터트리기 위해 말이다.

콰콰쾅

얼마 지나지 않아 검과 강시의 머리통이 닿으며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말...말도 안돼!!'

그리고 이내 운적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강기가 서려있는 검을 직격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시의 머리가 너무나도 멀쩡하였기 때문이었다.

"끌끌끌.....아무리 강기라 하더라도 천강시의 몸에 생채기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운적자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본 시마는 예상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천강시!? 이 강시가 천강시라는 말이더냐!?"

그 말을 들은 운적자는 경악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천강시天殭屍가 무엇이란 말인가

생전에 화경에 다다랐던 고수의 시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악이자 최흉의 인간병기가 아니던가

금강불괴와 다를 바없는 튼튼한 신체

생전 가지고 있는 무공을 그대로 재현낼 수 있는 경이로운 능력까지

말그대로 최악이자 최흉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마교의 최종 병기인 것이다.

그런 병기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끌끌끌, 강기를 씹어대는 괴물이 천강시외에 누가 있겠느냐?"

운적자의 반응에 시마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젠장할!"

운적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도사답지 않은 언행이라고 할수밖에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최악의 난적을 만났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욕지거리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꽈아악

이내 운적자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호오, 천강시를 상대할 생각인가?

그 모습을 본 시마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못 상대할 것도 없지! 화경의 무공을 간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의지를 잃어버린 시체에 불과하다! 시체 따위가 진실된 화경의 고수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더냐! "

운적자는 자신 어린 목소리롤 고함을 내질렀다.

난적이긴 하지만 못 상대할 것도 없는 상대였다.

생전의 무공을 간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였다.

진실된 화경의 고수에게 상대가 될 리 만무한 것이다.

"과연 틀린 말은 아니군. 강대하기는 하나 결국은 강시, 그런 천강시의 힘으로 화경의 고수를 감당하는 것 무리일 것이다."

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화경의 무공을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천강시는 의지를 잃은 시체였다.

일반적인 화경의 고수를 감당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단 한 구의 천강시만 존재한다면 말이야..끌끌끌."

시마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움찔

그리고 그 웃음을 마주한 운적자는 저도 모르게 몸을 가늘게 떨었다.

알 수 없는 불쾌감과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애애액

쇄애애애애액

이내 바람을 꿰뚫는듯한 파공성과 함께 두 구의 강시가 운적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는 사기死氣가 느껴지는 강시들이었다.

"........천강시天殭屍"

운적자는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강시 또한 그전 놈과 같은 최흉의 병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크크큭...한 마리라면 감당치 못하겠지만...세 마리라면..오히려 네놈이 찢겨나갈 것이다. "

시마는 즐겁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눈앞에 있는 고고한 도사가 절망 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찢겨나갈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운적자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검을 치켜세웠다.

시마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세 구의 천강시라면 자신의 힘으로 감당치 못할 것이다.

흉내라고는 하지만 세 구의 천강시가 모인다면 그 위력만큼은 홀로 감당할 수준이 넘어설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을 치켜세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여기서 포기한다면

저 최흉의 병기들을 청성의 제자들과 사천의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했다.

그런데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멋진 의지구나."

그 모습을 본 시마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질 걸 알면서도 꼿꼿히 검을 치켜세우는 모습이 꽤나 기특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 의지에 화답하도록 해주지."

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딸랑

"갈갈이 찢겨죽여라."

시마는 손에 든 종을 가벼이 흔들었다.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그러자 세 구의 천강시들이 운적자를 향해 동시에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와라!"

운적자는 남색빛이 머금어져있는 강시를 비스듬히 늘어뜨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다는듯이 말이다.

이내 세 구의 천강시와 운적자의 청운적하검이 격돌을 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번쩍

갑자기 무언가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으으윽"

"크으윽"

갑작스러운 광명에 운적자와 시마는 눈을 다급히 감았다.

찬란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콰콰콰쾅

그리고 곧이어 그들의 귓가에는 거대한 굉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뭐야!?'

그 소리에 놀란 운적자는 재빨리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초점이 흐릿하였지만 최대한 집중하여

초점을 맞혔다.

어떻게든 앞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응?!"

그리고 이내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니 땅바닥에 처박혀있는 천강시 세 구가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운적자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천강시는 분명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혀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때 향긋하기 그지없는 목련향이 코끝을 간질이기 시작하였다.

운적자는 그 향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바로 옆에 서있는 새하얀 백의를 입고 있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절세가인의 모습을 말이다.

'대체 언제!?'

운적자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옆에 서있었지만

접근하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였다.

대체 언제 이렇게 접근했다는 말인가

"네년은 누구더냐? 정체가 무엇이지?"

시마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강시는 인간과 달리 시각에 의지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생명의 기운에 반응하여 본능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병기인 것이다.

빛 따위에 길을 잃고 바닥에 처박혀질 리 만무하였다.

필시 눈앞에 나타난 계집이 무슨 조화를 부린 게 분명하였다.

"본녀의 이름은 옥령이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여인, 옥령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네놈의 적이지."

그리고 천천히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검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어둠을 몰아내는 찬란한 태양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시마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척봐도 범상치 않은 여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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