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35화 (936/1,419)

〈 935화 〉 936. 고독관의 괴물들

"지금까지 풍족하게 놀고 먹었으니까.......이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하지 않겠어?"

요랑은 악동같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당가에 머무르게 된 이후

그녀들은 본의치 않게 어마어마한 사치를 누리게 되었다.

선우의 정인이라는 직함이

그녀들에게 사치에 가까운 원조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에게 제공되는 비단 옷들은 장인匠人이라고 칭해지는 재단사들이 촉강금蜀江錦이라고 불리우는 최상 등급의 비단을 이용해 만들어낸 작품들이었고

그녀들에게 제공되는 모든 음식들은 초일류라고 칭해지는 당가의 숙수들이 엄선된 식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최고의 음식들이었다.

그녀들에게 제공되는 전각들은 직계들 중에서도 핏줄이 가장 진한 이들에게만 제공되는 최고의 전각들이었고

그녀들에게 품위 유지 명목으로 제공되는 장신구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최고의 보석들이었다.

그녀들 입장에서는 그저 머물렀을 뿐이겠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입는 옷부터 먹는 음식까지 하나하나가 사치가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랑은 당당히 요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사치의 대가를 내놓으라고

직접 몸으로 뛰어 갚으라고 말이다.

"무슨 말씀인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요랑."

옥령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녀가 말하는 밥값의 의미가 심히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천성이 위기에 빠졌어."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북문에는 강시부대가 쳐들어왔고 남문에는 남만야수궁의 야수들이 들끓고 있고 서문에는 소뢰음사라는 곳의 땡중들이 난동을 부리고 동문에는 흑갑철기병이라는 애들이 날뛰고 있대."

요랑은 여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강시라면...마교의 인간병기인..."

"흑갑 철기병!?"

"소뢰음사라니...."

그 말을 들은 여인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설마하니 그 대전력들이 사천을 집중적으로 침공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서윤이가 그랬어, 유례에 없을 대위기라고....그정도 전력이면 사천 연맹의 모든 전력과 군부 세력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이야."

요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차분히 가라앉은 요랑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군요...밥값의 의미가 그런 의미였군요.."

옥령은 이해했다는듯한 고개를 주억거리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이정도 위기라면 당가에서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맞아, 서윤이는 폐를 끼치기 싫다고....선우의 정인들을 전쟁터에 보낼 수 없다고.......절대 비밀로 하라고 하긴 했지만...내 생각은 달라서 말이야......당가는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잖아? 그 보금자리가 위기에 처했는데 어떻게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겠어?"

요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모두들 도와줘, 우리 모두의 당가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요랑은 간곡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내 장내에는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가만히 기다렸다.

누군가 입을 열어 운을 떼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괘씸하네요."

그때 잠자코 있던 옥령이 감정 섞인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숨기려고 하다니 말이에요."

"그러게요.......폐를 끼치기 싫다니....서윤 소저가 이렇게 거리감두는 말을 내뱉을 줄이야."

강하윤은 서운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서윤의 어투가 꽤나 서운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아무래도 갔다와서 잔뜩 혼내줘야겠어요...가족끼리는 그렇게 계산적으로 생각지 않아도 된다구요."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동감이에요, 아직도 저희를 외인으로 여기고 있다니....서운하네요...아무래도 사태를 진정시킨 후 따로 말해봐야겠어요."

강하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녀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마교의 침공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요."

운설은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마교로 인해 사문인 곤륜이 풍비박산 나버렸다.

그런 마교가 침공하였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최고의 육아환경과 최고의 대우를 받았으니....그 대가를 치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 그럼 연우는 제가 보고 있을게요. 북궁 소저!"

그녀의 말을 들은 운가려는 대뜸 대답을 하였다.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자신이 맡아 돌보는 편이 오히려 안심되리라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그럼 모유를 미리 빼내두어야겠군요."

북궁연은 반색하며 말을 이었다.

본디 아이는 책임감있는 이에게 맡겨야하는 법.

어리숙하거나 책임감이 없는 이에게 함부로 맡겼다간 아이의 정서나 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기쁠 수밖에 없었다.

운가려는 육아 경험도 충분하고 확실한 책임감을 갖춘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연우를 제 아이처럼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어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들...도와주는거야?"

그녀들의 반응을 본 요랑은 의아한듯 입을 떼었다.

"당연하죠......여기는 제 보금자리인걸요, 요랑님이 말한 밥값을 하고 싶기도 하구요."

"맞아요.......무엇보다 선우님을 모시는 한 가족이 아닌가요? 가족의 위기를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어요?"

"마교는 제게 생사대적의 원수에요....참전은 오히려 바라는 바예요."

"빚을 갚는 것 뿐이야, 난 빚지는 걸 싫어하니까."

"연우를 봐주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그래도 돕고 싶어요...당가는 제가 살아숨쉬는 집인걸요?"

여인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누구 하나 거절하는 이가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준 것이다.

"모두들 고마워!"

요랑은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절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있었다.

누구보다 따스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그녀들이라면

당가의 위기를 못본 체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가족 간의 정이 좀더 두터워지는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계획을 짜보도록 할까요? 밥값을 톡톡히 치를 계획을 말이에요."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작정 참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명 한 명이 대문파급의 전력을 갖춘 자신들이었다.

효율을 위해서는 제대로된 전력 배치는 필수적인 사안이리라

이내 여인들은 정자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밥값을 톡톡히 치르기 위한 계획에 대해서 말이다.

***************

터벅 터벅

"헤헤헤헤.."

요랑은 기분 좋은듯한 웃음을 흘리며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발걸음이 절로 가벼웠고

기분은 날아갈듯 좋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여인들은 자신의 제안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수락해주었고

완벽한 계획까지 수립을 마친 상황이었다.

친우이자 가족인 당서윤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찌 기분이 좋지않을 수 있겠는가

타박 타박 타박

요랑은 더욱더 경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가벼운 발걸음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그녀의 걸음을 커다란 성벽에 멈춰서게 되었다.

꾸우욱

꾸우욱

성벽에 멈춰선 그녀는 벽돌을 몇 개를 꾸욱 누르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우웅

그러자 벽돌이 그대로 안으로 빠지더니 막혀있던 성벽이 좌우로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성문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모습을 본 요랑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크기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스르륵

이내 요랑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내단을 자극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내단 안쪽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거대한 요력이 쉴새없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곧이어 폭발적인 요력이 한꺼번에 방출되기 시작하였다.

천지가 진동하였고 공기마저 떨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운이었다.

번쩍

이내 요랑의 눈이 번쩍하고 뜨여졌다.

뜨여진 그녀의 눈빛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와라."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정면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때 땅이 쉴새없이 흔들리며 어마어마한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진동이 얼마나 울려퍼졌을까

이내 대지를 쉴새없이 뒤흔들었던 장본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삼십 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높이

살기가 머금어져있는 노란 빛깔의 눈동자.

온몸을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는 묵빛의 비늘

용을 연상케하는 거대한 아가리

숨 쉴때마다 내뿜어져나오는 거대한 독기

삼심 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몸통을 지탱하는 네 개의 두터운 다리.

요랑이 떠난 이후

고독관을 지배하게 된 독물들의 왕

용용이였다.

"역시 네가 제일 빨리 왔네."

용용이를 본 요랑은 흡족스럽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궤에에에에엑

궤에에에에엑

그녀의 말을 들은 용용이는 기쁜다는듯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머리를 숙여 땅에 처박아버렸다.

쓰다듬어달라는 무언의 시위였다.

쓰담 쓰담 쓰담

요랑은 고운 손을 뻗어 용용이의 까칠한 피부를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진한 애정을 담아서 말이다.

"잘했어."

궤에에에에에에엑

요랑의 칭찬이 기뻤던 탓일까

용용이는 거대한 울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창 용용이를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곧이어 다시금 온사방에 진동과 함께 거대한 굉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시선을 살며시 돌렸다.

그러자 어느새 다가온 고독관 속 괴물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웬만한 전각보다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쌍두사.

사람 몸통만한 다리를 수 천개 가지고 있는 거대한 지네.

온몸에 범상치 않은 독기를 품고 있으며 곰만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수 백의 원숭이 무리들

십 척에 다다르는 덩치를 가지고 있는 벌 떼.

숨을 쉴때마다 독기를 뿜어대며 있는 거대한 이무기

마치 거대한 바위를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독개구리들

이무기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가진 거대한 두꺼비.

독기 가득한 진액을 흩뿌리고 다가오는 거대한 민달팽이

흉악스러운 집게와 길다랗고 두터운 꼬리가 위협적인 커다란 전갈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괴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게 되었다.

요랑의 부름에 응하여서 말이다.

"다왔네."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폴짝

그리고 용용이의 정수쪽으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쑤우우욱

그러자 용용이가 하늘높이 머리를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고독관 밖으로 나가게 해줄게."

하늘 높이 치켜세워진 요랑은 수 많은 독물들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독기와 질긴 살덩어리로 가득한 독물들이 아닌 부드러운 지방과 담백한 근육이 적절히 배합된 먹이들을 원없이 먹을 수 있도록 해줄게."

번쩍

번쩍

그녀의 말을 들은 독물들은 쉴새없이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주르르륵

더불어 침을 쉴새없이 흘리기 시작하였다.

고독관을 밖으로 나가 질좋은 먹이를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대신 내가 허락한 것들만 먹어."

요랑은 차가운 눈동자로 독물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허락한 것외에 다른 것들을 건든다면.....뼛속까지 아득아득 씹어먹어버릴거야...."

요랑은 살기 어린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움찔

움찔

그러자 한창 환호하던 독물들이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진득한 살기에 완전히 압도되어버린 까닭이었다.

"알았어?"

요랑은 확인하듯 재차 물음을 던졌다.

쿠오오오오오오

퀘에에에에에엑

카아아아아악

쉬이이익 쉬이이익

스으윽 스으으윽

끼에에엑 끼에에엑

그러자 독물들은 큰소리로 일제히 대답을 하였다.

그녀의 말을 결코 어기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좋아. 믿어줄게."

그 대답에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고독관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특식을 먹으러 가보자구."

요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벼이 발을 굴려 용용이를 자극하였다.

쿵 쿵 쿵 쿵 쿵

그러자 용용이가 곧바로 고독관 바깥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발을 굴린 게 출발신호하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곧이어 수많은 독물들이 그런 용용이를 따라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부드러운 지방과 담백한 근육이 섞여있는 질좋은 먹이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내 온 사방에는 독물들의 발소리가 맹렬히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