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3화 〉 934. 전쟁을 선언하다.
사천당문
사천성의 패주이자 청성과 아미와 연계하여 만든 사천 연맹의 실질적인 수장.
세인들에게 사천당문에 대해 물으면 모두가 엄지를 들어올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마교로 인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기회를 살려 중원무림에서 손꼽히는 강성세력으로 급부상한 그 어마어마한 수완과 독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천의 지역민들에게 사천당문은 인정을 넘어 존경마저 품고 있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사천당문이 존재함으로서 수많은 일자리들이 창출되었으며
사천당문의 정기적인 구제 사업으로 인해 배를 곪는 이조차 흔치 않았다.
사천당문으로 인해 가진 것없는 거지조차 행복한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어찌 이런 사천당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이런 사천당문을 경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천 지역민들에게 사천당문은 사천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지배자였다.
군부보다 더욱더 크게 의지하는 존재인 것이다.
구우우
구우우
그런 사천당가에 수많은 전서구들이 날아들었다.
모두 동서남북 각 네 방위에서 날아드는 전서구들이었다.
"각주! 서문 담당 관청에서 전서구가 날아왔습니다!"
"각주! 달주시에서 전서구가 날아왔습니다!"
"각주! 양산시에서 전서구가............"
당가의 정보처리 담당기구, 지청각知聽閣은 무척이나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갑작스럽게 날아들기 시작한 어마어마한 전서구 떼에 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망할."
각종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지청각知聽閣의 각주, 당원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책상 위에 한가득 쌓여있는 서신들을 보니 절로 짜증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본디 전서구를 통해 전해진 서신은 지청각의 각주인 자신의 검수를 맡은 뒤 윗선에 전해지게 된다.
일종의 거름망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책상에 올려진 서신들을 전부 읽고 분류해야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은데?'
당원은 의혹 어린 표정을 지었다.
본디 각주인 자신의 검수를 맡게되는 서신들을 특特으로 분류된 중요 문서뿐이었다.
이름 난 상단이나 유명한 무인 또는 알아주는 거부, 직위를 가지고 있는 관리가 보낸 서신이 아니라면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특급으로 분류된 서신이 이리 많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분명 어수룩한 각원들이 실수한 게 분명하였다.
"내가 특급으로 분류된 것만 올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당원은 각원들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전부 특급으로 날인이 찍혀있는 서신들입니다!""
그러자 각원들을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하였다.
"...........이게 전부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미치겠군."
당원의 안면이 더욱더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새워야할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원은 가장 위쪽에 있는 서신에 손을 뻗었다.
발송지를 확인해보니 사천성 서문을 담당하는 관청이었다.
'여기서 어째서?'
의아함이 들었다.
본디 관과 무림은 불가침이 관계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소닭보듯이 무시하는 일이 일상인 것이다.
그런데 관청에서 특급으로 분류된 서신을 보내왔다.
어찌 의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촤르르륵
당원은 곧바로 서신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무슨 용건인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와락
이내 그의 안면이 와락 찌푸려졌다.
예상대로 무림 세력의 개입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손!"
이내 당원은 곧바로 부각주인 당손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당장 이 서신을 가주 대리께 전하도록 하거라!"
당원은 그에게 서신을 건네주었다.
"알겠습니다!"
서신을 받아든 당손은 한 차례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가 나가자 당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말세라지만 부처의 말씀을 전해야할 승려들이 남자를 죽이고 여인을 간하고 있다니
어찌 고개를 내젓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원은 혀를 몇 번 더 찬뒤 다시금 손을 뻗었다.
다음 서신을 검수할 요량이었다.
발송지를 확인해보니 이번엔 동문 담당 관청이었다.
'응?'
순간 당원은 이질감을 느꼈다.
서문에 이어 동문 관청에서 서신을 보내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설마?'
당원은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서신을 뒤져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뒤이어 북문 담당 관청과 남문 담당 관청에서 보내온 서신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불안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촤르르륵
당원은 재빨리 세 개의 서신을 펼쳐 읽어내려갔다.
무척이나 빠르게 말이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물론 아주 안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꽈악
이내 당원은 세 개의 서신을 재빨리 움켜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지청각 밖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신법마저 시전한 채로 말이다.
이내 지청각에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각원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당가 중심부에 위치한
가주전 안
수많은 당가의 주력인사들이 속속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각 당의 당주들은 물론
각 기구들의 각주들까지 전부 말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빠진 표정이었다.
갑작스러운 가주 대리의 소집령에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본디 퇴근 이후에는 결코 소집령을 내리지 않았던 가주 대리였다.
아무리 급한 사정이라 해도 퇴근한 이들의 휴식을 방해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 가주 대리가 야밤에 갑작스레 소집령을 내리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얼마나 심각한 일이길래
긴급 소집령이 떨어진다는 말인가
할짝 할짝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간부들 사이로 할짝거리는 울림이 퍼지기 시작하였다.
한쪽 구석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 재경각주 요랑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당과를 핥아먹고 있던 탓이었다.
"요랑님......가주전에선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입니다."
옆에 있던 부각주 당감이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가주전은 가주를 알현하는 곳이다.
경건한 자세를 취하며 행동거지를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당과를 할짝인다는 말인가.
"괜찮아, 서윤이는 착해서, 봐줄거야."
"가주 대리를 사적으로 부르시면 안됩니다...그리고 가법이 엄연히 존재하거늘 어찌.."
"괜찮아, 나는 가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까."
요랑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억지란 말입니까? 어서 당과 내려놓으십시오."
"싫어. 베에에."
요랑은 새빨갛게 물들여진 혀를 쭉 내밀며 조롱하듯 말을 내뱉었다.
지끈 지끈
당감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 번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면 죽어도 고집을 꺾지 않는 재경각주였다.
아마 저 당과도 결코 뱉어내지 않을 게 뻔하였다.
'앓으니 죽지.'
당감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포기해버린 것이다.
어차피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어울리는 그녀였다.
그녀의 고집을 한낱 범인인 자신이 꺾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것도 보다 당감아."
그때 당과를 할짝이던 요랑이 그를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왜 불렀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당감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급히 오라는 말만 들었을 뿐
그 이유는 듣지 못하였다.
어째서 모여있는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누구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던 당서윤이었다.
그런 당서윤이 퇴근 후 소집령을 내린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인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일려나?'
요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흥미가 동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창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저벅 저벅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한 여인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흑단처럼 고운 머릿결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동자.
조각처럼 뚜렷하기 그지없는 이목구비
언뜻보면 고지식하게 느껴지는 차분한 표정.
우아함이 절로 흘러나오는 분위기.
가주 대리이자 독서시라고 불리우는 여인.
당서윤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급히 처리해야할 일이 있던터라...걸음이 늦춰지게 되었군요."
그녀는 가주전으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사과부터하였다.
간부들을 기다리게 했다는 사실이 꽤나 마음에 걸린듯한 모습이었다.
"괜찮아, 사람이 늦을 수도 있지."
요랑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저희는 괜찮습니다."
"늦을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개의치 마십시오, 가주 대리."
그리고 곧이어 다른 간부들 또한 요랑에게 동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당서윤은 언제나 적법히 일을 처리하는 이였다.
무슨 일을 하든 적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소집하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녀가 늦었다면 늦을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으니 말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서윤은 감사인사를 가벼이 건네었다.
그리고 곧바로 본론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였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모두 의아해하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퇴근 이후에는 긴급 소집령을 내렸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을테니까요......저도 웬만해선 여러분들을 퇴근 이후 부르고 싶진 않았습니다.....일과 삶은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만큼은 예외로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소집령을 내려야할 만큼 큰일이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간부들의 시선은 그녀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얼굴에 고정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말한 큰일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사천성의 통관을 담당하는 네 곳의 성문에서 일제히 서신이 날아들었습니다....그리고 그 서신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림인들로부터 침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있었습니다."
당서윤은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침공?!"
"무림인들로부터?"
그녀의 말을 들은 간부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무림인들의 침공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어찌 무림인이 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말인가
백만대군이 도사리고 관을 말이다.
"북문에서는 칼과 화살을 튕겨내는 정체 불명의 무인들에 의해 관원들은 물론 민간인들까지 학살당하고 있으면 동문에는 칠흑보다 어두운 묵빛의 갑주를 입은 기마부대가 학살을 저지르고 있고 남문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짐승과 야만스럽게 생긴 무인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으며 서문에는 붉은 법복을 입은 승려들이 남자를 모조리 몰살시키고 여인들을 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당서윤은 서신에 쓰여졌던 내용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간부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각 성의 동시에 침공을 받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잠깐.....흑색 갑주를 입은 기마부대라면..설마?'
그때 나이가 든 간부 하나가 불안한듯한 눈빛으로 당서윤을 바라보았다.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
"......저는 그들이 흑갑철기병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눈빛을 마주한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흑..갑!?"
"그 마교 최고의 타격부대가!?"
"말도 안됩니다! 흑갑철기병은 가주에 의해 전부 전멸하지 않았습니까!?"
간부 중 하나가 즉각적으로 반발하였다.
흑갑철기병이라면 독왕毒王 당진철에 의해 그대로 전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예상일 뿐입니다...아닐 수도 있겠지요...하지만...구태여 누군가 그들을 흉내낼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그들은 엄연히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자들이니까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번 사태에 마교가 관련되어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때 잠자코 있던 당감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그렇게 생각해요...그럼 북문을 침입한 이들의 정체 또한 유추할 수 있으니까요."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북문을 말입니까?"
당감은 의아한듯 물음을 던졌다.
"북문을 습격한 이들은 시체처럼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에 강철조차 튕겨내는 단단한 신체를 가지고 있고 고통따위는 느끼지 않는듯 행동한다고 하더군요....그 특징들과 마교와 연관지어보니.....정체가 유추되더군요."
"강시!"
당감은 깨달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그녀가 말한 북문을 습격한 이들의 정체가 마교에서 만들어낸 인간 병기.
강시부대라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맞습니다."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강시일 것입니다....마교가 자랑하는 인간병기들 말입니다."
"그렇다면...다른 문을 습격한 이들도..마교와..관련이..?"
"...전 마교가 새외를 끌어들였다고 생각합니다...짐승들을 다루는 야만스러운 무인들은 점창을 멸문시켰던 남만야수궁외엔 특정할 수 없고 법복을 입고 여인을 간할 정도로 타락한 승려라면 소뢰음사 외엔 떠올려지지 않으니까요."
당서윤은 예상한 바를 그대로 내뱉었다.
모두가 알아들을 있도록 차분히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간부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턱하니 벌렸다.
갑작스레 받아들이기엔 벌어진 사태의 규모가 상상이상으로 거대하였기 때문이었다.
남만야수궁과 소뢰음사라면
각 각 남만과 천축의 절대자로서 군림하는 거대 세력이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마교와 손을 잡고 사천성을 침공을 하였다니
어찌 이런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그저 입을 벌린 채 경악을 할 뿐이었다.
"다들 정신차리십시오, 멍하니 있을 시간따윈 없습니다! 지금 사천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당장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무고한 백성들은 학살당하게 될 것이고 그들의 터전들은 모조리 박살나게 될 것입니다!"
당서윤은 그들을 바라보며 질책어린 꾸짖음을 내뱉었다.
충격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당장 대처가 시급한 것이다.
"저..저희는..앞으로..어찌하면..되는 것입니까?"
그녀의 꾸짖음은 정신차린 당감이 의문 어린 어조로 입을 떼었다.
"당가의 모든 전력을 소집해주세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쟁입니다."
당서윤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