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0화 〉 931. 사냥꾼.
운남성 대리시
대리국이라는 불리우던 옛 왕조의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는 운남의 대도시.
왕조 출신답게 군사력만 따진다면 운남뿐만 아니라 중원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운남 최고의 군사도시.
그 최고의 군사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
기형적으로 거대한 짐승들이
괴물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맹수들이
대리시를 침공하였기 때문이었다.
집채만한 흑곰들의 무리들이 성문을 쉴새없이 두들겼고
몇 천근은 나가보이는 거대한 말들 성문을 향해 돌진을 처박았으며
이무기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거대한 구렁이는 성벽 위에 병사들을 잡아먹었고
사람보다 거대한 원숭이들의 무리가 성벽을 기어올랐다.
성을 함락시키겠다는듯이 말이다.
"젠장!"
그 모습을 본 수비대장 강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대로 냅뒀다간 함락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원숭이들이 올라온다! 뜨거운 물을 뿌려라!"
강휼은 재빨리 명을 내렸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준비해온 뜨거운 물을 그대로 뿌려버렸다.
"키에에에엑!"
그러자 성벽을 기어오르던 원숭이의 비명성을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짐승들에게 화살을 쏴라! 성문과 성벽을 부수지 못하도록 하란 말이다!"
"가죽이 너무 두터워, 화살이 그대로 튕겨나옵니다!"
강휼의 명령에 병사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대포를 쏴라!"
"대포라면 화약을 쓰라는 말씀입니까!?....무리입니다! 아직 윗선에서 화약 사용에 대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병사는 식겁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본디 화약은 그 위험성이 다분하여 도지휘사 이상되는 관리의 허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어있다.
허가 없이는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허가를 기다릴 시간따윈 없다! 이대로 가다간 성문이 함박된다는 말이다!"
강휼은 꾸짖듯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당장 뒈지게 생겼는데 무슨 허가란 말인가
"모든 책임은 내가지겠다! 남김없이 모두 퍼부어라!"
"아..알겠습니다!"
강휼의 말을 들은 병사는 곧바로 답을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분명 포탄을 챙기러 가는 것이리라
"단 한 놈도 성문 안쪽으로 들여보내선 안된다! 어떻게서든 막아내야한다!"
강휼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성벽이라는 튼튼한 울타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었다.
만약 저런 괴물들을 성벽 너머 도시까지 진입시키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재앙이 초래되리라
'막아야한다.'
어떻게든 막아야했다.
사랑하는 대리시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가죽에 화살이 먹히지 않는다면 눈을 맞추거라! 장님으로 만들버린 말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라! 뜨거운 물이 없다면 돌을 던져 시간을 벌어라! 어떻게든 버텨내라는 말이다!"
이내 강휼의 언성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명령을 들은 병사들의 움직임이 더욱더 빠릿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들 또한 속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벽이 뚫린다면 모든 게 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짐승들과의 전쟁이 더욱더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
대리시 성벽과 꽤나 떨어진 곳.
"호오...꽤나 버티는군."
흑곰 가죽을 뒤집어 쓴 근육질의 거한
남만야수궁의 부궁주 갈오식은 감탄했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무력하게 무너져내린 임창과는 달리 꽤나 격렬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대리시의 군사력에 감탄을 느낀 까닭이었다.
"예상보다 반항이 거셉니다."
옆에 있던 궁도가 보고하듯 말을 내뱉었다
"저쪽에서도 필사적이라는 뜻이겠지."
갈오식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짐승들만으로는 무리인듯합니다."
궁도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름 냉철한 분석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임창시와는 달리 대리시는 처음부터 수성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정하고 준비한 수성전을 짐승들의 힘만으로는 돌파하는 것은 무리였다.
"궁도들을 투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궁도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짐승들만으로는 무리지만
남만야수궁의 무인들이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벽 따위는 순식간에 함락시킬 수 있는 것이다.
"되었다, 내가 직접 나서도록 하지."
갈오식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등 뒤에 매여있던 두 개 도끼를 양손으로 꺼내들었다.
그다음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격렬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를 향해서 말이다.
******
콰쾅
콰쾅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온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퀘에에에엑!
크와아아아악!
더불어 짐승들의 고통 어린 괴성 또한 쉴새없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쉴새없이 날아드는 포탄으로 인해 온몸이 터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됐어!....먹히고 있어!'
강휼은 쾌재를 불렀다.
전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두터운 가죽때문에 도, 검,창, 화살 같은 날붙이가 먹혀들지 않아 난감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포를 쏘아대기 시작한 순간부터 전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성을 함락시키려든듯 끈덕지게 달라붙던 짐승들이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
강휼은 안도하였다.
짐승들로부터 대리시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 든 까닭이었다.
터벅 터벅 터벅
그때 그의 귓가에 선명하기 그지없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온갖 비명과 함성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상하리 만치 선명한 발소리가 말이다.
강휼은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접전을 벌이고 있는 성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거한의 모습을
머리에는 흑곰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었고
온몸에는 돌덩이같은 근육이 가득 들어차있었으며
덩치는 곰으로 착각할만큼 거대하기 그지없었으며
양손에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일반적이 도끼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크기의 도끼를 말이다.
오싹
그 모습을 마주한 강휼은 오싹함을 느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등골이 오싹해지며 공포감이 차오른 것이다.
"대포를...대포를 겨눠라!"
강휼은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자에게 포탄을 쏟아부으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맹수들을 저격하던 병사들이 포신을 일제히 거한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곧바로 불을 붙여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펑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수십 개의 포탄이 쏘아져가기 시작하였다.
곰 가죽을 뒤집어쓴 거한을 향해서 말이다.
콰콰콰쾅
이내 포탄과 거한이 맞부딪히게 되었고 폭격음이 울려퍼지며 시커면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해치웠나?'
그 모습을 본 강휼은 불안한듯한 시선으로 거한이 서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부디 폭사爆死하였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자닜을까
이내 시커먼 연기가 완전히 걷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강휼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멀쩡한 거한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니..대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 인간의 몸으로 성벽마저 무너뜨리는 포탄을 버텨낼 수 있다는 말인가
"적당한 예열이군."
한 편 온몸에 포탄 세레를 맞은 갈오식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피가 끓어오를 정도의 예열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꽈아아악
갈오식은 우악스럽게 도끼를 움켜쥐었다.
꿈틀
그러자 솟아오른 핏줄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넘칠정도의 힘이 들어간 것이다.
갈오식은 그 상태에서 두 개의 도끼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부우우우웅
그리고 그대로 내리찍어버렸다.
온힘을 다해서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바람이 찢어지는듯한 파공성이 터져나오며 두 개의 거대한 참격斬擊이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두텁기 그지없는 성벽을 향해서 말이다.
콰콰콰콰쾅
이내 두 개의 참격은 성벽과 닿게 되었고
거대한 폭음이 울려퍼지더니 성벽이 그대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우르르르르르르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냥을 시작하지."
갈오식은 무너져내린 성벽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내뱉었다.
퀘에에에에엑!!
꾸와아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아악!
그러자 맹수들은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괴성을 내지르며 무너져내린 성벽 안으로 달려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무너져내린 곳에 집중 발포하라! 어떻게든 사수하란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강휼은 다급히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포병들을 무너져내린 성벽쪽으로 일제히 집중사격하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쾅
우르르르
그때 다시금 참격이 날아오더니 이번엔 정반대쪽에 위치한 성벽이 그대로 무너뜨려버렸다.
그러자 짐승들은 무너진 성벽 두군데를 나눠서 진입을 하기 시작하였다.
"젠장할 젠장할!......"
그 모습을 본 강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한 군데를 집중포화하여 사수하는 것도 힘든 마당에
또다시 공백이 생겨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함락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포병들은 집중사격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창과 칼을 들고 나를 따르라! 짐승들을 막아낸다!"
강휼은 옆구리에 패용한 검을 치켜세우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다음 곧바로 성벽 아래로 뛰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다급하게 말이다.
그리고 병사들 또한 그를 따라뛰어내려가 시작하였다.
창과 칼을 강하게 움켜쥔 채로 말이다.
짐승들과의 백병전이 시작된 것이다.
***********
"끄아아악!"
"아아악!"
"하아아아악!"
온 사방에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백병전에 나선 병사들이 흉폭하기 그지없는 짐승들에 의해 은 무참히 도륙 당하였기 때문이었다.
숫적 우세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수 십명의 병사들이 달려들어도 맹수 한 마리를 못당해는 마당에서 숫적 우세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병사들은 짓밟혀지는 개미마냥 무척이나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꾸와아아아!
집채만한 흑곰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쇄애애애액
강휼은 달려드는 흑곰을 향해 재빨리 검기를 내질렀다.
노리는 곳은 정수리 한 가운데였다.
푸우욱
"쿠웨에에에엑!"
흑곰은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에 파고든 이물질을 직격으로 느낀 까닭이었다.
쿵
이내 흑곰이 바닥에 곧바로 널부러져버렸다.
절명을 하고만 것이다.
푹
강휼은 칼을 땅바닥에 꽂은 뒤 지지대 삼아 몸을 지탱하였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곰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질대로 빠진 까닭이었다.
'죽겠군.;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대로 모든 걸 놓아버리고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놓아버린다면 모든 게 끝일테니 말이다.
'이제 겨우 한 마리일 뿐이다.'
강휼은 정신을 다잡았다.
이제 겨우 한마리를 처치했을 뿐이었다.
남아있는 맹수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그렇게 의지를 다잡고 있을 때였다.
"꽤나 기개있군."
어디선가 어눌한 중원어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강휼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성벽을 무너뜨렸던 곰가죽을 뒤집어쓴 괴인을 말이다.
".......제기랄."
강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땅에 꽂아둔 검을 빠르게 치켜세우기 시작하였다.
"소용 없는 일이다. 네놈도 알텐데? 나와 네놈의 전력 차를 말이야."
곰가죽을 뒤집어쓴 괴인, 갈오식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포기하는 재주는 없어서 말이야."
강휼은 뜨거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역시 기개가 있군."
그 말을 들은 갈오식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도끼를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그 기개를 높이사 특별히 한 합으로 끝내주도록 하마."
"죽는 건 네놈이다!"
쇄애애애액
강휼은 갈오식을 향해 곧바로 검을 내질렀다.
목을 꿰뚫어 버리고 말겠다는듯이 말이다.
"흥"
그 모습을 본 갈오식은 가소롭다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깡
그러자 청명하기 그지없는 금속음이 울리더니 강휼의 검이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갈오식의 일격을 감당해내지 못한 것이다.
'아..아니!?'
강휼은 당황하였다.
상대가 안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쉽사리 검이 부러뜨려질지는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푸우우욱
이내 검을 부러뜨린 도끼가 가슴팍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꺼으으윽.."
강휼은 고통 어린 신음성을 내뱉었다.
심장 코앞까지 파고든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갈오식은 그런 강휼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도끼를 빼내기 시작하였다.
퓨수우우우욱
그러자 끈적끈적한 핏물이 온사방에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쿵
이내 강휼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탓에 힘이 그대로 빠져버린 까닭이었다.
"미안하군, 한 합에 끝냈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말이야."
말을 마친 갈오식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두가 그대가 생각이상으로 뛰어난 까닭이니 이해하도록 하라."
말을 마친 갈오식은 하늘 높이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대로 머리를 찍어버릴 요량이었다.
'도움을...도움을..청해야해.'
그 모습을 본 강휼은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죽음을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할 이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는 짐승들 외엔 아무도 존재치 않았다.
그 많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죽거나 먹혀버린 것이다.
'모든 게 끝이구나.'
강휼은 절망하였다.
모든 게 끝이었다.
자신의 목숨도
사랑하는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도
대리시의 명운도
모두 말이다.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도끼가 내려찍혀지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머리통을 향해서 말이다.
'내 죽어서도 네놈을 꼭 저주하리라!'
강휼은 살기 어린 눈동자를 번뜩이며 거한을 노려보았다.
원한을 되새기며 죽어서도 잊지 않을 요량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대리시의 평화를 앗아간 장본인을 말이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와락
갑자기 거한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괴롭다는듯이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악!!!"
더불어 고통 어린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강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강휼은 재빨리 눈동자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텅 비어버린 어깨죽지를 부여잡고 비명성을 내지르는 거한의 모습을 말이다.
"제기랄! 제기랄 ! 제기랄!"
갈오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자신은 눈앞에 검수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그의 머리통을 터트릴 요량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자신의 팔이 잘려나간다는 말인가
어째서 자신이 고통스러워야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당황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성 밖의 땅이 들썩이더니 거세게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뭐야?...대체....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갈오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팔이 잘린 것 그렇다쳐도 갑작스럽게 지진이라니?
쑤우우우우우욱
그때 들썩이던 땅이 그대로 하늘 위로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일장..........삼장........오장.......,십 장
성벽조차 아래로 내려다볼 정도로 쉴새없이 솟구치고 또 솟구쳤다.
'대체...이게..'
그 모습을 본 갈오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압도적인 위용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쿠우우우우우웅
그때 십 장 가까이 솟구쳤던 땅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당장에라도 무너질듯이 불안하게 말이다.
그러더니 이내 그대로 아래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거대한 해일이 세상을 집어삼키려는듯이 말이다.
"퀘에에에에엑!"
"꾸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악!"
그 모습을 맹수들은 저마다 괴성을 내지르며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저 거대한 해일에 휩싸였다간 그대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맹렬한 속도로 덮쳐드는 거대한 해일의 범위를 한낱 짐승의 뜀발질로 벗어나기란 요원하기 그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해일은 땅에 있는 성밖에 있는 짐승들을 그대로 덮쳐버렸다.
단 한마리도 남김없이 말이다.
남만야수궁이 자랑하던 야수들은 성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만야수궁의 무인들까지 모조리 매몰당한 것이다.
눈 한 번 깜빡일 정도의 찰나에 말이다.
"어...어떻게...이런...일이..."
갈오식은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비현실적인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땅이 솟구쳐 남만야수궁이 자랑하는 대군이 모조리 매몰당했다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저 입을 벌린 채 멍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한놈 남았네."
그때 그의 귓가로 차가운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갈오식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전부 쓸어버린 건 아닐까 걱정했거든."
남자는 안심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당신은.....누구십니까...."
갈오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궁주외엔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그였지만
남자에게는 무척이나 공손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눈앞에 남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장선우."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남만의 금수새끼들을 사냥하러온 사냥꾼이지."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덜 덜 덜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갈오식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미소를 마주한 순간 알 수 없는 오한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잘 말해야 할거야, 대체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지 말이야"
선우의 눈빛이 차갑게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북풍한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