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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29화 (930/1,419)

〈 929화 〉 930. 음모의 냄새.

"그러니 이제 걱정말거라, 젊은 협객이여.. 내가 왔으니."

선우는 자신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함복은 안도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아직 임창시에 흉포하기 그지없는 맹수들이 남아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언제고 맹수들이 튀어나오 습격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안심이 되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라면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느낌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안도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땅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뭐..뭣!'

함복은 굉음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집채만한 말들의 무리를 말이다.

'식인마食人馬!'

그 모습을 본 함복은 화들짝 놀랐다.

달려오고 있는 말들의 정체를 익히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놈들은 식인마食人馬였다.

무림인 못지 않은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던 곤륜노 출신 외국인 노동자, 흑피黑皮마저 산채로 뜯어먹어버린 괴악스러운 괴물말이다.

"왕이시여...당장..도망가야합니다...저 괴물들은 극악한 놈들입니다."

함복은 선우를 바라보며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웬만한 무림인정도는 가뿐히 짓밟아버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식인마食人馬였다.

그런 놈들을 수 십 마리나 상대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괜찮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는 식인마들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산보를 하듯 가볍기 그지없는 발걸음으로 말이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식인마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속도를 더욱더 높여 질주하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터트려버리고 말겠다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와 식인마 사이의 간극이 점점 좁혀들기 시작하였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모습을 함복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도망가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달려드는 식인마를 향해 걸어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그렇게 한창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이내 선우와 식인마 사이의 거리가 삼장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죽..죽는다!'

그 모습을 함복은 생각하였다.

선우의 몸이 꼼짝없이 터져나갈 것이라고 말이다.

척봐도 수 천근을 될법한 괴물들이었다.

그런 괴물들을 어찌 정면으로 충돌하는 데 어찌 멀쩡할 수 있겠는가

분명 온몸이 터져나갈 것이 자명하였다.

아무리 흑곰을 손쉽게 때려잡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몸의 내구도까지 집채만한 말을 능가할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크윽...이렇게..허무하게.'

함복의 얼굴이 울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겨우겨우 살아났건만 이대로 다시 죽음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죽상된 얼굴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쯤이었다.

이내 선우와 식인마가 사이의 거리가 완전히 좁혀들어 충돌직전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젠장 못보겠어.'

함복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은인의 몸이 터져나가는 모습을 맨정신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콰콰콰콰콰쾅

그때 함복의 귓가로 어마어마한 굉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땅이 쉴새없이 흔들리며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수십 개의 벽력탄이 터져나간 것처럼 말이다.

'폭발소리!?'

그 소리를 들은 함복은 의아함을 느꼈다.

어찌 사람과 말들이 부딪혔는데 폭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말인가

스르륵

함복은 슬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눈앞에는 사천의 왕이라고 칭하던 남자, 장선우가 서있었다.

무척이나 고고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연못이 형성되어있었다.

가죽과 털, 뼈 그리고 각종 내장의 잔해들이 둥둥 떠다니는 핏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연못이 말이다.

"아..그..어...아아.."

그 경악스러운 모습이 함복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사천의 왕이 식인마의 무리들이 전부 한줌의 핏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내 말하지 않았느냐?......걱정할 필요 없다고."

선우는 그런 함복을 바라보며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신이십니까?"

함복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틀렸다, 나는 왕王이다."

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사천을 지배하고 있는 군왕君王말이다."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함복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을 일으킨 선우가

왕에 불과하다는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이야!'

함복은 생각하였다.

모든 사태가 정리된다면 꼭 사천으로 이사를 가자고

신이 다스리는 곳이라면 분명 낙원이 분명할 것이니 말이다.

"아이를 챙기거라, 젊은 협객이여."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탕의 시간이다."

선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그 눈빛 속에는 차가운 분노가 담겨져있었다.

끔찍한 참상을 만들어낸 짐승들에 대한 분노가 말이다.

"혼자서는..너무..많지..않겠습니까?"

함복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임창시가 운남성에 위치한 도시들 중 규모가 가장 작긴 하였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혼자서 전부 돌아보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혼자가 아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

함복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느냐는듯이 말이다.

"와아아아아!"

"짐승들을 죽여라!!!!"

"의천의 뜻을 바로 세우자!"

"남만의 촌놈들에게 본 때를 보여주자!"

그때 여기저기서 거대한 함성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함복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맹수들과 대치하고 있는 무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저..저들은?"

"의천맹의 협객들이다."

"의..천맹?"

"그래, 남만의 짐승들을 잡을 최고의 사냥꾼들이지."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

"쿠와아아아앙!"

왼편에서 황소 두마리를 합쳐놓은 것 같은 거대한 멧돼지가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

오른편에선 집채만한 거대한 원숭이가 바위처럼 거대한 주먹을 내질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거력이 담긴 주먹이었다.

'비틀어져라.'

선우는 가벼이 손짓을 하였다.

콰콰쾅

"꾸웨에에에에엑!!!"

그러자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퍼기 시작하였다.

선우를 향해 날아들던 원숭이의 바위같은 주먹이 멧돼지의 정수리를 그대로 가격하였기 때문이었다.

쿠우웅

이내 몸을 바들바들 떨던 멧돼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뇌가 터져 절명하고 만것이다.

"크륵?"

그 모습에 거대한 원숭이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일어난 이변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분명 하찮기 그지없는 인간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어찌 달려온 멧돼지에게 주먹이 박힌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도 친구따라 가야지."

선우는 그런 원숭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권풍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원숭이의 머리통을 가격하였다.

콰지직

그리고 머리통이 완전히 터져나가버렸다.

쿠우웅

이내 머리를 잃은 원숭이의 몸이 절명한 멧돼지 위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미련없다는듯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하였다.

다음 먹잇감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위에는 그산더미처럼 쌓인 맹수들의 시체만이 가득할 뿐

어떠한 생명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전부 몰살시켜버린 것이다.

'디른 곳으로 가야겠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쪽 근방이 전부 정리된듯 하였다.

그렇다면 구태여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더이상 어디 가실 필요는 없어요...선우님"

그때 선우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선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기품 넘치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여인, 주소양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고 시작하였다.

의천맹주 주소양이었다.

"갈 필요가 없다니?"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듯이 말이다.

"임창시에 남아있는 맹수들을 전부 소탕했거든요."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부?"

"네에, 전부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피해는?"

"중상을 입은 이들은 많았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어요."

"다행이네....사망자가 없다니 말이야."

선우는 안심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정도 희생을 각오한 토벌이었다.

그런데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운이 좋았어요....조련해주던 남만의 무인들이 없던 탓인지 맹수들의 본능적으로만 움직였거든요."

운이 좋았다.

남만의 야수들이 무서운 점은

남만의 무인과 함께있을 때 그 위력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창시에는 조련사가 없었다.

맹수들만 덩그런히 남겨져있었던 것이다.

운이 좋았다면 좋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인들이 없었다고?"

"네에, 맹원들이 임창시 내에 있는 모든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맹수들만 가득하고 남만의 무인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고 했어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임창시 전역에 흩어졌었던 맹원들로부터 들은 사실이었다.

그런 사실이 틀릴 리 만무하였다.

".......이상한데?"

선우는 납득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없지?"

남만야수궁에서 조련된 맹수는 상당히 귀한 취급을 받았다고 들었다.

맹수의 조련 과정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복잡하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섣불리 대했다가 맹수가 죽어난다면 그 대체재를 쉽사리 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그간 공들인 세월이 그대로 날아가버린다.

그런데 어찌 귀하게 다루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소중한 짐승들을

어찌 임창시에 방치하다시피 내버려두고 떠날 수 있다는 말인가

"임창시에 남아있는 맹수만으로도....충분히 의천맹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긴 게 아닐까요?"

"전력차조차 파악 못할 정도로 멍청하다고 생각지는 않아."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언뜻보면 미개해보이는 남만야수궁이었지만

그들은 엄연히 남만을 지배하는 절대자였다.

그런 그들이 그렇게 얄팍하게 생각하고 있을 리 없었다.

'수상한데.'

냄새가 났다.

고약하기 그지없는 음모의 냄새가 말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주소양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보산과 대리, 이 두 군데를 나눠서 가야해."

"두 곳으로 나눠서요?"

주소양은 의아한듯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임창으로 들어오면서 봤는데......짐승들 발자국이 각 각 북서쪽과 북쪽으로 나눠져있더라구. 아마 보산과 대리로 향했을거야."

"그럼 전력을 반절로 나눌까요?"

"그럴 필요없어"

선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대리에는 나 혼자 갈거니까."

그리고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혼자는....위험해요..선우님."

주소양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안위험해.....너도 잘 알잖아?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의천맹의 모든 전력 보다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가 바로 자신이었다.

혼자간다고 위험할 리 없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홀로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에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

선우의 물음에 주소양은 답을 하지 못하였다.

반박할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의천맹의 모든 전력이 달려들어도

어찌 하지 못할 선우가 어찌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쓰담 쓰담

그녀가 말이 없자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소양의 볼을 부드러이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보내기 싫어서 그래?"

"......네에."

"그래도 가야해."

".......알고 있어요.."

주소양은 축처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그가 제안한 전력 배분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소양이는 못 본새 어리광쟁이가 다됐네?"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자꾸...어리광을 부려서...머리로는 아는데...마음속으로는..자꾸만..보내기 싫어져서......"

주소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차마 그의 얼굴을 면전에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좋아하고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잖아?.....그러니까 괜찮아, 얼마든지 억지부려도 되고, 얼마든지 어리광부려도 돼."

선우는 그런 그녀의 양볼을 부드러이 감싸주며 말을 이었다.

"오늘만 빼고 말이야.....이유는 알지?"

".....네에."

주소양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두 개의 도시에 폐허가 되기 일보직전인 상황이었다.

도저히 어리광과 억지를 부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최대한 빨리 갔다올테니까.....그때까지 몸다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알았지?."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홑몸이 아닌 그녀가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알겠어요. 선우님...절대..절대..다치지 않도록 할게요."

주소양은 결의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안심되네."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저정도 결의라면 몸속에서 피 한방울 내보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목적지가 정해졌으니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애액

그리고 이내 그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최상위 신법이라고 불리우는 풍진보를 극성으로 발휘한 것이다.

주소양은 그런 선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부디...몸 성히 다녀오세요..선우님.'

그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말이다.

이내 선우의 뒷모습이 점이 되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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