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0화 〉 921. 구파의 전쟁 선언.
종남파
섬서성 종남산에 위치한 명문대파이자
수백 년 무림사에서도 구대문파로서 자리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았던 정파를 대표하는 대문파.
지금 그곳에 불꽃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거세기 그지없는 거대한 불길이 말이다.
"와아아아아! 전부 쳐라!"
"한 놈도 남기지마라!"
더불어 말을 탄 기마병들의 종남파 내부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며 마구잡이로 창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악!"
"끄아아악!"
그러자 종남파의 제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가기 시작하였다.
기동력이 갖춰진 정예부대의 창술에 맥없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하지마라! 그저 기동력이 특출 날 뿐이다! 검진을 짜고 방어 태세를 갖추어라!"
종남파의 장문인 벽인자는 쓰러져가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런 조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들은 맥을 못추고 쓰러져갔다.
처음 겪어보는 마상무예에 대처조차 못한 채 그대로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이러다간 전멸이야.'
벽인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가다간 종남의 제자들이 완전히 전멸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웅
벽인자는 내력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벽인자의 검에서 휘황찬란한 강기가 뻗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깨달음으로 압축된 검기성강劍氣成罡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부웅
벽인자는 곧이어 휘황찬란한 검강을 그대로 휘둘렀다.
"끄아아아악!!"
히이이이이잉!!
그러자 달려오던 기마병이 갑옷은 물론 말째로 한 번에 양단되어버렸다.
절삭력이 극대화된 검강을 버텨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우두머리를 잡아야한다.'
벽인자는 살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방법이 없었다.
제자들은 마상 무예에 맥을 못추고 있었고
병력 차 또한 어마어마할 정도로 차이가 났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니 우두머리를 잡아야했다.
이 강대한 기마병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를 말이다.
'어디냐...어디있는 것이냐!'
벽인자는 번뜩이는 눈을 부라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는 우두머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눈을 부라렸을까
멀지 않은 곳에서 거창을 든 채 이곳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팔척 장신의 거대한 키와 덩치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야만스러운 흑발의 머리
구릿빛 피부에 옹골차게 들어찬 돌덩이 같은 근육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위엄이 서려있는 강렬한 눈동자.
오싹
그 모습을 본 벽인자는 오싹함을 느꼈다.
남자를 마주하니 등골쪽에서 알 수 없는 오한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자로구나.'
벽인자는 확신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야만스러운 남자야말로
이 기마병들의 진정한 우두머리라고 말이다.
벽인자는 그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목을 베어 전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심산이었다.
"죽어라아아아!!"
그때 기마병 한 기가 벽인자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창을 내지른 채 말이다.
부웅
벽인자는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그러자 달려들던 기마병이 말과 함께 그대로 베어져버렸다.
"하찮은 피라미 따위가."
벽인자는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낸 채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우두머리가 서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부웅
"끄아아아악!"
부웅
"아아아아악!"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많은 기마병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뚝
이내 벽인자는 걸음을 멈춰섰다.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만적이고 위압적인 거한의 코앞에 말이다.
"묻겠다.......네놈이 우두머리인가?"
벽인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눈썰미가 없지는 않군."
거한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도 묻지, 네놈이 검종劍宗인가?"
야만적인 거한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나를 아는가?"
"들어본 적 있다. 검을 좀 쓴다지?"
거한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검을 좀 쓴다라..."
그의 말을 들은 벽인자는 말끝을 흐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잘못된 말을 들은듯 하군."
그리고는 강기가 서려있는 검을 남자를 향해 그대로 내질렀다.
마치 목을 단숨에 꿰뚫어버리겠다는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거한은 거창을 가벼이 거창을 들어올렸다.
콰아아앙
이내 거창과 검이 맞닿으며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조금이 아니다.....야만인."
벽인자는 적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거한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말버릇이 나쁘구나, 중원인,"
거한은 창에 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캉
그리고 그대로 벽인자의 검을 튕겨내버렸다.
부웅
그와동시에 손목을 돌려 창대를 벽인자를 향해 휘둘러버렸다.
벽인자는 재빨리 손에 강기를 모았다.
콰쾅
그다음 휘둘러져오는 창대를 곧바로 막아버렸다.
주르륵
그러자 그의 신형이 옆쪽으로 그대로 밀려지기 시작하였다.
휘둘러진 창대를 통해 전해진 충격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한 탓이었다.
부웅
그때 거한이 다시금 거창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창대가 아닌 창날 부분으로 말이다.
쇄애애애액
벽인자는 회수한 검을 그대로 내질렀다.
거창을 막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콰콰쾅
이내 다시금 굉음성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더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벽인자의 신형이 사정없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거한은 기세를 타듯 쉴새없이 창을 휘두르며 그를 몰아세우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주르르륵
거한이 창을 휘두를 때마다 벽인자는 저항조차 못하고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창을 통해 전해져오는 강대한 거력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콰쾅
콰쾅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폭음이 터져나왔다.
더불어 온몸이 사정없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반격을 할 수 없었다.
강대하기 그지없는 거한의 힘이 반격할 기회조차 완전히 앗아가버린 까닭이었다.
'힘으로는 명백히 내 우위에 서있다..'
그는 어마어마한 거력을 품고 있었다.
중검重劍의 묘리가 스며들어있는 종남의 검이 맥없이 밀려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힘이 전부는 아니지.'
벽인자는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웅혼한 내력이 요동을 치더니 그대로 검을 휘감았다.
그러자 검에 발현되어있던 검강이 한층더 견고해지고 단단해지기 시작하였다.
'살기殺氣를 더한다.'
벽인자는 그 위에 살기殺氣를 더하였다.
죽이고 말겠다는 맹목적인 의지를 말이다.
콰앙
콰앙
그러자 쉴새없이 밀려나던 그의 신형이 그대로 땅에 고정되기 시작하였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게 아니라 맞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호오"
거한은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의 거창을 버텨내며 맞상대하는 모습이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중원에 그 어떤 이도 자신의 거창을 버텨내진 못하였다.
그저 속절없이 밀려나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남자는 달랐다.
자신의 거창을 견뎌내며 동등히 맞상대하는 것이다.
'과연.....검종이라는 건가?'
초원의 지배자, 칸은 생각하였다.
과연 별호에 걸맞는 강대함이라고 말이다.
'경의를 표한다.'
칸은 경의를 표하기로 하였다.
자신의 거창을 맞상대할 정도로 수련한 그의 노력에 말이다.
'네놈은 자격이 있다. 검종劍宗이여.'
꽈아악
칸은 더욱더 강하게 창을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더불어 거력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내 모든 것을 받을 자격이!'
그리고 그대로 쏘아내었다.
모든 힘을 창끝에 담아서 말이다.
'위험하다.'
그 모습을 본 벽인자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는 강대한 힘이었다.
제대로 된 대비가 없다면 그대로 꿰뚫리고 말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웅
벽인자는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모든 내력을 검끝에 집중시켰다.
한점의 파괴력을 극대화시켜 무기마저 부숴버린다는
천하삼십육검 최고의 비기 천
하극점天下極点이었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벽인자의 검이 뻗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거한의 거창을 부숴버릴 심산으로 말이다.
콰아아아앙
얼마 지나지 않아 칸의 거창과 벽인자의 검끝이 맞닿으며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천지가 요동칠 정도로 거대한 굉음성이 말이다.
콰지지직
그리고 이내 무언가 갈라지는듯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벽인자는 그 소리를 따라 시야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검끝을 시작으로 거미줄처럼 갈라져있는 금들을 말이다.
'아...'
그 모습을 벽인자는 알 수 있었다.
종남 최고의 절기인 천하극점이 완전히 부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수수수수
이내 검이 완전히 부숴져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푸우욱
그리고 곧이어 거한의 창이 그대로 내질러지더니 그대로 벽인자의 가슴을 단숨에 꿰뚫어버렸다.
"쿨럭"
벽인자는 울컥하고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베어진 내장을 통해 핏물이 쉴새없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름이 뭐지?"
칸은 창에 가슴이 꿰뚫린 벽인자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쿨럭......벽..인자."
벽인자는 핏물을 토해내며 답을 내뱉었다.
"기억해두도록 하지, 너는 강하였다. 벽인자."
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추우욱
하지만 벽인자는 그의 말에 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미 숨이 끊어져 절명해버린 까닭이었다.
슈우욱
칸은 그대로 창을 빼내었다.
부웅
그리고 지체없이 창을 휘둘러 벽인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뎅강
툭
데구르르르르
이내 벽인자의 목이 떨어져나가 땅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덥석
칸은 그런 벽인자의 목을 집어들었다.
"보아라! 종남의 장문인은 이미 목이 달아나버렸다! 종남 최고의 고수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더 이상의 반항은 무의미하다! 투항하라! 투항한다면 목숨만을 살려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하늘 높이 치켜들어올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장..장문인!?"
"어찌...장문인이!"
"..종남제일검이...이렇게..허무하게..
"검종께서.."
그 모습을 본 종남의 제자들은 기세가 누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던 장문인이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생각에 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기마병들은 사기가 떨어진 종남의 제자들을 쉽사리 학살을 하기 시작하였고 얼마지 않아 종남의 모든 제자들이 죽거나 기마병들에 의해 생포되었고 종남의 모든 것들을 불타없어져버렸다.
천하삼십육검으로 이름을 날리던 명문대파, 종남파는 수백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
[종남파가 하룻밤새 멸문이 되었다.]
이 소식은 처음 접한 세인들은 콧방귀를 꼈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종남파가 어떤 문파란 말인가
천하삼십육검이라는 공격적인 검식으로 이름 높은 호전적인 성향을 띈 명문대파가 아니던가
그런 곳에 어찌 하룻밤새 멸문이 된다는 말인가
모두가 말도 안된다 생각하며 부정을 하였고
그런 소식을 전한 이에게 거짓말쟁이라며 손가락질을 하였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온 개방의 확인검증에 의해 이 모든 여론이 급격히 뒤바뀌어버렸다.
누구보다 공신력 있는 개방의 검증이었다.
그렇기에 세인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종남이 멸문당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소식을 들은 세인들은 불안에 떨었다.
무려 구파 중 두 곳이 하룻밤새 멸문을 당해버렸다.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세인들은 남아있는 구파의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라면 이대로 손을 놓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연합을 구성해야합니다."
화산파 장문인, 용악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구파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던 점창과 종남이 멸문을 당하였습니다.....우리들의 맹우가 완전히 사멸당해버린 것입니다...어찌 같은 정파의 동도로 이를 좌시할 수 있겠습니까?"
용악산은 타는듯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만약 이를 그저 두고보고 있다면 윗대에 사조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세인들이 구파를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맹우에 대한 복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겁쟁이들이라고 말입니다."
용악산은 고조된 음성으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맞습니다. 혈채를 받아야합니다."
"이대로 냅둔다면 구파의 위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 것입니다."
"저 또한 찬성합니다. 구파의 위협이 되는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용악산의 말에 다른 구파의 장문인들이 대거 찬성을 하였다.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백년의 세월 동안 구파의 일원으로서 끈끈한 유대를 쌓아왔던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년의 유대는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였으니 말이다.
"모두 저와 뜻이 같아 다행이군요."
용악산은 흡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노를 느끼는 게 자신만이 아님에 안도를 한것이다.
"적은 남만야수궁과 대초원의 야만족들입니다."
용악산은 선언하듯 말을 내뱉었다.
"장문인들께서는 최소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모아주십시오....."
용악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쟁입니다."
용악산의 눈빛에는 분노가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점창과 종남을 멸문시킨 두 세력에 대한 맹렬한 분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