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16화 (917/1,419)

〈 916화 〉 917. 차기 맹주, 주소양

"후우우우"

주소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긴장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에..조금은요."

주소양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불안에 떠는 그녀의 손을 부드러이 감싸주었다.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주소양은 걱정을 내비쳤다.

맹원을 비롯한 세인들이 자신을 맹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 것이다.

"그럴 리가......아마 모두들 너를 반겨줄거야."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무늬만 맹주인 자신과 달리

그녀는 완벽한 맹주감이었다.

그런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자신이 없어요.."

주소양은 축 처진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검신劍神이라는 위대한 영웅을 대체할 자신이 말이다.

"소양, 너는 멋진 여자야."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내가 존경할 정도로 말이야."

"....저를요!?"

주소양은 놀랐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수컷이 자신을 존경하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존경해, 여자로서.......무인으로서.......인간으로서 말이야.....그러니까 자신을 가져, 내가 존경하는 여자를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리 만무하잖아?"

선우는 확신 어린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후후후훗...선우님은...말을 너무 달콤하게 해요......빠져들 것처럼 말이에요."

그 미소를 마주한 주소양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진짠데?"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알아요.....그래서 더 좋아요."

주소양은 몸을 천천히 앞으로 기울였다.

꼬옥

그리고 이내 선우의 넓다란 가슴팍에 그대로 안겨버렸다.

"따뜻해요....선우님."

주소양은 선우의 체온을 느끼며 입을 떼었다.

"연설, 늦지 않았어?"

선우는 품에 안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은.....아직은..괜찮아요....조금만..조금만..이러고 있을게요......좀더 용기가 날 때까지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네."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품에 안겨 안정을 찾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두 사람의 포옹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주소양이 완벽히 안정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

*******

의천맹 연설장

그곳에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칼같이 날카롭게 정련되어있는 의천맹의 무인들

의천맹에 근무하는 수많은 하인들과 시녀들

의천맹을 지원하는 수많은 상인들

남창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민중들 등

각기 다른 신분과 위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속속히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하아아아아..."

의천맹의 소속 평무사 장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땅이 꺼지겠구만,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그러자 옆에 있던 동기 가주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냥......갑자기 소집령이 내려지니 쇈스레..걱정이 돼서 그러네."

"걱정? 무슨 걱정 말인가?"

"혹시라도......의천맹이 망한 건 아닐까라는 걱정말일세.."

장걸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예끼! 이 사람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어찌 그런 재수없는 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가주겸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멀쩡한 직장이 망하긴 왜 망한다는 말인가

"자네도 귀가 있다면 들었을 걸세. 의천맹의 재정이 평무사들 월봉을 챙겨주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빠듯하다는 소리를 말이야.."

장걸은 축처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의천맹은 가난하였다.

천무맹의 맹원들을 전부 흡수하여 전력을 보존할 수 있었지만 사업적 기반들을 전부 버려두고 남창으로 이동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무사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불안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의천맹이 파산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번 소집령이 재정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산을 발표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네...."

장걸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체념의 감정이 듬뿍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예끼 이 사람아! 재수없는 소리말게! 의천맹이 망하긴 왜 망한다는 말인가!"

가주겸은 언성을 높이며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의천맹은 망하면 안되었다.

모든 기반을 버리고 남창으로 건너왔건만

이대로 망해버리면 자신과 딸리 식구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내뱉고 살다보면 정말 실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런 재수없는 말을 지껄인다는 말인가

"비록 가난하긴 하지만 월봉 한 번 밀린 적 없고 감봉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는 곳이 바로 의천맹이네! 그런 의천맹이 뜬금없이 파산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지금까지 간신히 버텨왔던 걸 수도 있지 않은가?"

"자네는 의천맹이 망하는 걸 바라는 겐가?"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 또한 의천맹의 무사이거늘 어찌 그런 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망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면 어찌 그렇게 재수없는 소리를 입에 담는다는 말인가!"

"

"나는 좀더 현실적으로.."

"그건 현실적인게 아니라 비관적인 걸세! 재정적으로 뭐가 얼마나 쪼들리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망한다는 말을 그렇게 입에 담고 산다는 말인가! 그렇게 망하는 게 두려우면 당장 탈맹하고 저기 일용직으로 가서 상하차나 하라는 말일세!"

가주겸은 잔뜩 성난 목소리로 그를 맹비난하기 시작하였다.

"뭐라!? 상하차!? 지금 말 다했는가!"

그의 말을 들은 장걸은 마찬가지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협을 위해 무공을 갈고 닦은 무사에게 일용직 노동자들 중에서도 가장 하급 직종으로 취급받는 상하차나 하라니

어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다 못했네! 상하차가 싫으면 그 잘난 경공으로 객잔에서 배달配達이라도 해보는게 어떤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건당 동전 서른 냥 정도는 준다고 하더군! 자네한테 딱 맞지 않은가?"

가주겸은 얄미운 표정을 지은 채 한껏 비꼬며 말을 내뱉었다.

"이이이이..이런 개자식이이이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장걸은 이내 폭발을 하고 말았다.

그의 거듭되는 모욕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것이다.

"뭐라!? 개자식!?"

"그래, 이 개같은 자식아!"

'이새끼가!"

"쳤어?"

"쳤다, 어쩔래!"

"그럼 나도 친다!"

이내 두 사람 엎치락 뒤치락하며 싸움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분노가 가득 담긴 주먹을 날리면서 말이다.

"허어...싸우지말게나..어찌 연설장에서 싸움을 한다는 말인가!"

"아이참, 아파요! 아저씨 밀지마요!"

이내 장내는 마치 저잣거리처럼 시끄러워졌다.

두 평무사의 거친 우격다짐으로 인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창 소란이 일어나고 있던 때였다.

끼이이이익

연설대 뒤편에 있는 건물의 철문이 굉음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한창 떠들던 대중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설대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굉음성을 따라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열린 문 사이로 걸어오고 있는 한 명의 여인을 말이다.

중원 평균보다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박혀있는 이목구비

왠지 모를 우아함이 느껴지는 눈매

오똑한 콧날

매혹적이게 빛을 내는 붉은 입술.

처짐 하나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

흑단처럼 윤기 나는 머릿결

꽃이 수놓아져있는 새햐얀 백색의 예복까지

기품과 우아하다는 말이 형상화된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여인.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연설대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걸음에 집중한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기품과 우아함 그리고 초월적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주소양이 연설대에 마련된 단상 위에 멈춰섰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수많은 맹원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긴장감이 절로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후우우우우"

주소양은 가벼이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차오른 긴장감을 어느정도 해소되기 시작하였다.

'난......선우님의..여자야......가장 우월한 수컷의..암컷....긴장 같은 건..필요 없어!'

주소양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존경하는 의천맹의 맹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의천맹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주소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맹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갑작스러운 호출이라는 무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리를 빛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소양은 무척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 인사를 받은 맹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림에서 가장 고귀하다고 이름 난 여인이 바로 주소양이었다.

출신성분, 명성, 외모, 무공까지

무엇하나 우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고귀하고 완벽한 여인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머리를 숙였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맹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였다.

"모두 궁금하실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소집령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 말입니다. 맹원분들 모두의 시간은 소중한 것이니.......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느새 고개를 들어올린 주소양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본론이라는 말을 들은 맹원들은 주소양의 입에 시선이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들 또한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소집을 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의천맹을 창립하신 초대맹주, 검신께서 맹주직을 사퇴하게 되었습니다."

주소양은 고저없는 목소리로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목소리가 장내에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내력을 이용하여 목소리를 울리게 만든 것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맹원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멍을 때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이야기에 무슨 반응을 해야할 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의 창립자인 검신이 맹주직을 사퇴한다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맹원들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양옆으로 돌려 옆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들은 게 아닐까라는 얄팍한 생각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하지만 옆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자신과 똑같이 입을 떡 하니 벌리고 있었다.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잘못 들은 게 아닌 것이다.

"네에에에에에에에!?"

"뭐라아아아!?"

이내 장내 여기저기에서는 경악스러운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예상했다는듯이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들이 이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

"말도..안돼..검신께서..맹주직을..사퇴하다니.."

"그럼 의천맹은 어떻게 되는 거지?"

"맹주가 없다면 망하는 게 아닐까?"

"의천맹이 망한다고!? 말도 안돼!"

"재정적으로 큰 적자를 겪고 있다고 했잖아....그런 상황에서....맹주까지..사퇴해버린다면...대체..누가 의천맹에 투자하겠어?"

"안돼, 의천맹이 망하다니!"

"내가 말하지 않았나? 파산 발표라고?"

"검신께서 맹주직을 관둔다했지, 의천맹이 파산했다고는 하지 않지 않았나!"

장내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맹주직을 사퇴한다는 사실에 맹원들 모두가 극심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안됩니다! 맹주를 관두시다요!"

"그럼 의천맹은 누가 이끈다는 말씀입니까!"

"안됩니다! 부디 말려주십시오!"

이내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의천맹은 검신이라는 천하제일인을 구심점으로 뭉친 의협 단체였다.

그 구심점이 사라진다면 유지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맹원들 또한 잘알고 있었고

결사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맹이 완전히 결단나고 난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조용."

주소양은 가벼이 입을 떼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웅혼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퍼져나가더니 그대로 연설장을 뒤덮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시끌벅적했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웅혼하기 그지없는 기운에 압도된 맹원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질문은 모든 이야기가 끝난 이후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소양은 위엄 어린 눈빛으로 맹원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주르륵

그 모습을 마주한 맹원들은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소집령에 사과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위엄 넘치는 모습이었다.

"검신께서 맹주직을 내려놓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입니다....이제와서.되돌릴 수도.....무를 수도 없는 기정사실이지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미 왕이 되어버린 선우였다.

그런 그를 맹주직에 앉힌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관무불가침의 원칙은

그 누구도 비껴갈 수 없으니 말이다.

"검신의 사퇴 소식을 들은 뒤 저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깊은 고심을 하였습니다.........본디 의천맹은 검신이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모인 의협 단체이니....검신의 맹주직 사퇴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랫동안 회의를 하였고 몇 번이고 토론을 하였습니다...서로의 감정이 상할 정도로 말입니다....좀더 나은 결론을 내기 위해서 말입니다.......그리고 지금 그 결론을 말하려고 합니다......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을 말입니다."

주소양은 결심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설마..해체!?'

'해체하는건가?'

'하긴...구심점이 없다면...흩어질 수밖에..'

'안되는데...해체하면..안되는데..'

'큰일이군...이제..처자식은 어떻게 먹여살리지.'

그녀의 말을 들은 맹원들은 불안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의천맹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어림짐작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구심점이 된 조직의 창립자가 맹주직을 내려놓았다.

그 누가 조직을 유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는가

이내 맹원들의 얼굴에는 체념의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받아들이고 만것이다.

해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한창 맹원들이 체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구심점이 되어줄 차기 맹주를 선출하게 되었습니다."

주소양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차기 맹주는 바로 저,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 맡게 되었습니다."

이내 그녀는 맹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부족한 몸이지만 모쪼록 잘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무척이나 공손히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맹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턱 하니 벌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모두가 경악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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