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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05화 (906/1,419)

〈 905화 〉 906. 맹주직을 승계하다.

왕王이란 무엇인가

오직 군주에게만 내려지는 호칭으로

평민의 신분으로는 우러러보는 것만으로도 결례라고 칭해질 정도로 고귀한 신분이 아니던가

그런 왕에게 감히 일개 야인 따위가 직위를 내려놓으라는 막말을 하였다.

의천맹이라는 무림인들 집단의 맹주직을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대역죄였다.

황실모독죄로 목이 달아난다해도 할 말이 없는 크나큰 대역죄인 것이다

"소인이 군왕 전하를 몰라뵙고 크나큰 결례를 범하였습니다. 부디 죽여주십시오!"

이세진은 땅에 머리를 박은 채 간절한 목소리로 용서를 구하였다.

'죽는 건외엔 답이 없다.'

이세진은 진심으로 죽음을 결심하였다.

죽음 외엔 이 결례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모르고 한 일이 아닙니까?"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왕의 직위조차 모른 채 내뱉은 말들이었다.

그걸 구태여 꼬투리잡을 만큼 속이 좁진 않았다.

몰라본 죄로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모르고 있었다고는 하지만.......군왕 전하께 결례를 끼친 것은 엄연한 진실입니다...단전을 폐하여 이 결례를 만회하겠습니다!"

이세진은 손을 들어올렸다.

당장에라도 단전을 내리 찍어버릴 듯이 말이다.

'미친!'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재빨리 지풍을 날렸다.

탁 탁 탁 탁

"읍!"

그러자 이세진의 몸뚱아리가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점혈을 당하여 몸이 굳어진 것이다.

"아니, 어찌 그리 극단적이라는 말씀입니까? 제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선우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극단적이도 너무 극단적이었다.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어찌 스스로 벌을 주려고 한다는 말인가

"그럼 손가락이라도 자르게 해주십시오! 저는 벌을 받아야합니다! 군왕 전하!"

몸이 굳혀진 이세진은 선우를 바라보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손가락이라도 자르게 해달라고 말이다.

'무슨 파락호냐?'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수틀리면 손가락부터 자르고 보는 파락호들도 아니고

무슨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유난을 떤다는 말인가

"되었습니다. 무슨 손가락을 자른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그 정도는 해야 제 죗값을 치를 수 있습니다.....점혈을 풀어주십시오...바로 잘라버리겠습니다......전하."

이세진은 간절한 어조로 애원을 하였다.

"저는 분명 벌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하지만....."

"왕명입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하!"

이내 이세진은 빠르게 수긍하며 말을 내뱉었다.

감히 왕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그 모습에 선우는 가벼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이세진을 향해 다시금 지풍을 날렸다.

탁 탁 탁 탁

그러자 굳어있던 이세진의 몸이 그대로 풀려버렸다.

"이제 다들 자리에 앉아주시지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땅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원로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니...어찌...저희가 감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전하를 앞에 두고 착석할 수는 없습니다!"

"아주 그릇된 행동입니다! 어찌 일개 백성이...전하를 면전에 두고 자리에 앉는다는 말씀입니까!"

"거두어주시옵소서. 감당할 수는 없는 명이옵니다!"

"거두어주시옵소서!!"

선우의 말을 들은 원로들은 극심하게 반발하기 시작하였다.

왕을 앞에두고 자리에 앉는다는 건 고루학 그지없는 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한낱 백성 주제에 왕을 면전에 두고 자리에 앉는다는 말인가

목이 달아나도 할 말이 없는 무례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왕명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명을 받드옵니다!""

그러자 반발하던 원로들이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리에 착석을 하였다.

왕명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이상

감히 반발하며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실소를 흘렸다.

격렬히 반발하던 원로들이

왕명이라는 말 한 마디에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이

어이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찌 저리도 손바닥 뒤집듯이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되었든 저는 군왕으로 봉해졌기에....맹주직을 수행할 수도......왕위를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결국 맹주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어떻습니까?......충분한 설명이 되었습니까?"

선우는 상황을 찬찬히 정리한 후 그들을 향해 되물었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 말이다.

"물론입니다! 전하! 설명이 차고 넘치옵나이다!"

"한낱 야인들의 집단을 위해 왕위를 내려놓다니!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옵나이다!"

"당연한 일입니다! 수백 만에 이르는 백성을 다스려야할 군왕 전하가 아니십니까? "

선우의 물음에 원로들은 다급히 긍정하기 시작하였다.

완벽히 수긍을 한 것이다.

선우가 맹주직을 사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모두들 수긍하셨다니 다행이군요.....그럼 이제 차후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요."

"차후 대책...말씀입니까?"

이세진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맹주직을 비워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후임 맹주를 선출해야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

선우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깨달았다는듯 탄성을 내뱉었다.

어차피 장선우가 맹주직을 사퇴해야한다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기정사실이었다.

되돌릴 수 없다면

절망하기 보단 차후 대책을 세워두는 편이 나은 선택이리라

".....후임 맹주를 추천하실 생각이십니까

"비록 사퇴하긴 하였으나.....저 또한 의천맹의 초대 맹주로서 역임을 하였습니다.......후임 선발에 대해선 어느정도 관여할 권한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그러면 혹여 생각해둔 적임자가..있는지요?"

이세진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모두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소곳한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우아하기그지없는 귀부인, 주소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주소양을 향해 슬쩍 눈짓을 하였다.

그러자 그녀가 앞으로 살짝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제가 추천할 후임 맹주는 천검후天劍后 주소양 여협입니다."

그녀가 앞으로 걸어나오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주소양 여협이라면 저를 완벽히 대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아니 오히려 저보다 더욱더 훌륭히 맹주직을 소화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미 반선의 경지에 다다른 절대적인 무공, 과거 마교의 침공으로부터 무림을 구하였던 위대한 업적과 명성, 게다가 실질적으로 맹을 이끌고 해왕의 선단을 소탕하였던 전력까지.....이런 주 여협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맹주직을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무척이나 고조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주소양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여인이었다.

무공은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반선의 경지에 다다를 정도로 고절하였고

마교와 해적들을 소탕하며 쌓은 업적 또한 차고넘쳤다.

게다가 무림맹주의 하나 뿐인 여식이라는 검증된 출신성분마저 갖추고 있었다.

이런 그녀가 맹주를 하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맹주를 할 수 있겠는가

어찌보면 자신보다 맹주에 어울리는 여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저 또한...아가씨 외에 누군가 맹주직을 수행하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 군요."

"확실히......아가씨라면......훌륭히 맹주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군왕 전하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임시로 맹을 이끈 전력도 있으니........수긍을 할듯 싶습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원로들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 또한 주소양의 조건이 완벽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는 찬성합니다.......아가씨라면 충분히 대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찬성합니다. 아가씨라면 맹을 훌륭히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아가씨라면 다른 맹원들 모두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찬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주소양을 딸처럼 여기며 옥이야 금이야 여기고 있는 원로들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맹주직을 맡기겠다는데 반대를 할 리 만무한 것이다.

"잠깐...."

그때 이세진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한 가지 질문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아가씨께서.....수락하신 내용인 것입니까?"

그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희 입장에서야 아가씨께서 맹주직을 맡아주신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입니다.......하지만....아가씨의 의향을 묻지도 않고 맹주직을 밀어붙이는 거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그러니 묻겠습니다.......아가씨........맹주직을 수락하신 것입니까?"

이세진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그녀가 맹주직을 맡는다는 건 원로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녀가 총대를 맨다면 의천맹의 와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맹원들의 탈주 또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차례 우두머리로서 자질을 검증한 그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강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욕심에 그녀의 의향조차 묻지 않고 맹주위를 떠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세진은 물었다.

진심으로 맹주직을 수행할 생각이 있느냐고 말이다.

".이미 수락한 내용입니다."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저는 군왕 전하를 대신하여 맹주로서 의천맹을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주소양은 올곧은 시선으로 이세진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이세진은 잠시동안 그녀의 눈빛을 지그시 마주하였다.

혹여 원치 않는 걸 억지로 참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확고한 의사가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아가씨의 의사가 확고하다면........저는 찬성입니다.....아가씨 보다 더욱더 뛰어난 적임자는 존재치 않을테니까요."

이내 이세진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압에 의해 무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선 까닭이었다.

"저 또한 찬성입니다......아가씨라면 의천맹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세진의 말을 끝으로 여기저기서 찬성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아가씨의 의향조차 맹주직에 긍정하고 있다고 하니 거칠게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반대하시는 분은 없으신 겁니까?"

선우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러자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원로들이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반대표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꽤나 만족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곧바로 맹주직을 승계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슬며시 시선을 돌려 주소양을 바라보았다.

끄덕

선우의 시선을 마주한 주소양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 더 걸어나왔다.

"지금 이순간부터 의천맹의 맹주는 검신劍神 장선우가 아닌 저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입니다.......수뇌부들을 비롯한 맹원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저를 일개 맹원이 아닌 맹주로서 대우해주시길 바랍니다"

주소양은 위엄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원로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하였다.

새롭게 신임된 맹주에게 극진한 예를 취한 것이다.

선우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맹주직 승계 절차가 완벽히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다행이야.....주소양이 있어서..'

선우는 주소양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대체해주지 않았다면

의천맹은 꼼짝없이 결단이 나고 말았으리라

'좀 이따 침상에서 으스러지게 안아줘야겠네.'

선우는 다짐하였다.

선우는 큰 결심을 해준 고마운 그녀를 으스러지게 안아줘야겠다고 말이다.

********

모용세가

요동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거대한 무림 세가.

그곳이 지금 불타고 있었다.

겁화와도 같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채 말이다.

"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살려주어어어!"

"죽기..싫어어어!"

더불어 이곳저곳에서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학살이나 다를 바 없는 끔찍한 참상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사내놈은 전부 죽이고 계집들은 전부 간하여 후손을 남기거라! 위대한 칸의 후예들이여!"

"와아아아아아아!!!!"

"전부 죽여라아아아!!"

수 많은 기병들이 세가 곳곳을 누비며 남자들을 모조리 죽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여인들은 모조리 간하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지옥도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

모용세가 심처.

"란아...부디...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모용가의 가주 모용진만은 다급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하지만..오라버니..."

기품이 절로 느껴지는 귀부인, 모용란은 울먹이는 눈빛으로 오라비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시간이 없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비밀통로도 탄로나게 될 것이다!"

"........알겠어요..."

모용란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래, 이해해주니..고맙구나.....정말 고마워.."

"꼭...지원군을 데리고 올게요...절대 죽으시면..안돼요."

"하하하하, 내가 누구인지 잊은 것이냐? 나 모용진만이다. 모용진만...한낱 초원의 촌것들에게 죽을 몸이 아니란 말이다!"

모용진만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콰콰쾅

그때 어디선가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순간 모용진만의 표정이 굳혀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것이다.

"자아, 어서가거라! 어서 가!"

모용진만은 동생의 등을 맹렬히 떠밀기 시작하였다.

더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알겠어요."

모용란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이만 가자."

그리고 어린 세가의 자제들을 이끌고 비밀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르게 말이다.

'부디 살아남거라.....내 동생아.....세가의..미래들아.'

모용진만은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 떠나가는 뒷모습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속으로 직감하고 있던 탓이었다.

콰콰콰쾅

그때 다시금 굉음성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감상에 젖을 시간도 안주는 구나......초원의 마귀놈들..."

모용진만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모용가의 비전 절기 두전성이를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쿠쿠쿠쿠쿵

그러자 비밀 통로의 입구가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함몰시켜버린 것이다.

"여기 있었군, 생존자."

그때 그의 귓가에 어눌한 중원어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모용진만은 고개를 들렸다.

그러자 거대하기 그지없는 거창을 들고 있는 야만스러운 남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초원의 악귀들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네놈이...끝인가?...아니면..숨기고 있는건가?"

스르르릉

그의 물음에 모용진만은 말없이 옆구리에 패용되어있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를 향해 겨누었다.

생의 마지막 칼부림을 위해서 말이다.

"훌륭한 대답이다."

남자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호승심이 가득 차 있는 미소였다.

남자는 모용진만을 향해 거창을 휘둘렀다.

모용진만은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콰쾅

이내 모용가의 심처에는 거대하기 그지없는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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