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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02화 (903/1,419)

〈 902화 〉 903. 나 왕 됐어.

"이제....슬슬 이동하자."

땀에 젖을대로 젖은 선우가 몸을 일으켜세우며 말을 이었다.

".....벌써요?.....저는...더...있고 싶은데.."

주소양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벌써?......해가 졌는데?"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부터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질펀한 정사를 나눈 상황이었다.

그런데 벌써라니?

대체 얼마나 더 해야 만족을 한다는 말인가

".......좀더..자궁 속을 꽉꽉 채우고 싶은 걸요.."

주소양은 아랫배를 꾹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하루종일 정액으로 가득 채웠음에도 부족함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소양"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명백한 거절의 의사였다.

"부족한데......"

주소양은 여전히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가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은듯 하였다.

"의천맹에 가면 또 으스러지게 안아줄테니까.....야외 교접은 이만하자."

더이상의 야외교접은 사양이었다.

인적이 드물다는 그녀의 말대로

누군가 숲길을 지나가진 않았지만

땅바닥을 이리저리 뒹굴며 교접을 나눈 탓에

온몸이 흙투성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교접을 이어간다면 위생상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게다가 급히 처리할 일 또한 남아있었다.

밤이 깊어진다면 무척이나 곤란하리라

"이왕이면 지금 당장 으스러지게 안기고 싶은데.."

주소양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다.

아직 몸에 붙여진 정욕의 불꽃이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안돼."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처리할 일이 있어서 더 늦으면 곤란해."

"처리해야할 일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음을 던졌다.

"수뇌부들에게 중대발표할게 있거든."

"그게 뭔데요?"

주소양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별안간 중대발표라고 하니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맹주직 사퇴에 관한 발표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에에!?"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언성을 높였다.

별안간 맹주직을 사퇴하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선...선우님...제가..잘못..들은 거죠?...그쵸?....맹주직을...사퇴하다니...가....그럴 리가...아직 맹주 즉위식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는데....이제 막....기틀이 잡혀가는데...."

주소양은 맹렬히 부정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럴 리 없다면서

자신이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면서 말이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맹주직은 사퇴할거야."

하지만 선우는 그런 그녀의 부정을 곧바로 바로 잡아주었다.

현실 부정은 세상사에 큰 도움이 안된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어..어째서요!?"

주소양은 울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천맹 창립의 가장 큰 공훈자는 선우였다.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하였고

가장 이름값이 높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찌 맹주직을 사퇴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쉽사리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인가

"황실에 가서 직위를 받았거든."

선우는 울먹이는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너도 알다시피 관과 무림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잖아? "

관과 무림은 상호간 불가침의 관계였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어떠한 침해도 없어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천맹주를 관둘 수밖에 없었다.

왕이라는 직위를 받는 순간

자신은 관부쪽의 사람이 될테니 말이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관과 무림은 불가침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안..안돼요!"

주소양은 드물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매일 선우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일하며 행복한 나날을 예상했던 주소양이었다.

일터에서 만큼은 정실부인 못지 않은 애정과 관심을 꿈꿔왔던 것이다.

그런데 별안간 사퇴를 하겠다니?

안될 말이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인 것이다.

"어떤 직위인지는 모르지만.....의천맹주보다...좋은 직위라고 생각지 않아요........거절하시는 게 어떠신가요?."

그녀는 필사적으로 선우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황실로부터 어떤 직위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천맹주라는 자리보다 좋을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의천맹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웬만한 관리따위는 눈 아래로 둘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 생길테니까 말이다.

"의천맹주보다 좋은 자리야."

"그럴 리가요.........의천맹이 제대로 자리를 잡게된다면......성내 최고 책임자인 도지휘사 못지 않은....아니..오히려 더욱더 막대한 권력을 가지게 될게 자명해요. 그런 의천맹주보다 좋은 직위가 대체 어디 있겠어요?"

주소양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부정을 하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중원 전역을 아우르는 절대권력을 생기게된다.

그 보다 좋은 자리가 무엇이란 말인가

막말로 황제나 왕이 아닌 이상

의천맹주의 막대한 권력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다.

"군왕君王으로 봉해졌어."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내뱉었다.

".........네에?"

주소양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선우의 말에 당혹스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나 왕 됐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에에에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경악을 하였다.

왕이 되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슬픔에 잠겨있던 주소양의 눈빛에 경악의 감정이 담기기 시작하였다.

*********

"농담...이시죠?"

주소양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진담이야."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도 안돼요.....군왕은 오직 황족에게만....내려지는 직책인데....어떻게 선우님이.."

그녀는 부정을 하였다.

왕王이라는 직위는 본디 황제와 핏줄을 공유하고 있는 황족에게만 내려지는 직위였다.

평민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높디 높다란 직위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한낱 무림인에 불과한 선우에게 어찌 그런 직위가 내려질 수 있다는 말인가

"황족이 아니어도 공훈이 크면 받을 수 있는 직책이더라구."

"무슨 공훈을 세우셨는데요?"

"역모를 꾸몄던 반역자들을 일망타진하고 황제와 황태자의 목숨을 구했어."

선우는 가감없이 사실 그대로를 내뱉었다.

"역..역모요!?"

"응, 알고보니까 산동성 도지휘사 뒷배가 전부 반역자들이더라."

"........아니......어떻게 그런.."

주소양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되는 우연의 일치에 황당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렇게해서 군왕君王으로 봉해지게 되었어...........영토로 사천성을 받기로 했고 말이야."

선우는 그런 주소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맹주직을 내려놓으신다는 말씀을 하신거군요."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이해했다는듯한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의천맹주의 자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맞아, 정식으로 왕王이 되었는데......무림에서까지 왕王노릇을 하면서 지낼 수는 없잖아?"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깝지 않으세요?"

주소양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뭐가 아까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의천맹 창립하신다고......뼈빠지게 고생하셨잖아요......땅도 미리 알아보고 원로들도 직접 설득하시고......게다가 투자금 유치까지....모두 도맡아하셨잖아요.......그렇게 뼈빠지게 고생해서 만든 의천맹을.....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넘기는 게 아깝지 않으시나요?"

그녀는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의천맹은 선우의 치밀한 주도하에 창립된 연합 조직이었다.

세워질 땅을 투기하기도 하였고

깐깐하기 그지없는 원로들을 설득하기도 하였으며

당가의 자본을 끌어들여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하였다.

그런 의천맹의 맹주를 다른 이에게 넘긴다니

어찌 아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연緣이 아니었던 거지."

선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의천맹이기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깝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그저 인연이 없는 자리라고 여길 뿐

".....선우님은...정말...대범한 것 같아요...."

선우의 담담한 표정을 마주한 주소양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떼었다.

초연한 그의 모습을 보니 혈액이 빠르게 순환되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안그래도 멋진 정인이 더욱더 멋지게 보이는 것이다.

"대범하다기보단......그냥 미련 안갖는 거지. 어차피 양립할 수 없는 자리니까."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괜스레 띄워주는 주소양의 말에 낯간지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련을 갖지 않는 그 모습이...멋져요...선우님.."

주소양은 여전히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참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콩깍지가 씌워진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맞다..선우님...그렇다면 후임 맹주로는 누구를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주소양은 생각났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의천맹의 후임 맹주로 누구를 생각할 지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너."

선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말을 내뱉었다.

".......저요?!"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마치 예상조차 못했다는듯이 말이다.

"너말고 달리 할 사람이 어디있겠어?"

선우는 당연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력이면 무력

명성이면 명성

업적이면 업적

주소양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맹주감이었다.

그녀외에 맹주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이가 어디있겠는가?

"....선우님...부디...재고해주세요.....저는 맹주의 자리에..오르고 싶지 않아요오오오.."

주소양은 울먹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맹주직에 오르기 싫은 거야?"

".......네에...싫어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맹주직에...오르게되면.....선우님과 떨어져야하잖아요.......그러고 싶지 않아요.......전 평생 선우님 곁에 붙어있고 싶어요.."

그녀가 맹주 위에 오르게된다면 선우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사천성을 영토로 받았고

그곳을 다스려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왕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 흔쾌히 맹주직을 받을 수 있겠는가

맹주직을 이어받는 순간

예정에도 없던 생이별을 하게 되는데 말이다.

"........... 네가 아니면 맹주직을 믿고 맡길 사람이 없어."

"그래도 안할래요....선우님 곁에서.......평생 머물래요.."

포옥

주소양은 울먹거리며 선우의 품에 그대로 안겨들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너도 알잖아?......이제 막 출범한 의천맹에서 절대고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네가 없으면 분명 결단이 나고 말거야."

쓰담 쓰담

선우는 주소양의 뒷머리를 어루만지며 달래기 시작하였다.

절대고수의 존재는 어떤 단체든 중요하기 마련이었다.

누가 우두머리로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런 거 몰라요.......제가 아는 건...선우님과...헤어지기 싫다는 것 뿐이에요.....저..버리지..마세요...잘 할테니까........더욱더 잘할테니까......놔두고 가지 마세요...제발요오오.."

주소양은 선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꾸욱 파묻은 채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선우와 헤어지기 싫다는 심정을 여실히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버리는 게 아니고......믿으니까 맡기는 거라니까?......버리긴 누가 널 버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필사적으로 달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그녀가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흐으윽....믿고 맡기지 말아주세요...안 믿으셔도..돼요...흐으윽...안믿어도 되니까..그냥...곁에만..머물게 해주세요.."

하지만 그런 선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선우와 떨어져야한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상실감이 미친듯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흐으윽...흐으윽...버리지..말아주세요...흐으윽...흑.."

주소양은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간 방치되었던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안 버려...내가 어떻게 널 버리겠어?...울지마.....절대 안버릴 테니까."

토닥 토닥 토닥

선우는 품에 안긴 그녀의 등을 부드러이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슬픔에 빠져든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말이다.

"흐으윽........흐아아아아앙....."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인듯 싶었다.

결국 울음을 터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한다?'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하는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이내 숲속에는 주소양의 울음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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