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9화 〉 900. 제 몸에...불이..붙어버렸어요
남창 근처 숲길
저벅 저벅
선우는 무척이나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몸이 절로 가벼워지는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이구나.'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의천맹이 위치하고 있는 남창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주 조금
한달음이라도 과장이 아닌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겠네.'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었다.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사랑스러운 연인.
주소양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 까닭이었다.
'잘 지냈으려나?'
분명 주소양 또한 자신을 반가워할 것이다.
자신에 대한 애정이 넘치다 못해 광기마저 느껴지는 그녀였으니 말이다.
'으스러지게 안아줘야겠네.'
선우는 더욱더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애정을 갈구하는 강아지처럼 미친듯이 달라붙을 그녀를 생각하니
걸음걸이가 더욱더 가벼워지는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한창 경쾌하게 걷고 있을 때 였다.
흠칫
순간 선우는 흠칫하였다.
거대한 기운의 집합체가 자신을 향해 고속으로 날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습격인가!?'
선우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기감을 극대화시키기 시작하였다.
혹시 모를 습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응?'
그리고 기감을 극대화한 순간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소양?'
기운의 정체는 천월명륜기였다.
사랑하는 연인인 주소양의 독문 무공인 천월명륜신공으로부터 형성된 심유하고 강맹한 기운 말이다.
'뭐지? 마중 나온 건가?'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마중 나온 것치곤 기운이 너무나 강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보통 이런식으로 강맹한 기운을 두르고 연인을 향해 날아오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렇게 한창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쇄애애애애애액
정면에서 바람 꿰뚫는 소리가 쉴새없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대포알처럼 날아드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인의 모습을
"주소양?!"
선우는 여인의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여인의 정체는 주소양이었다.
소중한 연인이자 천검후라고 불리우는 여중제일인말이다.
"선우니이이임!!!!!!!"
이내 코앞까지 다가온 주소양은 양팔을 벌려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안겨들듯이 말이다.
콰콰콰콰쾅
그리고 곧이어 어마어마한 굉음성이 터지며 천지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두 절대고수의 충돌로 인한 여파가 온사방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
"쿨럭...쿨럭.."
선우는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마른 기침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그녀와 충돌한 이후 상당한 충격이 가슴팍에 그대로 전해진 탓이었다.
뼈가 부러질 정도로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순간적으로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무슨..힘이..이렇게..세.'
선우는 당황하였다.
설마하니 그녀의 힘을 받아넘기지 못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두 번의 환골탈태 이후 중원에 있는 그 누구보다 강건한 신체를 이룩했다며 내심 자신하였건만
아무래도 그 자신은 접어둬야할듯 싶었다.
가녀리기 그지없는 주소양조차 감당치 못하면서 무슨 그런 자신을 갖겠는가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부비적 부비적 부지적
가슴팍에서 무언가 부비적거리는듯한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보는 것만으로 기품이 절로 넘치는 귀부인, 주소양의 모습이 시야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부비 부비 부비
"선우님...선우님...선우님...선우님..선우니이임.."
그녀는 연신 선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무척이나 맹렬한 속도로 말이다.
"소..소양?"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킁 킁 킁
"하아아...냄새가....좋아요...선우님..냄새......너무..너무..좋아요.."
하지만 주소양은 그런 선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그저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의 체취만을 음미할 뿐이었다.
'강아지냐?'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반갑다고 체취를 음미하며 몸을 비벼댄다는 말인가
"소양, 정신 차려."
콩
선우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하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그녀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뭐..뭐야!?"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건 또 무슨 반응이라는 말인가
"때려주시는 건가요?....하아...혼내주시는 건가요?...좋아요...너무..좋아요...더..더..때려주세요오,.."
주소양은 욕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안때려! 안때릴 거라고!"
선우는 맹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때릴 생각따위는 없었다.
그저 으스러지게 안아주며 재회의 기쁨을 맛볼 생각 뿐인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이런 변태적인 반응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안때려주시는 건가요?...곤란한데...저는..맞고 싶은데..여기저기..전부..다요오오.."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비에 홀딱 젖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우가 혼내주지 않겠다는 말을 들으니 실망감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안때릴거니까...진정 좀 하자...소양...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
"어쩔 수 없어요...무려...두 달만인걸요?......무려 두 달만에 선우님을 뵌걸요?...어떻게..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주소양은 잔뜩 상기 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미안해...소양.......내가 너무 늦게 왔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안쓰러운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자신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두 달의 공백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렇게 과한 반응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괜찮아요...선우님도 나름의 일이 있었으니 늦게 오신 거잖아요?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그리고.........결국 이렇게 제게 다시 돌아와주셨잖아요?....그거면 충분해요....전..그거면..돼요."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맹렬히 흔들며 말을 이었다.
선우가 두 달만에 돌아온 게 서운치 않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과를 받고 싶은 생각따윈 없었다.
선우가 합당한 이유도 없이 늦을 리 없다는 확고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양."
선우는 애정 어린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자신을 신뢰하며 이해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진한 애정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신뢰 받고 인정받을 때 비로소 수컷으로서 존재감을 느낀다고 했던가
선우는 지금 수컷으로서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신뢰와 인정에 의해서 말이다.
"선우님이...너무 좋아요..보는 것만으로도 좋고...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좋고...이렇게..맞닿는 것만으로도 좋아요...사랑해요..또..사랑해요.."
그의 애정 어린 눈동자를 마주한 주소양은 다시금 선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적거리기 시작하였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나도 사랑해.....소양."
선우는 그런 주소양의 머릿결을 부드러이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님..그거 아세요?....선우님이..없는 동안...저 정말..많이 노력했어요......직접 건축 자재들을 나르면서...원가절감도 했구요......의천맹의 지휘 체계를 좀더 명확하게 만들어두었어요....그리고...광동성을 일대에...혈풍을 일으킨 해왕海王을..단신으로...상대해서...이기기도 했구요.....해적들을 전부 소탕하기도 했어요.......나중에 광동성의 지부 대인이 포상으로 백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주었다니까요?......하지만 받지 않고 광동성의 수복비용으로 기부를 했어요.......당장......백만 냥을 얻는 것 보단..민심을 얻는 게 좋다고 판단해서 그리 결정했어요....잘했죠?...이제...선우님이...관리하기 편하겠죠? 그쵸?"
주소양은 재잘거리며 선우에게 그간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잘했어...우리..소양이...나 없는 동안...정말 힘내주었네."
쓰담 쓰담
선우는 그런 주소양의 머릿결을 부드러이 쓰다듬어주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녀가 인정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까닭이었다.
"헤헤헤헤...좋아요...선우님의..손길..좋아요오오.."
선우의 손길을 마주한 주소양의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억센 손이 부드러이 머릿결을 스칠 때마다 절로 행복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얼마든지 쓰다듬어줄게.....소양이 많이 고생했으니까."
쓰담 쓰담
선우는 더욱더 부드러이 그녀를 쓰다듬었다.
자신을 위해 몸바쳐 헌신한 그녀를 위해서 말이다.
".......쓰다듬는 것도...좋지만..저는..상을 받고 싶어요오.."
주소양은 간절한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쓰다듬는 게 싫은 것은 아니다.
아니 지금은 쓰다듬만으로는 부족하였다.
더욱더 확실한 포상이 필요한 것이다.
"무슨 상을 받고 싶은데?"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 앞에선 근엄하고 기품 넘치는 귀부인이
자신 앞에 서면 한없이 어리광쟁이가 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아기요."
"응?"
"저....지금....선우님의...아기를 임신하고 싶어요.."
주소양은 홍조 어린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임신?"
"네에......선우님의...씨앗을..발아시켜...임신을 하고 싶어요....선우님의..아이를...너무.. 갖고 싶어요.."
주소양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의 씨앗을 발아시켜 암컷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다.
우월한 씨앗을 받아들여 발아시키는 것이야말로
암컷으로서의 의무이기 떄문이다.
'더 이상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어.'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이상 직무유기를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선우는 입을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상이라고 하길래
기껏해야 뜨겁기 그지없는 밤을 생각한 그였다.
그런데 돌연 아기라니
어찌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안되나요?"
선우가 답이 없자 주소양은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혹여 그가 거부할까 두려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그녀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몇 달전 임신을 시켜주기로 굳은 약속을 한 선우였다.
그 약속을 지켜달라는 말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정말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떼었다.
"물론이지, 예전에 약속했던 일이잖아......그걸 지키는 게 어떻게 싫을 수 있겠어?"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님........너무 좋아요.."
와락
이내 주소양은 선우의 품에 다시금 안겼다.
그리고 그대로 꽉 조이기 시작하였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선우 또한 힘을 주어 그런 그녀를 으스러지게 안아주었다.
그녀의 체온을 그대로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스르륵
이내 주소양이 천천히 팔을 풀었다.
그다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제 슬슬 가려는 모양이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납득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맨바닥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눈 지 벌써 반 시진 가까이 흘렀다.
이제 슬슬 침상으로 자리를 옮겨 진정한 회포를 풀만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오늘 안재운다...주소양.'
선우는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폭발적인 나신을 그대로 감싸쥐며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절로 행복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휘리리릭
그때 선우의 귓가에 무언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툭
그러더니 옆쪽에 무언가 그대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응?'
그 소리에 선우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고급진 금빛 허리띠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허리띠?'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별안간 허리띠가 왜 떨어진다는 말인가
스르르륵
그때 무언가 흘러내리는듯한 소리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설마!'
그 소리에 불안감이 든 선우는 재빨리 정면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속옷만 입은 채 알몸이 되어있는 주소양의 모습을 말이다.
"뭐...뭐하는거야?"
"상 받을 준비요."
주소양은 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그걸 왜 여기서해!?"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이곳은 숲이었지만
엄연히 길이 뚫려있는 대로였다.
인적이 잦다못해 넘치는 곳인 것이다.
그런 곳에서 상을 받겠다니
그건 또 무슨 발상이란 말인가
"하아아아....어쩔 수 없었어요...더이상은..몸이..버텨낼 수 없는 걸요.."
주소양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버틸 수 있어...조금만..힘을 내봐.."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맹렬히 거절을 하였다.
한 낮에 대로에서 야외플레이라니
밤에 몰래 궁중에서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가 아닌가
".......선우님......죄송해요."
주소양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입을 떼었다.
"제 몸에...불이..붙어버렸어요..."
그리고는 손가락을 뻗어 매듭지어져있는 속옷의 끈을 슬며시 풀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륵
그러자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는 작고 얇은 천이 부드러이 벗겨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드러나게 되었다.
그녀의 울창한 검은 수풀과 붉은 빛 감도는 조그마한 조갯살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