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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98화 (899/1,419)

〈 898화 〉 899. 재회를 하다.

의천맹 맹주전

그 중앙에 있는 옥좌에는 한 여인이 앉아있었다.

비취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날을 세운듯 오똑한 콧날

고혹적인 붉은 입술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결

기품이 절로 느껴지는 우아한 분위기 등

보는 것만으로도 넋이 나가버릴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귀부인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었다.

"보고하세요."

주소양은 정면을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옥구슬이 굴러가는듯한 영롱한 목소리가 맹주전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현무당주 진강으로부터 광동성에 남아있는 해왕의 잔당들을 모조로 소탕하고 있다는 전언이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한 남자가 앞으로 걸어나오며 입을 떼었다.

원로들 중 가장 젊은 원로, 이세진이었다.

"아직도 소탕할 이들이 남아있는 건가요?"

주소양은 눈살을 살짝 찌푸려 말을 이었다.

일주일간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였음에도 잔당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들으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 것이다.

"아무래도 협력자들이 그들을 숨겨주고 있는듯합니다. 완전 소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군요."

"광동성에 두 개의 대대를 급파하도록 하세요. 해적들은 물론 그 협력자들까지 단숨에 뿌리를 뽑아야합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다음 보고는 무엇인가요?"

"광동성의 지부대인께서 포상금을 보내오셨습니다. 위기에 빠진 광동성을 구해주어 고맙다면서 말입니다."

"얼마 정도인가요?"

"대략 은자 백만냥 정도 됩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전부를 광동성을 정상화하기 위한 수복 비용으로 쾌척하기로 하지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부를 말씀입니까!?"

주소양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을 내뱉었다.

백 만냥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의천맹의 평무사의 월봉이 스무냥이라고 봣을 때

무려 오 만에 육박하는 평무사를 부릴 수 있는 거대한 금액인 것이다.

그런 막대한 금액을 수복비용으로 전부 기부를 하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네에, 전부 기부해주세요."

이세진의 물음에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

이세진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침묵을 하였다.

그녀의 결정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정이 마뜩치 않은 표정이시군요."

주소양은 그런 이세진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솔직히 내키지는 않습니다.....현재 의천맹은 재정적으로 그리 안정화되있지 않지 않습니까?.......다음달 무사들에게 월봉을 내어줄 수 있을 지 없을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백만냥을 모조리 기부하는 건 무리한 결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세진은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현재 의천맹은 재정적으로 안정되어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기반이 완벽하게 다져져있는 제남을 버리고

이제 막 불모지나 다름없는 남창에 자리를 잡은 까닭이었다.

수많은 상단들이 자리잡고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던 제남과는 달리 남창에는 협력 관계를 구축할 만한 상단이 존재치 않았다.

그렇기에 재정적으로 쪼들릴 수밖에 없었고 무사들의 월봉조차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백만냥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기부를 하겠다니

어찌 쉽사리 납득할 수 있겠는가

"민초들을 돕겠다는 생각에는 저 또한 찬성입니다......협객으로서 의와 협을 행하는 데 어찌 망설임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의천맹이라는 이익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정적인 한계를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세진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주소양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주소양은 그런 이세진을 눈빛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 원로의 말이 맞습니다......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재정적인 한계를 무시해선 안되지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도 안되고 말입니다."

주소양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동의를 한 것이다.

"알아주시는 것입니까?"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재정적인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면 그 여파가 조직원들에게 전해질 게 뻔한 것을."

"그렇다면.....재고 해주시는 것입니까?"'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화색을 띈 얼굴로 입을 떼었다.

그녀가 생각을 고쳐먹는 게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재고는 없습니다. 백만냥 모두 광동성의 복원 비용으로 기부할 것입니다."

그녀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가씨! 대의를 생각하셔야합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반대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주장을 관철하는 그녀의 태도에 감정이 격해진 까닭이었다.

"충분히 대의를 생각한 결론입니다......"

"백만냥을 맹의 재정으로 사용하는 것보단 광동성을 복원하는 비용으로 기부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뗴었다.

"......납득이 안됩니다."

이세진은 마뜩치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주소양을 응시하였다.

설명을 요구하는듯한 태도였다.

"이 원로께서는 의천맹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소양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이세진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돈이 아닙니까?"

이세진은 생각한 바를 그대로 내뱉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의천맹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돈이었다.

돈이 없다면 조직이 유지가 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틀렸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이세진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조직을 운영하는데 돈보다 중요한 게 어디있다는 말인가

"쇄신刷新입니다."

"쇄신刷新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현재 의천맹은 천무맹을 그대로 흡수한 덕택에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척동자도 의천맹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곧바로 답할 지경이지요. 하지만 그에 반해 의천맹이라는 조직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는 부정부패로 만연한 천무맹을 그대로 흡수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도를 얻은 대신 신뢰도가 깎여버린 안타까운 경우지이요. "

주소양은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저희에게 쇄신이 필요합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사리사욕만 챙겼던 천무맹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쇄신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쇄신을 위해서라면 백만냥 정도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하지 않겠습니까?......당장 다음달 월봉조차 받을 수 있을 지 없을지...마뜩치 않은 마당에 무리한 쇄신은......."

"백 만냥을 의천맹의 재정에 보탠다면 분명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몇 달 정도는 재정적인 압박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다시 말하면 고작 몇 달 정도의 여유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백 만냥이 전부 소진된다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때쯤 되면 수익 체계가 안정화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안정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주소양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천무맹이 무너지고 여기저기서 이권을 뜯어먹을 조직들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의천맹이 무조건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몇 달뒤에 안정적인 수입 체계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십니까?"

"..............."

그녀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이 무너지고 그간 차지하고 있던 막대한 이권들이 무주공산이 되었다.

그리고 그 비어버린 산을 찾지하기 위해 산동무인연합, 구파연합, 중소 무인연맹 등 수많은 무림 조직들이 만들어지며 이권 다툼에 끼어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몇 달뒤 안정적인 수입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대답이 없으시군요."

그가 말이 없자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이내 이세진은 솔직한 속내를 그대로 내뱉었다.

"맞습니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 천무맹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의천맹이라면 말이에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 쇄신을 통해 그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버린다면.....사리사욕만이 가득 했던 천무맹과 달리 의화 협을 위해 행동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저희는 안정적인 수입 체계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안정적인...수입..체계"

"백 만냥은 일종의 투자입니다.......의천맹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쇄신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말입니다. 저희는 그 백만냥을 통해 수 백 아니 수 천만냥의 거액을 끌어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소양은 확신 어린 눈빛으로 이세진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 눈빛을 마주한 이세진은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확고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좀처럼 입이 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녕 그리한다면......의천맹을 완전히..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완전히 쇄신 시키진 못할 것입니다........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번 박힌 관념은 고정되어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주소양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완전한 쇄신은 무리였다.

결국 고정관념의 탈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광동성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사업체들만큼은 저희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심을 저희쪽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 수 있을테니까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 확신하였다.

광동성의 민심만큼은 확실히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추악하고 끔찍한 해왕의 선단으로부터 광동성을 구제하고

백 만냥이라는 거금까지 흔쾌히 투척한 의천맹을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재정적인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사천성과 더불어 중원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 바로 광동성이니까요."

주소양은 맑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

주소양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꾹 다물었다.

포상으로 받은 백만 냥을 재정에 보태자고 주장했던 발언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더 큰 것을 놓칠 뻔한 것이다.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제 납득이 되시나요? "

".....충분히 납득이 되옵니다..........죄송합니다....아가씨의 깊은 뜻도 모르고 섣불리 판단하여 실언을 하였습니다."

"아니에요.......재정적인 부담이 심해지니 그리 생각한 게 아닙니까?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모두가 잘되고자 그리 말씀하신게 아니십니까?"

주소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가씨.."

그녀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따스하게 감싸주는 그녀의 태도에 참을 수 없는 감동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똑똑한 것은 물론 이렇게 따스하기 까지하다니

어찌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계 원로의 말이......틀리지 않은 것 같구나.....아가씨라면 검신劍神의 배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감격을 한 이세진은 생각하였다.

주소양이 가진 매력이라면 나이를 초월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렇게 훈훈한 공기가 감돌고 있을 때였다

파르르

갑자기 주소양이 번개를 맞은 듯 파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벌떡

그러더니 거칠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 모습을 본 이세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그가..왔어요."

주소양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말이다.

"네에?"

"그가 왔다구요!"

콰콰쾅

이내 굉음성이 터지며 주소양의 신형이 그대로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빛살처럼 말이다.

콰콰쾅

콰콰쾅

그리고 쏘아져나간 그녀의 신형은 건물의 벽을 부수며 그대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맹주전에는 뻥 뚫려버린 벽과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세진만이 남게 되었다.

'......뭐야?'

이세진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

콰쾅

콰쾅

콰쾅

주소양은 신형을 거침없이 쏘아내었다.

수많은 벽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막는 게 있다면 부수고

전진 또 전진하였기 때문이었다.

'왔어....왔어...왔다고!'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파괴적인 행위였지만

지금은 평소랑은 달랐다.

목숨보다 소중한 연인의 기운이 기감 끄트머리에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 멈출 수 있겠는가

어찌 돌아갈 수 있겠는가

시간이 아까웠다.

그렇기에 달리고 또 달렸다.

오직 연인을 보기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 끄트머리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이야!'

그녀는 확신하였다.

저 앞에 걸어오고 있는 이야말로

자신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하나뿐인 연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주소양은 천월명륜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러자 그녀의 신형이 더욱더 빠르게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렇게 얼마니 쏘아져나갔을까

이내 사랑하는 님의 늠름한 모습이 눈에 들어고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 그대로 뛰어들어버렸다.

"선우니이이임!!!!"

사랑하는 정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 말이다.

콰콰쾅

이내 일대에는 거대한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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