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4화 〉 895. 당가에 찾아온 손님.
"당가에 방문한 목적은 검신劍神 장선우와 대담하기 위해서 입니다."
운설은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당훈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혹여 실례가 안된다면.....선우님과 어떤 관계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당훈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대담을 하게된다면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겠지요."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님의 명성에 혹해서 찾아온 여인이군.'
영웅은 본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쌓여진 높디높은 명성과 영웅으로서의 업적이 사람들의 동경과 열렬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아마 눈앞에 여인은 마음속 깊이 차오른 동경과 열렬한 관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당가를 방문하게 되었을 것이다.
선우라는 대영웅을 직접 만나 차오른 마음의 불꽃을 더욱더 불태우기 위해서 말이다.
'이걸 어떻게 돌려보낸다.'
당훈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우의 명성에 혹해 당가의 문을 두드리는 자들은 수두룩 하였다.
그와 연을 맺어 이익을 보고 싶은 상인들
그에게 한수 가르침을 받아 깨달음을 얻고 싶은 무인들
그의 산하에 들어와 권력을 누리고 싶은 야심가들
그리고 눈앞에 여인처럼 그를 직접 대면하여 마음속에 차오른 불꽃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동경 소녀들 등
셀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당가의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선우를 직접 대면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가에 용건이 있는자가 아니면 누가 되었든 모두 처내라는 당서윤의 엄명이 있던 탓이었다.
이름만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부호들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 절정 무인들
지역에서 콧방귀 좀 뀌는 세력가들
모두가 당훈에게 제지당하여 정문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누가 되었든 단호한 어조로 그들을 되돌려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여인처럼 순수한 동경심에 찾아온 이들의 경우 대처가 난감하였다.
손익을 계산하여 방문을 했다기보단 찾아오르는 동경심을 견디지 못하고 찾아온 순수한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상처를 받지 않게 돌려보내고 싶은데.'
행색을 보아하니 이제 막 약관을 넘어선 여인같았다.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음을 터트리는 순수한 감성을 가진 여인인 것이다.
그렇기에 당훈은 고민하였다.
어떻게 하면 여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되돌려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운설 여협."
이내 당훈은 결심한듯 말을 내뱉었다.
"네에, 말씀하세요."
운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 아무래도 대담은 어려울듯 합니다."
"현재 선우님께선 당가에 머무르고 계시지 않습니다.....사람이 없는데 어찌 대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쯤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건가요?"
"예에, 알 수 없습니다. 기약없이 떠나신터라.."
당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당가에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운설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허허, 당돌한지고'
그녀의 당돌한 말을 들은 당훈은 생각하였다.
생각보다 더욱더 당돌하다고 말이다.
좋게 되돌려보내려고 하였건만
아무래도 무리인듯 싶었다.
"안됩니다. 소저께서는 당가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당훈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째서인가요?"
"선우님은 누군가와 엮이는 걸 무척이나 불편해하십니다. 그리고 당가에서는 그런 선우님을 배려하여 찾아오는 이들을 모두 물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어찌 소저를 당가에 들이고 선우님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가주께서도 결코 허락치 않을 것입니다."
당훈은 단호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내방을 결코 허락치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허락해줄걸요?"
"그럴 리 없습니다."
당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부정하였다.
젊은 여자의 내방이라니
아가씨가 허락해줄 리 만무하였다.
"그럼 기별이라도 넣어주세요."
"소용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넣어주세요. 만약 기별을 들어갔음에도 축객령이 내려진다면 얌전히 돌아가도록 할게요."
운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음."
그 말을 들은 당훈은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을 따라야할지 말지에 대해서 말이다.
"제가 이곳에 죽치고 있으면 수문위사께서도 불편하시지 않겠어요?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제가 꽤나 주목받는 외모잖아요?"
당훈이 고민을 하자 운설은 청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기별을 넣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당훈은 이내 결심한듯 말을 내뱉었다.
"고마워요, 수문위사."
"하지만 너무 기대하진 마십시오....기별을 넣는다해도 허락이 떨어지진 않을터이니."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거야 해봐야 아는 일이 아니겠어요?"
절레 절레
당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낙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름과 방문목적 외에 따로 전할 말씀이 있으십니까?"
"네에, 있어요."
운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호선의 전령이라고 덧붙여주시겠어요?"
"이호선?"
그녀의 말을 들은 당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까닭이었다.
그가 아는
그 어떤 대부호도
그 어떤 세력가도
그 어떤 무인도
이호선이라는 이름을 쓰는 자는 없었다.
"그리 전하면 알아들으실 거예요."
운설은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눈빛에서는 알 수 없는 자신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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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각
"후우우우.."
재경각주의 집무실 앞에 선 이현경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참을 수 없는 긴장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견습각원으로 일한 지 벌써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각주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은 여전히 긴장되고 불안하였다.
한치의 실수라도 했다간 무슨 불호령이 떨어질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실수따윈 없을거야...무려...다섯 번이나 검토했는걸..'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하였다.
세 번정도면 충분하다는 선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미 자료를 다섯 번이나 검토한 그녀였다.
실수따위가 존재할 리 없는 것이다.
'좋아...가보자...현경아!'
똑 똑 똑
이내 이현경은 손을 들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그러자 문 안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재경각주의 목소리였다.
끼이이익
이현경은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집무실 전경이 시야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집무실 바닥 여기저기에 잔뜩 쌓여있는 수많은 서류의 탑들.
그 서류의 탑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책상
그리고 그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당과를 핥고 있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재경각주
그 옆에 시립해있는 부각주 등
언제봐도 변함없는 모습의 집무실이었다.
"할짝.....뭘, 멍때리고 있어? 들어와."
그때 당과를 핥고 있는 절세의 여인.
재경각주 요랑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네엡!"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이현경은 재빨리 요랑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다가오자 요랑은 곧바로 용건을 물었다.
"...이번 분기....매출 수익과....순이익을 정리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줘봐."
요랑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여기."
이현경은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그녀에게 두터운 서류를 건네주었다.
촤르르륵
그리고 서류를 받아든 요랑은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이현경은 그런 요랑을 긴장 어린 표정으로 바라본 채 시립을 하였다.
제발 실수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탁
이내 요랑이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현경."
그리고 시립해있는 이현경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네..네에?!"
그 말에 이현경은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혹여 혼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잘했어."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제..제가요?"
요랑의 칭찬에 이현경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잘했다는 말을 내뱉은 적 없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계산도 틀린 게 없고 매출과 순이익 차이도 도표로 정리해서 보기 좋게 만들어놨네. 이정도면 다른 각원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야, 잘했어."
요랑은 조목조목 따지며 그녀를 칭찬하기 시작하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현경은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하였다.
한달동안 갖은 쌍욕과 비난을 들으며 살았던 그녀였다.
서류 작업을 이따위로 할거냐면서
이래서 골방에서 공부만한 샌님은 안된다면서
뒷배경 믿고 나대는 애들 중에 멀쩡한 놈들 없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근 한달만에 이렇게 따뜻한 칭찬을 들으니 참을 수 없는 감격이 차올랐다.
인정받은 것이다.
자신의 업무가.
"앞으로도 이렇게 부탁해, 이정도로만 하면 앞으로 오개월 뒤에는 정식 각원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거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이현경은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 시작하였다.
수습 딱지를 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절로 행복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제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들어가봐. 고생했으니까 쉴 떈 제대로 쉬어야지."
"아니에요....아직...더해도..."
"이건 각주로서 명령이야, 소중한 각원이 몸을 축내는 건 용납못해."
요랑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각주님...."
이현경은 감격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탁
"자아, 이걸로 오늘은 맛난 것좀 사먹고 그래."
요랑은 책상에 은자 한 개를 올려놓은뒤 말을 이었다.
"이..이렇게 큰돈을?"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자네를 무척이나 아껴, 그러니 몸조리 잘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은자를 집어든 이현경은 연신 감사를 표하였다.
그녀의 통큰 포상에 참을 수 없는 감격과 존경심이 그대로 타오른 까닭이었다.
"그래, 이만 들어가봐, 업무가 남아서 말이야."
"네에,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이현경은 정중히 인사한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쿵
이내 문이 완전히 닫혔다.
그리고 집무실 안에는 각주인 요랑과 부각주인 당감만 이 남게 되었다.
".......한달새 참으로 많이 변했군요."
이현경의 기척이 사라지자 당감은 감탄했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불과 한달만에 완전히 뒤바뀌어버린 이현경의 태도가 놀랍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독기가 가득 찼으며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던 이현경이었다.
"한달이면 사람이 바뀌기 충분한 시간이지."
요랑은 악동같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특히 저런 규중의 꽃처럼 자란 아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대체 무슨 요술을 부린 것입니까?"
"요술이라고 할 것도 없어, 그저 인정 욕구를 극대화시킨 것 뿐이니까."
"인정 욕구 말씀입니까?"
당감은 의아한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여기고 우울해하며 의욕이 꺾이게 되고 종국에는 정신이 박살나버리지."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인정을 받게된다면 스스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고 삶의 목표마저 생기게 만들 수 있지. 그저 그런 심리를 이용한 것 뿐이야."
"그래서........근 한달동안 그녀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 것이군요."
당감은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간 요랑은 구태여 꼬투리를 잡아 이현경을 갈구고 또 갈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이 들게 할 정도로 말이다.
갑질에 대한 벌을 주는 줄 알았건만 듣고보니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위한 큰그림인듯 싶었다.
"뭐, 그렇지. 그정도는 갈궈줘야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끼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될테니까."
"....각주는 실로 무서운 사람이군요."
당감은 두렵다는듯한 시선으로 요랑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해맑고 낙천적인 각주에게 이런 독한 면모가 있는 걸 보니 절로 소름이 돋는 까닭이었다.
"걱정마, 난 내 사람에게는 저런 못된 짓을 하진 않으니까."
그 모습에 요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결코 적이 되면 안되겠군요."
"현명한 판단이야."
요랑은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그 모습에 당감은 의아한듯 물음을 던졌다.
"퇴근하게."
"아니, 방금 출근해놓고 무슨 퇴근입니까!"
당감은 어이없다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현경이 갱생을 시켰잖아? 이정도면 할 일을 다한 게 아닐까?"
"절대 아닙니다! 어제도 무단 조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내일할게, 내일, 오늘은 영 기분이 안좋아."
"아니 무슨 기분에 따라 일을 합니까?!"
"난 그래도 돼."
"절대 안됩니다."
"꼬우면 각주하던가"
요랑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절대 안됩니다!"
당감은 그녀의 앞에 선 채 양손을 벌려 진로를 막아버렸다.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적이 안된다며?"
"각주님을 보낼 바엔 적이 되겠습니다!"
"나쁜 아이네."
요랑은 입을 살며시 벌렸다.
슈르르르르륵
그러자 입에서 새하얀 실선이 퍼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이내 퍼져나온 실선은 그대로 당감의 온몸을 꽁꽁 묶어버렸다.
쿵
이내 전신이 감싸여진 당감의 신형이 그대로 바닥에 떨궈졌다.
"공기가 통하는 소재라서 숨쉬는 데 불편함은 없을거야, 그럼 내일 봐~"
요랑은 거미줄에 전신이 묶여진 당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쿵
"으읍! 으읍! 으읍!"
이내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꽁꽁 묶인 당감만이 남게 되었다.
**********
'당과나 사먹어야지.'
요랑은 만면에 기분좋은 미소를 흘린 채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조기퇴근의 기쁨을 잔뜩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타타탁
그때 그녀의 시야에 걸음을 옮기고 있는 수문위사 당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당기!"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어, 재경각주님. 안녕하십니까?"
그녀의 부름에 당기는 걸음을 멈춰선 채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수문위사가 정문은 안지키고 어디가는거야? 농땡이?"
요랑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아유, 큰일날 말씀을, 그랬다간 그대로 감봉입니다. 요랑님."
그럼 어디가는데?"
"아가씨께 기별을 전하러갑니다."
"서윤이한테?"
"예에, 기별을 꼭 좀 전해달라고 하시는 분이 계셔서."
"누군데?"
"운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리따운 여인이였습니다."
"......흐음..처음듣네."
"그쵸? 저도 처음 듣습니다."
"왜 왔대?"
"선우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선우, 당가에 없는데?"
"예에, 그래서 저희도 되돌려보내려고 했는데......당가에서 머물면서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또라이네. 그냥 무시하고 되돌려보내지 그랬어."
"그게 아무래도 쉽사리 굽힐 것 같지 않아서요.."
"기별 보내봤자 고대로 축객령이 내려질텐데."
"네에, 그래서 저희도 똑같이 말씀드렸는데 상관없으시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기별만 전해진다면 허락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뭐라고 전해달라고 했는데?"
요랑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대체 무슨 기별을 전하길래
저리도 자신을 하는 지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호선의 전령이라고 하더군요....근데 이호선이 누구인지 알턱이 없는터라...."
"........!?!?"
순간 요랑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덜 덜 덜 덜 덜
더불어 온몸에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사시나무가 떨듯이 말이다.
"재경각주님?"
그 반응을 본 당기는 의아한듯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정..정..말...이호선이라고 했어?"
"네에, 그렇게..말씀하셨습니다...혹여...아시는 이름입니까?"
끄덕
그의 물음에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를 수가 없었다.
인성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한달동안 쉴새없이 자신을 구타했던
괴팍하기 그지없는 노인의 이름을 말이다.
"그...그..사람...지금 어디있어?'
"지금 정문쪽에서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알았어...고마워.."
요랑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린 채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다음 정문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뭐지?'
그리고 당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갸웃거리며 바라보았다.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