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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91화 (892/1,419)

〈 891화 〉 892. 전원 척결하라!

"끄아아아아아악!"

혁염광은 핏물이 터져나오는 절단면을 부여잡은 채 괴성을 내질렀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과

평생토록 함께해왔던 신체가 완전히 떨어져나갔는 상실감이

그에게 괴악스러운 비명성을 내지르게 만든 까닭이었다.

"제기랄...제기랄..제기랄.!"

혁염광은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가벼이 휘두른 검격이었다.

그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릿하고 가벼운 검격이었다.

그런데 그런 하찮은 검격이

그런 불품없고 연약한 검격이

어찌 해신의 육체를 구현해낸 해신갑海神甲을 뚫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끄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절단면에서 핏물이 급격히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간 죽는다.'

혁염광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탁 탁 탁 탁

손가락을 세워 빠르게 경혈을 내질렀다.

꽈드드득

그러자 절단면 부분이 압축되며 순식간에 봉합되었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혁염광은 안도를 하였다.

임시 방편이긴 하였지만

이정도라면

적어도 과다출혈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꽤나.....우스운 꼴이 되었구나."

그때 그의 귓가로 조롱기 어린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휘익

그 소리에 혁염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한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온몸 여기저기가 만신창이가 된 주제에

꺾이지 않는 고고하고 눈빛으로 도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말이다.

"....주..소양.."

자신의 왼팔을 말그대로 찢어발겨버린 장본인

주소양이었다.

".....아직도........내가 네놈을...벨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주소양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으드드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혁염광은 이가 으스러질 정도로 꽉 깨물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죽인다...죽인다..죽이고 말 것이다!"

혁염광은 남아있는 오른팔로 검을 들어올렸다.

자신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린 주소양에 대한 살의가 미친듯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같구나, 나도 네놈을 죽일 생각이였으니 말이야."

주소양은 마찬가지로 반 토막난 검을 들어올렸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적색의 기운이 반토막 난 검 전체를 휘감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불길한 기운이었다.

"죽어라! 주소양!"

이내 혁염광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마음 속에 정복감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그녀를 범하고 싶지도 않았고

우월한 그녀를 정복하여 수컷으로서 우월감을 증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은 단 하나, 생존 본능뿐이었다.

죽기 전에 죽이고 말겠다는 경쟁자로서의 생존 본능말이다.

솨아아아아아아

이내 전심전력을 담겨있는 혁염광의 일검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거센 파도를 닮은 그의 검은

파도의 거대함마저 흉내내며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찢어발기고 말겠다는 일념을 담은 채 말이다.

쇄애애액

주소양은 그런 혁염광의 일검과 마주하며 온힘을 다해 반 토막난 검을 휘둘렀다.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말이다.

이내 강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히게 되었다.

콰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폭음과 혁염광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의 검과 맞닿은 순간

검이 깨지며 그 파편이 온몸에 박혀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어째서..어째서!?...나는...분명..해신갑을..완성..했는데!?'

혁염광은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 파편따위로는 자신의 몸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해신갑은 검기는 물론 검강조차 박혀들어가지 않는 최고의 외공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검 파편이 몸속 곳곳에 박혀들어간다는 말인가

어찌하여 자신이 고통을 느낀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콰앙

그렇게 스스로 고심에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거슬릴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귓가를 울리더니 시야에 쉴새없이 반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얼굴이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대로 넘어져버린 것이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땅에 얼굴을 처박은 혁염광은 주소양에 대한 살의를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얼굴을 땅에 처박히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혁염광은 남아있는 팔을 뻗어 땅을 짚었다.

그리고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상체가 살며시 들어올려졌다.

혁염광은 그 상태에서 하체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몸을 일으킬 심산이었다.

'.......어?'

그 순간 혁염광은 이질감을 느꼈다.

하체쪽에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지?..어째서..하체에..힘이..?'

혁염광은 불안감을 느끼며 천천히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렸다.

무슨 문제인지 직접 확인해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완전히 아래로 내렸을 때

그러자 굳건히 서있는 두 다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계집들을 범하였던 강건한 아랫도리도

거친 파도에도 굳건히 중심을 지켜주었던 튼튼한 두 다리도

당당히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째서...내..다리가...어째서..'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몸은 뉘여 있거늘

어찌 다리만 굳건히 서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혁염광은 좀더 시선을 위쪽으로 올려보았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해질 수밖에 없었다.

굳건한 하체 위를 바라보니 텅 비어있는 상체가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혁염광은 인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상하체가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혁염광을 괴악스러운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상하체가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통이 온몸에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어찌 이런 끔찍한 고통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혁염광은 비명을 내지르고 또 내질렀다.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비명성 외에는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성을 내질렀을까

"......명이 길구나."

귓가로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혁염광은 그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고고한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극상의 미美를 갖춘 여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이었다.

"주...주소양.."

혁염광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만 가보도록 하거라."

주소양은 천천히 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뒤통수를 내리찍어버렸다.

콰지지직

그러자 이내 혁염광의 머리통이 터져나가며 뇌수를 비롯한 온갖 파편이 사방에 산개하기 시작하였다.

광동성 앞바다를 지배하던 최악의 해적이자

광동성 전체를 영토로 삼으려고 하였던 야망가인

해왕海王 혁염광은

그렇게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

"................."

"................."

혁염광의 머리통이 터져나가고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해적들 중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떠한 반응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악독하고 잔혹하며 끔찍한 해적들의 왕, 혁염광이

절세무공인 해신갑을 대성한 이후 수십 년 간 패배를 모르고 살아왔다던 외공무적, 혁염광이

계집의 칼질에

몸통이 터져나가고

계집의 발길질에

머리통이 터져나가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이 믿기지 않은 현실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켜보았을까

이내 혁염광의 머리통을 터트린 장본인이 몸을 돌렸다.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리고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왕을 따라 죽겠느냐? 아니면 투항하여 그 벌레같은 목숨을 연명하겠느냐?"

그녀는 해적들을 바라보며 제안을 하였다.

투항을 하여 잠시나마 목숨을 연명할 것인지

아니면 항전하여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말이다.

"...........투항한다면...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2번 대대장 이수는 떨리는 음색으로 입을 떼었다.

"관아로 가 정식으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재판을 받는다면 저희는 죽습니다!"

" 투항한다고 하여 네놈들의 악행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 그러게 착하게 좀 살지 그랬느냐?"

주소양은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놈의 해적들은 하나같이 제 목숨만 귀한 줄 아는듯하였다.

어찌 이전에 전멸시킨 놈들과 똑같은 질문을 한다는 말인가

"제기랄! 전원 후퇴!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당장 후퇴하라고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말이다.

투항도 항전도 아닌 도주를 택한 것이다.

그의 명을 들은 해적들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이수의 명에 따라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날 심산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하지만 그런 그들은 생각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방천지에서 장대비와도 같은 화살들이 쏟아져내렸기 때문이었다.

"꺼으으윽"

"아아아아아아악!!!!!!.......내..다리!! 내 다리!"

"끄아아아악...내 팔...내 ..팔!!"

곧이어 장내는 순식간에 비명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소양은 이내 반 토막난 검을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의천맹의 협객들이여"

그리고 큰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전원 척결하라!"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그녀의 목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며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웅

그러자 굳게 닫혀있었던 성문이 열리며

날이 잔뜩 서있는 무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대기를 하고 있던 의천맹의 무인들이었다.

"전원 척결하라!"

의천맹의 무인들이 검을 들어올린 채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해적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하나같이 흉흉하기 그지없는 기세를 내뿜은 채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이내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고

장내에는 해적들의 처절한 비명성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

"염재炎災와 해왕海王이 죽었군."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염재炎災와...해왕海王이 말입니까!?"

"그렇다."

"그 두 사람을 죽인 흉수는...검신劍神인 겁니까?"

"틀리다."

천마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뇌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염재炎災를 죽이는 검신이 맞지만 해왕海王을 죽인 건 그가 아니다."

"그..그럴수가!"

그의 말을 들은 마뇌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왕海王이 비록 염재炎災에 비하면 일천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반선에 다다른 현경의 고수였다.

같은 수준이 아니라면 상대조차할 수없는 절대강자인 것이다.

그런 그를 검신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다른 반선半仙이 중원에 나타난 거겠지."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럴수가.."

마뇌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모습이었다.

현경이 어떠한 경지란 말인가

수 많은 무공 천재들 중에서도

그 궤들 달리하는 초월적인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평생 한 번 올까말까한 행운이 맞물려야지만

겨우 닿을까 말까한

지고하기 그지없는 경지가 아니던가

그런 경지를 도달한 이가 어찌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그것도 하필 대계에 맞춰서 말이다.

"믿기 어려운가보군."

".......현경의 경지는 지고하기 그지없는 경지가 아닙니까....그런데 어찌...또 다른 현경의 고수가 대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입니까?"

상황이 너무나 작위적이었다.

수 천년 무림사에서도 흔치 않은 현경의 고수가

어찌 대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마치 해왕海王과 대적하라는듯이 말이다.

"그게 바로 이 세계의 의지겠지."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운명을.......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 운명과는 다르다. 정해진 게 아니라 제멋대로 주물려지는 것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천마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주물려진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뇌는 모르겠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멋대로 주물려진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너도 세계의 의지에 끌려다니는 부속체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야."

그 모습을 본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걱정말거라........나를 믿고 끝까지 따라온다면...끌려다니는 부속체가 아닌......하나의 독립된 완전체로 만들어줄테니 말이야."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털썩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뇌는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머리를 땅에 처박아버렸다.

충성을 몸으로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거룩하고 하해와도 같은 은혜에 크나큰 감사를 드리옵니다!"

마뇌는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내질렀다.

천마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알 수는 없었다.

미욱한 자신의 머리로는 위대한 그의 뜻을 헤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맹목적인 신앙과 충성을 맹세하였다.

결국 그는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구원해줄 구원자였으니 말이다.

'천마시여......어떠한 말도 목숨처럼 따르겠나이다.'

마뇌의 눈빛에 광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신앙에 대한 광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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