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0화 〉 891. 파괴의 의지.
"끄으으윽.."
주소양은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고통 어린 신음성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숨쉬는 것조차 고통이 온몸에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갈비뼈가..나갔군.'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해왕의 일격에 갈비뼈가 나가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흐흐흐흐, 아프더냐? 일어나기 힘들정도로 아프다면 품을 빌려줄 수도 있느니라."
그녀의 고통 어린 모습을 마주한 혁염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앙칼지게 덤벼들던 그녀가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니
상대적 우월감이 느껴지며 진한 만족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거절하지...어찌 정숙한 여인이 외간 남자의 손을 빌리겠는가?"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검을 지지대 삼아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 정숙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야릇하게 들리는구나....흐흐흐흐"
혁염광은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누가 해적 우두머리 아니랄까봐,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천박하기 그지없구나."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혁염광의 수준에 경멸스러운 감정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넌 그 천박한 해적의 밑에 깔린 채 울부짖게 될 것이다."
혁염광은 음흉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훑으며 입을 떼었다.
"오만하구나, 고작 한 방 먹인 걸로 우위에 섰다고 생각하는가?"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한 방이면 충분하다. 네년과의 실력차를 가늠하기엔 말이야."
혁염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년은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한 채 입을 떼었다.
"네년의 검기劍技로는 해신갑海神甲을 뚫어낼 수 없을테니 말이야."
혁염광은 자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검기로는 대성을 이뤄낸 자신의 해신갑을 결코 뚫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
그가 익힌 해신갑海神甲은 과거 쉴새없이 풍랑을 일으키는 해신에게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신살神殺의 무공이었다.
대성만 할 수 있다면 신에 필적하는 단단한 신체를 구축할 수 있다고 중원 최고의 외공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한낱 인간의 힘으로 신의 육체에 상처를 낼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참으로 시건방진 말을 하는구나. 해적."
주소양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오만하게 지껄이는 그의 태도에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저런 시건방진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엄연한 사실이다. 계집."
혁염광은 능글맞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내 직접 확인해봐야겠구나."
우우우우우웅
주소양은 독문 무공인 천월명륜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천월명륜기가 세맥과 혈도를 따라 그대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신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변한 곳은 피부였다.
부드럽고 그지없던 피부는 마치 무쇠처럼 단단하게 바뀌었다.
그 다음은 힘줄이었다.
힘줄이 그전과는 비교조차 안될정도로 두터워지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근육이었다.
근육의 밀도가 더욱더 세밀하고 촘촘해지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뼈였다.
뼈의 굵기가 더욱더 굵어졌으며 뼈의 밀도 또한 단단히 뭉쳐지면서 더욱더 견고해지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주소양의 키와 골격이 눈에 띌 정도로 변화하게 되었다.
더불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느낌이 아닌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으로 말이다.
꽈아악
모습을 변모시킨 주소양은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활력이 그대로 검에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시작하지."
주소양은 가벼이 말을 내뱉었다.
타탁
그리고 곧바로 발을 굴려 신형을 앞으로 쏘아보냈다.
그 순간 그녀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응?!"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어디로 사라진 것이란 말인가
"이쪽이다."
그때 뒤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뒤!?'
휘익
혁염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들고 있는 검의 모습을 말이다.
'이..이형환위!?'
퍽
"크으윽.."
이내 주소양의 검이 혁염광의 머리통을 그대로 후려쳐버렸다.
부우웅
그러자 혁염광의 신체가 휘둘려진 방향으로 꼼짝없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타탁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다시금 발을 튕겼다.
파앗
그러자 다시금 신형이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날아가는 혁염광의 코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전설적인 신법의 경지.
이형환위를 통해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부웅
퍽
그녀는 다시금 혁염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쾅
그러자 날아가던 혁염광이 그대로 땅에 처박히게 되었다.
퍽 퍽 퍽 퍽 퍽
주소양은 땅에 처박힌 혁염광을 향해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벤다는 느낌이 아닌 부순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리고 혁염광은 그런 그녀의 공세를 일방적으로 감당할 뿐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쾅
검이 휘둘려질 수록 혁염광의 몸이 땅속으로 점점 빨려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검격을 통해 전해진 강대한 힘이 그가 누워있는 자리를 점점 패이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쾅 쾅 쾅 쾅 쾅
이내 땅이 패여지는 굉음성이 온사방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하아...하아...하아.."
어느새 검을 거둔 주소양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죽이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다보니
호흡조차 잊어버린 듯하였다.
그녀는 가쁘게 차오른 호흡을 진정시키며 생각하였다..
이정도라면 충분한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게 최선인가?"
그때 그녀의 귓가에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주소양은 재빨리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멀쩡한 혁염광의 모습을 말이다.
"그렇다면 실망인데."
혁염광은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일검 일검에 죽이고 말겠다는 살의를 담아서 말이다.
땅이 쉴새없이 패이고
둔탁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다시금 주소양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이내 바닥에 누워있던 혁염광이 손을 뻗었다.
덥석
그리고는 내려치는 주소양의 검을 그대로 쥐어버렸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킨 것이다.
주소양은 그의 손아귀에서 검을 빼내고자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였다.
검자루를 더욱더 강하게 틀어쥐기도 하였고
발을 들어올려 그의 면전을 짓밟기도 하였으며
강기를 피어올려 견제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용을 써봐도 붙잡힌 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만하지."
그때 검을 붙잡은 혁염광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 너도 깨달았을 텐데? 네 검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야."
우우우우우웅
주소양은 상당한 내력을 발에 집약시키기 시작하였다.
쾅
그리고는 들어올린 후 망설임없이 혁염광의 안면을 짓밟아버렸다.
마치 머리통을 터트리려는듯이 말이다.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것만큼 비극적인 일도 없지."
안면을 짓밟힌 혁염광은 안타까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꽈아아악
그리고는 검신을 더욱더 강하게 쥐었다.
콰드드득
그러자 검신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우악스러운 악력을 버티지못하고 그대로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파스스슥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혔던 주소양의 검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결국 혁염광의 우악스러운 악력에 의해 그대로 부숴져버린 것이다.
"이런, 검이 부숴졌구나."
검을 부숴버린 혁염광은 조롱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으드득
그 미소를 마주한 주소양은 이를 갈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우우우우우웅
주소양은 천월명륜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반토막 난 검에 있는대로 쑤셔넣기 시작하였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내력을 말이다.
부웅
그리고는 혁염광의 안면을 향해 그대로 내리찍어버렸다.
죽일듯한 기세로 말이다.
그리고 혁염광은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받아줄 뿐이었다.
그녀의 전력이 담겨있는 최후의 검격을 말이다.
콰아아앙
이내 안면과 반 토막난 검이 닿자 굉음성과 함께 천지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혁염광의 해신갑과 주소양의 천월명륜기가 충돌하며 그 여파가 그대로 퍼져나간 것이다.
*********
'이이이익...'
주소양은 이를 악문 채 온힘을 다해 검자루를 쥐었다.
꽈아악
주르르륵
그러자 검자루를 쥔 손에서 핏물을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너무 강하게 쥔 탓에 살갗에 상처가 난듯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검자루를 쥔 채 내리찍을 뿐이었다.
오직 혁염광의 안면을 꿰뚫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강철과도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반토막 난 검은 혁염광의 얼굴을 짓누를 뿐
살갗을 파고들어가진 못하였다.
전혀 뚫리지가 않는 것이다.
"만족할 만큼 휘둘렀느냐?"
그때 태연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시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젠 내 차례구나."
그러자 흉악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혁염광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덥석
이내 혁염광은 팔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발목을 잡힌 주소양은 거꾸로 뒤집혀진 채 그대로 들어올려지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쾅
혁염광에게 들어올려진 주소양은 빠르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검을 아무리 휘둘러도
다른 발로 아무라 가격해도
꿈쩍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간지럽구나."
혁염광은 주소양의 반항을 귀엽다는듯이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
"이거 놓거라!"
주소양은 거칠게 언성을 높였다.
"내 여자가 된다는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친히 놔주도록 하지."
혁염광은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차라리 죽이거라!"
주소양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
죽었으면 죽었지
그의 여자가 될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 것인가?......슬프구나."
혁염광은 안타까운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목을 쥔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주소양의 몸이 더욱더 높게 들어올려졌다.
땅과 세 자 이상 차이가 날정도로 말이다.
"다시 묻겠다. 생각의 변화는 없는가?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구나."
"네놈의 여인이 될바엔 차라리 자결을 하고 말 것이다."
주소양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년의 뜻은 잘알았다."
그 말을 들은 혁염광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말로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부우웅
이내 혁염광은 발목을 쥔 팔을 그대로 바닥에 휘둘러버렸다.
콰아앙
그러자 주소양의 몸이 맹렬한 속도로 땅과 충돌하며 굉음성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혁염광은 다시금 주소양을 들어올렸다.
부우웅
콰아아앙
그리고 다시금 팔을 휘둘러 주소양을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쉴새없이
끊임없이 말이다.
"아아아아악!!!!"
주소양은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질렀다.
땅과 충돌할 때마다 전신에 있는 뼈마디가 그대로 으스러지는듯한 끔찍한 고통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이아앙
하지만 그런 그녀의 비명소리에도 불구하고 혁염광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하고 처절하게 그녀를 땅에 처박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고통을 즐기듯이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이내 온 사방에 주소양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굉음성이 터져나올 때마다 주소양은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옷은 넝마가 되었으며
살갗이 벗겨졌고
전신의 뼈가 부러졌고
의식 혼미해지기 시작하였다.
그저 만신창이라는 말외엔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죽는 걸까?'
그녀는 생각하였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아니, 죽이진 않겠지.......나를........ 강제로..취하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부정을 하였다.
죽이진 않을 것이다.
정복욕과 음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연신 훑어보던 해왕이었다.
분명 자신을 살려 강제로 취하려고들 것이다.
'...........싫어....선우님이..아닌...다른...남자에게..범해지고 싶지 않아...'
선우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몸은 오직 선우만이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럴 바엔...죽는 게..나아.'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선우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범해질 바엔 말이다.
'자결하자.......자결해서...명예를...지키자.'
그녀는 자결을 결심하였다.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선우에 대한 정절을 지킬 수는 있으리라
'죽는다면......다시는 선우님을...못 보겠지?.....다시는...품에 안기지 못하겠지?.....선우님의...아이를...낳을 수도..없게...되겠지?'
죽는다면 모든 게 끝이였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행복했던 모든 일상이 완전히 끝나버리는 것이다.
그의 곁에서 조용히 잠이 들 수도 없을 것이다
그의 품에 안겨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귓가에 속삭여주던 사랑한다는 말도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입을 맞추고 사랑을 나눌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게 끝나버리는 것이다.
'싫어.'
싫었다.
너무 싫었다.
평생 바라던 행복한 일상이 무너져내리는 게 미친듯이 싫었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거늘
이제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거늘
어찌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한 채 이대로 죽어야한다는 말인가
'싫어...싫어...나는.....나는...선우님이랑...행복하게 살거야!'
죽기 싫었다.
아니 죽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못해본 게 너무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이대로 죽는다면 너무나 억울한 것이다.
번쩍
주소양은 감기던 눈을 희번뜩 떴다.
그러자 자결을 결심하게 만든 원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해왕海王 혁염광의 면전이 말이다.
'네가 뭔데...네가...뭔데...네가..뭔데!!!!!!!!!'
사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어마어마하 살기를 폭출시키기 시작하였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농밀한 살기를 말이다.
"크으으윽!"
그 살기에 노출된 혁염광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해적들의 우두머리인 그조차 멈춰설 정도로 끔찍하기 그지없는 살기였기 때문이었다.
'부순다...부순다...부순다....부순다..!'
그때 주소양이 반 토막난 검을 들어올렸다.
부웅
그리고 그대로 휘둘러버렸다.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혁염광의 팔을 향해서 말이다.
하지만 힘이 상당 수 빠져버린 것인지
그녀의 검속은 느릿하기 그지없었다.
"흥, 아직도 발악인 것이냐? "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코웃음을 치기 시작하였다.
학습 능력이 없어도 어찌 이리도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주소양이 가진 검기劍技로는 해신갑海神甲을 뚫을 수 없다.
그런데 어찌 포기를 모르고 끝까지 발악을 한다는 말인가
코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그리고 또다시 절망하거라! 네년의 무력함을!"
혁염광은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딴 느릿한 검으로는 해신갑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아아아아
이내 힘이 빠질대로 빠진 주소양이 검이 가벼이 휘둘러졌다.
콰지직
그리고 무척이나 바스라지는듯한 파괴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응?"
그 이질적인 소리에 놀란 혁염광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 소리가 난 곳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갈갈이 찢겨진 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의 왼팔을 말이다.
"....어..어?"
툭
쿵
이내 혁염광의 왼팔과 주소양의 신형이 동시에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이내 괴악스러운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이 땅에 내팽겨쳐지는 순간
왼 팔이 잘렸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주소양이 휘두르는 가벼운 검격에 의해서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혁염광은 쉴새없이 핏물이 터져나오는 왼팔의 절단면을 부여잡은 채 처절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