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9화 〉 890. 적어도 천 문의 대포정도는 준비해야할 것이다.
쿵 쿵 쿵 쿵
대지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중무장을 마친 수 천에 이르는 해적들이 한꺼번에 걸음을 옮기며 진군을 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진군을 하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커다란 성문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뚝
그러자 이내 선두에 서있던 칠척 장신의 거한.
해왕海 혁염광이 걸음을 멈춰세웠다.
척 척 척 척
곧이어 뒤편에 있던 해적들 또한 우두머리인 혁염광을 따라 걸음을 멈춰세웠다.
규율이 자유로운 해적치곤 무척이나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
걸음을 멈춘 혁염광은 정면을 응시하였다.
굳게 닫혀있는 혜주의 성문을 말이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듯이 말이다.
쿠우우우웅
이내 굳게 닫힌 성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한 명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조그맣게 말이다.
또각 또각 또각
그리고 그 조그만 문틈 사이로 누군가 홀로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안력을 돋우기 시작하였다.
감히 대군을 앞에 두고 홀로 바깥으로 기어나온
간 큰 인간의 낯짝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
그리고 그 낯짝을 확인한 순간
혁염광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인세의 아름다움이라고 칭할 수 없는 극상의 미美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작은 얼굴
우아함과 기품이 절로 느껴지는 느껴지는 눈매와 오똑한 콧날
유혹하듯 윤기가 어려있는 붉은 입술,
투명하다는 말이 떠올려질 정도로 깨끗하기 그지없는 피부
압도적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거대한 가슴
마치 개미를 연상시키는 가늘기 그지없는 허리.
중원 여인들의 평균을 한참을 웃도는 떡 벌어진 골반과 탐스러운 엉덩이.
모습을 드러낸 이는 여인이었다.
그것도 극상의 미美를 품고 있는 경국지색의 여인말이다.
어찌..........어찌 인간이 저리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모습을 확인한 혁염광은 감탄하였다.
오십 평생토록 셀 수도 없는 많은 여인들을 만나봤지만
단언컨대 눈앞에 있는 여인만큼 아름다운 이는 마주한 적은 없었다.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해안 지역의 미녀들
중원 여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육적지기 그지없는 색목인들
비단결보다 부드러운 피부결과 흑요석같은 피부색이 인상적인 곤륜노들 등
저 여인 앞에선 달빛 아래 반딧불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극상의 미美에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소유하고 싶다.'
욱신 욱신
이내 혁염광은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저 여인을 가지고 싶다는 소유욕이 물밀듯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불끈 불끈
아랫도리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수컷으로서의 본능이 쉴새없이 외치기 시작하였다.
저 우월하기 그지없는 암컷을 정복하라고
저 완벽한 여인에게 씨앗을 뿌리라고
잉태를 시켜 아이를 낳게 만들라고
저벅 저벅
혁염광은 망설임없이 발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여인을 향해서 말이다.
또각 또각 또각
저벅 저벅 저벅
평야에는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로의 코앞까지 닿은 그 순간
뚝
뚝
두 사람의 걸음은 동시에 멈추게 되었다.
"이름이 뭐지?"
"주소양."
"이름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구나."
혁염광은 정염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대가 해왕海王인가?"
주소양은 그런 혁염광의 눈빛을 가뿐히 무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렇다, 내가 바로 광동성 앞바다를 지배하는 위대한 군주, 해왕海王 혁염광이다."
혁염광은 자랑스러운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위엄을 알아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노략질이나 하는 해적의 우두머리 주제에, 참으로 거창한 소개구나."
하지만 혁염광의 은근한 기대와는 달리 주소양은 경멸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해왕은 도적들의 우두머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험한 입 또한 매혹적이기 그지없구나."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혁염광은 그저 싱글벙글할 뿐이었다.
앙칼진 모습이 정복욕을 더욱더 자극한 까닭이었다
"미친놈."
그런 혁염광의 모습에 주소양은 어이없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욕을 처먹고 실실 쪼개는 모습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평생 네년만큼 아름다운 계집을 본적이 없다. 천하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해지던 서시나 왕소군도 네년 앞에선 분명 달빛 아래 반딧불일 것이다."
혁염광은 그녀의 욕지거리를 받아넘기며 제 할 말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내 여자가 되거라. 주소양. 내 씨앗을 받아 잉태를 하도록 하거라."
혁염광은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거절하지."
주소양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말을 내뱉었다.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서 말이야."
"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필히 네년의 우월함을 담아내기엔 한없이 부족한 그릇을 가진 남자일 것이다. 네년의 우월함은 평범한 남자로는 감당치 못할테니까 말이야.......그러니 내게 오거라.....네년과 동등한 우월한 수컷에 품에 안기란 말이다!"
혁염광은 정욕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자기 확신이 되게 강하네."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코웃음을 치기 시작하였다.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믿는 오만한 자신감을 보니 코웃음이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그 수준에 비해서 말이야."
그녀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꿈틀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혁련광을 이맛살을 꿈틀거렸다.
내려다보는듯한 그녀의 말투가 신경을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뭐라?"
"네가 나를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부족해. 많이 부족해. 기준미달이야."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 따위로는 나를 담아낼 수 없어. 혁염광."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혁염광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마치 선고를 하듯이 말이다.
"납득할 수 없다. 내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네년의 우월함을 담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그녀는 올곧은 시선으로 혁염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직 그 호칭 가진 남자만이 나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오만하구나....오직 천하제일인만이 네년을 품을 수 있다니 말이야."
"난 그럴 가치가 있는 여자니까."
주소양은 당당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크크크큭...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혁염광은 유쾌한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태도였지만
저 정도의 여인이라면 충분히 오만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암컷이 최고의 수컷을 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가 아니던가
"너는 사람을 미치만드는구나...주소양....그 오만방장한 태도조차 당당한 매력으로 느껴지게 만드니까 말이야."
혁염광의 정염으로 가득 찬 눈빛이 쉴새없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당연한 일이야. 난 최고에 어울리는 여자니까."
"그래....넌 최고다...그렇기에...더욱더 갖고 싶구나..."
혁염광은 소유욕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말했을텐데.....임자가 있다고 말이야."
"난 해적이다, 원하는 게 있다면 전부 약탈하지. 그게 돈이든 목숨이든 계집이든 말이야."
혁염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난 네년을 약탈할 것이다. 강제로라도 내 여자로 만들고 씨앗을 뿌릴 것이며 잉태를 시킬 것이다."
"쓰레기같은 새끼네."
스르릉
주소양은 옆구리에 매어둔 검집에서 검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그리고 혁염광을 향해 겨누기 시작하였다.
"해적은 전부 쓰레기다. 새삼스럽지도 않구나."
혁염광은 등에 대충 매어둔 검 한자루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녀를 향해 겨누었다.
이내 주소양의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과
혁염광의 정욕으로 가득 찬 눈빛이 마주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뜨겁게 말이다.
"먼저 오겠는가?"
혁염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사양치 않지."
주소양은 재빨리 발을 굴렸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이내 그녀의 신형이 바람을 꿰뚫으며 쾌속하게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혁염광을 향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쾌속하게 쏘아져오는 그녀의 공격에 대비한 것이다.
콰콰콰쾅
이내 주소양의 검과 혁염광의 검이 맞부딪히며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생사결이 시작된 것이다.
************
혁염광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검격이 쉴새없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소양은 그런 혁염광의 거친 검격을 강대하기 그지없는 검격으로 맞상대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검을 부숴버릴 기세로 말이다.
환검幻劍과 강검强劍.
그 상반된 두 개의 검격이 맞수를 만난듯 한바탕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쾅
주르르륵
이내 굉음이 터지고 혁염광이 신형이 뒤편으로 살며시 밀려나버렸다
주소양의 검에 담긴 강强의 기운을 버텨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하하하하하! 최고다! 넌 최고다 주소양!"
뒤편으로 밀려난 혁염광은 즐겁다는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힘으로 밀렸지만
수치심보단 즐거움이 앞섰다.
자신을 이렇게 맞상대할 수 있는 계집이 있다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더...더......많은 것들을 보여다오!"
꽈아악
혁염광은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시금 쉴새없이 몰아치는 파도의 검격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캉 캉 캉 캉
그러자 검격이 쉴새없이 변화를 하며 주소양을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주르르륵
그러자 이번엔 주소양 측이 한차례 밀리기 시작하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의 검격을 뿌리치는 게 꽤나 고역인 까닭이었다.
'강해.'
뒤편으로 밀린 주소양은 혁염광의 강함을 새삼 인지하였다.
도적들의 우두머리라며 짐짓 무시하긴 하였지만
그는 엄연히 왕王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절대자였다.
그 이름값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하하! 자아! 더 강한 힘으로 부딪혀다오! 더 강하게 압박해다오!"
캉 캉 캉 캉
주소양이 뒤편으로 밀려나자 혁염광은 더욱더 강하게 그녀를 몰아세우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그 모습에 주소양은 내력을 더욱더 강하게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부웅
그리고 강검强劍의 묘리가 담겨있는 검격을 재빨리 휘둘렀다.
콰앙
그러자 폭음이 터져나오며 쇄도하던 혁염광의 검을 그대로 튕겨내버렸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연격을 단 한 번의 일격으로 튕겨내버린 것이다.
'기회!'
검이 튕겨지자 혁염광의 가슴이 텅 비게 되었다.
주소양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을 말아쥔 뒤 그대로 내지른 것이다.
머리통을 꿰뚫어버릴 기세로 말이다.
쇄애애애액
그 모습을 본 혁염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방심조차 허용치 않는 그녀의 집요함에 호승심이 절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혁염광은 목을 뒤로 젖혔다.
부우웅
그리고는 재빨리 앞으로 목을 튕겨버렸다.
콰콰쾅
그러자 이내 주소양의 주먹과 혁염광의 이마가 맞닿게 되었다.
그러자 사방에 충격파가 퍼져나갔고 두 사람의 대치가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부들 부들
"꽤나 무모하군. 머리통이 터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던가?"
주소양은 이마에 맞닿은 주먹을 부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부들 부들
"네 그 고사리같은 주먹으로 내 머리통을 꽤 뚫을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주소양의 주먹을 이마로 받아낸 혁염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어디 이것도 받아보거라."
부웅
주소양은 재빨리 내질렀던 주먹을 회수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살짝 돌려 혁염광의 옆구리를 무릎을 들어올려 그대로 찍어버렸다.
"크으윽.."
주르륵
그러자 혁염광의 신형이 옆쪽으로 살며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일격을 대비치 못한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애액
주소양은 옆쪽으로 밀려난 혁염광을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목을 그대로 따버릴 요량이었다.
혁염광은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강대한 일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콰콰쾅
주르르륵
이내 두 검이 맞부딪히며 굉음성이 터져나왔고 혁염광의 신형이 그대로 공중에 붕 뜨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의 강대한 일격을 견뎌낼 수없던 까닭이었다.
쾅
쿵 쿵 쿵
공중에 붕 뜬 혁염광의 신형은 얼마지 않아 땅에 처박히게 되었고 땅바닥에 쉴새없이 구르게 되었다.
전해진 거대한 충격을 도저히 해소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데구르르르
그렇게 얼마나 굴렀을까
쿵
이내 혁염광은 바닥에 대자로 뻗게 되었다.
충격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다.
타타탁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빠르게 발을 튕긴 후
대자로 뻗은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대로 몸통을 꿰뚫어버릴 요량이었다.
이내 대자로 뻗은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주소양은 그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온힘을 다해서 말이다.
'끝이다!'
이내 검끝에 살갗이 닿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고 주소양은 확신하였다.
그의 생이 끝났음을 말이다.
캉
그때 그녀의 귓가에 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살갗을 파고들던 검이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아무리 힘을 줘도 해왕의 신체를 꿰뚫을 수 없는 것이다.
'아..아니!?'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검强劍의 묘리가 담겨있는 검이 인간 신체를 뚫을 수 없다니
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검이 꽤나 매섭구나."
혁염광은 그런 주소양을 재밌다는듯이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 그정도로는 이 해왕海王의 신체를 꿰뚫을 수 없느니라."
쾅
혁염광은 솥뚜껑만한 주먹을 휘둘러 주소양의 옆구리를 가격하였다.
"커으으윽!"
갑작스레 옆구리를 얻어맞은 주소양은 허공에 붕 뜬 채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전혀 대비치 못한 일격인 까닭이었다.
쾅 쾅 쾅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가던 그녀의 신체가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내 신체를 꿰뚫고 싶거든 적어도 천 문의 대포정도는 준비해야할 것이다."
척염광은 땅에 처박히 주소양을 바라보며 진한 미소를 흘렸다.
명백한 승자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