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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88화 (889/1,419)

〈 888화 〉 889. 해왕海王과 자웅을 겨루겠습니다.

"반항한다면 머리통이 터져나가게 될 것이다."

무거운 침묵 속에 여인은 차가운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해적들은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들 이끌던 우두머리의 머리통이 사정없이 터져나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싹

해적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평상시였으면 대장의 자리가 비었다며

자신이 대장이 될 것이라며 왁자지껄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기뻐했을테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여유가 나오지 않았다.

눈앞에 여인이 내보인 압도적인 위용이 그들의 입을 순식간에 틀어막아버린 까닭이었다.

1번대 대장 마고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자신들의 머리통 또한 인식조차 못한 채 터져나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두려웠다.

두렵고 너무 두려웠다.

반항조차 하지못하고 죽게 될까봐.

마고처럼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까봐 말이다.

"................"

이내 다시금 무거운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약탈을 자행하던 해적들도

약탈을 당하던 마을 사람들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그저 갑작스럽게 등장한 압도적인 강자의 눈치를 볼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마지막으로 권하겠다. 투항하라, 그럼 죽이진 않겠다."

여인이 다시금 천천히 입을 떼었다.

최후통첩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모르쇠일관한다면 분명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리라

"투항한다면....저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그때 해적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입을 떼었다.

"네놈들은 관아에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여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재판을 받게된다면 저희는 모두 죽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해적은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껏 수많은 약탈을 자행하였던 자신들이었다.

수 많은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고

수 많은 여인들의 정절과 순결을 빼앗고

수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왔던 것이다.

그런 자신들이 재판을 받게된 사형이 받게될 것이 뻔하였다.

죄질의 경중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참수형이 아닌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죽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어찌 투항을 하라는 말인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하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그럼 이대로 멀쩡히 살아돌아갈 생각이었던 것인가?"

여인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빼앗으며 약탈을 자행했던 놈들이었다.

그런데 어찌 멀쩡히 살아돌아갈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양심이 없어도 어찌 이리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차피 죽는다면 투항할 의미가 없지 않소이까!"

"의미는 충분하다, 네놈들의 그 벌레같은 목숨을 조금이라도 연명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녀는 살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아, 고르거라, 지금 죽겠느냐? 아니면 재판 후 죽겠느냐?"

솨아아아아아아

이내 그녀의 주위로 폭발적인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윽"

"....으으윽..."

그 살기에 노출된 해적들은 옅은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감히 항거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살기가 온몸을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난...난....죽기 싫어!"

그때 해적 중 하나가 몸을 돌린 후 그대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녀가 짓누르는 살기를 뿌리치게 만든 것이다.

"나도!...안죽을거야!"

"죽으려면 네년이나 죽어! "

그의 행동에 감화된 것일까

이내 수많은 해적들이 뿔뿔히 흩어진 채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살아남고 말겠다는 생존의지를 불태운 채 말이다.

"명륜明輪"

여인은 그런 해적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촤르르르르

촤르르르르르

그러자 그녀의 주위에 수 많은 륜輪이 생성되며 쉴새없이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말이다.

까닥

이내 여인은 가벼이 손가락을 까닥 움직였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러자 주위에 생성된 륜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쾌속하게 쏘아져나가시 시작하였다.

도망치는 해적들을 향해서 말이다.

펑 펑 펑 펑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폭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해적들의 머리통이 터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살려줘어어!"

"오지마! 오지마! 오지마아아아!!"

"흐아아아악!'

마을 여기저기서 처절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추격해오는 명륜에 모습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 것이리라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자신들 눈에도 피눈물이 날 각오는 했어야지."

여인은 비명성을 내지르는 해적들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비참한 모습이었지만

그리 불쌍해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지른 죄질에 비하면 무척이나 관대한 처분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디 다음생에선 인간이 되도록 하거라.'

그녀는 해적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부디 다음생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

광동성 광주

꿀꺽 꿀꺽

"과연 내륙에서 직접 마시는 술은 그 흥취가 남다르군."

아무렇게나 기른 검은 머리.

코밑은 물론 턱밑까지 무성히 나있는 검은 수염

칠척 장신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

해왕海王 혁염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륙에서 먹는 술맛이 꽤나 만족스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분명 같은 술이건만 바다 위와는 전혀 달랐다.

항상 따가운 햇볕과 소금기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마신때와는 천지나 다름없는 술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륙 놈들은 항상 이렇게 풍족하게 살아왔던 것인가? 질투나는구만."

"크하하하하, 질투하실 필요없습니다. 선장, 이제 저희도 내륙에 진출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이 풍족함이 우리 것이 될 것입니다."

그때 옆에 있던 3번대 대장 조주가 기쁜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과연 그도 틀린 말이 아니구나."

그 말을 들은 혁염광은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바다 위에서 한평생을 보내야했던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평생토록 염원하던 내륙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게 천마 덕분이다.'

그는 생각하였다.

이 모든 게 천마의 덕분이라고 말이다.

이미 차고넘칠 정도로 강성한 세력을 쌓아놓은 상태였지만 쉽사리 내륙에 진출할 수는 없었다.

해적이라는 직함자체가 관군뿐 아니라 무림인들에게조차 적대시 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천마와 협력을 하지 않았다면 백만대군과 천무맹에 의해 그대로 쓸려나가버렸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걱정없었다.

천무맹은 해체가 되었고

구대문파는 마교에 공작에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황실은 북방이민족에 의해 전력이 완전히 묶여버렸다.

반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 자신과

수 천에 다다르는 병력을 대항할 수 있는 이들이 존재치 않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광동성 전체를 내 영토로 만든다.'

혁염광을 야망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왕이 될 것이다.

바다왕이 아닌 광동성 전체를 지배하는 진정한 왕 말이다.

"크흐흐흐흐.."

혁염광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진정한 왕으로 거듭날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창 웃고 있을 때였다.

벌컥

갑자기 누군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혁염광을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무척이나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8번 대대장인 남우였다.

"선..선장! 큰일 났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남우는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무슨 일이지?"

혁염광은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입을 떼었다.

".......1번 대가 전멸을 하였습니다."

남우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와락

"........뭐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혁염광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1번대가 전멸을 하였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1 번대가 말인가?"

"...그렇습니다."

"말도 안된다! 1 번대가 전멸을 하다니! 다른 부대 놈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강한 놈들만 모아놓은 게 1번대의 마귀들이 아니던가!"

혁염광은 그의 말을 맹렬하게 부정하였다.

1번 대가 어떤 부대란 말인가

대장인 마고의 경우 화경에 다다른 절대고수였으며

그 밑에 수하들의 경우 최소 절정에 다다른 일급 고수들이 아니던가

대문파하더라도 지지않을 거대 전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1 번대가 전멸을 하였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다른 부대의 전멸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억세기로 유명한 중원의 무인들의 합공이라면

충분히 패배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1번대의 전멸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누가 그들을 전멸시켰다는 말인가

".......유일한 생존자였던...1번 대 조타수가....직접 증언한 사실입니다."

남우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흉흉하기 그지없는 해왕의 기운에 짓눌려 두려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으드드득

한 편 남우의 말을 들은 혁염광은 이를 으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부대들이 전멸을 당하였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왕이 되기 위해선 부하가 필요하였다.

자신의 명을 충성스레 수행할 수 있는 믿음직한 부하들이 말이다.

그런데 그런 부하들이 한순간에 전멸당하였다.

어찌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흉수가...누구인가."

혁염광은 핏발에 선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여인이었다고 합니다.........새하얀 륜을 자유자재로 다루는....한 명의 여인 말입니다."

"고작 한 명에게 당한 것인가!"

혁염광은 분노에 찬 음성을 내던졌다.

"그..그러..하옵니다"

남우는 두려운듯 온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폭사하였기 때문이었다.

".....1번대가...전멸한 곳이...혜주였는가?"

"그..그러하옵니다. "

"잘됐군, 가까워 말이야."

벌떡

이내 혁염광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든 부대에게 알려라."

그리고 조아리고 있는 남우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전원 무장을 갖춘 뒤 챙겨 혜주로 향하라고 말이야."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쟁이다."

혁염광의 눈빛에 짙은 살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

광동성 혜주.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말들이 혜주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숫자만 기백은 넘는 숫자였다.

"혜주다! 혜주가 보인다!"

"말을 더욱더 빨리 몰아라! 저기 원수가 있다!"

"형제들을 죽인 개같은 계집에게 피의 복수를!"

"감히 해왕의 선단에 손을 댄 시건방진 계집에게 죽음을!"

"와아아아아아아!"

혜주가 보이자 말 위에 탄 해적들은 고함을 내지르며 속도를 더욱더 높이기 시작하였다.

1번 대를 전멸시킨 원흉이 저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더욱더 고취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기백에 다다르는 해적들이 전원 혜주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어디있느냐 계집!

"모습을 드러내거라!"

"어딜 도망친 것이냐!"

도시 안으로 들어온 해적들은 거칠게 이곳 저곳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선단에 이를 드러낸 건방진 계집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어디에 여인의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여인 뿐 아니었다.

사람 자체의 인기척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정육점에도

노점상에도

포목점에도

대장간에도

관사에도

어디에도 사람은 없었다.

마치 텅비어버린 것철머 말이다.

"........뭐지?"

".....왜 사람이 없는 거지?"

해적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어찌 도시에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피슝

"꺼어억!"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아들더니 선두에 섰던 해적의 목을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뭐...뭐야!?"

"어..디..어디야!"

그 모습을 본 해적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두리번 거리기 시작하였다.

화살을 쏜 장본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도시 안엔 사람이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액

"꺼어억"

이내 해적 하나가 다시금 화살에 꿰뚫려버렸다.

그리고 해적들은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마을 밖에서 화살이 날아와 꽂히는 모습을 말이다.

"젠장할! 도시 바깥이다! 바깥에서 화살이 쏘아보내고 있다!"

"함정이다! 모두 도시를 벗어나라!"

해적들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함정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재빨리 말을 몰기 시작하였다.

어떻게해서든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솨아아아아아아아

그때 어디선가 바람을 꿰뚫는 거대한 파공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도망치던 해적들은 그 기이한 소리에 반응하여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도시 안으로 쏟아지고 있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화살들을 말이다.

팍 팍 팍 팍 팍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도망쳐어어어어어!!!!!"

이내 해적들의 처절한 비명성이 도시 안에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

혜주 안은 무척이나 처참하였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화살비로 인해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기백에 이르는 해적들과 말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대승입니다! 대승!"

그 모습을 본 한광은 기쁜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무려 수백에 이르는 해적들이 전멸을 하였다.

그것도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말이다.

어찌 대승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뻐하긴 이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들은 선발대에 불과합니다. 아직 저들은 수천의 병력이 남아있는 상태이지요."

"그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빈집을 이용한 전략을 사용하면 되겠군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해왕이 경지에 다다른 고수라면 혜주시 안에 생명체가 존재치 않다는 걸 잘알테니까요."

"그렇다면...어찌..?"

"단도單挑"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모든 걸 걸고 해왕海王과 자웅을 겨루겠습니다."

주소양의 눈빛이 결연의 의지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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