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83화 (884/1,419)

〈 883화 〉 884. 죽어라, 벌레같은 놈들.

남녕

남녕은 광서성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교통의 요지이자 하루에도 수 만에 이르는 유동인구들이 오고가는 최대 상업 도시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남녕에는 매해 막대한 자본이 유통되었고 그 자본들은 지역민들을 부유하기 그지없게 만들어주었다.

거지들조차 하루 일당이 타 지역의 근로자들 수준으로 높은 가장 부유한 도시.

지역민들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도시.

그곳이 바로 남녕이었다.

그런 남녕이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청명했던 하늘은 매캐하기 그지없는 검은 연기가 가득히 차버렸고

도시의 활발함을 느끼게 해주던 인부들의 땀냄새들은 살갗이 타는 역한 냄새로 바뀌어 사방에 진동하였으며

눈을 즐겁게 해주던 관광명소에는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불길이 피어올랐고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남녕에는 처절한 비명과 울부짖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생기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던 가장 행복한 도시가

사기와 열기로 가득 찬 죽음의 도시로 변모하였다.

마치 재앙을 맞이한 것처럼 말이다.

"시시하군."

남녕을 죽음의 도시로 만든 원흉, 구양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제대로된 무림단체가 없는 지역이라지만

무력해도 너무 무력하였다.

자신의 발걸음을 막아선 이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광서성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리우는 정검문도

수 천에 이르는 관군들도

광서성에 위치해있는 개방의 거지들도

누구 하나 자신을 막지 못하였다.

그야말로 무력無力.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셈이었다.

"중원인들은 어찌 이리도 약하단 말인가........풍족한 환경이 나약함을 낳은 것인가?"

화르르르륵

구양진은 걸음마다 불길을 일으키며 걷고 또 걸었다.

중원인들의 나약함을 한탄하면서 말이다.

*******

광서성 내빈시

"황실에선 별다른 연통이 없는 것인가?"

광서성의 도지휘사 백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직 별다른...기별이 없습니다."

도지휘동지 고택은 송구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제기랄!"

그 말을 들은 백광은 거칠게 탁자를 내려쳤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천에 이르는 관군이 모두 전멸당하였다! 남녕을 비롯한 다 섯개의 도시가 그대로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찌 황실에서는 관망만 하고 있다는 말인가!!"

백광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차오른 것을 느꼈다.

광서성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남녕을 비롯한 다섯 개의 도시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하였다.

그간 쌓아왔던 기반들은 물론 백성들의 터전까지 전부 말소되어버린 것이다.

하루하루 광서성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어찌 이리도 늑장 대응을 한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더 시급한 일이 생겨...우선순위가 밀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택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광서성이 망해가는 일보다 시급한 일이 어디있다는 말인가!"

백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다.

성 하나가 망하기 직전이었다.

이보다 급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

화가 잔뜩 난 백광의 음성에 고택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또한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광서성을 사랑하는 백광이었다.

그의 분노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백광이 한창 분노를 토해내고 있을 때였다.

쾅 쾅 쾅

갑자기 누군가 다급히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인가!"

한창 열을 올리던 백광은 잔뜩 화가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소인, 첨사인 감숙입니다!"

그러자 바깥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쩐 일인가?"

"황실에서 서신 한 통이 전달되었습니다! 대인"

"뭐라!?.......황실에서!?"

그의 말을 들은 백광은 반색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당장 들어오도록 하라!"

끼이이이익

그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더니 도지휘첨사인 감숙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도지휘사를 뵙습니다."

"인사 치레는 되었다, 본론부터 말해다오. 그래, 병력은 얼마나 지원해준다고 하더냐?'"

백광은 기대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병력 지원이 얼마나 오게 될지 궁금증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

그의 물음에 도지휘첨사 감숙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무척이나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어찌 말이 없더냐? 병력 지원이 얼마나 되냐니까?"

그가 말이 없자 백광은 다시금 그를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어찌 상관의 물음에 응답치 않는다는 말인가

".............병력 지원은.....없다고 합니다."

감숙은 마지못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뭐....뭐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백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병력 지원이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지원이 없다는 건 곧

천자께서 광서성을 버리겠다는 말과 다를바가 없지 않은가

"아니...어찌하여....어찌하여!"

이내 백광은 흥분한 채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직접 보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감숙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품 안에서 서신 한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백광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휘익

백광은 손을 뻗어 재빨리 서신을 낚아채었다.

그다음 빠르게 펼친 뒤 그대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동공이 확장되며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말도....안된다...어찌...어찌하여..그들이.."

그리고 말도 안된다는듯이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서신 속에 적혀진 내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신에는 광서성에 병력 지원이 힘들다는 말이 쓰여져있었다.

별안간 북방 이민족이 수 만에 이르는 기마부대를 앞세운 채 중원을 침략하였기 때문이었다.

황실에서는 그들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황궁 수비를 위한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한 모든 병력을 북방으로 이동시켰다고 하였다.

도저히 지원해줄 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럴..리 없다...그럴 리 없다는 말이다.."

백광은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애써 부정을 하였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가 않았다.

현 상황이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현실을 부정하였을까

"......하늘이...광서성을 버렸구나."

이내 백광은 탄식하듯 말을 내뱉었다.

인정한 것이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치달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언가...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대인.."

도지휘동지 고택은 위로하듯 말을 내뱉었다.

"대체 무슨 방법이 말인가?"

백광은 허탈한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광서성의 무림인은 물론 수천에 이르는 관군들마저 모두 전멸당해버렸네......단 한 사람에게 말일세........그런 괴물을 우리가 어찌 상대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의천맹에 전서구를 보내둔 상황입니다...분명...그들이 지원을 온다면...무슨 방법이..."

"......의천맹의 무인들이 온다한들 상황이 바뀔 것 같지가 않네.....그저 시체만 늘어날 뿐이지."

백광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난 상상이 안되네........수 천의 병력을 일방적으로 학살한 저 괴물이 패퇴하는 모습을 말이야.........검, 도, 창 ,활은 물론이고....화탄에 대포까지......그에게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였네.....그런데 대체......누가 그런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백광의 얼굴이 점점 절망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괴인에 대한 끝을 알 수 없는 공포가 그의 온몸을 지배한 까닭이었다.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같은 괴물 뿐일세.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는 법이지."

백광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는 맞서는 걸 포기하겠네. 더이상 맞서는 건 바보같은 짓이야."

백광은 결심한듯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든 괴인을 몰아내고자 하였지만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다른 성에 합류하여 맞서는 게 나은 선택이리라.

"당장 성 전역에 알리도록 하라. 피난을 준비하라고.....호남으로 넘어가겠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인."

"알겠습니다. 대인

도지휘동지 고택과 도지휘첨사 감숙은 고개를 숙이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당장에라도 대피령을 내릴 요량이었다.

백광은 그런 그들을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디.......모두가 도망갈 때까지...오지 말아다오....속도를 늦춰다오...제발.."

그리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간곡히 빌고 또 빌었다.

부디 모두가 안전히 도망갈 수 있게 해달라면서 말이다.

**************

수 많은 행렬들이 줄을 이어 내빈시 바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도지휘사 백광이 대피령을 내린 이후

피난민들 모두가 대규모로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복잡하니 아비 손을 절대 놓으면 안된다."

"네에 아부지. 절대 안놓을거예요."

"어머니, 어서 업히십시오. 이러다 행렬 놓치겠습니다!"

"내 아직 걸을만 하다!"

"느려터졌으니 그런 거 아닙니까!"

"막순아, 여기는 뜀발질하던 뒷산이 아니다, 놀러온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오라비 손 놓지 말거라."

"알겠어요. 오라버니."

피난민들은 저마다 가족을 꼭 붙든 채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혼잡스러운 행렬 속에서 가족을 놓치게 됐다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염병 또 피난이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살려면 이렇게라도 해야지."

"이러다간 다리가 불어터져 죽고 말걸세."

"이번이 마지막 대피이길 희망하게나."

몇 몇 이들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계속되는 피난의 연속이 좀처럼 마음에 차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불만과 안도, 걱정 그리고 희망을 품으며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대피가 마지막 대피가 되기를 간곡히 빌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창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응?"

선두에서 피난민들을 이끌던 도지휘첨사 감숙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 길을 한가운데 서있는 인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력을 돋우기 시작하였다.

어떤 정신 나간 놈이 길 한가운데를 막고 서있나 의아함이 든 까닭이었다.

"히이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길을 막고 있는 이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한 까닭이었다.

타오르는듯한 적발과 적염

그리고 붉디 붉은 적포

용의 형상을 그려져있는 거대한 대도

어찌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향인 광서성을 버릴 수 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을 말이다.

"모두 되돌아가라!"

감숙은 재빨리 몸을 돌려 뒤편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무척이나 다급하게 말이다.

하지만 피난민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뿐

누구 하나 몸을 돌려 되돌아가는 이가 없었다.

그저 무슨 일인가 호기심만을 내보일 뿐인 것이다.

"젠장할! 재앙이........!"

감숙은 답답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지르려고 하였다.

재앙이 찾아왔다고 말이다.

화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는 끝말을 잇지 못하였다.

거대한 불길이 그의 온몸을 집어삼킨 까닭이었다.

"아아아아악!!!!!"

"재앙이 찾아왔다!"

"마귀가...지옥불을 다루는 마귀가 나타났다!!!!!

"도망쳐어어어!!!!"

이내 그 모습을 본 피난민들은 우왕좌왕하며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감당조차할 수 없는 재앙이 도달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죽어라, 벌레같은 놈들."

그 모습을 본 염재炎災 구양진은 화룡도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부웅

그리고 도망치는 피난민들을 향해 그대로 휘둘러버렸다.

그러자 거대한기 그지없는 염구炎球가 쏘아지며 그들을 덮치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악....뜨거워..뜨거워...뜨거워어어!"

"아아아아악......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오오."

"피부가..녹..아아...아."

그러자 이내 여기저기서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살이 타는 역한 냄새 또한 사방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구양진은 화룡도를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화르르르르륵

그리고 태양열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의 뒤편에서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해일이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성벽을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높다란 해일을 말이다.

"불의 세례를 받아라!"

부웅

이내 구양진은 화룡도를 빠르게 내리그어버렸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치솟아오른 불꽃의 해일은 그대로 피난민들을 덮쳐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모조리 집어삼킬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피난민들의 표정은 절망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그 거대하기 짝이 없는 위용에 피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쿠우우우우웅

그때 갑자기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을 하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마어마한 규모의 땅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마치 하늘을 꿰뚫어버릴 기세로 말이다.

쿠우우우우웅

그렇게 얼마나 치솟았을까

이내 땅은 불꽃의 해일과 맞먹는 거대한 크기로 변모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불꽃의 해일을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이내 두 거대한 힘이 격돌을 하며 천지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

".....살았어!..살았다고!"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다고!"

여기저기서 피난민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불로 만들어진 거대한 해일에 휩쓸려 생을 달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와락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구양진은 인상을 와락하고 구겼다.

자신의 공격이 완전히 막혀버렸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 까닭이었다.

"모습을 드러내거라."

구양진은 허공을 응시하더니 이내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스르르륵

그러자 빈 허공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네놈은 누구지?"

구양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네놈을 상대할 사람."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만하구나."

구양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자신을 상대한다는 말을 입에 담다니

어찌 이리도 오만하다는 말인가

"오만해도 돼, 나 정도면."

"그 말, 증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꽈악

구양진은 화룡도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실망하지 않을 거야."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서서히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빼앗아 버리는 마력魔力이 담겨있는 마검을 말이다.

콰콰쾅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격돌하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곧바로 서로에게 달려든 탓이었다.

콰콰쾅

콰콰쾅

이내 두 사람은 목숨을 건 격렬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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