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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82화 (883/1,419)

〈 882화 〉 883. 광서성으로 떠나다.

선우는 만면에 미소를 가득 지었다.

정검문이라면 꽤나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문파였다.

과거 의천맹 창립 당시 가장 먼저 입맹 신청을 하였던 문파인 까닭이었다.

원래 쥐뿔도 없을 때 믿어준 친구가 더 정감이 가지 않던가

선우에게 정검문은 그런 존재였다.

쥐뿔도 없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준 친구 말이다.

그렇기에 반가움이 절로 든 것이다.

'...의....의천맹주!?'

한 편 정소연은 여전히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이의 정체가 의천맹주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분명 황실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는데..'

풍문으로 전해듣기를 그는 역적들을 소탕한 공로를 인정받아 황실에서 주지육림을 만끽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그가 어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설마....광서에 괴인이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그녀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가 괴인을 퇴치하기 위해 몸소 나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정말..의천맹주가..맞으신 건가요?"

정소연은 확인하듯 재차 물음을 던졌다.

그가 정녕 의천맹주가 맞는 것인지

마지막으로 확인할 요량이었다.

"물론입니다. "

선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답을 하였다.

털썩

"정검문주의 넷째 제자, 정소연이 의천맹주를 뵙습니다."

그러자 정소연이 별안간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였다.

할 수 있는 최대한 예를 차린 것이다.

"무릎을 꿇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무릎 꿇는 건 보기 위해 정체를 밝힌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의천맹주를 앞에 두고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한 일이니 개의치 말아주십시오."

"제가 불편해서 그럽니다. 일어나주십시오."

선우는 다시금 그녀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의천맹주께서 그리 말하신다면.....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스르륵

이내 정소연은 그대로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별빛 보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였다.

무언가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이다.

"어쨌든 반갑니다. 정 소저, 설마하니 이렇게 만나뵙게 될 줄은 예상치 못하였습니다."

선우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이 실로 부담스러운 까닭이었다.

뭐 줄 것도 없거늘 어찌 저렇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사람을 응시한단 말인가

"저 또한 의천맹에서 맹주를 직접 급파해줄 지는 상상도 못하였습니다.......아무래도 저희가 보낸 전서구가 무사히 도착한듯 하군요."

"네에?"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급파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사실 의천맹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하였습니다.....아직 조직 개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의천맹 측에서는 지원요청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그런데 이렇게 맹주께서 직접 발걸음을 하시니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저희 같은 중소문파의 요청에 이렇게 발 벗고 나서다니요."

정소연은 감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맹주인 선우가 직접 발걸음을 옮긴 것 자체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맹주라는 존재는 필연적으로 엉덩이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강대한 무력과 높은 지위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탓에 함부로 움직였다간 정치적으로 상당히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정녕 급박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맹주가 직접 나서서 광서를 구해주려고 하고 있었다.

어찌 감격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엇하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서구는 뭐고

지원 요청은 뭐란 말인가

거기다 자신이 직접 발걸음을 했다니?

하나같이 알 수 없는 말들 뿐이었다.

"소저,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저는 지원 요청을 받고 광서성으로 하던 길이 아닙니다."

이내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정소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지원 요청을 받고 온 게 아니라니

그렇다면 별안간 호남성에는 왜 있다는 말인가

"........황실에서 일을 마치고 남창으로 되돌아가는 길에....이곳에서 정소저와 마주치게 된 것입니다."

"황실에서...남창으로요?"

"그렇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는 호남인데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말을 이었다.

황실에서 일직선으로 쭉 내려오며 곧바로 남창이 나온다.

그런데 어찌 옆에 있는 호남에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길을 잘 못 들어서...."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괜스레 치부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허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정소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광서성으로 지원 가는 도중 마주친 줄 알았건만

그저 단순히 길을 잃었던 것뿐이었다.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선우 또한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것인지

민망한듯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

"광서성이 불바다가 되었다구요?"

선우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착각한 부분을 바로 잡은 뒤 곧바로 사정 청취를 하였다.

그녀가 말한 것들이 무엇을 뜻하는 지 말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전해듣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인에 의해 광서성이 불바다가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습니다.....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괴인은 온몸에 불을 내뿜으며 광서성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렸습니다......그리고....수 많은 사람들이 그 불길에 휘말려 생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부 말입니다."

정소연은 한없이 슬픈 눈빛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끔찍했던 광서성의 모습이 떠오른 까딹이었다.

".......그 정도 피해라면 관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텐데요?"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물음을 던졌다.

관은 무림과 불가침의 관계였기에

무림인들의 행사에 구태여 나서지는 않았지만

일반 백성들을 건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 관군이 파견되어.......괴인을 토벌하려고 하였지만......소용없었습니다.......전부 괴인에 손에 의해 불태워져버렸습니다."

"관군을 건드렸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놀랐다는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미친 놈이군."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관군을 건든다는 건 곧 황제에게 반기를 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짓이었다.

순식간에 역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다니

어찌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맞습니다.......그자는 미쳤습니다.....이대로 냅뒀다간 모든 것을 불태울 겁니다. 광서성도.......정검문도.......더 나아가 중원 전체까지 말입니다..."

정소연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며 말을 이었다.

광서성을 불태운 광인에 대한 두려움이 차오른듯 싶었다.

".........그러니....맹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그 흉악스러운 광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맹주밖에 없습니다........부디...광서성으로 가...그 광인을 막아주세요........제 가족들을..........광서성의 백성들을........지켜주세요.."

정소연은 고개를 깊숙히 숙이며 간곡히 부탁하였다.

부디 광서성을 도와달라고

무고한 백성들의 희생을 막아달라고 말이다.

선우는 말없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동자로 말이다.

"부탁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흐으윽..."

그리고 선우의 대답을 들은 진소연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꼼짝없이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서글픔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당연한 해야할 일을 어찌 머리를 숙여 부탁한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선우의 말에 그녀는 눈물을 쏙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그렇다는 건?"

그녀는 떨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정검문은 의천맹의 든든한 우군이 아닙니까?"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으윽...흐윽.."

정소연의 눈가가 물기로 젖어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흔쾌한 수락에 감격을 한 것이다.

"감사..합..니다...정말...감사합니다...정..말..정말.."

그녀는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광서성을 떠난 이후

고난의 연속이었다.

목숨을 걸고 활로를 열었건만 피난민들은 불만투성이었고

나중에는 산적들과 야합을 하여 자신들을 죽이려고까지 하였다.

비정강호가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심적으로 몰릴 대로 몰린 상황에서

선뜻 도와주겠다는 의천맹주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감격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런 게...협이로구나.'

그녀는 생각하였다.

눈앞에 있는 남자야말로 진정한 협객의 표본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벅차오른 감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토닥 토닥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의 등을 부드러이 토닥여주었다.

그녀의 감정이 모두 해소되어 눈물이 완전히 그칠 때까지

************

"실례가 많았습니다.......제가 추태를 보였군요."

어느새 눈물을 멈춘 정소연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의치 마십시오."

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의천맹주는 무척이나 친절하시군요."

정소연은 능금처럼 얼굴을 붉힌 채 말을 내뱉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오히려 감사하군요."

선우는 만면에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저..저는......뒷정리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정소연은 얼굴을 돌린 채 말을 내뱉었다.

도저히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리 하십시오."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이만.."

저벅 저벅

정소연은 빠른 걸음으로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선우와 거리를 벌리듯이 말이다.

선우는 재밌다는듯 히죽거리며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히죽거리고 있을 때였다.

"여자를 달래는 게 참 능숙하시네요."

나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하오문주 하수련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계속 울릴 수는 없잖아?"

살짝 찔린 선우는 나름의 변명을 내뱉었다.

"누가 뭐래요? 그냥 능숙하다구요."

하수련은 배시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광서에 갈 심산인가요?"

"응, 아무래도 직접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좀더 정보를 취합한 이후 가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하수련은 걱정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어, 지체될 수록 피해가 커질테니까."

선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거절을 표하였다.

이왕이면 광인에 대해 미리 알고 가는 편이 나을테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자행한는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일테니 말이다.

"...........팔자에도 없는 광서성으로 가게 생겼네요."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떼었다.

"무슨 소리야? 너는 남창으로 가야지."

"네에? 저를 떼어놓으려고 하신거예요?"

"그럼 그 위험한데 너를 어떻게 데려가?"

광서성을 불바다로 만든 광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가 어느정도 무공 수위를 가지고 있는 지

무공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조력자는 있는 지 등

무엇 하나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수련을 데려가는 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차라리 남창으로 따로 보내는 게 나은 일이리라.

"주인님이 지켜주실 거 잖아요?"

"있으면 걸리적 거려서 싫어."

"...........매번 느끼는 건데.....주인님은 정말 인성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하수련은 토라진듯 볼을 살며시 부풀리며 말을 이었다.

딱딱한 선우의 말에 화가 차오른 모습이었다.

"얼마나 강한지 모르잖아, 만약 예상이상으로 강한 고수라면....너를 지켜줄 여유가 없을 지도 몰라."

이내 선우는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라구요...."

"걸리적거리는 것도 사실이거든."

선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인성 파탄자."

그녀는 생각하였다.

자신의 주인은 인성이 파탄난 인간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어쨌든 잘부탁해, 가는 길에 정검문도들 호위도 좀 해주고."

"잔업 수당은 주인님에게 청구하면 되나요?"

"노예가 수당이 어딨어? 까라면 까야지."

"........쓰레기."

그녀는 도끼눈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의 눈빛을 웃으며 받아들였다.

그녀와의 말장난이 꽤나 유쾌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럼 이제 가볼게."

선우는 앞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지금 당장이요?"

"지체할 시간이 없다니까."

"그래도 해뜨면...가지.."

"나한테 낮과 밤이 의미가 없어."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경지에 오른 이후 어둠조차 꿰뚫는 날카로운 눈을 갖게 된 선우였다.

그런 그에게 낮과 밤은 의미가 없었다.

"보고 싶어도 꾹 참고 기다려라, 금방 돌아올테니까."

선우는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죽지나 마세요"

하수련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안죽어, 절대로."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하수련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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