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1화 〉 882. 처음 뵙겠습니다, 의천맹주 장선우라고 합니다.
882. 처음 뵙겠습니다, 의천맹주 장선우라고 합니다.
"아아아악!.....아파...아프다고...."
"끄아아악.......내 다리...내 다리가.."
"아아악...내 팔..내..팔이.."
산적들은 팔다리를 부여잡은 채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별안간 팔다리가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져버린 까닭이었다.
"젠장할, 적습이다! 주위를 경계를 해라!"
주섭은 다급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다.
뜻하지 않은 방문자를 맞이했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산적들은 일제히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긴장 어린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주위를 경계하였을까
저벅 저벅
그들의 귓가에 발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산적들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을 말이다.
남자답게 생긴 시원스러운 인상의 얼굴
중원인 치고는 꽤나 큰 육 척 장신의 키
옷 위로 태가 날 정도로 잘 단련된 신체.
그리고 마치 야수와도 같은 눈빛을 가진 사내였다.
주르륵
그 남자를 마주한 주섭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본능 경고하였기 때문이었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남자라고
틈을 보이는 순간 그대로 절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네놈은 누구지?"
주섭은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지나가던 사람."
남자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나가던 이라면.......가던 길을 마저 갈 것이지. 어찌 녹림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인가"
주섭은 녹림을 거론하며 꾸짖듯 언성을 높였다.
뒷배로 녹림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일부러 드러낸 것이다.
"산적새끼, 근엄한 척은."
그 모습에 남자는 비웃음을 흘리며 비아냥대기 시작하였다.
"뭐라! 지금 녹림의 대호걸을 모욕하는 것이더냐!"
"호걸이라는 새끼가 인질잡고 협박을 하냐?"
남자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것이 바로 전략이라는 것이다!"
주섭은 당당한 태도로 언성을 높였다.
"지랄말고 부하들 데리고 꺼져, 뒈지고 싶지 않으면."
남자는 귀찮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축객령을 내렸다.
더 들어줄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남자의 말을 들은 주섭은 고민에 빠졌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자를 상당한 경지에 이른 고수라는 사실을
만약 대적하려고 든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이대로 밀고 나가야할지 아니면 이대로 물러나야할 지 말이다.
'안돼, 이런 대박을 포기할 순 없어.'
그리고 이내 결정을 내렸다.
끝까지 항전을 하기로 말이다.
간만에 들어온 대박건수였다.
이번 건수를 놓치게된다면 분명 두고두고 후회하리라
"녹림의 호걸에게 후퇴따윈 없다!"
주섭은 등허리에 매어둔 거대한 도를 그대로 들어올린 뒤 남자를 향해 위협적으로 겨눠버렸다.
"모두 저 자를 둘러싸거라!"
그리고 남아있는 부하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타타타타
그러자 남아있는 산적들이 남자의 주위를 빙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마치 봉쇄를 하듯이 말이다.
"후회안할 자신 있어?"
남자는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주섭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이 건태도健太刀 주섭, 평생토록 후회따위 해본 적 없는 몸이다!"
주섭은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기개있어서 보기좋네."
남자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본 주섭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시받는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감히 대호채의 채주인 이몸을!'
주섭의 눈에 불똥이 튀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일제히 덮쳐라!"
주섭을 부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달려들라고 말이다.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검을 방비할 수 없을 것이리라
"이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산적들은 남자를 향해 일제히 찔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꿰뚫고 말겠다는듯이 말이다.
남자는 날아드는 검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푹 푹 푹 푹 푹 푹
이내 피륙을 꿰뚫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됐어!'
그 피륙음을 들은 주섭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남자에게 치명상을 입혔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저렇게 많은 칼들이 난도질했다면 분명 멀쩡한 상태는 아니리라.
'멍청한 놈! 방심을 하다니.'
주섭은 생각하였다.
한치 앞을 모르는 무림에서 방심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한창 남자를 비웃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풀썩
풀썩
풀썩
남자를 둘러싼 채 검을 내질렀던 부하들이 하나 둘씩 바닥에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뭐야!?'
주섭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주섭은 안력을 집중하여 쓰러진 부하들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쓰러진 부하들의 가슴팍에 꽂혀있는 검의 모습을 말이다.
"대...대체...이게..무슨.."
주섭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검을 내지른 이들에
되려 검이 찔려 쓰러져버린단 말인가
"난 분명 도망칠 기회를 줬어."
저벅 저벅
남자는 쓰러진 부하들을 그대로 지나쳐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주섭이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오..오지마!"
겁을 집어먹은 주섭은 대번 고함을 내질렀다.
무슨 짓을 하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말인 즉슨 자신의 경지를 한참을 초월한 고수란 말이 아니던가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맞서고 싶지 않았다.
"그러게 가라고 할 때 가지. 그랬어."
하지만 남자는 주섭의 말을 무시한 채 그저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저벅 저벅
덥석
"더 다가온다면 이년을 죽이겠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주섭은 앞에 서 있는 정소연을 그대로 끌어내었다.
그리고 칼을 들이민 채 협박을 하기 시작하였다.
"해보던가."
"못할 것 같더냐!"
주섭은 칼날을 비스듬히 세워 더욱더 위협적으로 보이기 만들었다.
언제고 베어버릴 수 있다는듯이 말이다.
"해봐. 그러니까."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주섭은 칼에 쥔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정소연의 목에 상처를 낼 심산이었다.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말이다.
우두두둑
하지만 그 계획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칼을 쥐고 있던 팔이 기형적으로 꺾여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섭은 비명성을 내지르며 그대로 칼을 놓아버렸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팔 전체에 퍼져나간 까닭이었다.
"이새끼가 하란다고 진짜 하네."
남자는 놀랐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자존심에 오기부리는 줄 알았는데
그냥 미친 놈인듯 싶었다.
"제...젠장!"
휘익
주섭은 꺾여진 팔을 부여잡은 채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줄행랑을 놓기 시작하였다.
더 상대했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그런 주섭을 향해 가벼이 손짓을 하였다.
우두두둑
우두두둑
그러자 양 다리가 기형적인 방향으로 꺾이더니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악!!!!!!!"
철푸덕
이내 주섭은 비명성을 내지르며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볼썽사납게 말이다.
"젠장..젠장..젠장..젠장.."
주섭은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하였다.
팔다리가 꺾였고
온몸에 고통이 차올랐다.
도망칠 수도 반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통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그의 귓가에 발자국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일정한 보폭의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말이다.
주섭은 발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그러니까 가라고 할 때 가지 그랬어."
남자는 주섭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망할,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그 모습을 본 주섭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최후을 직감한 까닭이었다.
쿵
콰지지직
이내 들어올려진 발은 주섭의 머리를 내리찍었고 그의 머리통은 그대로 터져나가버렸다.
흔적도 없이 말끔하게 말이다.
대호채의 채주 주섭은 그렇게 운수 좋은 날,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
"대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소연은 연신 은인을 향해 감사인사를 건네었다.
구명지은을 입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자신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산적들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했으리라.
"아닙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들을 구해준 남자,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저 인간의 도리를 다한 것 뿐이었다.
선우의 입장에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당연한 일이 저희에겐 구원이고 희망이었습니다. 이 은혜 결코 잊지않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
".............."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괜스레 띄워주니 민망함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창 민망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되게 쑥쓰러워 하시네요."
그의 귓가에 나른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웬 중년인의 목을 붙잡은 채 걸어오고 있는 면사의 여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하오문주이자 노예인 하수련이었다.
"그 사람은 뭐야?"
선우는 그녀가 붙잡고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갑자기 도망치려고 하길래, 수상쩍어서 잡아왔어요."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 산적은 아닌 것 같은데?"
선우는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산적보단 피난민에 가까운 행색이었다.
딱히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왕삼!"
그때 뒤편에서 잔뜩 화가난 정소연의 언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감히!"
그리고는 떨고 있는 그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당장에라도 베어버릴듯이 말이다.
"살...살려주십시오!"
왕삼이라고 불리운 남자는 그녀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하였다.
칼날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듯 하였다.
"일행을 배신하여 모두를 위험에 빠뜨려놓고, 어찌 그리 뻔뻔스럽게 살려달라는 말이 나온단 말인가요!!"
그녀는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말을 이었다.
".....저는..그저..살고 싶어..그리 한 것 뿐입니다.."
"당신 목숨만 귀하고 다른 이들의 목숨은 귀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목숨이 간당한데...남의 목숨이 어찌,,들어오겠습니까?.....그래도..이렇게 잘 끝나게 되었으니....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왕삼은 비굴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빌기 시작하였다.
"당신에게 베풀 자비따윈 없습니다! 목숨으로 사죄하도록 하세요!"
정소연은 검을 쥔 손에 힘을 강하게 쥐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목을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따..따지고 보면 전..전부....당신 때문이지 않습니까! 당신이 우리를 버리고 가서! 산적들에게 습격당한 게 아닙니까!"
왕삼은 다급한 어조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필요없다고 한 건 당신들이야!"
"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졌어야지! 정검문이라며! 약자를 보호하고 협의를 지키는 바른 검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인다면 당신은 힘없는 양민을 죽이는 쓰레기가 되는거야! 협의를 지키는 바른 검따윈 없어지게 되는 거라고!"
왕삼은 발악하듯 으름장을 놓기 시작하였다.
정파로서 가지고 있는 그녀의 정체성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리고 그 자극은 그녀에게 어느정도 먹혀들었다.
처죽일 놈이긴 하였지만 무공 한줌 익히지 않은 양민을 손대야한다는 생각이 드니 절로 거부감이 든 까닭이었다.
스르륵
그때 따스한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주어 검을 곧게 뻗어가게 만들었다.
푹
이내 뻗어간 검은 왕삼의 목을 꿰뚫어버렸다.
"어..어?"
그 모습을 본 왕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목에 칼이 꽂혔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어째서?'
그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털썩
그리고는 곧바로 바닥에 나자빠져버린 뒤 그대로 눈을 완전히 감아버렸다.
절명하고 만 것이다.
"쓰레기를 죽이는데 뭘 그리 고민하십니까?"
그가 죽은 걸 확인한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아..네에....도와주셔서..감사합니다."
그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정소연은 그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망설이고 있는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별말씀을."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나저나 아까 정검문이라고 하시던데.....혹여 의천맹에 산하에 있는 정검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리고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네에....맞아요, 저희는 의천맹 산하에 있는 정검문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선우는 화색을 띈 채 말을 이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정소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갑자기 화색을 띄는 선우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의천맹주 장선우라고 합니다."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정소연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네에에에에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정소연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의천맹주가 호남성에 왜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