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0화 〉 881. 양자택일
881. 양자택일
"아아악!"
"살려주십시오!"
"제발!"
"아아아악!"
여기저기서 피난민들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산적들의 무자비한 약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하, 마음껏 범하고 죽이고 털어라!"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무척이나 즐겁다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산적들은 그런 남자의 말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여인은 범하였고
남자는 죽였으며
짐들은 전부 털어버렸다.
산적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약탈을 이어갔을까
이내 대다수 피난민들이 죽거나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제압당하고 만것이다.
"크흐흐흐흐흐, 오늘은 운수가 좋구나."
덥수룩한 거한은 쌓여있는 전리품들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일반적으로 이만큼 대규모 인원을 약탈할 경우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쪽수가 많은 만큼 눈먼 칼 또한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산적들은 목숨을 걸고 약탈을 자행한다.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의 삶을 거는 것이다.
그런데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 하나 없이 완벽한 약탈을 이루어내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크흐흐흐, 멍청한 새끼들....번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고 만취를 하다니.."
거한은 비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피난민들의 멍청함에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번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술을 퍼먹고 만취를 하였다.
산적의 존재 자체를 전혀 상정해놓지 않은 것이다.
멍청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저능한 인간들이었다.
털도 제대로 안자란 애새끼도 아니고 어찌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말인가
"살...살려주십시오!"
그때 거한의 귓가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거한은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울먹이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강일과 같이 피난민들을 선동하던 왕삼이었다.
"모든 짐들을 전부 넘기겠습니다...제발...부디..살려주십시오.."
왕삼은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하였다.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그득하게 채워버린 까닭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거한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이 말이다.
그 모습에 빌던 왕삼은 모르겠다는듯 그를 바라보았다.
우스운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어찌 저렇게 웃음을 터트린다는 말인가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이미 네놈들의 짐은 내 것이다. 그런데 어찌 짐을 더 넘기겠다고 말하는 것이냐?"
이내 거한은 히죽거리며 비열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본디 준다는 것은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때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미 소유권이 넘어온 것들로 흥정을 한다는 말인가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그...그런.."
왕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좀더 좋은 패를 제시해보거라....네놈들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패를 말이야....."
거한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거한의 물음에 왕삼은 어떠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이미 가산을 전부 털린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내어줄 수 있겠는가
"크흐흐흐흐, 아쉽게도 네놈은 내게 줄 수 있는 게 없는듯 하구나."
덥석
거한은 옆구리에 대충 매어둔 박도를 붙잡았다.
그리고 하늘 높이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베어버릴 것처럼 말이다.
"히이이이익!"
그 모습을 본 왕삼은 기겁을 하였다.
이러다단 꼼짝없이 죽게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어떻게든...살아야해...!'
왕삼은 맹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부우웅
그때 박도가 남자의 머리통을 향해 그대로 내려쳐지기 시작하였다.
"그....일행!.....일행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왕삼은 다급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다!"
뚝
순간 박도는 왕삼의 코앞에서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일행?"
박도를 그대로 멈춰세운 거한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꽤나 흥미를 자극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그렇습니다!....멀지 않은 곳에...따로 떨어진 일행들이 남아있습니다!"
왕삼은 결심하였다.
자신들을 버리고 간 정검문을 팔자고 말이다.
따지고보면 그들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던가
이건 인과응보였다.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였다.
"......그래?.....좀더 자세히 말해보거라."
거한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따로 떨어진 이들은....정검문의 문도들로....."
왕삼은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정검문의 무사들의 숫자는 물론 무공수위와 평소 사용하던 전법까지 전부 말이다
거한은 그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크흐흐흐흐, 꽤나 가치있는 정보다."
거한은 만족스럽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럼 저는 살려주시는 것입니까!?"
그 말을 들은 왕삼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
살 수도 모른다는 희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거한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제 한목숨 살려고 은인을 팔아먹는 추악한 모습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이새끼도 참으로 쓰레기로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산적질하는 자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눈앞에 남자도 어지간히 쓰레기같은 인간이라고 말이다.
"네놈 말이 사실이라면 살려주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왕삼은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 시작하였다.
이 한 목숨만큼은 보존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하아아..."
정검문의 고명딸이자 피난민들을 이끌었던 우두머리.
달을 바라보며 정소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스레 불편한 마음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그때 옆에 있던 정검문의 일급 무사, 광일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아가씨는 거짓말이 서투시군요."
광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누가봐도 괜찮지 않은 모습이건만 어디가 괜찮다는 말인가
"......사실 안괜찮아요."
그의 말을 들은 정소연은 슬픈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마음이 괜찮지 않았다.
여러 감정들이 혼재되어 복잡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협俠이 무언가 대가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이렇게 대놓고 부정당하니....정말 서글프네요.."
그녀는 침울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아주길 바라보며 협의를 행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약자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강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협을 행하였다.
피난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 대가는 무시와 조롱이었다.
광서성을 불바다로 만들어낸 괴인보다 강하지 못하다며 정검문을 무시하였고
도망이나 치는 겁쟁이에 불과하며 조롱을 한 것이다.
어찌 서글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선의가 통째로 모욕당하였는데말이다.
".......약자를 보호하고자하는 마음이 잘못된 걸까요?"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그저...모두가..지쳤기에..모두가...힘들기에.......욕할 대상이 필요하였던 것 뿐일겁니다."
"그 대상이 왜 하필....정검문인가요?......목숨을 걸고 모두를 지켜준 아버지와...오라버니들의 협의가...왜 무시를 당해야하는 건가요?"
정소연은 글썽이는 눈빛으로 광일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물음에 광일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그녀가 느끼는 서글픔과 분노에 깊이 공감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모르겠어요.....협의가 무엇인지.....정의가 무엇인지 말이예요."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떼었다.
올바른 일을 행하면 모두가 알아줄 줄 알았다.
협을 행하면 모두가 이해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그들은 알아주지도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저 제 안위만 챙기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을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혼란스러웠다.
협의가 무엇이고
정의가 무엇인지
꼭 행하여야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하시지요. 저는 아가씨께서 어떠한 선택을 하든 아가씨 편입니다."
광일은 그런 그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었다.
무슨 선택을 하든 그녀를 지지하겠다고 말이다.
".......말이라도 고마워요...광일."
그녀는 그런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였다.
위로를 받으니 그래도 마음이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말뿐이 아닙니다."
광일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내 두사람 사이에는 훈훈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액
그때 무언가 바람을 꿰뚫는 소리가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스르릉
광일과 정소연은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다.
부웅
부웅
그리고는 쾌속하게 검을 휘둘렀다.
툭
툭
그러자 두 대의 화살이 바닥에 떨궈지기 시작하였다.
"누구냐!"
정소연은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쇄애애액
하지만 그곳에선 대답 대신 수십 대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젠장, 습격이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하라!"
그 모습을 본 정소연은 내력을 잔뜩 담아 고함을 내질렀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정검문도들이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휘이이익
그리고 빠르게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들을 전부 쳐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쾌속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정검문도들은 검을 빼들고는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가 지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팍 팍 팍 팍
이내 수많은 화살들이 바닥에 꽂히기 시작하였다.
**********
"하아....하아...하아..."
정소연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수 백에 이르는 화살들 숨고를 새 없이 처낸 탓에
호흡이 부족해진 까닭이었다.
"하아...하아..하아.."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그러자 팔과 어깨에 화살이 박힌 정검문도 몇 몇이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전부 쳐내기엔 무리였던듯 싶었다.
'그래도...죽은 이는 없어..'
그녀는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였다.
팔과 어깨에 화살이 꽂히긴 했지만 다행히 치명상을 입은 이들은 없었다.
전원 생존한 것이다.
"앞에 모여 방진을 짜라!"
그녀는 문도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타타타탁
그러자 문도들은 반원 모양으로 방진을 짜기 시작하였다.
최적의 방어를 하기 위한 방진이었다.
정검문도는 방진을 짠 채 정면을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요란스러운 발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정검문도들의 표정은 더욱더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한 두명의 발소리가 아닌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내 그들의 앞에 험상궂은 거한을 필두로 수많은 산적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검문도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습격한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반갑다, 난 이곳 운태산에 자리잡고 있는 호왕채의 채주, 건태도健太刀 주섭이라고 한다."
험상궂은 거한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검문주의 넷째 제자, 정소연이다. 우리를 습격한 이유가 무엇이지?"
"산적이 산에서 습격을 왜 하겠느냐?"
주섭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뭘 당연한 걸 묻냐는듯한 태도였다.
"한낱 산적따위가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못 이길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어디 증명해보거라."
그녀는 검을 주섭을 향해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베어버릴 기세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전원! 산적들을 공..!"
그녀는 문도들에게 명을 내리려고 하였다.
산적 따위는 단번에 쳐죽여버릴 요량이었다.
"그 전에 뒤편을 보는 게 어떤가? 계집."
하지만 이어지는 주섭의 말에 그녀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
그녀는 의아한듯 고개를 뒤편으로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제압당한 피난민들의 모습을 말이다.
"어..어느새!?"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피난민들을 마차로 대피시킨 후 산적들의 접근하는 걸 원천 차단하였다.
그런데 어찌 저들을 몰래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훌륭한 내부자가 있었거든."
주섭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부자?"
"왕삼이라는 자가 알려주더군......네놈들은 습격이 생기면 곧바로 피난민들을 마차로 대피시킨다고......마차 주위부터 감싸고 시작하면 인질로 잡기 수월할 거라고 말이야."
으드드득..
주섭의 말을 들은 정소연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배신 소식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검을 버리고 투항하거라, 계집,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구나."
주섭은 그런 그녀를 재밌다는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의 말에 정소연은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검을 버리지 않는다면 인질들은 하나씩 죽을 것이다. 설마 그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그녀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자 주섭은 진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협박하기 시작하였다.
부들 부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녀는 검을 쥔 손을 파들파들 떨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검을 놓아봤자,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투항한다면 목숨을 거두지 않겠다고 내 이름을 걸고 약조하지."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산적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무인이다, 어찌 이름을 걸고한 약조를 지키지 않겠느냐?"
주섭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닐텐데?"
"................"
그의 말에 정소연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그의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셋을 세겠다......만약 그 안에 검을 버리지 않는다면.....가장 어린 인질부터 죽어나갈 것이다....들어보니 갓난 아기가 있다던데...크흐흐흐흐흐"
주섭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개같은 자식.."
정소연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칭찬 고맙구나 하하하하하"
주섭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자아, 이제 세겠다......하나.."
정소연은 고민하였다.
이대로 검을 놓는다면 꼼짝없이 제압당할 게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둘"
하지만 검을 놓지 않는다면 인질들이 죽어나간다.
자신들을 믿고 따랐던 유일한 이들이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말이다.
"셋"
툭
주섭의 셋을 세기 무섭게 정소연은 검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결국 그녀는 인질을 버리지 못하였다.
실리만 찾기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툭 툭 툭 툭 툭
곧이어 정검문도들이 하나둘 검을 놓기 시작하였다.
소중한 아가씨의 의견을 존중키로 한 것이다.
"크흐흐흐흐흐, 협의라는 건 참으로 멋지구나, 이렇게 일을 쉽게 만들어주니 말이야."
그 모습을 본 주섭은 역겨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일이 쉽게 풀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 까닭이었다.
저벅 저벅
이내 주섭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정소연의 코앞에서 멈춰서버렸다.
덥석
그다음 그녀의 가냘픈 턱을 붙잡고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고운 그녀의 얼굴이 시야에 가득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좋은 선택을 하였다, 내 네년은 특히 귀여워해주도록 하마."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퉷"
정소연은 그런 그의 얼굴에 그대로 침을 뱉어버렸다.
역겨운이 절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흐흐흐흐, 나는 앙칼진 년이 좋더구나, 조련할 맛이 나거든."
주섭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차피 산채로 돌아가면 질리도록 자빠뜨릴 년이었다.
침 좀 맞았다고 화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른바 승자의 여유였다.
"자아, 이놈들을 전부 묶어라!"
주섭은 뒤편에 있는 산적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산적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정검문도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그들 또한 손쉬운 승리가 기쁜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막 정검문도들에게 다가가려는 찰나였다.
"비틀어져라."
어디선가 웅혼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악!!!!!...다리가..다...리가."
"아아아악!!!!...팔이...팔이..!"
"아아아아악!! 아파.!..아파!!!"
곧이어 정검문도들에게 다가갔던 산적들이 팔다리를 부여잡은 채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괴로운듯한 비명성을 내지르면서 말이다.
"뭐..뭐야?!"
그 모습을 본 주섭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