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8화 〉 879. 내 뒤에는 신神이 있소이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끄아아아악!!..살려줘어!"
여기저기 비명성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향항에 상륙한 해적들이 어민들을 유린하였기 때문이었다.
"맛나게 생겼네."
음흉하게 생긴 해적 하나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딸과 어미로 보이는 모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제발..제발..딸만큼은.."
어미로 보이는 여인이 간절히 빌기 시작하였다.
"히히히히...딸이 엄마를 닮아서 참 예쁘네."
"제발..자비를...자비를.."
"자비 대신 자지를 베풀어줄게."
남자는 바지를 훌러덩 벗어 하물을 드러내었다.
"안돼....안돼..."
"돼."
그리고 그대로 모녀를 덮쳐들어갔다.
"안돼에에에에!!"
이내 모녀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제발...살려주십시오..제가..있는..돈을..전부..드릴 테니.."
"싫어."
푹
해적은 남자의 어깨를 그대로 찔러버렸다.
"끄아아아악!"
"아파? 여기는?"
이번에는 반대쪽 어깨였다.
"아아아아악!!"
"우리 안아픈 부위를 같이 찾아보자고."
푹 푹 푹 푹
해적은 남자의 여기저기를 찔러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후다다닥
"아버지...저희 어디가요?"
아비의 손에 이끌려온 아이는 모르겠다는듯 물음을 던졌다.
타타탁 타타탁
하지만 아비는 대답할 여유조차 없다는듯 침묵을 한 채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아파요..."
아이는 억센 아비의 손이 아프게 느껴진 것인지 고통을 토로하였다.
"조금만...조금만..참아다오...조금만...더 가면 되니까.."
"엄마는요?"
아이는 걸음을 멈춰선 채 아비에게 물었다.
"............."
아비는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미 해적에게 잡혀 목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미는 먼저..가있단다....그러니...우리도 어서 따라가잤구나."
아비는 자세를 낮추고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네에 아부지."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어미와 만날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 까닭이었다.
콰콰쾅
그때 두 사람이 있던 장소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대포알이 날아와 두 사람을 그대로 덮친 까닭이었다.
"명중."
해적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백발백중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이번엔 어떤 새끼들을 맞출까?'
해적은 포를 이리저러 돌리며 포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장난으로 개미를 밟아죽이는듯 아이처럼 말이다.
*******
"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죽기 싫어.."
"흐어어엉...살려주세요.."
"아아악...아아악..아아악.."
평화롭던 향항에 온갖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제일 처음 해왕의 등장을 전하였던 황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펼쳐져버린 지옥도에 넋이 나가버린 까닭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처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준 아버지.
첫 어획이라며 비싼 값에 생선을 사주던 어상인
나중에 자신만의 배를 만들어주겠다던 목수 노인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말이다.
여인들은 우악스러운 해적들에 의해 비참하게 범해졌다.
품삯을 받았다며 자랑하던 소꿉친구도
덤이라며 고기 반근을 올려주던 아주머니도
은근 호감을 표시하던 이웃집 아가씨도
자주가던 단골 객잔의 안주인도 전부 말이다.
그저 지옥이었다.
지옥이란 말이외엔 표현할 수 있는 단어따윈 존재치 않는 모습이었다.
'어째서..어째서..이렇게 된거지?
분명 평화로운 하루였다.
어시장에서는 어부들은 호객을 위해 소리를 내질렀고
억센 어부들은 고성이 내지르며 싸움이 벌였으며
아낙네들은 흥정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일상이 전부 망가져버렸다.
사랑하는 고향에 지옥이 재현되버린 것이다.
'대체..왜..대체...어째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째서 자신의 일상이 망가져버린 것인지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그의 귓가에 유난히 선명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황일은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아비규환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옥 속을
여유로이 걷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치렁치렁하게 아무렇게나 기른 기다란 검은 머리.
코밑은 물론 턱밑까지 무성이 나있는 검은 수염.
어떠한 감정도 내포되어있지 않은 무심한 눈동자.
위압감이 절로 느껴지는 칠척 장신의 거대한 덩치.
'저자다....저자..때문이야!'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황일은 살기를 내뿜기 시작하였다.
저자였다.
자신의 평범하고 일상을 망가뜨려버린 장본인은
저자였다.
평화로운 향항에 지옥도를 재현시켜버린 장본인은
향냥의 앞바다를 지배하는 절대자이자
자랑스러운 해군조차 포기한 최흉의 해적
해왕海王 혁염광
바로 저자때문이었다.
황일은 품 안에 비수를 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이 끔찍한 참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에게 말이다.
"죽어어어어!"
황일은 혼신의 힘을 다해 비수를 찔러넣었다.
오직 죽이겠다는 일념을 담아서 말이다.
꾸욱
'닿았어!'
그리고 그는 쾌재를 불렀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지른 비수가 그의 몸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흐읍!"
황일은 강하게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몸 속으로 확실하게 쑤셔박기 위해서 말이다.
"끄으읍..끄으읍...!"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칼이 몸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힘을 주었을까
털썩
이내 황일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이 남자의 신체를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원수를 갚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해볼만큼 했는가?"
해왕海王은 황일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어째서...어째서..이런 짓을..하는 것이냐!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우리 마을을 습격한 것이냐!"
황일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향항의 어민들은 수탈의 대상이었다.
평생토록 해적들에게 수탈을 받으며 지내온 불쌍한 이들인 것이다.
그런데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자신들을 습격한다는 말인가
"딱히 감정은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대계가 시작되었거든."
해왕海王은 의미모를 말을 내뱉으며 입을 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이더냐!"
"그저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란 말이다."
"할 일이 향항의 어민들을 죽이는 일이란 말이더냐!"
"그렇다."
"..........네놈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너무 자주 들은 말이라 감흥조차 생기지 않는구나."
해왕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악마같은 놈!"
"그도 너무 많이 들어본 말이다. 좀더 창의적인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해왕은 비열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황일은 원독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기 시작하였다.
일로서 학살을 자행한 그에 대한 사무치는 원한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훌륭한 눈이다."
해왕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콰직
그리고 그대로 손을 뻗어 황일의 머리를 터트려버렸다.
풀썩
이내 황일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지게 되었다.
결국 원수조차 갚지 못한 채 절명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저벅 저벅
해왕은 그런 황일의 몸을 밟으며 그대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태연하게 말이다.
**********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해적들의 거침없는 칼질에 수많은 관군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병기술만 익힌 관군의 힘으로는 무공을 익힌 해적들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대체 이게 무슨!"
향항의 지부대인인 학일홍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금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본디 해적들은 관군에게 험하게 손을 쓰지 않았다.
아니 관군을 마주치면 도망치기 급급하였다.
함부로 관군을 건드렸다간 황제의 분노를 그대로 맛보게되기에 몸을 사렸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그들은 거침없이 손을 썼고
관군들을 쉴새없이 학살하기 시작하였다.
황제 따윈 두렵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무슨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이란 말인가
"이노오옴들!!!!!!......당장 검을 거두지 못할까! 나라의 녹을 먹는 관군을 해하다니! 천자의 분노가 두렵지도 않더냐!"
학일홍은 해적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황제의 위엄을 빌려 저들을 협박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검을 거두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낄낄대며 더욱더 빠르게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젠장할.'
그 모습을 본 학일홍은 알 수 있었다.
저들이 관의 눈치따위는 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대론 안된다.'
학일홍은 몸을 그대로 돌렸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지원군을 불러오도록 하겠다! 최선을 다해 악적들을 막도록 하라!"
그는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도지휘사에게 찾아가 지원군을 요청할 요량이었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시오?"
하지만 그는 이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혁염광.."
바로 해왕 혁염광이었다.
"반갑소, 지부대인."
혁염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 미소를 마주한 학일홍은 몸을 잘게 떨기 시작하였다.
미소를 마주한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마음속 깊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두렵소?"
혁염광은 그런 학염홍을 재밌다는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무례한놈! 내가 누군줄 알고!"
"지부 대인 아니오? 황제 폐하의 신하이자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 말이오."
"내가 두렵지 않더냐!"
"나보다 약한 이를 왜 두려워한다는 말이오?"
"내 뒤에는 황제가 있다"
학일홍은 짐짓 용기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멍청한 해적들과 달리 해왕이라면 황제의 이름값이 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내 뒤에는 신神이 있소이다."
해왕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그..그게..무..무슨.."
파앗
순간 해왕은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검을 빼어든 후 학일홍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툭
데구르르르르
이내 학일홍의 머리가 바닥에 굴러다니기 시작하였다.
"황제보단 신이 더 위대하지 않겠소?"
해왕은 굴러다니는 학일홍의 머리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잔혹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
남창 의천맹
"후우.."
주소양은 창밖에 달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점창의 멸문을 조사하기 위해 나선 계상득에 대한 걱정에 물밀듯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별일 없어야 할텐데.'
그저 걱정이 되었다.
그가 늙은 몸으로 무리는 하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렇게 한창 계상득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그녀의 집무실 문을 빠르게 두드리기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그녀는 의아한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가씨! 접니다! 이세진!"
그러자 가장 젊은 원로, 이세진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세요."
벌컥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칠게 문이 열려졌다.
그리고 무척이나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 이세진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늦은 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가씨."
"아니에요, 마땅한 일이 있으니 이리 온게 아니겠습니까?"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서남성에 있는 정검문에서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정검문에서요?"
그녀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정검문이라면 의천맹을 창립할 당시 가장 먼저 입맹 신청을 한 산하 문파가 아니던가.
그곳에서 별안간 무슨 지원을 요청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현재 서남성에서 불을 다루는 괴인이 나타나 양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을 다루는 괴인이 학살을요?"
"예에, 정검문 측에서도 관군과 합세하여 막아보려고 하였지만 무력이 너무 강대하여 소용없었다고 합니다."
".......무력 수준은 파악이 되었나요?"
".......적어도 구파 장문인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듯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나서야겠군요."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구파 장문인급의 힘을 가진 자라면
자신이 직접 나서는 편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리라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였다.
타타타타탁
다급한 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백발 성성한 원로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양도自陽刀 한광이었다.
"아가씨 큰일났습니다! 광동성에서 무공을 익힌 해적이 나타나 양민들을 학살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광은 그녀를 바라보며 다짜고짜 말을 내뱉었다.
무척이나 다급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이렇게 한꺼번에 터져나간단 말인가
"......내각 회의를 소집해야겠습니다........원로님들께서는 각 처의 간부들과 원로들을 전부 소집해주세요."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임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소양은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우우우..."
그리고 이내 깊게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연달아 일이 터지니 피로함이 배가 되는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선우님...어서..와주세요오....'
그녀는 속으로 바라고 또 바랬다.
어서 선우가 의천맹으로 돌아와주기를 말이다.
***********
"여기 어디야?"
선우는 의아한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글쎄요, 전 주인님 따라 걷기만해서 잘 모르겠는데요?"
"뭔 소리야? 나도 너 따라 걷기만 했는데!"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여인이기에
그녀가 가는대로 그저 따라걸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신을 따라걸었다고 말하면 어쩌라는 말인가
"주인님이 앞에 계시잖아요."
하수련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안말리기에 맞는 길로 가고 있구나 생각했지!"
"저는 따로 지름길을 아는 줄 알았죠."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남창은 초행길인데, 내가 지름길을 알 리가 없잖아..."
"그럼 저희는 지금 어디로 온거죠?"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음을 던졌다.
"............글쎄?"
선우는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위치가 어디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