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5화 〉 876. 멸문을 전해듣다.
876. 멸문을 전해듣다.
"네놈들은 걱정도 되지 않는 것이더냐!"
시마屍魔는 주위에 있는 야수궁의 궁도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우두머리가 홀로 적진으로 쳐들어갔는데 누구하나 따라나서는 이가 없었다.
생각이란 게 있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수왕을 말리거나 따라나서 지원해주는 게 순리가 아니던가.
이들은 그런 게 없었다.
그저 술을 마시고 고기를 씹고 오입질을 하며
본능에 따르는 짐승처럼 행동할 뿐이었다.
'젠장할....짐승새끼들.'
시마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짐승과 같이 산다고 하더니 지능마저 짐승이 되어버린듯하였다.
위기감이나 연대의식이라는 것자체가 결여되었으니 말이다.
'....수왕이 죽으면 곤란한데..'
시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위대한 천마는 말씀하셨다.
수왕과 함께 점창을 멸해버리고 말이다.
만약 수왕이 홀로 쳐들어갔다 목숨이 달아나게 된다면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게 될 것이다.
천마의 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자신에게 말이다
'그럴 수는 없다!'
시마는 고개를 좌우로 맹렬히 흔들었다.
마교에서 책임을 떠안는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였다.
수왕이 죽는다면 자신 또한 꼼짝없이 죽게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따라나선다.'
시마는 재빨리 운남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용천혈에 내력을 발출하여 그대로 터트렸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시마의 신형은 바람을 꿰뚫으며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한줄기 빛살처럼 말이다.
야수궁의 궁도들은 그런 시마의 신형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하하하하하.....부어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단번에 마시지 못하면 교접을 못한다!"
그리고는 다시금 연회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근심과 걱정따윈 전혀 없는 것처럼 말이다.
***********
콰쾅
시마는 용천혈에 내력을 쏘아보낸 후 그대로 발출을 하였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반발력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액
시마는 그 반발력을 이용하여 그대로 신형을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마치 빛살같은 속도로 말이다.
'제발...제발..살아있어라.'
시마는 쾌속하게 내달리며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살아만 있어달라고
제발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불상사는 발생시키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쇄애애애애액
시마는 염원을 담은 채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세 시진을 내리 달렸을 때
점창이 위치한 운남산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거의 다왔군.'
시마는 속도를 더욱더 내기 시작하였다.
산길을 오르고
강을 건너고
바위를 넘고
나무를 헤쳐나갔다.
그리고 이내 시마는 도달할 수 있었다.
운남산 중턱에 위치한 점창의 코앞까지 말이다.
시마는 어느정도 떨어진 곳에서 염탐하듯 점창을 바라보았다.
다짜고짜 들어가기 보단 어느정도 탐문 후 들어가길 택한 것이다.
'...........고요하다.'
멀리선 지켜본 점창파에서 느껴진 것은
고요함이었다.
산새가 우는 소리
풀벌레가 우는 소리외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이다.
'분명 수왕이 들어갔을 텐데?"
시마는 의아함이 들었다.
분명 수왕은 다짜고짜 쳐들어간 뒤 타고난 신력과 무력을 이용하여 마구잡이로 난동을 부리며 점창파와 대적을 하였을 것이다.
머리를 굴려 싸우는 인간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치곤 점창파가 너무나 조용하였다.
한참 요란스러워도 모자랄 판국에 너무나 고요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설마...가자마자 제압을 당한 건가?'
시마는 불안감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쪽도 못써보고 당한 게 아닐까라는 불안이 든 까닭이었다.
슬금 슬금
시마는 조심스레 점창파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좀더 자세히 상황을 파악해볼 심산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떼었을까
뚝
이내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혈향?!'
찌르는듯한 혈향이 그대로 코 안에 미친듯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예상해보건대 이건 한 두명의 혈향이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 아니 수백에 이르는 혈향인 것이다.
'설..설마!?'
저벅 저벅 저벅
시마는 점창파를 향해 다시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떠오른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저벅 저벅
이내 그는 점창파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머리가 뽑혀진 두 구의 시체가 그를 반겨주었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몰골이었다.
저벅
그리고 좀더 안으로 들어가자 마찬가지로 머리통을 잃은 수십 구의 시체가 널부러진 채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전부...한번에 터져나갔다..'
시마는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널부러져있는 시체들 모두 일격에 머리가 터져나갔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시마는 시체들을 지나쳐 좀더 안쪽 깊숙히 대전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이..이럴수가.'
그리고 이내 그는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에 다다르는 시체들이 널부러져있는 모습에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잃은 시체, 심장이 터져나간 시체, 온몸이 양단된 시체 등 그저 끔찍하다는 말조차 부족한 참상이 펼쳐져있었다.
'.....학살.'
그는 알 수 있었다.
점창파에 일방적인 참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왔나?"
그때 그의 귓가에 준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시마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시체의 산 위에 앉아있는 한 명의 괴인을 말이다.
"....수왕獸王."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괴인의 정체는 수왕獸王이었다.
홀로 점창파를 멸문시키겠다며 출발하였던 남만야수궁의 궁주 말이다.
"생각보다 싱겁더군."
수왕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전부 죽인 건가?"
"아니, 계집들은 살려두었다. 무공을 익힌 계집들이니 괜찮은 씨받이가 될 것 같더군.."
수왕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계집들은 구태여 죽이지 않았다.
남만의 혈기 넘치는 씨앗을 받아들일 씨받이로서의 역할을 수행시킬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
시마는 할 말을 잃었다.
계집들만 살려두었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그외에 모든 이들을 전부 죽였다는 말이 아니던가
점창 최고의 고수라고 불리우는 장문인도
점창파의 최고전력이라거 불리우는 장로들도
점창파의 모든 제자들도 전부 말이다.
"이봐, 시마, 미혼술을 펼칠 줄 아는가?"
그때 수왕獸王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압니다."
시마는 한층 공손해진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계집들이 자결하지 못하도록 미혼술을 걸어놓거라. 기절시켜놓긴 했는데 멋대로 죽으면 곤란해서 말이야."
수왕獸王은 시마에게 미혼술을 걸라는 명을 내렸다.
정조 관념이 투철한 중원의 계집들은
범해질 바엔 자결을 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미혼술로 미리 방지해두는 편이 나으리라.
"......알겠습니다."
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다분히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하는듯한 태도였지만
그는 어떠한 불만도 없는 모습이었다.
"고분한 태도가 마음에 드는군."
수왕은 입가에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쿵
쿵
쿵
그리고는 시마를 지나쳐 바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말이다.
시마는 떠나가는 수왕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두려움이 가득 찬 시선으로 말이다.
'짐승의 왕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수왕獸王이라는 거대 전력이 합세를 한다면
중원 정벌도 꿈이 아니라고 말이다.
*********
"이쪽에는 맹주전을 만들거예요. 들어오는 순간 위엄이 절로 느껴지는 구조로 부탁드릴게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위엄이...절로 느껴지는 구조가 어떤 구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목수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대체 건물에 무슨 짓을 하면 위엄이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흐음...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맹주의 위대함과 근엄함 그리고 존경심과 동경심이 차오를 수 있는 구조로 부탁드려요. 아, 혹여 애정이 피어오르는 구조는 피해주세요. 쓸데없는 여인들이 꼬이면 그거대로 불편할테니까요."
주소양은 원하는 바를 소상히 풀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늙은 목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무슨 구조를 요구하는 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구조로 만들면 위엄과 존경심 그리고 동경심이 차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거 잘못 걸린 거 아니야?'
보수가 상당하여 망설이지 않고 참여한 일이었지만
지금 살짝 후회가 되기 시작하였다.
추상적으로 원하는 바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응접실은 좀더 편안한 분위기였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인 만큼 방문한 이들로 또 들어오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말이야. "
"..........노력해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곳은 맹주의 침실을 만들건데.....이왕이면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부탁드릴게요. 업무에 지친 맹주님에게 최고의 휴식터가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주소양은 요구조건을 차근차근 말하기 시작하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늙은 목수는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그외엔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맹주님의 머무를 서재인데..."
그녀가 서재에 대한 요구조건을 말하려는 찰나였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어디선가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가씨!"
그리고 곧이어 급박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하던 말을 멈추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가 들려온 근원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계상득의 모습을 말이다.
"계 숙부님?"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창 공사 지휘를 도맡고 있어야할 계상득이었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여기 계셨군요..."
어느새 그녀의 코앞에 다다른 계상득은 숨을 몰아쉬며 말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건가요?"
그녀는 의혹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개방의 거지 하나가 아가씨에게 독대를 요청하였습니다"
"제게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맹주 혹은 그에 버금가는 책임자에게 급히 전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라고 하던가요?"
"따로 말해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표정이 무척이나 심각해보였습니다."
계상득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음."
주소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슨 용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떄문이었다.
"지금 그분 어디 계시죠?"
"임시로 만들어둔 천막에 모셔두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뵙도록 하죠."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알 수 없다면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또각 또각
주소양은 몸을 돌려 곧바로 걸음을 이동하였다.
계상득은 그런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내 장내에는 중년의 목수만이 남게 되었다.
'.......그래서...어떻게..지으라고?'
목수는 여전히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멍을 때렸다.
결국 끝까지 구체적인 구조를 제시해주지 않고 떠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
".다..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점창이...뭐라구요?""
주소양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다시금 되물었다.
혹여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 까닭이었다.
"점창이.....멸문하였습니다."
개방의 거지는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도..안돼요.."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애써 부정을 하였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창이 어디란 말인가
수백 년이라는 세월동안 정파를 대표하는 문파로서 그 명성을 날렸던 정도의 거대 세력이 아니던가.
그런 곳이 멸문을 당하였다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믿기지 않겠지만 한치의 거짓이 없는 사실입니다......"
개방의 거지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한치의 거짓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
그리고 그 표정을 마주한 주소양은 알 수 있었다.
점창파의 멸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흉수는 알아내셨나요?"
".......확실치는 않지만.............정황상 의심이 가는 자가 있긴 합니다."
"그게 누구죠?"
주소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야율제입니다."
거지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야율제요!?"
그녀는 놀란듯한 어조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야율제라는 이름은 그녀 또한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만의 지배하는 절대자이자
모든 짐승들의 왕.
수왕獸王 야율제를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거지는 침중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의 표정이 더할 나위없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짐작이 사실이라면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해진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수왕獸王이...어째서 점창을?'
그녀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