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4화 〉 875. 수왕獸王
선우는 남창을 향해 곧바로 떠날 생각이었다.
산과 함께 이재원의 시체 또한 같이 사라졌다는 걸 안 이상
더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동행인이 생겨버렸다.
바로 하오문주 하수련이었다.
"너는 갑자기 왜 따라오는거야?"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구태여 자신을 따라오는 그녀의 행보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을 왜 그렇게 하세요....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불만스러운듯 볼을 살짝 부풀리며 말을 이었다.
마치 왜 따라오냐는듯이 묻는 선우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아니, 마음에 들지 않는게 아니라.....갑작스러워서.....하오문도 내팽겨쳐버리고 냅따 따라와도 돼?"
그녀의 동행이 싫은 건 아니었다.
좋다 싫다를 따진다면 오히려 좋았다.
그녀처럼 매력적인 여인이 말동무가 되어준다면 심심치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왜 따라오는 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본진이 제남인 주제에 뭣하러 자신을 따라온다는 말인가
"네, 돼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혹시 하오문주 때려쳤어?"
선우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주인님께서는 제가 따라나선 게 그렇게 신기하세요?"
하수련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신기하지, 평생 거기 틀어박혀서 살 줄 알았거든."
"누누히 말하지만 주인님은 인성에 문제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하수련은 샐쭉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오문 본진을 남창으로 옮기기로 했어요."
'남창으로?"
"네에, 그래서 따라나선 거예요,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주인님이랑 가는 편이 나을테니까."
"네가 날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좋아한다기 보단 가장 효율적이라서예요."
하수련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효율적이라고?"
"네에, 천하에서 가장 강한 남자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히 이동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거든요. 그것도 무상으로 말이에요."
그녀는 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괜스레 돈을 받고 싶어지네."
선우는 짓궂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주인님이 되가지고! 노예한테 그정도 배려도 못해줘요?"
그 말을 들은 하수련은 반발하듯 언성을 살짝 높였다.
"못 해줘."
"돈도 많은 사람이 뭐 그리 인색해요!"
"원래 아껴야 잘사는 거 몰라?"
"베풀지 않으면 돈이 새는 것도 몰라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데?"
"그럼 이번 알게되었으니 조심하세요."
두 사람은 유치한 말장난을 주고받기 시작하였다.
간간히 언성이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전혀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장난을 치는 두 사람의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지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두 사람은 그렇게 말장난을 이어가며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의천맹이 위치해있는 남창을 향해서 말이다.
***********
운남성 이남에 위치한 밀림
"하하하하하, 부아라 마셔라!"
"마셔! 마셔! 먹고 죽어!"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그곳에 수 많은 이들이 큰소리로 떠들며 연회를 벌이고 있었다.
커다란 모닥불
아무렇게나 구워지고 있는 수많은 고기
술이 한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항아리
그리고 술에 취해 널부러져있는 수많은 남녀.
사방에 울려퍼지는 유쾌한 웃음소리까지
가히 축제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그렇게 축제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사아아아아아
어디선가 차갑기 그지없는 한기가 온사방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뚝
그리고 한기가 퍼지자 축제를 즐기던 이들은
웃음소리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차가운 침묵만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한기로 인해 한껏 달아오른 축제의 열풍을 그대로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뚜벅 뚜벅
그때 침묵을 깨는 발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일정한 간격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발소리의 근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마치 시체처럼 창백하기 그지없는 왜소한 노인의 모습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 모습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이를 드러내며 적대적인 시선을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든 까닭이었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이 짐승새끼들아."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짜증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처음 본 사이도 아니거늘
다짜고짜 적의를 쏘아보내는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수왕獸王을 부르거라. 내 전할 말이 있으니."
노인은 귀찮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으르르릉
으르르릉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으르렁 거릴 뿐
누구 하나 그 우두머리를 불러오는 이가 없었다.
'내 이래서 짐승새끼들이랑 일하기 싫다고 한건데...'
노인은 짜증이 한층더 깊어지는 걸 느꼈다.
이런 말도 안통하는 짐승같은 새끼들에게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짜증이 일어난 까닭이었다.
"이빨 집어넣거라. 전부 뽑아서 목걸이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노인은 음산한 기운을 흩뿌리며 말을 이었다.
기를 한풀 꺾어버릴 심산이었다.
으르르렁
하지만 그럴 수록 저들의 더욱더 적의를 불태울 뿐이었다.
상당한 기운을 흩뿌렸음에도 겁조차 먹지 않는 것이다.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짐승새끼들아?"
그 모습에 노인은 화가 난듯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을 만만하게 느끼고 있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잡아먹을듯이 바라볼 리 만무하지 않은가.
'엿같은 새끼들이! 감히!'
우우우우우웅
자존심이 상한 노인은 손에 내력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한놈을 잡아족쳐 본보기를 보일 심산이었다.
쿵
쿵
그때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넙죽 넙죽
그리고 순간 자신을 노려보며 이를 드러내던 이들이 전부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하였다.
마치 복종하는 것처럼 말이다.
'뭐야?'
노인은 소리의 근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연회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거대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험악하기 그지없는 사나운 인상
야성이 느껴지는 흉악스러운 눈빛
팔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덩치
마치 바윗돌을 심어놓은 것처럼 거대하기 그지없는 근육들.
허리에 두르고 있는 커다란 범의 가죽.
전제적으로 무척이나 야만스러운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수왕獸王."
노인은 그의 흉악스러운 모습에 압도당한 시마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무슨 일이지? 시마屍魔"
수왕이라고 불린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대계大計가 시작되었다."
그의 물음에 시마는 긴장을 애써 지운 채 입을 떼었다.
"........난 뭘하면 되지?"
수왕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점창파를 멸문시킨다."
"그게 다인가?"
"그렇다."
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군."
말을 들은 수왕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무척이나 여유롭게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어...어디 가는 것이냐!"
그 모습에 당황한 시마는 다급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아직 얘기가 전부 끝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점창을 무너뜨릴 것인지
상세한 계획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말을 듣다말고 자리를 뜬다는 말인가
"점창을 무너뜨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수왕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입을 떼었다.
"혼..혼자 갈 셈이더냐!"
그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혼자면 충분하다."
수왕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광오하다!"
시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점창파가 어디란 말인가
구대문파의 일원이자 수백년간 검술명가로 이름을 날렸던 정도의 대문파 중 하나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곳을 홀로 멸문시키겠다는 광오한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약자는 강자를 이해할 수 없는 법이지."
수왕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다음 그대로 고개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시마는 그런 수왕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신형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내가 약자라는 말이더냐!"
그러더니 이내 정신차린듯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뒤늦게 깨달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저 멀리 사라진지 오래였다.
시마의 고함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머나먼 곳으로 말이다.
***********
"후아아아암...졸려."
점창의 정문을 지키는 삼대제자 무량은 크게 하품을 내쉬었다.
졸음이 절로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막내야....다음 교대까지 얼마나 남았냐?"
그는 옆에 있는 사제 무속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넵! 정확히! 반시진 남았습니다."
"하아.......꽤나 오래 선 것 같은데 아직 한시진 밖에 안된거야?"
그 말을 들은 무량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지 않은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옙! 그렇습니다!"
"임마 귀청 떨어지겠다. 뭐그리 크게 소리를 내질러?"
"알겠습니다! 조용히 하겠습니다!"
"지금도 커 임마."
무량은 귀찮은듯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됐다, 됐어. 말을 말자."
무량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말해줘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매사에 열심히 하는 사제는 대답마저 열심히 하였다.
이게 쉽사리 고쳐질 리 만무하였다.
"하아....심심하다.....막둥아."
"예엡! 말씀하십시오!"
"노래나 한곡 불러봐."
"노..노래 말씀이십니까?"
"그래, 우리 막둥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나 좀 보자."
".......하지만....근무중이기도 하고..'
"이 새벽에 누가 찾아오겠어? 걱정말고 불러봐. 설마 내 말 안듣겠다는 건 아니겠지?"
무량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음을 던졌다.
말을 들으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부르겠습니다!"
무속은 큰 소리로 답을 하였다.
"좋아...좋아..."
무량은 눈을 감았다.
그의 노래를 정겹게 감상할 심산이었다.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무속의 노래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고요함만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막둥아, 노래 안부르고 뭐하냐?"
그는 무속을 타박하였다.
어서 노래를 부르라며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방은 고요하였다.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이다.
"막둥이, 너 반항하는..."
번쩍
이내 무량은 눈을 번쩍 뜨며 그를 질책하려고 하였다.
뒤늦게 반항기가 찾아온 막둥이를 타박하기 위해서였다.
뚝
하지만 이내 무량은 말을 끝까지 이을 수밖에 없었다.
귀여운 막내 사제의 목이 없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무속..?...어..어째서!?"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갑작스러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두두둑
그때 그의 귓가에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어?'
더불어 머리가 공중에 살며시 뜨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가볍게 말이다.
그는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목만이 남아있는 자신의 몸을 말이다.
'아...'
그 순간 무량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목이 그대로 뽑혀나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르르륵
이내 무량의 눈이 천천히 감겨지기 시작하였다.
*********
콰쾅
콰콰쾅
점창파 본단
수많은 전각들이 부숴지며 굉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악!"
"끄아아아악!"
그리고 전각에 깔려버린 제자들의 비명성이 온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젠장 막아라! 막으란 말이다!"
점창파의 장로인 경월 진인은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갑작스레 점창파에 나타나 모든 것을 부숴버리기 시작한 괴인을 막아서기 위해서였다.
"이야아아아!"
"하압!"
그의 명에 따라 점창의 수많은 제자들이 괴인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수십 년간 고련한 검을 치켜든 채 말이다.
콰콰쾅
하지만 소용없었다.
가벼이 휘둘러진 주먹질과 발길질에 수십년을 단련한 몸이 완전히 구겨져버렸고
수십 년간 고련한 검으로는 그의 금강처럼 단단한 몸을 꿰뚫지 못하였다.
그저 재앙이라는 말이 가까운 괴물인 것이다.
"젠장할!"
장로들이 강기를 치켜든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삼대나 이대제자 수준으로는 도저히 그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콰콰쾅
콰콰쾅
이내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과 강기가 부딪히며 굉음이 터진 것이다.
그 모습에 제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제대로 한 방 먹였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우두두둑
우두두둑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뒤어이 장로들의 머리가 통째로 분리되는 광경이 펼쳐졌기때문이었다.
"괴..괴물.."
"괴물이야.."
'저건 괴물이야!!"
이내 여기저기서 공포 어린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제자들의 마음속에 괴인에 대한 끔찍한 두려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제자들은 여기저기 흩어지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까닭이었다.
남자는 그런 점창의 제자들을 뒤쪽으며 한 명씩 한 명씩
철저히 사냥하기시작하였다.
마치 한 마리 맹수처럼 말이다.
"그마아안!"
그때 그의 귓가에 근엄한 호통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괴인은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강팍한 인상의 노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여싿.
괴인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노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장문인이었다.
점창의 장문인 말이다.
"다짜고짜 점창으로 쳐들어와, 이게 무슨 천인공노할 짓이란 말인가!"
점창의 장문인 무허 진인인 화가 잔뜩 난 어조로 고함을 내질렀다.
끔찍히 살해된 제자들의 모습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개중에 제일 났군."
괴인은 장문인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마치 평가하듯이 말이다.
"참으로 예의가 없는놈이구나!"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장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려다보는듯한 괴인의 태도에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스르릉
그는 검을 뽑아들었다.
구태여 예의를 차리며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애액
검을 뽑은 장문인은 괴인을 향해 곧바로 휘둘렀다.
그러자 검이 한점에 모이더니
그대로 직선으로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점창파의 간판 무공이자
최상위 절기라고 칭해지는 사일검법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콰콰쾅
이내 검끝은 괴인의 가슴을 닿으며
거대한 충격파를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검에 담긴 힘의 크기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심장이 터졌을 것이다!'
장문인은 확신하였다.
비록 살갗은 꿰뚫지 못하였지만 심장만큼은 터져버렸을 것이라고 말이다.
덥석
하지만 그 확신이 깨져버리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괴인이 내질러진 검날을 그대로 잡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개중엔 제일 나았다."
괴인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검날을 그대로 뒤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장문인의 신형이 그대로 끌려오기 시작하였다.
부우웅
괴인은 끌려오는 장문인의 머리통을 향해 망설임없이 주먹을 뻗었다.
콰지직
그리고 그 돌덩이 같은 주먹에 머리통을 가격당한 장문인의 머리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스르륵
괴인은 잡았던 검날을 놔버렸다.
쿵
그러자 머리를 잃은 장문인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자아, 다음은 누구냐?"
괴인은 야만적인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점창파의 제자들은 예감할 수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점창이 오늘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란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