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5화 〉 866. 훈육
쓰윽 쓰윽 쓰윽
붓이 막힘없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빠르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움직였을까
톡
이내 방점이 찍혔고 움직이던 붓은 완전히 멈추게 되었다.
"....끄..끝났어.."
이현경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계산식을 완전히 끝내버렸기 때문이었다.
"......잘 수 있어.."
그녀는 기뻤다.
잘 수 있다는 사실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르르륵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비척 비척 비척
그리고 비척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문 쪽을 향해서 말이다.
똑 똑 똑
이내 그녀는 문을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무감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재경각주 요랑의 목소리였다.
".....계산식..전부..끝냈어요오.."
이현경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이내 서서히 문이 열리더니 재경각주 요랑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산까지 다 한거 맞아?"
요랑은 이현경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네에....네에...전부..전부..세 번씩 검산했어요."
"그래? 그럼 확인해볼까?"
요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는 쌓여있는 서류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철푸덕
그 모습을 본 이현경은 그대로 바닥에 철푸덕 엎드려버렸다.
그녀가 검산하는 사이
눈을 붙일 심산이었다.
분량이 분량인만큼 분명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스르륵
이현경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그리고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너무 달콤하여 깨는 것조차 두려운 꿈의 세계로 말이다.
"야, 다섯 개나 틀렸는데?"
번쩍
순간 꿈 속을 유영하던 이현경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사신보다 두려운 재경각주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럴리..가요.."
이내 눈을 뜬 이현경은 그럴 리 없다며 애써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무려 세 번이나 검산한 계산식들이었다.
그런데 다섯 개나 틀리다니?
아니 그보다 검토를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틀린 걸 찾아낸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진짜야, 직접 읽어봐."
팔락 팔락
요랑은 그녀에게 서류 몇 장을 던져주었다.
이현경은 그녀가 던져준 계산식 중 하나를 다시금 검산해보기 시작하였다.
안돌아가는 머리를 최대한 굴리며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이럴..수가..'
이내 이현경은 경악을 하였다.
써놓았던 숫자와 검산된 숫자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똑바로 안해? 너 누가 그렇게 막 풀래?"
요랑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계산식을 틀린 게 영 마음에 안든듯한 모습이었다.
"....그...그게..그러니까....막..푼..게..아니라."
이현경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우물쭈물거리며 변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막 푼게 아니면 어떻게 오천 개 중에 다섯 개나 틀려?"
"그정도면 일 리밖에 안 틀린 거잖아요!"
이현경은 억울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오 천개 중 다섯 개면 고작 오답율이 일 리정도밖에 안되는다는 말이었다.
일 할도 아니고
일 푼도 아닌 일 리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걸 대충 풀었다고 말한단 말인가
"일 리면 어마어마한거지! 이대로 계산식이 들어갔으면 손해가 얼마인지 알아? 오천냥이라고 무려 오천냥! 너 오천 냥 있어? 있냐고!"
요랑은 거침없이 그녀를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오천 냥은 없지만.."
"내가 말했지?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까, 확실하게 풀라고! 이게 확실한거야? 확실한거냐고!"
".............."
이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수를 했으면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뭘 잘했다고 언성을 높여? 실수한 게 자랑이야?"
요랑은 엄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쉴새없이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이현경은 그녀에게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그녀가 원하는 게 사과의 말이라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엎드려 절받는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죄송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 달라지냐고!"
하지만 요랑은 다시금 꼬투리를 잡아 타박을 하기 시작하였다.
놔줄 생각자체가 없는듯 보였다.
".........흐윽..."
그리고 그런 요랑의 타박에 이현경은 설움이 물밀듯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봤겠는가
천하제일인이자 무림최고의 세력이었던 천무맹의 맹주 이재원과 당가의 직계혈족인 당진설의 피를 이은 자신이었다.
모두에게 배려받았고
대우받았으며
질시와 동경받으며 자라왔던 것이다.
그런 자신이 어찌 이런 곳에서
계산 좀 틀렸다고 극심한 타박을 받아야한다는 말인가
서러웠다.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절로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흐으윽...흐으윽...흐윽..흐윽."
이내 이현경의 눈에서 눈물이 점점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설움의 감정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뭘 잘했다고 울어! 울면 해결 돼? 뚝 해!"
요랑은 질색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으윽...우와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런 요랑의 태도에 감정이 더욱더 북받쳤던 것일까
그녀는 아예 목놓아 울기 시작하였다.
감정을 도저히 걷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흐으음...."
그 모습을 본 요랑은 고심에 잠겼다.
머리통을 후려쳐서 닥치게 해야햘지
아니면 말로 잘 달래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마음같아선 전자의 방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훈육하는 입장에선 후자가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한다..'
요랑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우아아아아아아앙!! 어머니를 불러주세요!!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오오오!!"
이현경의 울음소리가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즙짜는 버릇은 나쁜 거라고 들었는데..'
과거 음양마는 요랑에게 말하였다.
뭘 해볼 의지도 없고
뭘 해볼 능력도 없으며
뭘 해볼 생각이 없는 계집이 쓰는 무기가 바로 눈물이라고
그 눈물은 자주 흘리면 흘릴 수록 버릇이 들어서
더 자주 우니까 매로 다스려야한다고 말이다.
이현경이 우는 걸 보니 그의 말이 떠올려지기 시작하였다.
'고쳐줘야겠다.'
요랑은 중지 손가락을 엄지 손가락 위에 둥글게 말았다.
그다음을 울고 있는 이현경의 이마쪽에 천천히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가볍게 튕겼다.
"아아아악!"
쾅
부웅
그 순간 굉음이 터지며 이현경의 신형이 허공을 떠올랐다.
콰콰쾅
그리고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더니 그대로 벽에 처박혀버렸다.
"살아있어?"
요랑은 벽에 처박힌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끄덕 끄덕 끄덕 끄덕
그러자 이현경이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이기 시작하였다.
"미안, 자꾸 우니까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버렸네."
"................"
"내가 우는 걸 별로 안좋아해, 우는 건 감정을 해소하는 일이지, 일을 해결하는 일이 아니잖아? 일보다 자기 감정을 우선시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게 느껴져서 화가 나더라구."
요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죄송합니다....다..다시는..울지..않을게요....부디 노여치 말아주세요.....용..용서해주세요.."
이현경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니야, 나 화 안났어, 봐봐 이렇게 웃잖아?"
요랑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근데.....또 울고불고하면....화날 것 같아...."
요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오싹
그 모습을 본 이현경은 오싹함을 느꼈다.
차갑기 그지없는 그녀의 눈빛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인지..알겠어?"
"알겠습니다.......절대..절대...우는 일은 없도록..하겠습니다!"
"그래?"
요랑은 그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쓰담 쓰담
"착하네."
그다음 그녀의 머릿결을 부드러이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마치 기특한 강아지를 칭찬하는 것처럼 말이다.
".....감..감사합니다."
이현경은 수치심이 들었지만 곧장 감사를 표하였다.
감정을 드러냈다간 또다시 얻어맞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계속 이렇게 착하게 굴면......내가 너를 못살게 구는 일은 없을거야....."
요랑은 차분히 가라앉은 시선으로 이현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만약...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우우우우웅
요랑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으으윽...으윽.."
그러자 이현경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길게."
요랑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네에...절대..그런..일 없도록..하겠습니다."
쓰담 쓰담 쓰담
"그래, 그래, 우리 경아는 착하구나? "
요랑은 손길이 더욱더 부드러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현경은 그런 요랑의 손길을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얌전히 받아들였다.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쓰다듬었을까
이내 요랑이 천천히 손을 떼었다.
"자아, 그럼 다섯 개 틀린 것에 대한 벌을 받을까?"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이마를..맞은게..벌이 아니였나요?"
"그건 처울어서 맞았던 거야."
요랑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그..그럼..어떤..벌을?"
이현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경아는 착하니까, 선택권을 줄게."
요랑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택..권이요?"
"응, 두 가지 체벌이 있어, 하나는 손가락을 튕겨서 이마를 맞기, 다른 하나는 계산식 오 백개 풀기."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오백..개나요?"
"다섯 문제니까. 곱하기 백해서 오백개야."
요랑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아, 어떤 걸로 할래?"
"..................."
요랑의 제안에 이현경은 고심에 빠져들었다.
어떤 것부터 선택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마를 맞는 건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던 아찔함은 두 번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그렇다고 계산식을 풀고 싶지 않아.'
계산식 오백 개면 푸는데만 두 시진은 걸리는 분량이었다.
지금처럼 정신적 피로가 한계에 가깝게 차오른 상태에서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최고의 선택지를 말이다.
"참고로 이번에 오백 개도 틀린 개수 곱하기 백이야."
"맞을게요."
이현경은 냉큼 답을 하였다.
그녀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었다.
"그래? 그럼 이마까."
".........네에."
이현경은 앞머리를 슬며시 들어올리며 이마를 까버렸다.
그러자 한쪽에 혹이 나있는 그녀의 반듯한 이마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요랑은 재밌어죽겠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중지 손가락을 엄지에 말아쥐었다.
그다음 그녀의 반듯한 이마에 천천히 가져다대었다.
쾅
"아아아악!"
이내 방안에는 굉음과 함께 이현경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저벅 저벅 저벅
당서윤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어둡고 어두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툭
이내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기 시작하였다.
길고 길었던 계단을 완전히 내려온 것이다.
저벅 저벅
바닥에 내려온 그녀는 직선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거침없이 말이다.
일각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을쯤
그녀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산발이 된 머리.
추욱 늘어진 몸.
양팔목과 양발목을 구속하고 있는 족쇄까지
누가봐도 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차림새였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온거지?"
그때 뾰죡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당서윤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동생이 언니를 보는데 이유가 있나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허어...동생? 네가 지금 동생을 자처하는 것이더냐? 자매인 내게 이런 짓을 해놓고!"
그러자 죄수, 당진설은 독기로 가득 찬 목소리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하였다.
이곳에 갇힌 지 근 세 달
그동안 그녀 당서윤에 의해 끝없는 고문을 받으며
쉴새없이 고통을 토로하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동생이라니? 언니라니?
어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다는 말인가
"충분히 당할만한 짓을 하지 않으셨나요?"
"내가 뭘 잘 못했는데! 내가 뭘! 내가 뭘!"
당진설은 지지않으려는듯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유령 상단을 만들어 세가의 자금을 횡령한 일, 멋대로 재경각에 찾아가 월권 행위를 한 일, 뜻대로 되지 않는다하여 각원을 폭행한 일, 천무맹을 등에 업고 당가를 압박하려고 한 일, 언가의 가주인 언중기를 끌어들여 당가의 손님인 빙궁주를 살해하려고 한 일, 마공을 익힌 마인들로 하여금 저를 납치하려고 한 일까지 말하려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어요. 언니."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다! 유령상단을 만들어 횡령을 한 건 오라버니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일이다! 재경각에서 월권을하고 각원을 폭행한건 직계혈족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한 것 뿐이다! 당가를 핍박하려고 들었던 게 아니다! 좀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설득하려고했던 거지! 언중기를 끌어들인 건 내가 아니다! 이재원이란 말이다! 마공을 익힌 마인들은 내가 모르는 이들이다! 정파의 무인인 내가 어찌 마인들을 알겠느냐!"
당진설은 하나하나 조목조목 변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들이 그녀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후우......언니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으시네요."
당서윤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무려 세 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고문을 당했건 당진설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어떠한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합리화와 남탓을 하며 억울하다고 외치고만 있는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당가를 번영하게 만들려고 했던 게 잘못이란 말이더냐!"
"틀렸어요. 언니는 당가를 번영시키려고했던 게 아니예요. 그저 발밑에 두고 싶었을 뿐이죠."
"네가 뭘 아느냐! 네가 뭘안다는 말이더냐! 무공에 미쳐 세상 물정도 모르는 니년이!"
당진설은 발악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오랫동안 가문 그늘아래 숨어있던 저도 옳고그름은 압니다."
당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떼었다.
"언니는 틀렸어요."
그리고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건방진 년! 개 같은 년! 처죽일 년!"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어려도 한참 어린 동생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고 사실대로 말하세요. 정상참작 시켜드리도록 노력해볼게요."
"난 잘못따윈 없다! 그런데 대체 무슨 혐의를 인정하라는 말이더냐!"
"......언니.......경아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갑..갑자기 경아 왜 나온단 말이더냐!"
그녀의 말에 당진설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가에 경아가 찾아왔어요."
"뭐..뭐라고!?"
"언니의 행방을 묻더군요."
물론 거짓말이다.
예절 교육 명목으로 재경각에 감금된 그녀였다.
행방을 물어볼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그래서..뭐라고..뭐라고 답하였느냐?"
"얼버무렸어요....하지만..언제까지 얼버무릴 수도 없는 법이죠."
"........경아에게 말할 심산이더냐?"
"기회봐서요."
"안된다! 안된단 말이다!"
당진설은 무척이나 격하게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어쩔 수 없잖아요? 행방을 찾는 아이에게 어미가 고문실에 갇혀있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차라리 죽었다고 하거라! 병으로 죽었다고 말하란 말이다!"
"제가 거짓말을 못해서 말이에요."
"이런 독사같은!"
"당가의 여인에게 독사라는 말은 칭찬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당서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으드드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분노를 가득히 담아서 말이다.
"원하는 게....뭐더냐..?"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당서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바입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말없이 당서윤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표독스럽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내 당서윤의 차가운 시선과 당진설의 표독한 시선이 맞부딪히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