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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63화 (864/1,419)

〈 863화 〉 864.이현경, 당가에 오다.

사천당문 대문 앞

"하아아아암..."

수문위사 당기는 찢어져라 입을 벌린 채 하품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밤낮 가릴 것없이 울어제끼는 아들을 달래느라 녹초가 되어버린 까닭이었다.

"쯔쯧, 입에 파리가 들어가겠구만."

옆에 있던 수문위사 당훈은 그런 당기를 못마땅한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죄송합니다...선배님....어제...규아가...밤새 우는통에..잠을 못자서.."

당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근무시간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것이 썩 민망한 까닭이었다.

"고 녀석이었구만, 자네를 이렇게 녹초로 만든 장본인이 말이야. "

"..맞습니다...고 녀석이 아비를 죽이려고 환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하하하, 엄살 부리지 말게나,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으니."

당훈은 웃음보를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선배님께선...직접 겪지 않으셔서 그렇습니다."

"나도 일곱 살 난 아들이 있는 몸일세, 육아의 고통을 어찌 모르겠는가? 걱정말게,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일세, 시달리다보면 결국 그 울음소리에 적응하게 될걸세."

당훈은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육아로 인해 고통받는 당기의 모습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울음소리에 적응하기 전에...안 울리는 방법은 없습니까?....육아 방법 좀 공유해주십시오..선배님."

당기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일곱 살 난 아들이 있는 당훈이라면

마땅한 육아대책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는 간절하였다.

밤새 울어대는 아들로 인해 사흘 동안 네 시진 남짓을 잘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 세 시간도 못잔 것이다

이러다간 수명이 깎이고 말게 분명하였다.

그러니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규아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지?"

"이제 두 달되었습니다."

"그럼 방법이 없네, 포기하게나."

당훈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단호하신 것 아닙니까?"

그의 단호한 말에 당기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쩔 수 없다네, 아기가 우는 건 당연한 세상의 이치니까."

"뭘...이치까지야.."

"생각을 해보게, 자네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을 때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는가?"

"그렇지요?"

"하지만 아기는 표현의 수단이 전혀 없다네, 그러니 울 수밖에 없는 것이야, 나를 알아봐달라고 말이야. 그러니 매번 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

".............."

그의 말을 들은 당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듣고보니 또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감당토록 하게나,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이니 말이야."

"....하아....일단 말부터 가르쳐야겠습니다."

당기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가르치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하하하 어디 한 번 노력해보게, 물론 1년은 더 걸리겠지만."

".....그렇게나 오래걸립니까!?"

당기는 놀란듯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그정도는 걸릴 걸세."

"......허어."

당기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적어도 일 년 이상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절망이 차오른 것이다.

"쯔쯧, 말을 배우는 게 쉬울 줄 알았는가? 언어라는 녀석을 너무 무시하는구만.."

당훈을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그래도 일 년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

"뭐가 길다는 말인가? 자네도 다 똑같이 컸을텐데.."

".....연우 도련님께서는......태어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꽤나 그럴듯하게 말한다고 들었습니다.."

"그야 연우 도련님께서는 위대한 영웅의 핏줄을 타고나서 그런 게 아닌가?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선상에 놓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소리일세.."

".......혈통이라는 건 참으로 중요하군요."

"물론이지, 혈통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닐세."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더니 다 거짓말인듯 합니다.

"당연히 듣기로 좋으라고 한 자기위로가 아니겠는가? 왕후장상의 씨앗은 이미 정해져있다네. 왕으로 태어나야만 왕이 될 수 있는거지."

"갑자기 울적해집니다.....규아에게 평범한 혈통을 물려줄 수밖에 없다니.."

"너무 울적해하지 말게, 혈통은 물려줄 수 없어도 재산은 물려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거 아들을 위해서라도 미친듯이 일해야겠군요."

"좋은 마음가짐일세..하하하하."

두 수문위사는 희희낙락하며 말을 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순간 그들의 귓가로 발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잡담을 나누던 두 수문위사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발소리의 근원을 따라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대문을 향해 걸어들어오고 있는 이지적으로 생긴 묘령의 여인을 말이다.

당훈은 발을 앞으로 떼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무엄하네요, 제가 누구인줄 알고."

여인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내뱉었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당훈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듯 보였다.

"당가는 허락받지 않은 외인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외인? 제가 외인으로 보이는가?"

"외인이 아니라면 신분을 밝히시면 됩니다."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저는 이현경이에요."

그녀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당훈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현 당문의 가주인 독왕의 조카이자 당가 적통의 피를 이은 적자이지요. 이래도 제가 외인인 것 같나요?"

그녀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당훈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현경이라면.....시집갔던....당진설.....아가씨의..딸인.."

그러자 옆에 있던 당기가 화들짝 놀라며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이현경이라는 이름을 모르지 않았다.

아니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적통의 피를 이은 당가의 자손을 말이다.

"다행히 모르지는 않는 것 같군요. 자아, 어서 비키세요. 가주와 면담을 해야겠습니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당훈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훈은 꿈쩍도 안한 채 가만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저..선배...아무래도..비켜주심이.."

그러자 당기는 당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내뱉었다.

더이상 길을 막아선다면 엄청난 무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일단은 위에 보고부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가씨"

이내 당훈은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보고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문앞에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말하는 건가요? 당가의 적통인 저에게?."

이현경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혹여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적통의 핏줄을 이은 당가의 자손을 못 알아보겠습니까?"

"그렇다면 의문이군요. 그런데 어찌하여 길을 터주지 않는 것이죠?"

"적통의 핏줄을 이었다고는 하나 아가씨께서는 엄연히 이씨 성을 쓰시는 외인입니다. 외인의 출입은 윗선에서 허락을 맡아야할 일입니다."

"제가 외인이라구요?.....적통의 핏줄을 이은 제가요?"

이현경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적통의 피를 이은 자신이 외인이라니

이런 모순적인 말이 어디있겠는가

"아가씨께선 이씨성을 쓰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외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낱 수문위사 따위가 그런 걸 판단할 권한은 없을텐데요?"

"있습니다, 수문守門 권한은 모두 저에게 일임되어있으니까요."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건방지네요. 당신."

이현경은 얼굴을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한낱 수문위사따위에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건방지게 느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는 필요없어요. 제게 필요한 건 당신이 당장 길을 터는 것 뿐이에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당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당신 의견 따윈 중요치 않아요."

이현경은 그의 피해 옆으로 지나가려고 하였다.

쓰윽

그러자 당훈이 재빨리 팔을 들어 그런 그녀를 막아세웠다.

지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안됩니다!"

그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이 손 치우세요!"

이현경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인내심이 바닥날대로 바닥이 난 까닭이었다.

"못 치웁니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서는 고성이 오가며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하지..이거..이러다..큰일 나는 거 아니야?'

당기는 그 광경을 불안한듯 바라보았다.

무언가 또다시 사고가 터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짜아아악

그리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였다.

당훈이 별안간 뺨을 그대로 직격당한 까닭이었다.

이내 뺨을 적중당한 당훈은 고개가 옆으로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건방진.....제가 분명 비키라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우스우신건가요? 어디 문이나 지키는 문지기 따위가 저를 막아서는 건가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제 핏줄마저 우스워진 건가요?"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당훈을 노려보며 찌르듯 내뱉기 시작하였다.

"이씨 성을 쓰지만 제 몸에는 엄연히 당가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부디 그 사실을 상기하였으면 좋겠네요."

이현경은 새침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지나치려고하였다.

이정도 훈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쓰윽

하지만 이내 당훈은 다시금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아섰다.

"외인의 허락은......허용치 않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굳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자가 끝까지!"

그 모습을 본 이현경은 화가난듯 얼굴을 잔뜩 붉히며 다시금 손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뺨을 올려쳐버릴 생각이었다.

덥석

하지만 그녀의 뜻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누군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옥죄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당황한 이현경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옥죄고 있는 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가히 절세가인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아름다운 한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언..언제!?'

이현경은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인식조차 못한 사이 뒤를 잡혔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너, 뭐냐? 할짝."

여인은 고운 혓바닥으로 새빨간 당과를 핥으며 말을 이었다.

궁금하다는듯힌 시선을 한 채 말이다.

"이..이..이손 놓으세요!"

이현경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뿌리치려고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뭔데, 우리 애들 뺨때리고 놀고 있어?"

우드득

여인은 손아귀를 살짝 비틀어 팔목을 꺾어버렸다.

"아아아악!"

털썩

이현경이 무릎을 꿇은 채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팔목이 꺽이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저..저는...이..이현경...이현경이에요...여협!"

이현경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이대로 가다간 팔이 완전히 꺾여버릴 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이 든 까닭이었다.

"이현경?"

여인은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현경 소저는 당진설 아가씨의 딸입니다!"

그때 잠자코있던 당기가 다급히 말을 내뱉어 그녀의 정체를 밝혀주었다.

불상사가 벌이지는 걸 이대로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 왠지 익숙한 냄새가 나더라."

여인은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기 시작하였다.

익숙한 냄새가 난다했더니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맞아요!...제..어머니가..당진설이에요!...삼촌은...독왕 당진철이구요..그러니까...제발..제발..이 손 좀 놔주세요오오"

여인이 아는 체를 하자 이현경은 다급한 어조로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손목이 꺾여지는 고통이 점점 더 커졌기 때문이었다.

스르륵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팔을 놔주었다.

꾹 꾹 꾹

"으으윽.."

이현경은 풀린 손목을 재빨리 꾹꾹 누르며 고통을 완화하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비명이 손목 가득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녀의 머리에서 굉음이 터져나오더니 이현경의 눈깔이 그대로 뒤집어지기 시작하였다.

여인이 부지불식간에 이현경의 관자놀이를 그대로 가격해버린 까닭이었다.

"꺼..으으으윽."

이내 그녀의 신형이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재...재경각주!!?...이게..무슨?!"

그 모습을 본 당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부지불식간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아, 무의식적으로 때려버렸다,."

재경각주 요랑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체 누가 무의식적으로 관자놀이를 가격합니까?"

"얼굴을 보니까, 묘하게 관자놀이를 후려치고 싶어서...그만."

요랑은 쑥쓰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떼었다.

얼굴을 보니 당진설의 얼굴이 묘하게 떠올라져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 짜증에 반응을 하여 그대로 주먹이 나가버린 것이다.

"큰일났습니다! 분명 가주께서 노하실 것입니다."

"가주가?"

"가주께서는 조카를 끔찍히 아끼는 걸로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비록 천무맹이 사라졌다지만 조카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딸이 없어 이현경을 친딸처럼 여기는 당진철이었다.

만약 그런 이현경을 후드려팼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분명 분노를 할게 자명할 것이다.

"그건 걱정안해도 돼. 화 안낼테니까?"

요랑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손사래를 쳤다.

".......네에?"

"가주께서는 나를 너어어어어무 사랑하거든, 그래서 이정도 일 가지곤 화내지 않을거야."

요랑은 별빛 같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확신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러니 안심하고 임무를 수행해도 돼."

요랑은 별거 아니라는듯 말을 이었다.

덥석

그다음 천천히 팔을 뻗어 누워있는 이현경의 목덜미를 붙잡고 그대로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얘는 내가 가주께 직접 데려가볼게....계속 자빠져있어봤자 불편할테니까."

그리고는 미련없이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일말의 미련도 없이 말이다.

당기와 당훈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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