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1화 〉 862.검신劍神이라고 불리우는 자에 대해서 아는가?
"네년의 자연검自然劍을 전수해주거라."
음양마는 운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자연검自然劍을 말인가요?"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자신의 제자에게 자연검自然劍을 전수하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래."
음양마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리예요."
운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지?"
"자연검自然劍을 전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자연검自然劍은 엄연히 심검心劍 상위에 위치해있는 신선의 검이었다.
곤륜 역사상 손꼽히는 기재라고 불리우던 자신조차 백년에 가까운 세월을 수련하고 나서야 겨우 흉내정도 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자연검自然劍이었다.
그런 자연검自然劍을 말 몇 마디로 전수해줄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불가능하였다.
그의 제자에게 자연검을 전수하는 일은 말이다.
"묘리만 몇 개 전해주거라, 깨닫는 건 그녀석이 알아서 할터이니."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선우에게 필요한 건 개념의 확장이었다.
심검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녀석에게 자연검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묘리 몇 가지만 전해주는 것이면 충분하였다.
그 후엔 그 괴물같은 녀석이 알아서 깨달을테니 말이다.
".............묘리를 전해준다고 한들.......쉽사리 깨닫지 못할 거예요."
운설을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건 그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다. 네년은 그저 이룩한 깨달음만 전해주면 된다. 주제넘게 스승의 역할까지 할 생각은 말거라."
음양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전령이었다.
등선해버린 자신을 대신하여
우둔한 제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게해줄
전령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전령은 그저 전달할 뿐
스승이 될 필요는 없었다.
"그 녀석은 노부의 제자이니 말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음양마는 악의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스승을 자처할 생각은 없어요."
"그럼 해결되었구나, 스승을 자처하지 않는다면 성취따윈 아무런 상관없을터이니."
음양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요, 해결되지 않았아요."
운설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하였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 것이더냐?"
음양마는 눈살을 찌푸른 채 말을 내뱉었다.
무슨 불만이 저리 많은 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자에게 깨달음을 전하고 싶지 않아요."
"노부의 제자다. 설마 노부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잘 알죠, 천하제일마라고 불리웠던 음양마 선배가 아니십니까?"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르지 않았다.
모를 리 없었다.
음양마는 그녀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천하제일마라고 불리우던 대마두였으니 말이다.
"그럼 이미 검증된 것이 아닌가? 설마 노부가 별볼 일 없는 쭉정이 같은 놈을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음양마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은 이미 검증과 보증이 되어있는 옥석이라는 것을 뜻하였다.
그런데 어찌 검증이 되지 않았다며 저리 뻗댄단 말인가
"그럴 리가요. 무력이나 자질에 대해선 한치의 의심도 없어요, 용의 새끼가 어찌 지렁이일 수 있겠어요?"
알진 못하였지만 음양마의 제자는 강할 것이다.
평생토록 제자를 두지 않았던 음양마가 말년에 들였던
제자가 어찌 약할 수 있겠는가
"그럼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이더냐?"
음양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그의 인성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인성?"
"저는 선배의 제자가 어떤 자인지 몰라요. 악인인지...선인인지.....흉악한 마두인지.....아니면 정의로운 협사인지 말이에요. 그런데 어찌 자연검의 묘리를 함부로 전해줄 수 있겠어요"
그녀는 현묘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음양마의 제자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
어떤 인성을 가지고 있는지
품행이 어떠한지
성격이 어떠한지
무엇 하나 알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연검을 전해줄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정의로운 협사라면 상관없겠지만
마성에 머릿속에 잠식된 마두라면 자연검의 묘리는 재앙이 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오호...감히 노부의 제자의 인성을 의심하는 것이더냐?"
"솔직히 선배님께서도 그렇게 착하게 살진 않으셨잖아요?"
천하제일마라고 불리울 정도로 흉악한 악명을 쌓았던 음양마였다.
그의 제자라면 인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법한 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도 그렇군."
그녀의 말을 들은 음양마는 유쾌하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당돌한 그녀의 태도가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인성은 걱정치 않아도 된다. 그놈은 나와 다르게 착해빠진 놈이니까."
이내 웃음기를 지운 음양마는 운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죄송하지만 전 눈으로 본 것만 믿어요. 선배님"
"뭔 놈의 도사가 그리도 의심이 많더냐?"
"선배님께서는 천하제일마가 아니신가요? 그 제자 또한 천하제일마의 자질을 가지고 있을 지 누가 알겠어요?"
"끌끌, 틀린 말이 아니구나."
음양마는 수긍을 하였다.
확실히 그녀가 꺼리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갔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구나, 네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연검의 묘리를 전수해줄 지 말지를 말이다."
"제가...직접이요?"
"그래, 네 기준에서 인성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가차없이 때려치우거라."
"그래도....괜찮으시겠어요?"
"어차피 강요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지 않느냐? 싫은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할 년이니."
음양마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가 파악한 운설은 대쪽 같은 여자였다.
외압에 굴복해 스스로 세운 신념을 꺾을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제안을 하였다.
전수의 여부를 직접 판단하라고 말이다.
그 조건이라면 그녀 또한 어느정도 납득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제 기준은 까다로워요. 전수를 아예 못 받을 수도 있어요."
"그거야 제놈 복이겠지. 나는 기회를 던져줬을 뿐이다. 그걸 잡는 건 제놈의 몫이지."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스승의 역할은 이끄는 것 뿐이었다.
결실은 맺는 것은 오로지 제자의 몫이리라
"............"
음양마의 말을 들은 운설은 짐짓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이 된 까닭이었다.
"왜 대답이 없느냐? 혹여 외인에게 평생의 깨달음을 줄 생각을 하니 아까운 것이더냐?"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아까워도 이번만큼은 양보를 하거라, 네년과 태청의 목숨은 물론 곤륜의 멸문까지 막아주었으니, 설마 은혜를 저버리는 건 아니겠지?"
음양마는 악당같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 기준에 미달하면 자연검의 전수는 없었던 일이 될거예요."
그리고 운설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말을 내뱉었다.
그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크크큭......걱정말거라, 네년은 노부의 제자를 꽤나 마음에 들어할터이니."
그 말을 들은 음양마는 재밌다는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믿는 구석이라도 있으신건가요?"
"믿는 구석이라.....없지는 않지."
음양마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례가 아니라면 그게 무엇인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운설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자신 넘치는 음양마의 모습에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여인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그 녀석은 특이하게도 여인의 환심을 쉽사리 사곤 하더구나, 특히 연상의 여인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음양마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게 섭혼술이나 미혹술 같은 사술은 통하지 않아요."
"크크큭...그런 걸 익힌 게 아니다. 그저 자연스레 여인을 끌어들이는 체질을 가진 것 뿐이지."
"제가 그에게 반한다는 말인가요?"
"반하는 건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호의는 품게 될 것이다."
".....선배님, 전 백세가 넘었어요."
"그러니 연상이 아니겠느냐? 내 제자는 아직 이립이 채 되지 않았으니."
".........저를 너무 무시하는 군요."
운설은 짐짓 불쾌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반선의 경지에 오르며 오욕칠정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게 된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한낱 남자 따위에게 반해버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 이미 오욕칠정을 초월하였습니다. 송옥이나 반안이 살아온다해도 남자에게 홀리는 일따위는 존재치 않아요."
"끌끌끌, 오욕칠정을 초월하였으면 등선하여 신선이 됐겠지, 초월치 못하였으니 인간으로서 남아있는 게 아니겠느냐?"
음양마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반선半仙이 어찌하여 반선半仙이겠는가
인간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기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등선조차 하지 못한 녀석이 오욕칠정을 초월하였다니
코웃음이 절로나올 정도의 오만이었다.
"........증명해보이죠. 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말이에요."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어디 한 번 증명해보이거라, 내 선계에서 지켜보고 있을터이니.....물론 네년의 사조인 태청과 함께 말이다!"
음양마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치기 어린 운설의 행동이 꽤나 즐겁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두고보자구요, 선배.'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운설은 의지를 다졌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 망할 놈의 제자에게 홀리지 않겠다고 말이다.
"누군가요."
이내 운설은 호탕하게 웃고 있는 음양마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선배님의 호색한 제자가 말이에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제자의 정체를 말이다.
"그 녀석의 이름은 장선우라고 한다."
그녀의 물음에 음양마는 호탕한 웃음을 멈춘 채 차분히 말을 이었다.
"세간에선 그 녀석을 검신劍神이라고 부르지."
이내 음양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미소에는 제자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한가득 묻어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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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애애애애애애액
곤륜의 장문인 무양의 신형이 허공을 가르며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구름을 꿰뚫는 한 마리 용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쏘아져나갔을까
이내 무양의 시야에 거대한 분지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저기다!'
무양은 눈빛을 반짝였다.
드디어 목적한 곳이 근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조!"
무양은 분지쪽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어디 계신 것입니까! 사조!"
무척이나 애가 탄 목소리로 말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운설 사조!!!!!"
무양은 분지를 향해 고함을 내지르며 애타게 사조를 찾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뾰루퉁한 사조 운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당한 것인가?'
이내 무양의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혹여 사조가 당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날짐승조차 오르기 힘들 정도로 험준하기 그지없었던 산세가 농사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하기 그지없는 분지가 되어버렸다.
말그대로 경천동지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만한 규모의 싸움이었다면 아무리 사조라도 무사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털썩
"이런 제기랄!"
이내 무양은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쾅 쾅
그리고 주먹으로 땅을 쉴새없이 내리치기 시작하였다.
사조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은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비열한 태앙신궁 놈들!'
쾅 쾅 쾅 쾅
그의 주먹이 쉴새없이 땅을 후려치기 시작하였다.
마치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는 모든 분노를 토해내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땅을 후려쳤을까
"그만 때리거라, 애먼 땅은 왜 부수고 있는가."
그의 귓가에 무척이나 익숙한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무양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묘령의 여인을 말이다.
곤륜검성 운설이었다.
"사조!"
무양은 기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살아계셨군요!"
"그럼 저승길에 오른 줄 알았는가?"
"아닙니다. 살아계신 줄 알았습니다!"
"공갈이 능숙하구나, 장문인, 그럼 애먼 땅은 왜 후려쳤는가?"
".......좀더 평평하게 만들까하고.."
무양은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를 속이려면 좀더 그럴듯한 거짓을 내뱉거라, 코웃음만 나오는구나."
그녀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다행입니다! 이렇게 멀쩡하게 뵙게 되다니!"
"장문인 눈에는 내가 멀쩡해보이는가?"
그녀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옷은 중요한 부위만 간신히 가릴 정도로 넝마가 되었고
이곳저곳에는 베인 자국과 화상자국이 가득하였다.
그런데 어찌 멀쩡하다는 말인가
"............."
그 말을 들은 무양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듣고보니 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대 꼴을 보아하니 곤륜에서도 큰일이 있었나보군."
이내 운설은 머리를 긁적이는 무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큰일이다마다요, 들으시면 분명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무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큰일이라도 나만할까?"
운설은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는 확신하였다.
무슨 큰일이 벌어졌든
자신보다는 못할 것이라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하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무양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괜스레 궁금증이 자극된 까닭이었다.
"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차차 설명토록 하겠다. 그전에 물어야할 것이 있으니."
"물어야할 것?"
무양은 의문 어린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곤륜 산맥의 지형이 바뀌어버린 일을 설명하기 앞서 물어야할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검신劍神이라고 불리우는 자에 대해서 아는가?"
운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름은 장선우라고 하더군."
그녀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