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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59화 (860/1,419)

〈 859화 〉 860. 네놈은 소멸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안된다.]

청명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온 사방에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무심하던 천마의 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눈살을 찌푸리고 인상이 와락 일그러진 것이다.

명백한 분노가 담겨있는 표정이었다.

"본좌는 명령따윈 듣지 않는다."

천마의 주위에서 칠흑보다 어두운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운설을 향해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그녀를 집어삼키려는듯이 말이다.

스르르륵

그때였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새하얀 안개가

운설의 주위를 서서히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한 겹

두 겹

세 겹

겹치고 겹치고 겹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그녀의 모습은 두텁기 그지없는 안개의 가려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재밌는 짓을 하는군."

그 모습을 본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새하얀 안개를 향해 팔을 뻗기 시작하였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그러자 어마어마한 전격이 그의 손을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접근조차 허용치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손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탄내가 진동하였지만

천마는 그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안개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전격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듯이 말이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이내 온 사방에는 전격음과 함께 살갗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가득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파앗

운설을 주위를 둘러싸고있던 안개가 한순간에 흩어져버렸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강대하기 그지없는 힘으로 결계를 부숴버린 것이다.

"오호."

안개가 흩어지자 천마는 감탄하듯 탄성을 내뱉었다.

안개가 흩어지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곱게 묶은 머리.

새하얀 백발과 길다란 수염

정명하기 그지없는 눈빛

새하얀 백색의 도복.

선풍도골仙風道骨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노인이었다.

"고고하신 선계仙界의 신선께서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모습을 드러냈는가?"

천마는 노인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듯 말을 이었다.

"사악한 마魔의 종주가 어찌 곤륜의 제자에게 해를 끼치려든다는 말인가!"

노인은 천마를 바라보며 꾸짖듯이 호통을 치기 시작하였다.

"이건 현세現世의 일이다. 선계仙界에서 관여할 바가 아닐텐데?"

천마는 무심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선계의 신선들은 현세의 일에 관여할 수 없었다.

이는 상제上帝가 정한 하늘의 율법이었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율법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행사를 방해한다는 말인가

"등선조차 거부한 네놈이 멋대로 현세를 망가뜨리걸 냅둘 성 싶더냐!"

청수한 인상의 노인은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상제上帝의 허락은 받은 것인가?"

천마는 그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네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노인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멋대로 현신했다는 말이군."

천마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신선이 상제의 허락없이

멋대로 율법을 어겼다는 것을

"하늘의 율법을 어긴다면 신선이라고 해도 무사치 못할텐데?"

천마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상제上帝가 정한 하늘의 율법은

만물에 모든 존재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규율이었다.

인간은 물론

저 드높은 신선들에게조차 말이다.

그런 규율을 어긴다면 아무리 신선이라고해도 멀쩡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상관없다."

선풍도골의 노인은 담담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두렵지 않은가? 한 번의 현신으로 소멸이 될지 모르는데?"

천마는 악의로 가득 찬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눈앞에 있는 신선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한 몸 희생해서 네놈을 막을 수 있다면 그리 두렵지 않구나."

"그런다고 누가 알아줄 것 같은가? 오히려 하늘의 율법을 어겼다며 모두가 네놈을 욕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윈 상관없다. 그저 내가 뜻한 바를 행할 뿐이다."

노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현세를 어지럽히는 네놈을 죽이는 일을 말이다!"

노인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날카롭기 그지없는 검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창조創造를 선보인 것이다.

쇄애애애액

노인은 창조해낸 검을 가벼이 휘둘렀다.

그러자 공간이 갈라지며

천마를 향해 참격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이내 참격은 천마에게 닿게 되었고

커다란 폭발과 함께 어마어마한 흙먼지가 일어나 그를 덮쳐버렸다.

쇄애애액

노인은 그 상태에서 검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휘둘렀다.

그를 죽이고 말겠다는듯이 말이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이내 공간을 가르는 참격이 흙먼지를 꿰뚫으며 쉴새없이 폭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분명 천마에게 직접적으로 닿은 것이리라

그렇게 얼마나 폭음이 울려퍼졌을까

"후우.."

이내 노인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검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흙먼지가 가득히 올라오고 있는 정면을 말이다.

저벅 저벅

그때 흙먼지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천마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넝마가 된 옷을 입은 채 말이다.

"..........공간검空間劍이라.....꽤나 매섭군."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버텨낸 것인가?"

노인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공간검은 자신이 등선하기 직전 완성한 심검의 극의였다.

모든 깨달음을 집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힘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검을 맨몸으로 버텨내었다.

어찌 심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괴물이 내 예상 이상으로 강하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눈앞에 있는 천마가 자신의 예상이상으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심검心劍 따위로 본좌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습군."

천마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본좌는 신이다. 한낱 인간의 깨달음 따위로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마선魔仙의 경지에 다다른 것인가?"

노인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글쎄? 어떤 것 같은가?"

천마는 오만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마주한 노인은 알 수 있었다.

천마의 힘이 선계의 신선들과 동등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로다."

노인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신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현세를 멋대로 활보하다니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막아야한다.'

꽈아아악

이내 노인은 검을 더욱더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막아야했다.

신선의 힘을 가진 악귀가 세상을 파멸시키기 전에 말이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노인의 몸에서 현묘하기 그지없는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오직 깨달음을 얻은 신선들만이 다룰 수 있다고

전해지는 선계의 현묘한 기운

선기仙氣였다.

선기를 이용하여 천마를 소멸시킬 생각을 한 것이다.

"......선기仙氣를 사용할 생각인가?"

그 모습을 본 천마는 당혹스럽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선계의 힘을 끌어올 생각까지 할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힘을 행사하는 순간 곧바로 소멸될 것이다."

천마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기는 오직 선계에서만 허락된 힘이었다.

선계가 아닌 현세에서 사용할 경우

현세에 퍼져있는 만물의 기운과 반발하여 영혼이 그대로 소멸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상관없다! 네놈을 소멸시킬 수만 있다면!"

노인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도 알고 있었다.

선기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목숨을 버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저자를 이리 냅뒀다간 현세는 엉망이 되고 말테니까 말이다.

"네놈은 미쳤다. 어찌 나 하나를 멸하고자 네놈의 목숨마저 건다는 말인가!"

천마는 노인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것이 바로 정의다!"

이내 노인은 결단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위험하다.'

천마는 위기감을 느꼈다.

선기라면 마선의 경지에 다다른 그 또한 상당히 부담되는 힘이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선기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선기 뿐이었다.

그 말인즉슨 노인의 선기에 맞대응하기 위해선 자신 또한 선기를 내뿜어야한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럴 수는 없지.'

천마는 재빨리 거리를 벌리기 시작하였다.

맞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놓칠 것 같으냐!"

꽈아악

노인은 더욱더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베어버리려고 하였다.

천마가 거리를 더욱더 벌리기 전에 말이다.

덥석

하지만 그의 뜻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노인의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기 때문이었다.

'대체..언제!?'

노인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소리소문없이 자신의 손을 붙잡은 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괴팍한 인상 가진 노인을 말이다.

"그만하지."

"........이..이호선?"

선풍도골의 노인은 괴팍한 인상의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는 이호선이었다.

등선하자마자 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투선鬪仙이자

한 때 천하제일마라고 불리웠던 대마두.

음양마 이호선 말이다.

"휘둘렀다간 곧바로 소멸될 것이다."

음양마는 선풍도골의 노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자를...저자를 멸해야한다네..그렇지않으면...현세가...현세가 위험하다는 말일세!"

선풍도골의 노인은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자신을 말리는 음양마를 설득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라."

음양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상제上帝가 아무런 생각 없이 저딴 괴물을 냅뒀을 리 없지 않은가? 충분히 상대할 자가 있으니 저리 냅두는 거겠지."

음양마는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이미 생사경에 다다른 괴물이다! 그런 괴물을 한낱 인간따위가 어찌 상대한다는 말인가!"

"가능한 일이니라......생각보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니 말이야."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무슨 말도 안되는!!"

하지만 선풍도골의 노인은 여전히 납득 가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양마."

그때 그의 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음양마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천마의 모습을 말이다.

"오랜만이구나, 괴물새끼야."

음양마는 입가에 악의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째서......네놈까지 현신 한거지?"

천마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음양마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풍도골의 노인의 경우

곤륜과 연관이 있는듯 하였고

현세의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 마저 갖고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소멸을 각오하고 현신하여 자신을 적대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음양마는 아니었다.

그는 곤륜과 연관 따윈 전혀 없을 뿐더러

현세의 균형을 지키고자하는 사명감 또한 없었다.

그저 싸움의 미친 투귀일 뿐인 것이다.

그런 그가 어찌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인가

"나와 자네가 그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문답할 만큼 친했던가?"

".......나를 소멸시키러 온 것인가?"

"크크큭...두려운가?"

"그럴 리가 다만 귀찮다고 느낄 뿐이다. 네놈이 진심이라면 본좌 또한 귀찮아질터이니."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귀찮아질 것이다.

그는 자신이 경계할 만한 강대한 힘을 갖춘 자였으니 말이다.

"크크크큭.....쫄아놓고 허세는."

음양마는 그를 한껏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안심하거라, 네놈에게 따로 손댈 생각은 없으니."

"의외로군."

"왜? 한바탕 할 줄 알았느냐?"

"네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몸이 근질거리긴 하지만 소멸당하는 건 사양이라서 말이야."

"천하의 음양마도 제 목숨은 두려운 가보군."

"그럴 가치를 못 느꼈다고 해두지."

"뭐라?"

"너를 죽이는데 내 목숨을 걸 가치를 못느꼈다는 말이다. 천마."

음양마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비꼬는 말이 재밌게 들리다니, 괴물 새끼라 그런 지 공감 능력이 참으로 딸리는구나"

"...나는 천마다."

"나는 이호선이다."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게 답을 하였다.

"마魔의 종주이자 불태울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는 영원불멸이며 불가해不可解라고 불리우는 존재이다."

천마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음양마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 나를 죽이는 게 가치 없다고 말하는 것이냐?"

"맞다."

그의 물음에 음양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곧바로 답을 하였다.

".........어째서지?"

천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내가 구태여 멸하지 않아도 네놈은 소멸하게 될 테니까."

"....네놈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본좌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노부의 제자."

음양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놈은 노부의 제자에 의해 소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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