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8화 〉 859. 너를 먹으러왔다. 운설
'무지막지하게 강한 자였다.'
무양은 축 늘어진 구양평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구양평은 무지막지하게 강한 인간이었다.
끝없이 타오르는 열기와 화기
거력이 담겨있는 위협적인 도법까지
강하다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남자인 것이다.
'사조께 감사를 해야겠구나.'
만약 사조가 깨달음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쓰러진 사람은 그가 아닌 자신이었으리라
꽈아악
이내 무양은 검을 꽉 쥐었다.
부웅
그리고는 축늘어진 구양평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그러자 머리와 몸통이 완전히 분리가 되었다.
무양은 손을 뻗어 분리된 머리채를 곧장 붙잡은 뒤 그대로 들어올렸다.
모두가 잘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높이 말이다.
"보아라! 너희들의 대장인 구양평은 내게 패해 목이 잘려나갔다! 강력한 화공을 선보였지만 결국 곤륜의 검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무기를 버리고 당장 투항하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구양평과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목을 모두 취할 것이다!"
그리고 목소리에 내력을 가득히 담은 뒤 그대로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무양의 목소리가 장내에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하였다.
"뭐라고!? 부궁주가!?"
"말도 안돼! 부궁주께서 죽다니!"
그 울림을 들은 태양신궁의 제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궁주인 구양진 다음가는 고수인 구양평이 패배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납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만 내놓고 있는 구양평의 처참한 모습을 직접 목도하였기 때문이었다.
"어...어찌.."
"이럴 수가.."
이내 태양신궁의 제자들의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심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우두머리가 죽었다는 생각에 사기와 의욕이 처참하게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 장문인께서 수괴의 목을 베었다!"
"와아아아아! 곤륜의 무공이 태양신궁의 무공을 이겼다!"
그와 반대로 곤륜의 제자들의 사기가 끊임없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자신들 뒤에 장문인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난 까닭이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무양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태양신궁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항복을 종용하였다.
더이상 피해를 입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지만 태양신궁의 제자들 중
누가 하나 무기를 버리는 이가 없었다.
그저 서로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결코 투항하지마라! 우리에겐 대막의 신이 남아있다! 대막의 신께서 오신다면 저딴 늙은이 따위는 단숨에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때 거친 인상의 중년인이 도刀를 들어올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우리에게 신이 남아있다!"
"겁먹지마라! 신께서 우리를 보살필 것이다!"
"신이 함께하기를!"
그러자 태양신궁의 제자들의 사기가 물밀듯이 치솟아올랐다.
대막의 신이라는 말 한 마디에
전과 다를바없는 사기와 의욕을 증진시킨 것이다.
"와아아아! 곤륜을 불태워라!"
"부궁주의 복수를 이룩하자!"
이내 태양신궁의 제자들은 맹렬한 불길을 끌어올리며 그대로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곤륜의 제자들을 향해서 말이다.
"지지마라! 저놈들에게 높디 높은 곤륜의 검을 느끼게해주자!"
"그 잘난 부궁주의 곁으로 보내주마!"
그리고 곤륜의 제자들은 검을 더욱더 높이 들며 그들에게 맞대응하기 시작하였다.
검에 살기를 담은 채 말이다.
이내 다시금 두 집단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칫.'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무양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래도 피해없이 넘어가기는 그르는 것 같았다.
다시금 사기가 치솟았으니 말이다.
'대체....대막의...신이..누구기에..'
무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체 대막의 신이 누구기에 저들이 없던 사기까지 끌어올려 열광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의문 어린 표정으로 고심에 잠기고 있을 때였다.
"죽어라!"
사기를 증진시켰던 거친 인상의 중년인이 그를 향해 도를 내리찍었다.
그 모습을 본 무양은 왼손에 들고 있는 구양평의 수급을 그가 도를 휘두르는 진로에 던져버렸다.
순간 중년인은 몸을 움찔하고 떨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차마 부궁주인 구양평의 수급을 베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캉
그 모습을 본 무양은 가벼이 검을 휘둘러 허공에 멈춰있는 도를 그대로 튕겨내었다.
그러자 중년인의 가슴이 텅비게 되었다.
'틈!'
쇄애애액
무양은 그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섯 손가락을 곧게 세운 뒤 가슴팍을 향해 내질러버린 것이다.
콰지직
이내 손가락들은 가슴팍에 닿게되었고
그대로 파고들더니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꺼으으...꺼으으윽......"
심장이 꿰뚫린 중년인 핏물을 토해내며 연신 신음성을 내뱉더니 그대로 흰자가 보이게 눈깔을 뒤집어버렸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팍
무양은 그의 심장에 재빨리 손을 빼버렸다.
쿵
그러자 죽음을 맞이한 태양신궁의 무인이 그대로 바닥에 나자빠져버렸다.
"미안하네, 정정당당히 승부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아서 말일세."
무양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아무런 미련없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창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향해서 말이다.
이내 무양이 떠나간 자리에는 심장이 꿰뚫린 중년인과 부궁주인 구양평의 수급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하아...제기랄...더럽게...아프네."
바닥에 드러누운 운설은 끙끙거리며 고통을 토로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이 되는 게 아니라
고통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뼛조각이 폐에 박힌 것인지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온몸이 골절된 것인지
뼈마디가 절로 쑤셔왔다.
팔을 부러져 덜렁거렸고
내력은 고갈되어 어떠한 힘조차 발휘할 수 없었고
여기저기 화상을 입은 터라
바늘로 콕 콕 찌르는듯한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말그대로 빈사상태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아프겠지. 본좌의 화겁火劫은 정면으로 받아내었으니 말이야."
그때 그녀의 귓가로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생사결을 벌인 장본인, 염재炎災 구양진이었다.
"말걸지마, 무기발 새끼야. 그 개같은 무기만 없어도 이렇게까지 당하진 않았어."
그 말을 들은 운설은 잔뜩 날선 목소리로 말대꾸를 하였다.
저놈의 목소리를 들으니 울화통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훌륭한 무기를 가진 것 또한 무인의 소양이다. 그런 것도 모르는가?"
"아니꼬와서 말이야, 부족한 실력을 무기발로 채운 주제에, 제 실력인냥 잘난척을 하는 꼴이 말이야."
운설은 신랄하게 그를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승부 자체에는 불만이 없었다.
무인 간의 승부에서
좋은 무기를 갖추는 게 흠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불만은 구양진의 태도였다.
저 신물이기로 화력을 높여 자신과 겨우 맞먹었던 주제에
마치 승자라도 된 것마냥
멋대로 지껄이는 꼴이 무척이나 아니꼬왔다.
짜증이 치밀어 오를만큼 말이다
".......말에 날이 서있구나, 계집."
그녀의 날선 말을 들은 구양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을 하였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무기발이라며 연신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의 태도에
부아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걸어다니는 재앙이며
대막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구양진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을 저렇게 철저히 무시를 한다는 말인가
"더 세워줄까? 넌 무기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새끼야. "
그녀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구양진을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치욕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은 구양진의 분노를 머리끝까지 차오르게 만들었다.
"이 개같은 계집! 네년에게는 측실 자리도 아깝구나! 공용 창녀로 만들어, 죽을 때까지 돌려주마!"
"천박한 새끼, 염병하고 있네."
운설은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구양진의 말에 짜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너야말로, 팔다리를 잘라서 구데기처럼 기어다니게 만들테니, 각오해둬. 미친 새끼야"
그녀는 구양진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결코 비참한 인생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이다.
"나 또한 네년의 팔다리를 전부 잘라버리겠다. 꿈틀대는 꼴이 볼만하겠구나."
"난 니 새끼 남창 소굴에 던져버릴 거야. 평생 박히며 살아."
이내 두 사람은 쉴새없이 서로에게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입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말싸움을 하였을까
휘이이이이이이잉
이내 싸늘하기 그지없는 바람이 불길한 소리를 내며 불어닥치기 시작하였다.
움찔
움찔
그 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몸을 움찔거리더니 쉴새없이 나불거리던 입을 그대로 다물어버렸다.
불길한 바람소리와 함께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뭐..지...이..불쾌감과...불길함은...'
운설은 의문을 품었다.
온몸에 수천 마리의 벌레가 기어다니는 둣한 불쾌감과 수 천에 다다르는 까마귀들이 동시에 우는듯한 불길함이 온몸을 휘감아버린 까닭이었다.
단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의문이었다.
어째서 이런 감정이 온몸을 휘감게 되었는 지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두 사람의 귓가에 발걸음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발걸음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금색의 악귀가 수놓아져있는 검은색 장포를 입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천마天魔""
두 사람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정체를 너무나 잘알고 있는 탓이었다.
천년마교의 창시자이자
모든 마귀들의 왕이며
죽어도 죽지 않는 불멸자이면서
도저히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不可解의 존재.
마魔의 하늘
천마天魔였다.
"네...네녀석이...이곳에는 어떻게.."
".......어째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냐!"
두 사람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이다. 곤륜산에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랄하네, 개소리 하지말고, 용건이나 말해, 이곳에 왜 나타난거지?"
운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에게 대뜸 용건을 물었다.
신비로운 척하며 개소리나 뱉어대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너를 먹으러왔다. 운설"
천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뭐라고?"
그 말을 들은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불완전하지만 자연검自然劍을 완성한 반선半仙, 네년을 먹을 것이다."
천마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미친 새끼, 이제는 식인까지 하냐?"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걱정말거라, 아프진 않을 것이다. 그저 하나가 되는 것 뿐이니 말이야"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꺼저, 너 같은 새끼한테 잡아먹힐 바엔 혀 깨물고 죽고만다."
그녀는 천마를 바라보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하였다.
"죽어도 상관없다, 시체만 남아도 충분히 결합시킬 수있으니 말이야."
천마는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나가 되자."
뭉게 뭉게
이내 천마의 주위에 검은 안개가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쓰러져있는 운설의 주위를 그대로 감싸기 시작하였다.
"망할."
운설은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솨아아아아아
이내 검은 안개가 그녀를 더욱더 겹겹히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자아......어서...내게...너의 깨달음을...전해다오...운설이여.."
천마는 무심한 눈빛으로 검은 안개에 뒤덮여버린 운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흑안개가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킬 때 까지 말이다.
휘이이이이잉
그때 강풍强風을 넘어 광풍狂風이라는 말이 잘어울리는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휘몰아친 광풍狂風은 운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검은 안개들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뭐..뭐지?'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검은 안개가 완전히 걷어지자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아이는 안된다."
그때 청명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천마의 표정에 변화가 생겨났다.
무심했던 표정에 분노가 어리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