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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56화 (857/1,419)

〈 856화 〉 857. 섭리에 순응하는 검.

겁화劫火

우주가 파괴되는 종말에 일어나는 화재.

세상을 뒤엎어버리는 재앙의 불길.

그 겁화劫火와도 같은 거대한 불길이 곤륜 산맥에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녹음이 우거졌던 숲과 나무들

두텁기 짝이 없던 모래와 바위들

산맥을 영유하며 흐르고 있던 냇물들

산맥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을 잔악하고 파괴적인 붉은 빛으로 완전히 물들어버렸다.

재해라고 불리우던 남자.

구양진이라는 절대고수에 의해서 말이다.

운설은 숨이 턱하고 막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수화불침에 다다른 자신의 육체가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극심하기 그지없는 열기와 화기가 온몸을 침입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을 놓진 않았다.

여기서 검을 놓아버린다면

이대로 포기해버린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알고 있는 탓이었다.

버텨내야한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야한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곤륜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꽈드드득

주르륵

검을 쥔 손에 핏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강대한 악력을 연약한 살갗이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한 힘을 검을 움켜쥐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그리고 검에 거대한 의지를 그대로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백 년이 넘는 세월동안 쌓고 정립하였던 한가지의 도道를 말이다.

그녀는 인위人爲가 싫었다.

자연自然이 좋았다.

그렇기에 구름을 동경하였다.

그저 자연이 이끄는대로 그대로 흘러가는

자연에 순응하고 섭리따라 움직이는

구름 그 자체가 말이다.

그녀는 구름을 동경하였다.

그렇기에 구름같은 검을 꿈꿨다.

자연에 순응하고 섭리에 따라 움직이는 그런 구름같은 검을 말이다.

그녀는 폐관에 들어섰다.

섭리에 순응하는 검, 자연검自然劍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히 자연을 담아내진 못하였다.

자연自然이란

감히 인간의 알량한 욕심으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위대하였으니

하지만 흉내정도는 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에게 허락되는 범위내에서 말이다.

'순응하라.'

의지를 발현하자 거대한 자연의 기운이 검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운설은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순응하는 검.

자연검自然劍을 말이다.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그녀 주위에 있는 모든 자연들이 그녀의 의지 따르기 시작하였다.

열기로 차오른 공기의 흐름들

녹음이 우거진 숲과 나무들

두텁기 그지없는 모래와 바위들

산맥을 영유하며 흐르고 있는 냇물들까지

모든 것들이 날카롭게 벼려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칼날처럼 말이다.

'가라.'

그녀는 의지를 발현하였다.

그러자 의지를 따르던 자연들이 그대로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세상을 집어삼킬듯 타오르고 있는 재앙의 불길을 향해서 말이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이내 하늘을 놀라게하고 땅이 뒤흔들게 만드는

거대한 폭음과 충격파가 곤륜 산맥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산맥의 일부분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충돌로 발생한 여파를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

구양진은 도를 바닥에 꽂은 뒤 몸을 지탱하였다.

"쿨럭...쿨럭...쿨럭.."

그리고 피를 토하기 시작하였다.

자연검自然劍과 겁화劫火의 충돌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를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온몸은 골절되었으며

요양이 필요할 정도의 내상까지 입게 되었다.

더불어 호흡조차 곤란해지기 시작하였다.

핏물이 자꾸 차올라 숨쉬는 것을 방해한 까닭이었다.

'그녀는.....어디...간거지?'

구양진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적수인 운설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볼 수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검 한 자루에 몸을 지탱하고 있는 운설의 모습을 말이다.

그녀의 상태는 자신 못지 않았다.

고운 얼굴에는 핏물이 가득했으며

온몸 여기저기에는 크고 작은 타박상이 가득하였다.

군데 군데 화상 자국도 보였으며

한쪽 팔은 아예 부러진 것인지 덜렁거리기까지 하였다.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모습인 것이다.

".......검을 들 수 있는가?"

구양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팔이 병신됐는데 잘도 들겠다."

그녀는 덜렁거리는 오른 팔을 슬쩍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무승부인 것 같군. 나 또한 도를 들 수 없는 상태이니 말이야."

"지랄하네. 넌 새끼야, 무기발만 아니었어도 진즉에 골로 갔어."

운설은 적의로 가득한 눈빛으로 구양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부족한 경지를 신병이기로 채워버린 구양진이었다.

어딜 감히 맞먹으려고 든다는 말인가

"그럼 좋은 무기를 미리 구하지 그랬느냐?"

"......개같은 무기발 새끼."

그녀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반박을 하진 않았다.

분하지만 반박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은 무기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은 무림인으로서 기본 소양에 해당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자연을 담은 검은 실로 무서웠다. 너는 본좌에게 두려움을 준 첫 번째 여인이다. 자랑스러워하도록 하라."

그녀가 말이 없자 구양진은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신을 두렵게 만들었던 대적에게 나름의 경의를 표한 것이다,.

"누가보면 네가 이긴 줄 알겠네?"

그녀는 코웃음치며 말을 이었다.

서로 만신창이가 돼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는 처지에

무슨 저딴 재수없는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비록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전쟁에선 승리하였으니 결과적으로는 이겼다고 할 수 있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전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내가 홀로 곤륜에 온 줄 알았는가?"

그녀의 반응에 구양진은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태양신궁의 정예부대 오백이 곤륜으로 향하였다. 곤륜이 멸문하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지."

구양진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확신하였다.

태양신궁의 정예부대 오백이라면

곤륜을 확실히 멸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날 묶어둘 생각으로 이곳에 온 건가?"

그녀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다, 계집."

"같잖게 머리를 굴렸네, 개같은 새끼가."

운설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세인들은 이런 걸 전법이라고 하지."

그녀의 태도에 구양진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그녀에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까닭이었다.

"오늘부로 곤륜은 멸문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네년도 그 뻣뻣한 태도를 좀 고치는 게 좋을 것이다. 살고 싶다면 말이야."

"살려줄 생각은 있나보네."

"네 년이 성격이 지랄맞긴 하지만 미색은 꽤나 출중하지 않은가? 좀더 계집처럼 군다면 본좌의 측실로 받아주도록 하지."

"지랄하네, 병신새끼가."

그녀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넘보길 누굴 넘본단 말인가

"너 새끼랑 배 맞추느니 목 매달고 죽고만다."

"걱정말거라, 계집, 내 여인에게는 꽤나 친절하게 구는 편이니 말이야. "

구양진은 징글징글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운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자신에 기죽지 않는 괄괄함과

초월적이기 그지없는 무력

하나같이 정복감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복을 하고 싶었다.

우월한 수컷으로서 이 우월한 암컷을 배 밑에 깔고 싶은 것이다.

"꼴깝떨지말고 너 새끼 목 간수나 잘해. 배 맞출 생각만 하지말고."

"뭐라?"

"만약 이곳에 곤륜의 제자가 당도하게 된다면 난 너 새끼 목부터 베어버릴 생각이거든."

그녀는 살의 어린 눈빛으로 구양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 승리하는 것은 태양신궁이 될터이니."

"글쎄.......길고 짧은 건 대봐야하지 않겠어?"

"명확한 결과가 눈에 보이거늘, 구태여 뭣하러 잰다는 말인가?"

태양신궁의 무사들은 전원 최소 절정급의 무인들로 구성되어있는 정예들이었다.

대주급에 해당하는 열 명의 인원은 전원은 초절정급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총괄적으로 그들을 이끄는 부궁주인 구양평은 인간의 한계라고 칭해지는 화경 상경에 다다른 절대고수였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어찌 패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구태여 재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명확한 일이었다.

"곤륜을 너무 얕보네."

운설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까짓 놈들한테 멸문당할 곤륜이였으면 진즉 멸문당했어, 새꺄"

마교의 맞은 편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지난 수백 년간 마교의 악귀들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던 곤륜이었다.

그런데 어찌 사막의 잡놈들 따위에게 멸문을 당하겠는가

어불성설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진심이고 말고."

그녀의 눈빛에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저건 신뢰였다.

곤륜이라는 문파에 대한 명백한 신뢰말이다.

"........그럼 한 번 기다려보자구나. 네년의 곤륜과 태양신궁의 영광스러운 전사들 중에 누가 승리할 지말이야."

"올려치기 하지마, 신비문파 곤륜과 대막에서 온 잡놈 새끼들의 싸움이라고 칭하는 게 더 맞는 말이니까."

"....정신 나간 년."

구양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실소를 내뱉었다.

한마디 안지는 그녀의 모습에 절로 헛웃음이 터져나온 까닭이었다.

'배 밑에 깔려서 울부짖게 만들어주마.'

그는 속으로 다짐하였다.

저 미친년을 제대로 조교해주겠다고 말이다.

**********

곤륜산맥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곤륜파

"으악!"

'아아!"

그곳에 비명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붉은 피풍의를 입은 무인들이

제자들을 습격하고 여기저기 방화를 서슴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하하하하하! 전부 불태워라!"

부궁주, 구양평은 호탕을 웃음을 터트리며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그러자 여기저기서 매캐한 연기와 함께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백이나 되는 인원이 동시에 화공을 사용하니

거대한 화마가 순식간에 피어오른 까닭이었다.

"안된다! 이놈들! 서고는 안된다!"

그때 어디선가 애처롭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구양평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건물에 붙은 불을 필사적으로 끄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어서 불을 거둬들이거라!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더냐!"

불을 끄고 있는 남자, 장문인 무양은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저 무례한 악도들이 수백년의 역사가 담겨있는 서고를 불태우려고 하고 있었다.

어찌 언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르르륵

하지만 그런 무양의 외침이 통하지 않은 것일까

수백 년의 역사가 담긴 서고는 지체 없이 불타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으아아아아!!!!! 서고가!"

무양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성을 내질렀다.

도저히 사조들을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빈틈'

그 모습을 본 붉은 피풍의를 입은 남자가 그대로 거도巨刀를 치켜들었다.

한껏 방심하고 있는 그의 머리통을 그대로 날려버릴 심산이었다.

"이...이....이...이 쌍놈의 새끼들이!"

콰직

하지만 그의 의도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다.

머리를 쥐어뜯던 무양이 이내 섬전같이 손을 뻗어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다 죽여버리겠다!"

무양은 도사 답지 않게 살기를 잔뜩 흩뿌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경지에 다다른 신법을 이용하여 전장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였다.

머리통을 터트리고

목젖을 찔러버렸다.

팔을 뜯어버렸다.

핏불이 여기저기 튀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마치 미쳐날뛸 뿐이었다.

'저자가......내 상대이다.'

그 모습을 본 구양평은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미쳐날뛰는 남자가 자신의 상대라는 사실을

저자는 곤륜에 들어오고 보았던 그 어떤 이보다 강한 남자였다.

자신밖에 상대할 수 없는 것이다.

'피가 끓는구나.'

꽈악

구양평은 거대한 도를 꽉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미쳐날뛰고 있는 남자를 향해서 말이다.

*****

쇄애애애애액

공기를 꿰뚫는 파공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응?'

그 소리를 들은 무양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거대한 도를 휘두르고 있는 거한의 모습을 말이다.

타타탁 타타탁

무양은 재빨리 운룡대팔식을 발휘하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살짝 부유하더니

그대로 공중에서 방향을 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뒤편으로 날아가면서

휘둘러지고 있는 도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콰쾅

이내 휘둘러졌던 도가 무양이 서 있던 곳에 그대로 박히게 되면서 육중한 울림이 울려퍼졌다.

'.......위험할 뻔 했구나.'

그 모습을 본 무양은 식은 땀을 흘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뼈와 살이 분리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감이 좋구나."

그때 도를 휘둘렀던 남자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뭐, 보통 정도는 하오."

무양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구양평이라고 한다. 영광스러운 태양신궁의 부궁주이지."

"곤륜의 장문인인 무양이라고 하오. "

무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연 장문인이었던 것인가? 무력이 강대한 이유가 있었군."

"부족한 실력일 따름이오.."

"겸손이 과하다.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이가 어찌 부족하다는 말인가?"

"그 위를 바라보는 입장에선 한없이 부족한 경지가 아니겠소?"

"하하하하하 그도 그렇군."

그는 깨달았다는 듯이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어째서 태양신궁이 곤륜을 습격한 것이오?"

무양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궁주의 명이다."

"이유는 알지 못하오?"

"알지 못한다."

"혹여 이대로 물러갈 생각은 없소?"

"없다."

"참으로 간단 명료하구려."

무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스르릉

그리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서서히 꺼내들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물러나게 하는 수밖에 없겠구려."

그는 서늘한 시선으로 구양평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럴 능력이 되는가?"

"직접 확인해보구려. 그런 능력이 되는지!"

쇄애애애액

이내 무양의 신형이 구양평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구양평은 그런 무양을 즐겁다는듯이 바라보았다.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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