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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53화 (854/1,419)

〈 853화 〉 854. 곤륜검성崑崙劍聖

곤륜 산맥

저 멀리 청해성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산맥으로

북쪽으로 대막大漠과 인접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최대의 고원지라고 불리우는 청장고원青藏高原을 인접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산맥이다.

산맥의 크기는 중원에 존재하는 수 많은 산맥들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는데 그 크기와 높이가 어찌나 거대하고 높은지 청해성의 지역민들 사이에선 곤륜산맥의 끝자락이 하늘에 닿아 신선들이 노닌다는들이 전설이 회자될 정도였다.

영험함과 신묘함을 갖추고 있는 산맥

그곳이 바로 곤륜 산맥이었다.

험준하기 그지없는 산맥

춥디 추운 고산 지대의 기후

농사조차 제대로 지을 수 없고 인접한 마을조차 흔치 않는 곳이었지만

도道를 닦은 도사들의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영험함과 신묘함은 그들에게 깨달음을 전해주었고

인적이 드문탓에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특색 탓일까

수많은 도인道人들이 곤륜에 몰려들었고

그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의 깨달음을 공유하며 커다란 도道를 추구하였다.

그것 바로 곤륜파의 시초가 되었다.

영험하기 그지없는 곤륜산맥의 정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전통을 가진 문파.

그곳이 바로 곤륜파인 것이다.

쇄애애애애액

여인의 신형이 바람을 꿰뚫으며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가파른 산길임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따위는 전혀 없었다.

마치 한마리 용이 구름을 거니는 듯한 여유가 절로 보여지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산길을 올랐을까

부드러이 산길을 오르던 여인의 걸음이 그대로 멈춰섰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러자 시야에 곤륜崑崙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는 거대한 대문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자랑스러운 사문을 향해서 말이다.

"멈추십시오."

그때 문앞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들이 그녀를 제지하였다.

"곤륜의 산문은 허락받지 않은 외인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습니다."

문지기들은 차분히 가라앉은 시선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선녀가 강림한듯 아름답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정광이 가득하였다.

상당한 수양을 이뤘다는 증거이리라

"운설이라고 하네."

여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반갑습니다. 운설 여협, 혹여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대들은 나를 모르는가?"

"오늘 처음 본 운설 여협을 어찌 알겠습니까?"

"...세월이 야속하구나...아무리 그래도..이렇게 잊혀졌다니 말이야."

여인은 헛 웃음을 울리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사문이긴 하였지만

설마하니 이름 석자를 잊었을 줄이야.

그런데 폐관이 너무 길었던듯하였다.

곤륜검성이라고 불리는 자신을 모르는 이가 존재하다니 말이다.

"현 곤륜의 장문인의 도호가 어찌 되는가?"

운설은 문지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양이라고 하옵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운설은 놀란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자배라니

자신의 사손뻘에 해당하는 아이가 아니던다

'무자배라니.....하하하....잊혀질만도 하구나..하하하하.'

이내 운설을 유쾌한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청산유수처럼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절로 느낀 까닭이었다.

'뭐지?..'

'미친 년인가?'

그 모습을 본 곤륜의 제자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혼자 묻고 웃는 여인의 태도가 기이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얼마나 너털 웃음을 터트렸을까

"장문인에게 전하도록 하거라. 운설이 왔다고. 그리 말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이내 웃음기를 지운 여인은 문지기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심유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

곤륜파 장문인의 집무실

청수한 인상의 노인과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말이다.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청수한 인상의 노인, 곤륜파의 장문인 무양은 무척이나 긴장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여인 때문이었다.

곤륜검성 운설.

육십 년 전 구대문파로서 흔들리던 곤륜의 입지를 공고히 만들었던 장본인이자

여인의 몸으로 검성이라는 별호를 얻게된 대검호.

그리고 한창 활동할 시기에 돌연 은거를 선택한 기인 중에 기인.

사조뻘에 해당하는 대선배이자 곤륜제일검.

그런 이가 별안간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찌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왜 말이 없는가? 장문인."

무양이 말이 없자 운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감조차 잡히지 않아 그러합니다.."

"편히 대하게, 그대는 곤륜의 장문인이 아닌가?"

"어찌 곤륜검성을 앞에두고 편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거 신경쓰이게 한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하구나."

운설은 멋쩍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살아계실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럼 죽은 줄 알았는가?"

"사조께서는 결국에 등선에 오르실 줄 알았습니다."

"등선이라는 게 그리 쉽지 않더구나."

운설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평생토록 도道를 추구하며

등선을 갈망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높아진 무공과 젊어진 육체 이외에는 말이다.

"반로환동返老還童하신 것입니까?"

"어쩌다보니..."

운설은 멋쩍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육체를 탈피하여 등선을 추구해도 모자를 판국에

반로환동을 하게되니 괜스레 민망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경축드립니다! 사조! 반로환동이라니! 큰 성취를 이루셨군요!"

장문인 무양은 진실로 기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얼마나 경지가 지고하기에 반로환동을 이룩한다는 말인가

실재하는 지 알 수 없었던 전설상의 경지를 말이다.

큰 성취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큰 성취를 이룬 이가 자신의 사조라고 생각하니

기쁨이 절로 차올랐다.

"쉬잇...쉬잇.! 조용히하거라!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그 말을 들은 운설은 입에 손가락을 댄 채 그에게 조용히하라는 듯한 모습을 내보였다.

"누가 들으면 어떻습니까? 반로환동이라니! 이것이야말로 곤륜의 자랑이 아니겠습니까? 제 이 소식을 곤륜파는 물론 전 중원에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양은 흥분 어린 눈빛으로 운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당장에라도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싶은 욕구가 가득히 차오른 까닭이었다.

제자의 성취는 곧 사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법.

운설의 성취는 곧 곤륜파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 될 것임이 자명하였다.

"나를 부끄러워 죽게 만들 심산이더냐!"

그 말을 들은 운설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빼액 거리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사조, 부끄럽다니요? 이는 자랑스러워할 일입니다."

무양은 이해가 가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어찌 전설상에 나올 법한 경지를 이룩했으면서 부끄럽다는 말을 입에 담는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육체를 탈피하고 등선을 해야할 이가 육체가 젊어져버렸다!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분명 이 소식이 전해진다면 다들 속으로 나를 욕할 것이다! 욕심이 그득하여 등선대신 반로환동을 택했다고 말이다!"

운설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반로환동返老還童

무인武人으로서는 영광일지도 모르지만

도인道人으로서 수치였다.

스스로를 무인보단 도인으로 생각하는 그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수치인 것이다.

"....그...반로환동 또한.....등선을 위한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도 사조의 예상처럼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등선 전 반로환동을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 일이다! 그런데 대체 누가 등선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운설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나에 관해선 입도 벙긋하지 말도록 하거라! 절대 절대 절대 말이다!"

그녀는 장문인을 바라보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결코 자신에 대해 알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어찌...그런.."

그 말을 들은 무양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무척이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 입을 다문다고 엄명을 내린다는 말인가

"만약 입이라도 벙긋했다간 곤륜을 떠나 저 멀리 서역으로 가버릴 것이다. 허풍이나 떠는 문파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소문을 내보거라."

운설은 무양을 바라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반로환동을 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릴 것이 자명하였다.

반로환동이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떠나버린다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리 된다면 곤륜파는 허풍이나 떠는 문파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

그녀의 말에 무양은 할 말을 잃었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초강수를 둘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정녕 그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무양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내가 원하는 건 평화와 안식이다. 곤륜의 산문이 시끄러워지는 건 원치 않는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반로환동이 부끄러워서 비밀로 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무슨 평화와 안식을 바란다는 말씀입니까?"

무양은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반로환동을 했다는게 부끄러워서 비밀로 하자고했으면서

이제와서 무슨 평화와 안식 타령이란 말인가

"물론 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일세."

운설은 당당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무양은 어이없다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보는가? 기사멸조라도 하려고 그러는가?'"

운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양을 노려보았다.

"하하하........아닙니다."

무양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곤륜검성崑崙劍聖의 또다른 별호는 곤륜광검崑崙狂劍이었다.

성인에 경지에 다다랐고 칭해졌던 검술과 더불어 지랄같은 성격 또한 무림에 널리 알려진 탓이었다.

그런 그녀를 괜스레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수양을 통해 반로환동을 이룩했다지만

그 성정이 변하지는 않았을테니 말이다.

"..........사조에 관한 이야기는 퍼져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그 말을 들은 운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앞으로는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곤륜에 머무를 생각이다."

"......곤륜에 말입니까?"

"싫더냐?"

"그런 게...아니라......어떤 대우를 해드려야할지..."

무양은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에 대한 철저한 함구를 약속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사조인 것도

그녀가 반로환동에 이룩했다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봐선 이십대 초반의 여인처럼 보이는 운설에게 깍듯이 대했다간 이런 저런 말이 나올 게 분명하였으니 말이다.

"흐음....그것도 그렇군."

그녀는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차라리....곤륜파 제자들에게만 살짝 알리심이...?"

"거절하지. 발없는 말은 천리를 가는 법이다. 아는 이가 많아진다면 천리가 아니라 만리를 가고 말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거절을 하였다.

어떤 식으로도 알려지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방법이.."

"이렇게 하는 게 어떤가? 내가 그대의 숨겨둔 딸이었던 것이다."

"..............사조, 저는...육십 먹은 노인입니다."

"뭐 어떤가, 젊을 때 한바탕했던 게 이렇게 결과물로 찾아왔다고 하면 되지 않겠는가?"

운설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스스로 쥐어짠 꾀가 상당히 마음에 든 모습이었다.

"..........사조......장문인인 제가 그런 부정을 저질렀다면....곤륜파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생각해보니...그것도 그렇군."

그녀는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사실은 내가 그대의 먼 친척인 것일세!"

"..........사조....저는 천애고아입니다."

"이참에 없던 출생의 비밀을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는가? "

그녀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후우.........제가 따로 방안을 강구해보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무양은 깊게 한숨을 내쉰 뒤 입을 떼었다.

도저히 그녀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러다간 천하의 개쌍놈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뭐, 마음에 안든다면 어쩔 수 없지. 알겠네. 내 자네만 믿어보도록 하겠네."

운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걱정 따윈 전혀 없는 현묘하기 그지없는 미소였다.

'.......하아.'

그 모습에 무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 하나 없는 그녀의 모습에 골머리가 아파오는 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

터벅 터벅 터벅

일단 무리들이 무겁기 그지없는 발걸음이 옮겨지기 시작하였다.

타는듯한 붉은 적발과 붉은 눈동자

그리고 덥수룩한 붉은 수염까지

무척이나 특색있는 모습을 하고있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남자는 무거운 걸음이 그대로 멈춰섰다.

걸음을 멈춰선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경외마저 느껴지는 거대한 산맥을 말이다.

"이곳이 곤륜산맥인가?"

선두에 있던 남자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목적지가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재밌는 싸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남자는 호승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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