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1화 〉 852. 본녀를 임신시켜다오
"그대를 군왕郡王으로 봉하도록 하겠다."
정문제는 확고함이 담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경악을 하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보상이 하사되었기 때문이었다.
군왕郡王이 무엇이란 말인가
말그대로 왕王
제후의 칭호가 아니던가
어찌 그런 높디 높은 직책을 자신에게 하사한다는 말인가
'대체...왜?'
선우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자신이 황궁을 구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만한 보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이미 자신은 차고넘치는 보상을 받지 않았던가
천하에 다시없을 무구
역적들에게 압류한 수많은 금은보화들까지 전부 말이다.
그런데 어찌 작위마저 챙겨주려고한다는 말인가
과하였다.
그렇기에 부담이 되었다.
이런 막대한 보상을 받는 행위자체가 말이다.
"왜 대답이 없는가?"
선우가 말이없자 정문제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너무 과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부디 거두어주십시오....저는..왕이..될 자질이..부족한 자입니다."
선우는 정문제를 바라보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왕이라니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자리였다.
서민 중에 서민이었던 자신에게는 분명 과분한 자리이리라
"그대는 겸손이 지나치도다."
정문제는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황실을 위기에서 구한 건 대대손손 길이 남을 공훈이다. 그리고 군왕의 자리는 그런 공훈에 가장 알맞은 보상이다. 그런데 어찌 자질이 없다며 , 과한 처사라며 거절을 하려고 드는가?"
"..........폐하의 그늘아래 살아숨쉬는 제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행한 것 뿐입니다."
"그대가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보상 또한 당연한 것이다. 가치 있는 일이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는 법. 짐의 생각으로는 호의를 거절치말도록 하라. 이미는 황명이니라."
정문제는 확고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황명으로 못박아버린 것이다.
슬금슬금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리고 선우는 마지못해 대답을 하였다.
황명이라는 말이 정문제 입에서 나온 이상
거절할 명분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였다.
황명을 거절한다는 것은 곧 반역을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씨익
그 모습을 본 정문제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라도 그에게 보상을 내려준 것이 썩 마음에든 탓이었다.
"좋다, 그렇다면 지금 이시간부로 그대는 군왕君王이다. 왕으로서의 품위와 격을 잊지 말도록 하라."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선우는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건네었다.
"자아, 그럼 이제 말해보거라. 어디가 좋은가?"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무슨 말씀인지....모르겠습니다."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봉토로 어디를 가지고 싶냐고 묻는 것이다."
"봉토 말씀이십니까!?"
"그러하다, 무릇 왕이라면 통치하는 봉토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생각한 바가 있다면 가감없이 말하도록 하라."
정문제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문 채 고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선우는 군왕이 어느정도 규모의 봉토가 주어지는 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함부로 말을 내뱉을 수 없는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무례로 비춰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떻게..말해야하지..?.....'
그렇게 선우가 한창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사천성이 좋을 듯 싶습니다. 폐하."
옆에 있던 능소화가 정중한 태도로 말을 내뱉었다.
"사천성을?"
정문제는 흥미로운듯한 시선을 보내며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이유가 있더냐?"
"군왕께서는 현재 사천에 터를 잡고 있는 몸입니다. 고향을 직접 다스리게 된다면 좀더 애정을 갖고 올바른 통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능소화는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흐음...틀린 말은 아니구나."
그 말을 들은 정문제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터를 잡았다는 것은 곧 모든 기들이 그곳에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이왕이 다스릴 거면 기반이 쌓여져있는 곳을 다스리는 편이 나은 선택이리라
"군왕君王,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사천성이 마음에 드는가?"
정문제는 선우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사..사천성을 말씀입니까?"
선우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사천성같은 금싸라기 같은 지역을 턱 하니 내어준다고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사천성이 어디란 말인가
수많은 상업 작물들
풍부한 광물 자원들
대한민국의 다섯 배는 될 법한 광활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땅덩어리
그곳을 꼼꼼히 채우고 있는 수많은 인구들
아름다운 풍경과 풍부한 역사적인 유적들
서역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까지
농업이면 농업
광업이면 굉업
관광업이면 관광업
상업이면 상업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풍요의 성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곳을 이제 갓 왕으로 임명된 자신에게 넘긴다는 말인가
경악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싫은가?"
"싫다기보단...제가...그런 곳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선우는 부담스러움을 내비쳤다.
이왕 받는 거라면 좋은 곳을 받는 게 좋겠지만
사천성은 좋아도 너무 좋았다.
한 해 거둬들이는 세금만 따져도 중원 5대 갑부들 못지 않은 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받아도 된다네."
정문제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가치있는 일을 했다면 보상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자네는 천자인 나의 생명을 구하였고 이천자인 태자의 생명을 구하였으며 더 나아가 역적들에 의해 더럽혀질 뻔한 제국을 구제하였다. 사천성이 아니라 북경성을 달라해도 주었을 것이다. 그러니 짐의 보상을 거절치 말도록 하게. 그대는 충분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정문제는 열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허리를 깊게 숙인 채 인사를 건네었다.
정문제의 눈빛에 담긴 진심을 여실히 느낀 까닭이었다.
"좋군."
정문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끝끝내 그를 설득하였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
사천성을 봉토로 받기로 결정된 이후
정문제는 선우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건네었다.
손녀 사위이자 사천성을 다스리는 군왕이 된 선우에 대한 궁금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호오.. 그렇다면 경화와 북해에서 만난 것인가"
"그렇습니다. 빙정을 얻기 위해 찾아온 경화군주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공교롭구만, 때마침 이렇게 운명처럼 만나다니 말이야."
정문제는 흥미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북해와 전혀 연이 없던 두 남녀가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북해에서 만남을 가진 것이 썩 흥미로웠던 탓이었다.
"저 또한 경화 군주를 만난 걸 하늘이 점지해준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하늘에 감사를 하고 있지요."
"하하하하하하하, 경화가 이렇게도 사랑을 받는구나."
정문제는 유쾌한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소중한 손녀가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대장군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워둔 탓에
경화군주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정문제였다.
황실의 안녕을 위해 여인으로서의 행복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희생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훌륭한 배필을 얻어왔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저 또한 군왕을 무척이나 사랑한답니다."
경화군주는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하, 경화가 여인이 다되었구나."
정문제는 훈훈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언제나 고지식하고 딱딱한 경화군주의 색다른 일면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래, 혼인 날짜는 언제쯤이 좋겠느냐?"
"그게 아직 날짜를 따로 생각해 본적은 없어서....."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혼인을 하고자하는 생각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날짜까지 구상해본 적은 없었다.
황실에서 혼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봐줄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내년 가을이 어떻겠는가?"
"내년 가을 말씀입니까?"
"그래, 내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에라도 식을 올리게 하고 싶지만 역적들로 인해 황실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군왕君王으로서 그대의 존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상황이지. 어수선한 황실을 바로 잡고 그대가 사천성에 자리를 어느정도 잡은 이후 혼례를 치르는 편이 모두에게 축복받기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하네. "
정문제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선우에 대한 인식은 일개 야인에 불과하였다.
그런 선우를 대뜸 경화군주와 혼례를 치루게한다면 분명 수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일개 야인따위가 황족과 혼례를 치룬다는 것자체가 무척이나경악스러운 일일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혼례를 치루기 앞서 사천성을 다스리며 야인 장선우가 아닌 군왕君王 장선우로서 이름을 알리길 바랬다.
의문이 아닌 축복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정문제의 말에 흔쾌히 동의를 하였다.
그가 생각해도 그렇게 하는 편이 더욱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내 욕심을 앞세운 게 아닌가 싶군."
선우가 흔쾌히 대답하자 정문제는 미안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의혹 어린 시선이 아닌 축복을 받는 혼인이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정문제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소중한 손녀딸의 혼인이 수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치뤄지고 싶다는 게 어찌 욕심일 수 있겠는가
"이해해주니 고맙군."
정문제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경화군주, 참으로 좋은 남자를 선택하였구나."
그다음 그의 옆에 있는 경화군주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폐하."
경화군주는 공손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흡족스러운 미소가 번져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가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흡족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내 태의원에 내부에는 훈훈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
"폐하를 만나본 소감은 어떤가?"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긴장돼서 오금이 저렸어."
"엄살이 심하다. 그런 것치곤 말을 너무 잘하지 않았는가?"
능소화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도 유창하게 말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낯가림이란 말인가
"그거야 그냥 묻는 말에 대답한 수준이지."
"흐음...글쎄....하늘이 점지해준 운명이니.....항상 하늘에 감사하다느니..여러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능소화는 짓궂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얼굴을 슬며시 붉힌 채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한 말이었지만 능소화의 입으로 들으니 민망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왜 말이 없는가? 부끄러운가?"
선우가 말이 없자 능소화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부끄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워...그만..말해."
"다시 한 번 말해보거라......본녀를 어떻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능소화는 그만둘 생각이 없는듯 하였다.
선우 옆에 착 달라붙어 장난기 어린 말을 조잘대기 시작한 것이다.
"어서 말해보거라....어서..하늘에 어째서 그리 감사하는 것인가"
그녀의 숨결이 선우의 귓가를 간질이기 시작하였다.
속삭이듯 말을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휘익
선우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츄으읍
그리고 소곤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그대로 막아버렸다.
자신의 입술로 말이다.
능소화는 놀란듯 토끼눈을 뜬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상당히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입을 맞췄을까
이내 선우의 입이 천천히 떼어졌다.
"대답이 되었어?"
입을 떼어낸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되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능소화는 능금처럼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정도면 대답으로 차고넘치리라.
쓰담 쓰담
선우는 그런 그녀가 귀여웠던 것일까
이내 손을 뻗어 그녀의 고운 뺨을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그리고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손길을 기분 좋은 미소를 띄운 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마치 주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강아지처럼 말이다.
"소화, 궁금한 게 있어."
선우는 능소화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말해보거라."
능소화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내가 사천성에 봉토로 받게 되면 그곳을 다스리게 되겠지?"
"그럴 것이다."
"그럼 너도 사천성으로 따라오는거야?"
"................"
순간 상기되어있던 능소화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가기 시작하였다.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려졌기 때문이었다.
황실을 지키는 방패이자 대장군의 직위에 있는 자신이었다.
북경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남편인 선우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건...힘들 것 같도다."
능소화는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녀는 황실을 지키는 방패이자 대장군에 위치한 몸이다....그런 본녀가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은 일이로다."
비울 수 있을 리 없었다.
잠시 비운 것만으로도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던가
게다가 현재 주요 무력단체의 수장들이 전부 반역죄로 목이 잘려나간 상황이었다.
황실의 안전을 위해선 자신의 무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이 덩달아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사실을 직접 듣게되니 속이 쓰려왔기 때문이었다.
뜻하지 않게 원거리부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천성을 봉토로 받겠다고 했던 거...취소할까?"
선우는 진심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와 헤어져야한다면 사천성을 다스린다해도 행복치 않을 것 같았다.
"바보같은 소리 말거라. 사천성이 얼마나 풍족한 곳인지 잘알고 있지 않는가? 본녀 때문에 봉토를 반납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대대로 풍요의 성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바로 사천성이었다.
그런 곳을 포기한다니 멍청한 짓이었다.
"사천성이 풍족하다고 해도..... 네가 없으면 행복치 않을 것 같아."
"영원히 헤어지는 게 아니다."
"내겐 그 찰나도 영원처럼 느껴져."
"선우, 본녀를 장부의 앞길을 막는 어리석은 계집으로 만들셈인가!"
능소화는 짐짓 화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본녀 때문에 사천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능소화는 결연의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널 외롭게 만들 수는 없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직무가 쌓이고 일이 바빠지면 그녀를 볼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방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우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그녀를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경험은 북궁연으로 충분해.'
"고작 며칠 안본다고 외로워할 정도로 연약한 여인이 아니다."
"며칠이 될지 몇 달이 될지 모를 일이잖아."
"괜찮다. 나름의 방안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니."
"방안?"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음을 건네었다.
나름의 방안이라니?
원거리부부로 보내지 않을 방도가 있다는 말인가
"본녀를 임신시켜다오. 선우"
능소화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대가 곁에 없어도 그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한가득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