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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50화 (851/1,419)

〈 850화 〉 851. 군왕郡王

태의원

"후우....폐하께선 언제 깨어날고..."

태의원 원사 고량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정문제를 바라보았다.

그가 의식 불명에 빠진지 벌써 이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정문제는 여전히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쥐죽은듯이 기절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시선태감은...자리를 털고 일어났건만...어찌...폐하께서만..."

고량은 탄식하듯 말을 내뱉었다.

정문제와 같이 쓰러졌던 시선태감은 이미 정신을 차린 지 오래였다.

주기적으로 독을 섭취하였던 정문제에 비해 소량의 독을 섭취한 까닭이었다.

"역적놈의 새끼들!"

이내 고량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정문제를 이런 꼴로 만든 역적놈들의 대한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황실에 충성을 해야할 자들이

어찌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꾸민다는 말인가

사지를 잘라버리고 삼족을 멸해도 부족하리라.

그렇게 원사 고량이 한창 분노를 토해내고 있을 때였다.

".......흐으음...흐음..."

그의 귓가에 힘없는 신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화들짝 놀란 고량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뜨고 있는 정문제의 모습을 말이다.

"폐...폐하!"

그 모습을 본 고량은 재빨리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천자에 대한 극진한 예를 표한 것이다.

"........며칠이나...지난 것인가?"

정문제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열흘 하고 사흘이 더 지났습니다."

고량은 무척이나 공손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내...참으로.깊은 잠을 청하였구나."

정문제는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기절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정문제는 손을 뻗어 침상 짚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폐..폐하...좀더..안정을 취하셔야합니다!"

그 모습을 본 고량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무려 이주만에 몸을 일으킨 정문제였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무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쉴만큼 쉰 몸이다. 더 쉰다면 뒷방의 늙은 이가 되고 말 것이니라."

정문제는 고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올곧은 시선으로 고량을 바라보았다.

"묻고 싶은 게 있다."

고량을 바라보던 정문제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무엇이든 말씀하시지요."

고량은 정중한 태도롤 말을 받았다.

"의식을 잃은 지, 열흘하고 사흘이 지났다고 들었다."

"그러하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문제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거렸다.

그리고 정문제의 물음에 고량은 그간 일어났던 모든 일을 들은 무척이나 상세히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누락도 없이 전부 말이다.

그리고 정문제는 그런 고량의 설명을 경청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리 된 것입니다."

모든 설명을 끝마친 고량은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허어.."

그리고 그의 설명을 들은 정문제는 탄식을 내뱉었다.

고량이 말한 것들 중 무엇하나 놀랍지 않은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황제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금의위

황실 최고의 첩보기관 동창

수많은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도찰원

황실을 더 나아가 제국을 수호하는 오군도독부까지

누구보다 청렴해야하고 충성해야할 기관의 수장들이 합심하여 역모를 꾸몄다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짐이 참으로 부덕하였구나."

"그런 말씀 거두십시오! 폐하, 나쁜 것은 역적들이옵니다! 폐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고량은 다급히 말을 내뱉었다.

자책하는 정문제의 모습이 심히 안타깝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정문제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자는 어디있는가?"

"그자라하면....누구를 말씀하시는지?"

고량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역적들로부터 황실을 구해준 은인말이다."

정문제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얘기를 듣고나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역적들의 목을 단번에 쳐버려야겠다는 생각도

삼족을 멸하여 본보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도

마음 고생을 하였을 태자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도 아니었다.

단 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황실을 구한 은인이자

귀하디 귀한 손녀딸의 마음을 훔쳐가버린 남자.

장선우를 말이다.

'어떤 자인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정문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

'따뜻해.'

선우는 따스함을 느꼈다.

무언가 온몸을 휘감은 채 그에게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워.'

그리고 느낀 것은 부드러움이었다

살결 전체에 매끄러운 부드러움이 전해진 까닭이었다.

물컹

그다음 느낀 것은 말캉하면서도 폭신한 감촉이었다.

소인小人이 되어 푸딩 위를 헤엄치는듯한 행복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아아아...너무..좋아.'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꾸물 꾸물

선우는 몸을 더욱더 꾸물거리기 시작하였다.

이 행복한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그 감촉을 즐겼을까

쓰담 쓰담

무언가 머릿결을 매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부드럽게 말이다.

스르륵

그 감촉에 선우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마치 신화 속의 여신을 연상시킬 정도로 극상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붉은 머릿결의 여인을 말이다.

".......소화."

선우는 멍한 표정으로 붉은 머릿결의 여인, 능소화를 불렀다.

"깨어났는가? 그대여."

능소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끄덕 끄덕

선우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렸다.

"뭘 그리 넋을 놓고 있는가?"

"너무 예뻐서."

"시간이 지났거늘 아직도 본녀가 그리 예쁘던가?"

선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능소화는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가치가 있는 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법이야."

"본녀의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응, 아마 평생토록 변치 않을 것 같아."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 사람을 참으로 민망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도다."

그 눈빛을 마주한 능소화는 얼굴을 살며시 붉히며 입을 떼었다.

저런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애정 어린 말을 하다니

이건 반칙이었다.

가슴이 너무 미친듯이 뛰지 않는가

"민망해?"

"....민망하다."

그녀는 능금처럼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더 민망하게 해줄까?"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더..민망하게라니..그게..무슨.."

"이렇게."

선우는 그녀와 함께 덮고 있던 요를 그대로 들춰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나신이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처짐감 하나 없이 탄력적인 모양을 뽐내고 있는 커다란가슴.

마치 개미처럼 잘록하기 그지없는 가느다란 허리

발달한 여성성을 상징하는 떡 벌어진 골반

순산형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탄력적인 엉덩이.

단련으로 인해 그 탄탄함이 엿보이는 허벅지

그리고 타오르는듯한 붉은 수풀속에 가려져있는 비밀스러운 옹달샘까지

신이 직접 한땀한땀 공들여 조형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완벽하기 그지없는 나신이었다.

"...우우...선우...이게..무슨.."

나신이 드러나자 능소화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너무 예뻐서 안되겠어."

선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하지만...아침이..밝았다..선우여."

"소화, 시간은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네게 발정났다는 사실 뿐이야."

선우는 욕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그런.."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능소화는 제대로 된 반박조차 하지 못하였다.

그의 욕정 어린 눈빛을 마주하니 그녀 또한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소화는 내가 싫어?"

"그..그런게..아니다.."

"근데 왜 거절하는거야?"

"......아침이 지났음에도...이곳에 나가지 않는다면..분명...이런 저런 말이 나올 것이다...."

"부부가 금슬이 좋은데..뭐가 문제겠어?"

"....하지만..정식으로...혼인을..한게..아니니.."

"괜찮아, 어차피 혼인을 하게 될테니까."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선우여."

능소화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소화, 사랑해."

선우는 그녀의 입술에 가벼이 입을 맞추었다.

츄으읍

능소화는 눈을 감은 채 그런 선우의 입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순간 두 사람의 귓가에 무언가 발소리가 감지되기 시작하였다.

휘익

능소화는 재빨리 입을 떼어낸 채 바닥에 떨어진 요를 집어들어 몸을 가렸다.

그리고 선우의 품속에 그대로 파고들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감싸주었다.

그다음 얌전히 기다렸다.

발소리의 주인이 오기를 말이다.

똑 똑 똑

이내 문이 두드려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발소리의 주인이 온듯 싶었다.

"누구십니까?"

선우는 짐짓 진지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궁녀인 서장금입니다."

그러자 바깥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태자궁 소속의 궁녀인 서장금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속히 태의원으로 향하라는 태자 전하의 전언이 있어. 이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서장금은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태의원으로?"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반문을 하였다.

별안간 태의원으로 오라는 태자의 전언이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하옵니다."

"어째서인지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의식을 회복한듯 합니다."

"뭐라!?"

선우는 놀란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하니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들으니 눈이 절로 뜨여진 까닭이었다.

꽈아악

그때 손에서 상당한 압력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손을 꽉 붙잡고 있는 능소화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황제의 쾌유 소식에 놀란 이는 자신뿐이 아닌듯 하였다.

"내 곧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신색을 회복한 선우는 바깥을 행해 말을 이었다.

"예에,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벅 저벅

그러자 서장금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볼일 없다는듯이 말이다.

"소화, 들었어?"

그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선우는 손을 맞잡고 있는 능소화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들었도다."

능소화는 눈시울을 살짝 적시며 말을 이었다.

사랑해마지 않은 할아버지가 깨어났다는 사실이 여간 기쁜 까닭이었다.

"정말 잘됐어."

선우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녀가 그간 상당한 마음 고생을 했던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전부 그대 덕분이다."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품 안에 더욱더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선우에 대한 애정과 감격이 넘칠만큼 차오른 까닭이었다

토닥 토닥

선우는 그런 그녀를 부드러이 토닥여주었다.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손길을 느끼며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들어내듯이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부드럽게 토닥임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말이다.

***********

태의원

꿀꺽

문 앞에 선 선우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문 너머로 제국을 지배하는 황제가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절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현대에서 대통령조차 만나본 적 없는 선우였다.

그런 그에게 대통령과 비등한 아니 그 이상으로 권위적이고 어려운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담이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과 달리 황제는 제국민들을 지배하는 지배자가 아니던가

상대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후우...후우...후우.."

선우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하였다.

"뭘 그리 긴장하는 것인가...선우여?"

그의 옆에 서있던 능소화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제국의 주인인...천자天子를 만나는 자리잖아...긴장이..어찌 안되겠어?"

"그리 어려운 분이 아니시다. 너무 긴장치 말거라. 그저 본녀의 조부를 만난다고 생각하거라."

능소화는 그런 선우를 안심시키며 말을 이었다.

황제라고는 하지만 권위하고는 상당히 담을 쌓은 인물이 바로 현 황제인 정문제였다.

그리 큰 어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음처럼 쉽지 않네."

선우는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구나."

꼬옥

그때 능소화가 손을 뻗어 선우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온기가 손을 타고 그대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러면 좀 낫겠는가?"

선우의 손을 맞잡은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으..응."

선우는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렸다.

그녀가 손을 잡아주니 떨리는 마음이 진정됨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럼 이제 들어가자구나."

그런 선우의 반응이 귀여웠던 것일까

능소화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끄덕

그 말을 들은 이내 선우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꽈악

그리고 손을 뻗어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다음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그러자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문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그리고 선우는 볼 수 있었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수척한 인상을 가진 노인의 모습을 말이다.

제국을 지배하는 최고의 권력자.

정문제였다.

"그대가 장선우인가?"

정문제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한없이 가라앉은 심유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러하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내 그간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 그래, 황실을 구하였다고?"

".........그러하옵니다"

선우는 정중한 태도로 답을 하였다.

마음같아선 좀더 겸손한 태도를 취하고 싶었지만

무언가 거부할 수 없는 위압이 그에게 대답을 강제하였다.

"그렇다면 상을 주어야겠구나."

"이미...차고 넘칠만큼의 상을 받았습니다..전하."

"난 그대에게 상을 준 기억이 없다."

"태자 전하께서...이미..커다란..상을.."

"그건 태자가 그대에게 준 상이 아니던가? 짐은 지금껏 의식을 잃은 터라 그대에게 상을 준적이 없다. 그러니 상을 주겠노라. 달게 받도록 하라."

정문제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선우는 곧바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하는 말을 보니 이미 상을 주겠다고 마음을 독하게 먹은듯 싶었다.

괜스레 겸손 떨면서 사양했다간 화만 불러올 것이 뻔하리라.

'황실에서 진짜 한 몫 단단히 챙기는구나.'

선우는 생각하였다.

아낌없이 주는 황실이라고 말이다.

무언가 은혜를 백배로 받는 느낌이었다.

"그대를 군왕郡王으로 봉하도록 하겠다."

그때 선우의 귓가에 정문제의 충격적인 발언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어?'

그리고 그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선우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군왕郡王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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