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9화 〉 850. 대막大漠의 지배자
대막大漠
중원 서남부 끝에는 위치해 있는 거대한 사막지역
살이 익을 것 같은 뜨거운 열기
끝없이 펼쳐져있는 모래들이 가득 차 있는 대막은 사람이 살기엔 너무나 열악한 곳이었다.
대막은 뜨거웠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뜨거워
맨살을 내보였다간 온몸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말이다.
오죽하면 황제조차 지배를 포기하였을까
대막은 제국의 영토였지만 지배를 받는 곳이 아니었다.
사막 입구쪽에 위치한 검문소를 제외하면 제국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척박하기 그지없는 환경은 대막의 유목민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척박한 환경처럼 그 성정 또한 급박하고 거칠게 변모해버린 것이다.
작은 시비에도 검을 빼들었고 지하수가 차오르는 녹원을 얻기 위해 다른 무리의 유목민들을 습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과거 대막은 언제나 피비린내가 가득하였다.
살아남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죽기 전에 죽이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위험한 삶.
그게 바로 대막의 유목민들의 삶이었다.
한 남자.
초대 태양궁주이자 염제炎帝라고 불리웠던 구양경이라는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희대의 양기공이라고 불리우는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功을 이용하여 거칠기 짝이 없는 대막의 유목민들을 전부 제압하였고 훗날에는 신으로 숭배마저 받게되었다.
그 누구보다 태양을 숭상하는 유목민들에게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구양경은 숭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막의 일통을 이루어낸 구양경은 태양신궁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는데
이 태양신궁은 구양경 사후 오늘날까지 건재하며 대막의 지배자로서 막대하기 짝이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대막의 지배자로서 군림을 하게 된 것이다.
"손을 보태라?"
현 태양궁주이자 염재炎災라고 불리우는 남자, 구양진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마교의 제안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건 천마의 생각인가?"
구양진은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부복한 남자는 정중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입을 떼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군.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새끼가, 먼저 손을 내밀다니 말이야."
구양진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마가 누구란 말인가
누구보다 오만하고 거만하며
스스로가 완벽에 가까운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은
정신 나간 놈이 아니던가
그런 놈이 구태여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중원 정복이라는 것은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거사니까요."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걸 그리도 잘아는 놈이 수백년 간 깨지고 다녔더냐?"
구양진은 비아냥 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이번엔 제대로 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궁금하구나, 그 미친 괴물종자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말이야."
"만약 천마天魔와 알현하신다면 궁주의 사상은 대격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실존하는 신을 만나게 될테니까요."
남자는 광기 어린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우습구나."
그 말을 들은 구양진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인간 주제에 신을 지칭하는 오만함에 절로 웃음이 터져나온 까닭이었다.
"스스로 신을 지칭하는 건 여전한가보구나."
구양진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스스로를 신으로 지칭하며 사기를 치고 다니던 새끼였다.
그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한듯 싶었다.
"스스로 지칭한 게 아닙니다. 그저 겪어다보니 자연히 알게된 것 뿐."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네놈들은 참 번지르르한 말을 잘하는 것 같구나. 이래서 혹세무민을 할 수 있는 건가?"
"그저 부족한 이들에게 신을 모시는 기쁨과 깨달음을 줄 뿐입니다."
"모자란 자들의 대장이라는 말이로구나."
구양진은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천마 앞에선 누구든 부족할 따름이지요."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받아쳤다.
"그 말은 틀렸다."
구양진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본 궁주라는 예외가 있으니 말이야."
무척이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이다.
"천마께서는 이십 년 전과는 전혀 다른 경지에 도달하였습니다. 궁주."
"나 또한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오만하시군요."
"대막의 신神이자 재앙이라고 불리우는 이 몸이다. 이정도 오만함은 갖춰야하지 않겠는가?"
구양진은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선옹이 죽은 이상 그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었다.
불가해라고 불리우는 존재.
천마天魔라고하여도 말이다.
".............."
부들 부들
그의 오만한 발언을 들은 남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유일신인 천마를 부정하고 스스로 신을 자칭하는 남자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천마에 대한 신앙으로 가득 차 있는 그에게
염재炎災의 오만함은 극심한 분노를 야기하였다.
당장에라도 칼을 뽑아
저 오만한 주둥이를 찍어버리고 싶었다.
다시는 그 가벼운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봐, 광신도, 칼을 뽑고 싶다면 뽑아도 좋다. 물론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말이야."
그런 남자의 심정을 알아차린 것일까
구양진은 그런 그를 놀리듯 도발하기 시작하였다.
부들 부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더욱더 빠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살심이 끝도없이 불타오른 까닭이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천마께서 명하신 바는 그의 얼굴에 칼을 꽂는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후우."
이내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쉴새없이 떨리던 몸이 어느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진정을 시킨 것이다.
"궁주께서는 짓궂으시군요."
남자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싸우지 않는 건가?"
"어찌 동맹 세력에게 칼을 겨눌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산뜻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쉽군."
구양진은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광신도 놈의 실력 좀 봐볼까했더만
계획이 실패한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저희를 돕는다면 태허일기공太虛一炁功의 후반부 구결을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리 흥미가 가지 않는구만."
구양진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거짓말이 서투시군요. 전반부 구결을 그렇게 잡아먹을 둣이 바라보놓고 말입니다."
그 모습에 남자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실은 갖고 싶지 않습니까? 대막의 신神이자 재앙이라고 불렸던 궁주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주었던 선옹의 무공이 말입니다."
남자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크크큭...새끼가...아픈 곳을 찌르는구나."
그 말을 들은 구양진은 실실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이 광신도 새끼한테 한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 미친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은 태허일기공을 갈망하였다.
대막이 좁다며 중원에 쳐들어갔던 자신에게 처참한 패배를 안겨주었던 선옹의 무공이였으니 말이다.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분석하고 싶었다.
어찌 그리도 신묘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후반부가 있다는 건 거짓이 아니겠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어찌 천마께서 거짓을 내뱉겠습니까? 거짓이란 건 불완전한 인간이 내뱉는 무례일 뿐입니다."
남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말, 믿어보도록 하지."
구양진은 그런 남자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거짓이라면 너희 마교의 총본산은 염재炎災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흉흉하기 그지없는 위압을 내뿜으며 경고를 하였다.
자신을 속이지말라며 말이다.
"명심....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위압에 노출된 남자는 식은 땀을 흘리며 답을 하였다.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압박에 식은 땀이 절로 흐른 까닭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손을 보태면 되는가?"
"제일 먼저 곤륜을 멸해주십시오. 대막의 지배자여."
"곤륜? 그 고루하기 짝이 없는 말코도사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곤륜은 대대로 마교의 침공으로부터 중원을 지키는 수문장의 역할을 해왔던 곳입니다. 그들이 멸문당한다면 필시 전의를 꺾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남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곤륜은 위치상 마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문파였다.
그렇기에 마교와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본의치 않게 중원을 지키기는 수문장을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들이 멸문당한다면 전의가 꺾일 수밖에 없으리라
"곤륜이라.......그들은 강한가?"
구양진은 궁금하다는듯한 어투로 그에게 물었다.
"강합니다. 마교의 침공을 몇 번이고 저지할 만큼 말입니다."
남자는 확고한 표정으로 답을 하였다.
곤륜은 강하였다.
척박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흉악하기 짝이 없는 마교의 침공을 몇 번이고 저지한 저력을 가지고 있는 곤륜이 약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가 생각하기에 곤륜은 무림의 양대북두라고 불리우는 소림과 무당에 충분히 견줄만한 힘을 가진 곳이었다.
"호오....그것 참 재밌겠구만."
그의 말을 들은 구양진은 흥미 가득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 오만한 광신도새끼가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강하다고 말하는 곤륜의 저력에 흥미를 느낀 까닭이었다.
"좋네, 그 제안, 받아들이지."
이내 구양진은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곤륜은 머지않아 염재炎災를 맞이하게 될걸세."
"현명한 판단입니다. 궁주."
구양진의 말을 들은 남자는 흡족스러운 웃으며 답을 하였다.
흡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재앙이라고 불리우는 구양진이 나선다면 눈에가시처럼 느껴지던 곤륜의 멸문은 확정이나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그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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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대전
그 끝에는 커다란 옥좌가 하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옥좌 위에는 냉막한 인상의 남자가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오라."
남자는 고저가 없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끼이이익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외팔이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교의 군사
마교제일지라고 불리우는 남자.
마뇌魔腦였다.
넙죽
"비천하기 짝이 없는 종이 천마를 알현합니다."
대전 안으로 들어온 마뇌는 냉막한 인상의 남자를 향해 그대로 넙죽 절을 하였다.
극상의 예를 다한 것이다.
"그래. 말해보거라."
냉막한 인상의 남자,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대막에 화마火魔가 보내온 서신 한 통이 도착하였습니다!"
마뇌는 언성을 높이며 보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염재炎災가 제안을 받아들였나보군."
"그러하옵니다. 천마여!"
"예상한 바이다. 선옹에게 극심한 열패감을 갖고 있는 그 자가 내 제안을 거절할 리 만무하니 말이야."
천마는 예상했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시조인 염황炎皇의 재림이라고 불리던 자가 바로 염재炎災였다.
오만할 정도로 강하였고
천하를 오시할 만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선옹에 의한 처참한 패배는 크나큰 열패감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었다.
오만한 만큼
강한 만큼
그 패배감과 열등감은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선옹仙翁의 독문무공인 태허일기공은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낱낱히 해체하고 분석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을 패배시킨 그 원흉 자체를 말이다.
"대단한 선견지명이십니다! 천마여!"
마뇌는 감격 어린 표정으로 천마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빛에는 광기 어린 신앙심이 가득 차 있었다.
"목마木魔는 어떻게 되었지?"
"현재 칸과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쉽지 않나보군."
"아무래도.......중원 지배 대한 야욕이 어마어마한지라..."
마뇌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뭘 원하던가?"
"중원 땅의 절반을 요구하였습니다."
"수락하라."
"천마여! 하지만...!"
"중원을 온전히 손에 넣기 위해선 황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백만대군에 밀려 천산으로 쫓겨났던 과거를 잊은 것인가?"
천마는 냉막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뇌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반박할 만한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을 흘렀을까
"......명을....따르겠습니다."
이내 마뇌가 정중한 태도로 답을 하였다.
명을 따르겠다고 말이다.
이미 마선의 경지에 오른 천마가 고작 백만대군에 몸을 사리는 이유는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천마는 그에게 신앙, 그 자체였으니
불신은 곧 불경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