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45화 (846/1,419)

〈 845화 〉 846. 그녀와 재회하다.

"무...무례를 범하였습니다!"

수문위사는 재빨리 고개를 숙인 채 사과를 건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하였다.

경화군주에게 무례를 범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무례랄 것도 없다. 그대는 본분을 다한 것이 아닌가? 개의치 말거라."

경화군주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수상쩍은 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수문위사로서 너무나 당연한 행위였다.

어찌 본분을 충실히 이행한 자에게 무례라 꾸짖을 수 있겠는가

"하해와 같은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경화군주의 말을 들은 수문위사는 감격 어린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꼼짝없이 호통을 듣게 될것이라고 여겼던 그였다.

감히 황족을 몰라본다는 것은 그만큼 크나큰 무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본분을 다했다면 칭찬을 해주었다.

어찌 감격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량이랄 것도 없도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경화군주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나저나 이제 본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당연한 말씀입니다! 당장에라도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고맙구나."

경화군주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저...그런데.."

"무슨 일인가?"

"그 매고있는 자루는 무엇입니까?....그...군주께서...가지고 오신 물품이니 위험한 것은 아닐테지만...그래도..의무적으로...반입 물품을 확인해야하는터라.."

수문위사 호릉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

반입 물품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과정이었지만 황족에 경우 그런 검증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자신을 믿지 못하겠느냐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혹여나 경화군주가 불쾌하게 여길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 그렇군, 미안하도다, 내 미리 보여주어야했거늘, 마음이 급하여 생각지 못하였구나."

그의 말을 들은 경화군주는 되려 호릉에게 사과를 하였다.

괜스레 자신의 눈치를 보게만들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닙니다....신경쓰게해서 오히려 죄송합니다."

호릉은 송구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대가 죄송할게 어디있겠는가?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죄라면 이 나라에는 게으르고 무책함자들로 가득 찼으리라."

경화군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호릉을 격려하였다.

그리고 등에 매고 있는 자루를 그대로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스르륵

그다음 자루 끝에 매여져있는 매듭을 천천히 풀기시작하였다.

그러자 자루가 풀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봉두난발에

얼굴 여기저기가 까지고 부어올라있으며

전체적으로 초췌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어..어디서 본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본 호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록 원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만큼 만신창이긴 하였지만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릉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날듯 말듯한 기억을 찾아서 말이다.

"아!"

그리고 이내 호릉은 깨달은듯 탄성을 내뱉었다.

무척이나 익숙한 누군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좌도독?!"

호릉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만신창이가 된 얼굴이지만 기어이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남자의 정체가 좌도독 설수범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맞도다. 이자는 좌도독 설수범이다."

경화군주는 별빛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천하에 다시없을 역적이지."

".......아.."

그녀의 말을 들은 호릉은 입을 턱하니 벌렸다.

그리고 생각을 하였다.

당장에라도 문을 열여줘야겠다고 말이다.

.

.

.

.

"문을 열거라! 경화군주의 행차이시다!"

이내 호릉은 정문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쿠구구구궁

그러자 자금성의 거대한 정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드디어...드디어...선우를 보는구나!'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화군주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를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절로 두근거렸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간 많이 쌓였을 것이다. 내 오늘 그를 재우지 않으리라'

경화군주는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오늘 선우를 재우지 않겠다고 말이다.

이내 문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그리고 경화군주는 자금성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경쾌하게 말이다.

*********

쇄애애액

선우는 흑야를 가벼이 휘둘렀다.

그러자 어마어마하 파공성이 터지며 검풍이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콰쾅

이내 수련장 벽을 그대로 강타하였다.

"뭐야,"

그 모습을 본 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상이상으로 강한 흑야의 위력에 깜짝 놀란 탓이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휘둘렀을 뿐이었다.

내력을 주거나 강한 힘을 준게 아니란 소리였다.

그런데 검풍이 나갈정도의 검압이 생성되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힘조절하려면.....시간 좀 걸리겠는데?'

이정도 위력이라면 당분간은 가벼운 대련조차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자칫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명검을 얻었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구만.'

과유불급이라고 하던가

너무 뛰어나도 그 나름의 문제가 있는듯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익숙해질 때까지 마음껏 휘두를 요량이었다.

쿵 쿵 쿵

그때 갑자기 누군가 석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부마도위! 괜찮으십니까?"

황궁무고의 관리인인 전혁의 목소리였다.

'전혁!?'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나갈 때까지 찾아오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오다니?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부마도위! 살아계시면 대답해주십시오! 부마도위!"

전혁의 외침이 간절해지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입니까?"

이내 선우는 의문 어린 어조로 입을 떼었다.

"살아계셨군요! 부마도위!"

그러자 기쁜듯한 전혁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럼 죽은 줄 알았습니까?"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대답이 없기에 혹시나 했습니다."

전혁은 안도 어린 어조로 입을 떼었다.

"뭐, 다행히 별탈은 없습니다. 혹여 걱정되어 다시 오신 것입니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곳에 온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다른 이유?"

선우는 의아한듯 그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가 있길래

자신의 신신당부를 무시하였는 지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경화군주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전혁은 기쁜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경화군주가 말입니까!?"

선우는 놀랐다는듯한 어조로 되물었다.

"네에, 황궁에 입궁하여 태자 전하와 면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리러 오신 거군요."

선우는 깨달았다는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자신의 신신당부를 어길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에에, 태자 전하께서 두 분을 동시에 보고자 하십니다."

전혁은 그의 말에 긍정을 하였다.

틀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당장 문을 열어주십시오."

선우는 들고 있던 흑야를 옆구리에 있는 검대에 끼워넣은 채 다급히 입을 떼었다.

사랑하는 소화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하니 마음이 다급해진 까닭이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부마도위."

철컥

쿠우우우웅

대답과 동시에 석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완전히 개방이 되었다.

선우는 바깥을 향해 재빨리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

"내 그간 네게 일어났던 일들은 대충 알고 있느니라, 그래, 주화입마를 극복하고자 북해에 갔다왔다고?"

태자 주상천은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경화군주는 공손한 태도로 답을 하였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더냐?"

"다행스럽게도 주화입마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경사로구나, 너를 괴롭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말이야."

태자 주상천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은 덕분입니다."

"그 많은 이들 중엔 필시 부마도위의 도움도 있었겠지?"

태자는 짖궂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그러자 경화군주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살짝 숙이기 시작하였다.

부마도위라는 직함을 들으니 공인된 부부가 된 것 같아 부끄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하, 네가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그 모습을 본 태자는 유쾌한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황실을 수호하는 방패로서 언제나 든든하고 위풍당당한 경화군주였다.

그런 그녀가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표정을 지으니 유쾌함이 절로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어찌 저 강철같은 여인이 이리도 부끄러워한다는 말인가

"부마도위가 타고나긴 제대로 타고난 듯 하구나. 강철같은 너를 당과처럼 달달하게 만들다니 말이야."

".......부끄럽습니다."

경화군주는 얼굴을 푹 숙인 채 입을 떼었다.

"황실은 그에게 정말 많은 빚을 진 것 같구나."

태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실은 장선우라는 남자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다.

황실의 방패라고 불리우는 경화군주의 치료는 물론 역적들로부터 황실을 보호받기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빚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닙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은혜를 아는 이라면 그냥 넘어가서도 안될 일이지."

태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직접 겪어본 장선우라는 남자는 무언가를 바라고 요구할 남자는 아니었다.

공명심에 눈이 먼 자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황실을 구해준 영웅에게 황궁 무고 개방은 짜도 너무 짠 처사였으니 말이다.

"더 큰상이 필요하겠어."

그는 생각하였다.

황실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는 더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막 다짐을 마쳤을 때 였다.

벌떡

갑자기 경화군주가 몸을 벌떡하고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떨리는 눈빛으로 문쪽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 있는 것이냐?"

그 모습에 놀란 태자는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그이예요."

그러자 경화군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똑 똑 똑

그리고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간결하게 말이다.

"들어오거라!"

그 소리에 태자는 곧바로 출입을 허가하였다.

끼이이익

그러자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원스러운 인상의 얼굴

육척에 이르는 장신의 키

잘 단련되어있는 단단한 육체

모습을 드러낸 이는 선우였다.

황실을 구한 영웅이자 경화군주의 배필말이다.

"전하를 뵙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선우는 태자에게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인사는 되었다, 나말고 더 반가운 이가 따로 있지 않은가?"

태자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목례를 한뒤 천천히 몸을 돌렸다.

"군주를 뵙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경화군주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타타타탁

그 모습을 본 경화군주는 재빨리 발을 놀려 몸을 날렸다.

와락

그리고 그대로 선우를 와락 껴안아버렸다.

무척이나 소중하게 말이다.

그다음 그의 넓다란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마치 어미 품에 안긴 아이처럼 말이다.

선우는 손을 뻗어 그런 그녀를 부드러이 감싸주었다.

마치 아기새를 품어주는 어미새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따스한 해우를 이어가기시작하였다.

그리고 태자는 그런 두사람의 모습을 무척이나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죄송합니다...전하 앞에서...추태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진정한 경화군주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든 것이 별안간 부끄러워졌기 때문이었다.

"아닐세,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두 사람의 해우에 이렇게 눈치 없이 끼어들었으니 말일세."

태자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따지고보면 미안할 사람은 자신이었다.

연인끼리 해우에 눈치 없이 끼어든 꼴이니 말이다.

"그러니 내 빨리 용건만 전달토록 하겠네."

태자는 두 연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두 사람을 오래토록 잡아둘 생각이 없는 탓이었다.

"경화가 대역죄인 설수범을 생포해왔네..."

태자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말은 곧 본격적인 숙청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간 황실은 본격적인 숙청을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역적 중 하나인 설수범의 부재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설수범이 황실에 잡혀들어왔다.

드디어 숙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난 오늘을 기점으로 역적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숙청할 심산일세, 가문을 멸하고 가산을 모두 압류할 생각이지."

태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라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였던 이들이었다.

그런 역적들에게 자비따윈 사치리라

"그래서 하는 말인데..."

태자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압류한 가산들을 부마도위, 자네에게 모두 넘길 생각이네."

"네에에!?"

태자의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압류한 가산을 전부 넘긴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부디 거절치 말도록 하게나."

황태자의 눈빛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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