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7화 〉 838. 음양마
"그 말, 증명할 수 있겠느냐?"
음양마는 악의적인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요구하듯이 말이다.
주르륵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의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절대지경을 뛰어넘어
초월지경에 다다른 선우였지만
여전히 그에게 음양마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태산이었다.
그런데 그 태산이 지금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식은 땀이 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흑야.....이...개새끼..'
선우는 속으로 이런 개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흑야를 욕하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음양마를 떡하니 등장시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굳이....증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천하제일인이라는 건 허명입니다...스승님이...있는데 제자가 어찌...그런 오만방자한 별호를 자칭하고 다니겠습니까?"
선우는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흑야가 만들어낸 환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음양마와 손속을 나누고 싶진 않았다.
흑야가 음양마의 힘을 얼마나 담아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환영조차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난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음양마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직접 확인해봐야겠구나, 네놈 말대로 허명인 것인지 아니면 그에 걸맞는 자격을 갖춘 것인지 말이야."
음양마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살이 떨릴 정도로 흉포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음..음양조화신공..'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음양마에게 봐줄 생각따위는 없다고 말이다.
'젠장할.'
우우우우웅
선우 또한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백화봉에는 두 개의 거대한 기운들이 그대로 방출되었고 이내 서로 맞부딪히며 힘싸움을 하기 시작하였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사방에서 전류가 튀는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하하하하하, 대단하구나, 이정도 기운이라니."
이내 음양마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자신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치 않은 거대한 기운에 유쾌함이 올라온 까닭이었다.
"공령空靈에 다다른 것이냐?"
".....운이 좋았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겸손은 집어치우거라, 신선의 육체를 운으로 닿을 수 있는 이가 어디있겠느냐?"
음양마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공령지체는 신선의 육체라고 불리우는 자연지체에 가까운 몸이었다.
그런 몸을 어찌 운으로 다다를 수 있겠는가
말같지도 않은 겸손이었다.
"크하하하하, 재밌겠구나, 재밌어."
음양마는 낄낄대며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비루한 강아지만도 못한 놈이었다.
너무 하찮아 연민마저 들 정도로 약한 놈이었다.
그런 놈이 이제는 장성하여 늑대가 되어 되돌아왔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아, 검을 쥐거라, 네가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을 내게 보이거라!"
음양마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검을 쥐라고
지금껏 이룩했던 모든 것들을 내보이라고 말이다.
꽈아악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전력으로 검을 말아쥐었다.
타탁
그리고 그대로 발을 튕기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그러자 그의 신형에 빛살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선우의 신형은 음양마의 코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부웅
코앞에 도달한 선우는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베겠다는 일념을 담아서 말이다.
스윽
이내 휘둘러진 선우의 검이 음양마의 몸을 완전히 두동강내고 말았다.
상하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뭐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반항도 없이 몸을 내어준 음양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딜 보는 것이더냐, 그건 잔상이니라."
순간 선우의 귓가에 음양마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뒤!?'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언제 뒤편으로 이동을 했다는 말인가
덥석
음양마의 손이 선우의 머리통을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콰콰쾅
그리고 그대로 힘을 주어 선우의 얼굴을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콰콰쾅
콰콰쾅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안면을 처박았을까
이내 음양마는 선우의 머리통을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부웅
그러자 선우의 신형이 딸려오며 그대로 바닥에서 부웅 뜨기 시작하였다.
"고작 그 정도 속도로 노부를 어떻게 해볼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음양마는 피칠갑되어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부웅
그때 선우가 그대로 오른 발을 차올려 음양마의 옆구리를 노렸다.
일단 어떻게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요량이었다.
팍
음양마는 가벼이 왼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선우의 발길질을 무척이나 손쉽게 막아버렸다.
"우둔한 제자야, 공격이 정직하구나, 이러면 막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음양마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부웅
선우는 음양마의 도발적인 언사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반대발로 후속타를 이어갔다.
덥석
음양마는 재빨리 오른 발을 튕기고 위치를 이동시켜 선우의 왼 발을 붙잡아버렸다.
단 한 수의 공격도 허용치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근성은 마음에 드는구나."
꽈아악
음양마는 기쁘게 웃으며 머리통을 잡고 있는 오른손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선우의 입에서 고통 어린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머리가 찌부라져버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부웅 부웅 부웅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격렬히 반항을 하기 시작하였다.
양 주먹을 쉴새없이 내지르고
양 다리를 쉴새없이 차올리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아둥바둥한 것이다.
팍 팍 팍
하지만 소용없었다.
쉴새없이 내질러도
거침없이 차올려도
음양마는 선우의 모든 공격을 여유롭게 방어하였다.
때때로는 피하며
때때로는 막으며
때때로는 흘리며
어떠한 유효타도 허용치 않는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선우의 비명성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를 조이는 음양마의 악력이 더욱더 거세졌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다..'
선우는 실로 오랜만에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반선지경에 다다르고
심검心劍을 세운 이후 천하를 굽어보았던 그였다.
검인과의 혈투를 제외한다면
어떠한 목숨의 위협도 느껴본 적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음양마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검이..필요하다.'
선우는 시선을 살며시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바로 밑에 떨어져 있는 검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라.'
선우는 검을 바라보며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검이 진동하더니 그대로 공중에 떠올려지기 시작하였다.
덥석
이내 선우는 검자루를 붙잡았다.
그리고 음양마를 향해 거침없이 휘둘러버렸다.
베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흥, 잔재주를."
음양마는 날아드는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대로 잡아부러뜨릴 요량이었다.
콰콰쾅
하지만 애석하게도 음양마의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과 손이 맞닿은 순간 엄청난 반발력이 터져나온 까닭이었다.
'아니!?'
음양마는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옆구리쪽을 향해 발을 차올린 것이다.
"어딜!"
음양마는 재빨리 팔을 들어 옆구리 부근을 방어하였다.
그의 발이 접근치 못하도록 말이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던 발이 마치 채찍처럼 휘더니 그대로 위쪽을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팍
이내 발을 머리통을 붙잡고 있는 음양마의 오른 손을 격타하였다.
그리고 그 충격에 음양마는 손을 그대로 놔버렸다.
그러자 이내 선우의 몸이 아래로 추락하였다.
털썩
그리고 추락한 선우는 그대로 다리를 튕겼다.
뒤편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이내 음양마와 상당한 거리를 벌릴 수가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음양마와 거리를 벌린 선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살고자하는 마음에 숨을 쉬는 것조차 까먹은 채 격하게 움직인 탓이었다.
"꽤 하는구나."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그 짧은 새 심상을 구축시켰을 줄이야."
그는 감탄했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선우는 검을 휘두르면서 심상을 구축시켰다.
그 찰나같은 시간에 자신의 손을 튕겨낼 정도의 의지를 담아 심검心劍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대단하구나, 제자여, 이렇게까지 성장하다니."
음양마는 기쁜듯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자의 성장이 꽤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칭찬...하아..감사..하아..드립니다..하아.."
선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에게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비록 환영에 불과하였지만 스승인 음양마에게 무례를 범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강하니, 좀더 본격적으로 해도 되겠구나."
음양마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게...본격적인게 아니였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은 사색이 되기 시작하였다.
음양마에 대한 공포심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손속을 나누고 일방적으로 처맞기만 했던 선우였다.
땅에 얼굴이 쉴새없이 갈리고
머리통이 그대로 터질 뻔 하였다.
그런데 이게 본격적인 게 아니였다니
어찌 공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흑야...이..개같은년!'
선우는 이런 개같은 상황을 만든 원흉을 욕하기 시작하였다.
전부 그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네년부터 조져해주마.'
선우는 흑야에 대한 깊은 복수심을 불태웠다.
안전히 나갈 수만 있다면 불구덩이에 넣고 녹여버리고 마리라
"자아, 어서 오거라,"
까딱 까딱
그때 음양마가 선우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기 시작하였다.
어서 맞붙자는 신호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음양마의 신호에 선뜻 답해줄 수 없었다.
그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안온다면....내가 가도록 하지."
선우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음양마는 가벼이 말을 내뱉었다.
타탁
그다음 곧바로 발을 튕겨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부웅
그리고 그 상태로 주먹을 뻗어 가속도를 덧붙여버렸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꽤나 위력적인 주먹이 선우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비틀어져라!"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건곤대나이를 시전하였다.
주먹의 방향을 그대로 바꿔 음양마에게 그대로 되돌릴 심산이었다.
쇄애애애애액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먹의 방향이 전환되거나 되돌려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어찌!?'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저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쾅
그렇게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멍을 때리고 있을 때였다.
음양마의 무쇠 같은 주먹이 안면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크으윽!"
주르르륵
얼굴을 직격으로 맞은 선우는 뒤편으로 사정없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상당한 거리까지 말이다.
"대..대체..어떻게 하신 것입니까?"
이내 몸을 간신히 멈춘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건곤대나이가 먹히지 않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네놈이 비튼 걸 역으로 다 비튼 것 뿐이다."
"......그 짧은 새에 말입니까?"
선우는 놀랐다는듯 되물었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노부에겐 그리 큰일이 아니지."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일천하기 그지없구나, 생과 사의 경계까지 보내줬건만 이렇게 경지가 일천해서야....쯧 쯧"
음양마는 혀를 끌끌 차기 시작하였다.
"건곤대나이를 익혔으면 말그대로 땅과 하늘을 뒤집어야할 것이 아니더냐? 어찌 그런 발상조차 하지 않는 것이냐?"
음양마는 이해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결국 선우의 노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때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백화봉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뭐야!?'
그 기세를 느낀 선우는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흩뿌리고 있는 음양마의 모습을 말이.
백화봉 전체를 뒤흔들었던 기운들의 정체는 아무래도 음양마의 음양조화기였던 듯 하였다.
"우둔한 제자여, 잘보거라."
음양마는 올곧은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건곤대나이다!"
음양마는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가 언성을 높이는 순간
세상이 뒤집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