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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34화 (835/1,419)

〈 834화 〉 835. 황궁무고에 들어오다.

"이곳이 바로 황궁무고입니다."

스스로를 황궁무고의 관리자라고 소개한 남자, 전혁은 커다란 대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보기에는 아무런 특색이 없는 평범한 궁궐처럼 보였다.

"이곳이 말입니까?"

선우는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군요."

전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생각보다.....가까이 있는 것 같아서.."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궁무고의 위치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황실 외곽이 있는 게 아닌 황실 중심처에 있는 것이다.

"천하의 보물이 잠들어있는 곳이 아닙니까? 외곽에 있는 것보단 중심처에 위치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지요."

"그도 그렇군요."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보물창고를 외곽에 두다니

도둑질해달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자아 그럼 이제 들어갈지요."

전혁은 품 안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들었다.

철컥 철컥

그리고 이중 삼중으로 잠궈져있는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맞추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 뒷모습을 보던 선우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말로만 전해 들었던 황궁무고에 직접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짜....들어가는구나.'

선우는 약간 상기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황궁무고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살며시 흥분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황궁무고皇宮武庫가 대체 어떤 곳이라는 말인가?

상고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존재하였던 모든 무공들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던가

뿐만아니라 각종 영약을 비롯하여 과거 존재하였던 수많은 영웅들이 썼던 무구들까지 보관되어 있는 역사적으로보나 실용적으로보나 중요하기 이를 데 없는 장소였다.

황궁무고는 황실의 피를 이은 자들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을 자신이 직접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찌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흐흐흐흐흐'

선우는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빠르게 걸음을 떼었다.

한시라도 빨리 저 보물창고에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덥석

이내 전혁은 커다란 대문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낡은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커다란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실내의 광경에 시야에 가득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어!?'

그리고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좁은 외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오시지요."

전혁은 외길을 따라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갸우뚱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전혁의 뒷꽁무니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갑자기 전혁이 걸음을 멈춰세웠다.

"이제부턴 제 발걸음을 그대로 쫓아오셔야합니다."

그리고 고개를 뒤편으로 슬쩍 돌려 입을 떼었다.

"발걸음을 말입니까?"

선우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예에, 이 앞으로는 진법을 비롯하여 각종 기관들이 설치되어있습니다. 혹여 잘못 디디게 된다면 그대로 작동되어버릴 것입니다."

전혁은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딱히 피해를 입을 것 같진 않았지만 괜스레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혁은 감사를 표한 후 그대로 고개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왼쪽으로 반 보

앞으로 세 보

오른쪽으로 두 보

앞으로 다섯 보

여러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말이다.

선우는 그런 전혁의 걸음을 그대로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두 사람의 눈 앞에 커다란 석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착 착

석문을 본 전혁은 망설임없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석문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쿠쿠쿠쿠쿠쿵

이내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열린 문 틈 사이로 휘황찬란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두근대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무슨 광경이 펼쳐질 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문이 완전히 개방되었고

황궁무고가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게 되었다.

'우와아아.'

그리고 선우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검, 도, 창, 활, 극, 곤, 쇄, 봉 등

일일히 나열하는 것조차 번거로울 정도로 많은 무구들이 눈앞에 가득히 들어온 까닭이었다.

"이곳은 병기관입니다."

전혁은 선우를 돌아보며 입을 떼었다.

"병기관?"

"예에, 옛 영웅들의 무구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지요."

"..옛..영웅..."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되뇌이듯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옛 영웅이라는 울림이 가슴을 진동시킨 까닭이었다.

"한 번 둘러보시겠습니까?"

전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

"이 활은 흑부용黑芙蓉이라고 불리우던 과거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중원무림을 구원하였던 영웅의 무기입니다. 이 영롱한 활의 정밀함을 보십시오? 멋지지 않습니까?"

전혁은 흑색의 활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멋지군요."

"이 대검은 용살龍殺이라고 불리우는 검입니다. 과거 악룡으로부터 나라를 잃고 연인을 잃고 친구를 잃었던 검은 전사가 쓰던 검입니다. 결국 이 용살龍殺로 악룡를 참수하여 복수를 이뤘지요."

전혁은 검이라하기엔 엄청나게 크고, 두껍고, 그리고 조잡한, 그야말로 철괴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진짜 저정도면 용도 죽일 수 있겠는데?'

선우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검의 크기를 보니 과연 설득력이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검은 참월斬月이라고 불리우는 검입니다. 사신死神이라고 불리우던 극한의 쾌검식을 구사하던 영웅이 사용하던 무구이지요."

전혁은 얄쌍한 묵빛의 검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 망치는 과거 뇌신雷神이라고 불리우던 무인이 사용하던 망치입니다. 뇌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는 효능을 갖추고 있었는데 세상에 부수지 못하는 게 없다고 자부했다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커다란 망치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착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망치였다.

"이 방패는 과거 전쟁 영웅으로 불리우던 노저라는 자가 사용하던 방패입니다. 중원대장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던 자이지요."

전혁은 이번엔 원형 모양의 커다란 방패를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방패를 바라보니 뭔가 애국심이 마구 치솟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광명光明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검인데, 과거 검사들의 왕이라고 불리웠던 천재 여인이 사용하였던 검입니다. 18세의 나이에 검사로서 최정점의 섰던 여인이지요. "

전혁은 황금 빛깔의 검을 들어올린 채 말을 이었다.

뭔가 검을 쥐면 약속된 승리가 찾아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 어디서 본듯한 설정인데...'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무구들에 숨겨진 사연들이 어디서 들어본듯한 것들 투성이였기 때문이었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시는 것이 있는지요?"

어느새 검을 내려놓은 전혁은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언가 마음에 드는 게 있는 지 말이다.

".........아직은 와닿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전혁이 보여준 무구들은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전설적인 무구들이었다.

전부 용미연검에 상응하는 것들인 것이다.

'근데 땡기는 게 없네.'

하지만 문제는 마땅히 땡기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멋지고 대단하긴 하지만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다.

"흐음....그렇다면 다른 무구들도 보여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전혁은 선우에게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는 혼자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뭔가 전혁에게 맡겼다간 설명이 점점 길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전혁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른 궁금한 점이 생기면 불러주십시오. 저는 입구 쪽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그럼."

전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입구쪽으로 걸어가버렸다.

선우는 그런 전혁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마찬가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병기고에 잠들어있는 전설적인 무구들을 말이다.

*******

'뭐, 괜찮은 게 없으려나?'

선우는 눈을 반짝거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벽에 걸려져있는 것들부터 시작해서 상자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무구들까지 전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둘러보았을까

'하아.'

이내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땅히 끌리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택지가 많으면 오히려 결정이 어렵다고 했던가

하나같이 명검이 아닌 것들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를 더욱더 고심하게 만든 것이다.

'눈 딱 감고 아무거나 집을까?'

선우는 생각하였다.

아무거나 한 자루 딱 집어갈까하고 말이다.

'아니야, 이왕 고르는 거 좋은 걸 골라야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평생 언제 한 번 올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한 번 들어왔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것이다.

'어쩐다....'

그렇게 선우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였다.

'아.'

순간 선우는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꽤나 괜찮은 방법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스르륵

이내 선우는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유형화된 기운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퍼져라.'

스으으으윽

선우는 유형화된 기운들을 그대로 퍼트렸다.

병기고 전체에 말이다.

이내 병기고에는 선우가 퍼트린 기운들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흐음...흐음..'

그리고 음양조화신기로 병기고를 감싼 선우는 찾기 시작하였다.

가장 많은 염念을 내포하고 있는 무구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번쩍

이내 선우는 눈이 번쩍하고 뜨여졌다.

성큼 성큼 성큼

그리고 거친없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가장 많은 염念이 느껴지는 무구를 향해서 말이다.

성큼 성큼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길죽한 나무 상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거다!'

선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나무 상자 속에 황궁무고에서 가장 많은 염念을 내포되어있는 무구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두근 두근

선우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검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설렘과 기대 그리고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휘몰아친 까닭이었다.

덥석

이내 선우는 나무상자의 뚜껑를 붙잡았다.

끼이이익

그다음 천천히 뚜껑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나무상자가 완전히 개방되면서

검 한자루가 선우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검 한자루를 마주한 선우는

그대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길게 쭉 뻗어있는 검신

물결 무늬가 새겨져있는 검면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 고급진 가죽끈이 묶여져있는 검자루.

가히 마력이 담겨있다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검날까지

그저 아름다웠다.

넋이 그대로 나갈버릴만큼 말이다.

'이거야...이게...내 검이다.'

선우는 확정지었다.

이 검이야말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검이 분명할 것이라고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검을 한 번쯤 잡아볼 요량이었다.

"안됩니다!!!!!!"

그때 그의 귓가에 전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멈칫

깜짝 놀란 선우는 검자루로 향하던 손을 그대로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전혁을 바라보았다.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 검에 손을 대시면 안됩니다!"

어느새 선우의 곁에 다가온 전혁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왜 안된다는 것이오?"

"그 검은 사람을 잡아먹는 마검魔劍입니다!!"

전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검魔劍?"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무협지에서 별안간 무슨 마검魔劍이란 말인가

무슨 용사물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습니다! 함부로 봐도, 만져도,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확고한 눈빛은 선우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대체 무슨 사연이 숨겨져있는 지 궁금해진 것이다.

이내 선우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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