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8화 〉 829. 삼족을 멸하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남자는 땅바닥에 누운 채 미친듯이 발광을 하며 처절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끔찍한 절망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함께해왔던 팔과 다리였다.
남은 생 또한 함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존재들이 한 순간에 결손되어버렸다.
만인지상을 꿈꾸던 자신들이 팔과 다리가 없는 병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찌 절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젠장할! 젠장할!! 젠장할!!!!!"
"어찌...어찌....팔이...어찌하여.."
그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신체가 절단이 난 이유를 말이다.
분명 자신들의 검은 죄인들의 목을 향하였다.
그런데 어찌 방향이 틀어지며 스스로의 신체를 훼손한다는 말인가
"아프십니까?"
그때 그들의 귓가에 양경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프냐고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절망과 고통이 온몸을 휘감은 터라
쉽사리 입이 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프셔도 감내하셔야합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양경은 차가운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의 눈에는 불똥이 튀기 시작하였다.
순간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경이 자신들을 배반하였다는 사실을
팔과 다리가 절단난 배후에 저 놈이 있다는 사실을
"양겨어어엉!!!!!"
"네놈이!!!!!감히!! 배신을!!!!!!"
유중기와 위국현은 악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고통과 절망을 뛰어넘는 극심한 분노가 온몸을 지배한 까닭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그들의 고함을 들은 양경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유쾌하다는듯 말이다.
"뭐가 그리 웃긴 것이냐!"
그리고 웃음 소리는 유중기와 위국현을 더욱더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병신이 되어버린 자신들에 대한 조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황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당신들이 배신을 입에 담는 걸 보니 웃겨서 말입니다."
"이이익!!!!! 동창은 뭣들하는 것이냐!!!!!네놈들 수장의 팔이 잘려나갔다! 어찌 가만히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인가!"
"금의위! 당장 저 무도한 놈을 찢어죽이고 황실의 법도를 바로세우거라!"
그 말을 들은 위국현과 유중기는 소리를 내지르며 각 각 명을 내렸다.
당장 양경을 찢어죽이라고 말이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그러자 금빛 관복을 입은 금의위들과 묵빛 관복을 동창의 요원들이 양경의 주위를 순식간에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스르릉
스르릉
그리고 하나둘씩 검을 뽑아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양경의 주위에는 휘황찬란한 은빛의 검날들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검을 집어넣어라, 저들은 대역죄를 지은 자들이다. 저들의 명을 따를 필요는 없다. "
양경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양경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더욱더 치켜들고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경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였다.
하나같이 결연의 의지가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고집이 세군."
양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살짝 강압적인 방법을 취해야할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양경은 그대로 내력을 방출하기 시작하였다.
경외감이 절로 느껴지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내력을 말이다.
"으으윽.."
"크으으윽!"
그러자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의 입에서 옅은 신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짓누르는 어마어마한 중압감에 상당한 고통을 느낀 까닭이었다.
'이자...강하다..'
'초절정이라고..하지.않았던가?'
'결코....초절정이 아니다..'
'크윽...괴로워..'
금의위와 동창의 관원들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초절정에 불과하다고 알려진 양경의 몸에서
자신들조차 감당키 힘든 거대한 내력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네놈들은 내 상대가 아니다."
양경은 괴로워하는 그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들과 자신의 차이는 가히 개미와 코끼리와의 차이라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상대가 될 리 만무한 것이다.
"검을 집어넣고 무릎을 꿇거라. 그렇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양경은 그들을 바라보며 권유를 하였다.
검을 집어넣으라고
무릎을 꿇으라고
자신에게 굴복을 하라고 말이다.
"..........."
하지만 그 누구도 굴복하지 않았다.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그들에게
검을 집어넣고 굴복하라는 말은 신념을 꺾으라는 말과 다를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리석어."
양경은 고개를 좌우로 내젓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저들은 자신들의 수장을 믿기로 한듯 싶었다.
하지만 구태여 조롱하지는 않았다.
"오거라."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뿐.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양경의 주위로 수십 자루의 검들이 동시에 휘둘러지기 시작하였다.
더할 나위 없이 높은 격차를 느끼고 합공을 선택한 것이다.
"비틀어져라."
양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우두두둑
우두두둑
그러자 이변이 일어났다.
그들이 검을 쥐고 있던 팔이 기형적으로 휘어지면서 그대로 부러져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악!"
이내 여기저기서 끔찍한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그들 모두가 팔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기 시작하였다.
멍
그 광경을 지켜본 위국현과 유중기는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펼쳐진 이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검을 휘두른 자가 되려 팔이 꺾여져나간다는 말인가
그것도 수십 명이 동시에 말이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벅 저벅
그때 그들의 귓가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두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걸어오고 있는 양경의 모습을 말이다.
저벅 저벅
뚝
이내 양경의 걸음은 두 사람의 코앞에서 완전히 멈추었다.
"발악은 다하셨습니까?"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내려 그들을 응시하기 시작하며 입을 떼었다.
".......네놈은......네놈은...누구냐?"
유중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정체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누구라뇨? 양경이 아닙니까?"
양경은 환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유중기는 대뜸 부정을 하였다.
"네놈은 양경이 아니다! 양경일 수가 없다! 정체를 밝혀라! 대체 네놈은 누구냔 말인가!"
유중기는 언성을 높이며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다.
저자는 양경이 아니었다.
애초에 양경일 수가 없었다.
황제의 암살을 주도하였던 양경이 저 혼자 쏙 빠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격이 달랐다.
초절정에 불과하였던 양경과 달리
저자는 화경에 다다른 자신조차 감히 재량하지 못할 정도의 격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그를 어찌 양경이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영 눈치가 없진 않네."
그의 격한 물음에 양경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는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두둑
우두둑
그러자 그의 골격을 천천히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뼈가 새로 맞춰지고
근육이 부풀었으며
생김새가 바뀌기기 시작하였다.
우두두둑
그렇게 얼마나 뒤틀렸을까
이내 태화전에는 뱀처럼 차가운 인상을 가진 양경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대신 시원스러운 인상을 가진 무인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반갑다. 장선우라고 한다."
완전히 변모를 마친 선우는 유중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누군지는 알지?"
그다음 차가운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유중기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라는 자의 정체를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어찌보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말이다.
"네....놈이...어떻게..."
유중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진입로는 수십만의 병력이 친히 막고 있지 않았는가
개미 새끼 한 마리 허용치 않을 정도로 철저히 말이다.
그런데 어찌 그 수십 만의 병력을 뚫고 이곳에 당도하여 우도어사를 흉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내게 잠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 말을 이었다.
"..............우도어사는......죽은 것인가?"
"깔끔하게 보내주었지."
"......어째서.......재판까지..우리들을..가만히.놔둔거지?"
유중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의 행적이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는 천하제일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들을 직접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 때까지 자신들을 가만히 냅뒀다는 말인가
"잘못은 네놈들이 했는데 애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는 없잖아?"
"허허허....허...이해가..되는군....그래서..태자비와..태손을....맡는다고 했던 것인가.."
유중기는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직 자신들만 심판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애꿎은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말이다.
"..........좀더......의심을 했어야 했거늘....."
유중기는 탄식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의심한다고해서 달라지진 않았을거야. 결국 네놈들은 죽었을테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후회할거면 도지휘사에게 뇌물을 받았던 것을 후회했어야지."
"....그도 그렇군."
이내 유중기는 고개를 아래로 그대로 떨구었다.
모든 것들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다들 뭣들 하는 것이오! 당장 병력을 집결시키시오! 일개 야인이 황실의 관리를 살해하고 그 행세를 하였소! 이는 대역죄라는 말이오! 어서 병력을 집결시키시오!"
그때 옆에서 다급한 고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뒤편에 시립해있는 관리들을 바라보며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병필태감 위국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 유중기와 달리 그는 아직 포기를 하지 않은 듯 보였다.
"승상! 첨사! 동지! 누구든 좋소! 제발 병력을 불러주시오! 이 극악무도한 야인이 활개치도록 냅둘 생각입니까!"
위국현은 처절하게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제발 좀 도와달라고
부디 저 악독한 놈들을 죽여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따르는 이는 없었다.
그저 무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찌...어찌..."
위국현은 배신감 어린 표정을 지은 채 탄식을 하기 시작하였다.
"소용없을거다, 위국현."
선우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들은 이미 내 존재를 알고 있거든."
"뭐...뭐라!?"
"황실에 있는 동안 내가 놀고만 있었을까봐?"
선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황실에 머물면서 상당 수의 고위 관리들을 미리 포섭해놓은 상태였다.
역적들을 처형할 수 있는 판을 짜기 위해서 말이다.
"허...허...허.."
그의 말을 들은 위국현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만인지상에 오를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던 태자의 처형일이
사실은 자신들을 처형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였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이상하긴 하였다.
자신들의 팔과 다리가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들 중 누구 하나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 이는 없었다.
금의위와 동창이 순식간에 제압 당했음에도
누구 하나 다급함을 느끼는 이가 없었다.
우도어사 양경의 모습이 변모하였을 때도
누구하나 놀라는 이가 없었다.
그저 당연한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관망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리들 모두가 말이다.
전부 짜고 쳤던 것이다.
"나..나는....어떻게 되는 것인가?"
위국현은 떨리는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태자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심판할 권리는 태자에게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스르륵
선우는 태자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태자는 그런 선우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덥석
그러더니 이내 선우의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다음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황태자는 시선을 내려 땅바닥을 기고 있는 유중기와 위국현을 바라보았다.
"죄인, 위국현과 유중기는 들으라!"
그리고 큰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대들은 각 각 황실을 수호한다는 동창과 금의위의 수장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감히 입에 담는 것조차 어려운 대역죄를 저질렀다! 폐하의 암살을 주도한 것은 물론이고 태자비와 태손을 인질로 삼아 본 태자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하였다! 뿐만아니라 본 태자의 측근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고문까지 가하여 거짓된 자백을 강요하였다! 이에 본 태자는 그대들 뿐 아니라 그대들의 가문 그리고 가문의 핏줄을 이은 자 모두를 멸할 것을 선포하는 바이다! 삼족을 멸하여 역적의 씨앗을 세상에서 완전히 사멸시키고 말것이다!"
태자는 살기 가득 한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간 쌓아온 울화를 모두 터트리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유중기와 위국현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까닭이었다.
만인지상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꿈꿨던 두 권력자의 눈에는 절망이 어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