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6화 〉 827. 천하제일인일세.
우도독 관월
오군도독부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이자
그 누구보다 황실에 충성하는 전형적인 외골수 군인.
그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꽤나 난감한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내게.....도찰원에 머물러달라?"
관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떼었다.
"그렇네. 우도독"
좌도어사 도숭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나를 감찰할 심산인가?"
"대외적으로는 그리 알려질걸세."
도숭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실상은 다르다는 말이군."
"맞네."
"그 이유를 들어야겠네. 나를 도찰원으로 불러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누군가를 지켜주었으면 하네."
"지켜? 누군가를?"
"그렇네."
"난 나라를 지키는 몸일세. 일개 개인을 지키기 위해 내 임무를 망각할 수는 없네."
우도독 관월은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는 뼛속까지 군인인 몸이었다.
그에게 군인이란
황실을 넘어 백성을
백성을 넘어 나라를 지키는 존재였다.
그런 자신에게 누군가의 개인적인 호위를 부탁하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을 알아보게, 나는 그리 할 수 없으니 말이야."
관월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의 눈빛에서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자네가 아니면 안되네, 오직 자네여야만 하네."
하지만 도숭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어찌 내게 그리 집착하는지 모르겠군. 그대나 우도어사 또한 충분한 강자가 아니던가? 어찌 내게 그리 집착한다는 말인가
관월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좌도어사인 도숭이나 우도어사인 양경 모두 초절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자신에게 매달리듯 부탁을 한다는 말인가
"나나 우도어사 같은 어중이떠중이로는 안되네, 자네 정도 되는 실력자가 필요하다는 말일세!"
도숭은 열기로 가득 찬 눈빛으로 관월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인간에 한계에 다다른 실력자였다.
몇 천의 대군이 온다해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는 극상의 실력자이다.
그리고 그가 아는 한 그런 극상의 다다른 실력을 가진 이는 현 황실에서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바로 눈앞에 남자, 우도독 관월이었다.
그렇기에 간곡히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선택에 따라 대계의 성공률 또한 올라갈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이내 도숭의 눈빛에 간절함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군."
관월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대가 지키고자 하는 이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그대를 이토록 간절하게 만든다는 말인가?"
관월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도숭에게 물었다.
그가 지키고자하는 이가 누구인지 말이다.
"태자비마마와 태손 저하일세. "
".....뭐라!?"
그의 말을 들은 관월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자비와 태손을 지켜달라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황실에서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이가 누가있다고
저런 말을 한다는 말인가
"설명이 필요하네."
관월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전말을 듣지 않는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태자가 처형되는 날, 숙청이 일어날걸세."
"뭐라?"
"그리고 그 숙청의 대상은 태자비와 태손을 비롯한 황족들이 될걸세."
도숭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난 그 숙청의 칼부림에서 황실을 지키고 싶다네."
"............"
도숭의 말을 들은 관월은 침묵을 하였다.
상당히 충격적인 도숭에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보게, 좌도어사. 그 말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내 관월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말을 이었다.
"내 목을 걸지."
도숭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관월은 그런 도숭의 눈빛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한치의 흔들림없는 눈빛이었다.
"후우"
그리고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이 적어도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차라리 거짓말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는 탄식을 하였다.
차라리 도숭이 거짓으로 자신을 농락한 것이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누구인가."
이내 관월은 정색을 한 채 되물었다.
"감히 황실을 위협하는 반란군 놈의 새끼들이."
그리고 위협적으로 물었다.
당장에라도 쫒아가 죽일듯이 말이다.
"자네도 잘 아는 이들일세."
도숭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좌도독 설수범과 병필태감 위국현 그리고 금의위 지휘사 유중기일세."
"설수범....그 개잡놈이...일을 내었구나.."
도숭의 말을 들은 관월은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제국을 수호하는 군부의 정점이라는 작자가
역모를 꾸몄다는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내 당장 그놈들의 멱을 따버리겠네!"
벌떡
이내 관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에라도 달려갈 기세였다.
"진정하게! 어딜 갈 심산인가!"
"역적들을 알려주지 않았나? 내 직접 쳐들어가 멱을 딸 요량일세."
관월은 살기 어린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안될 말일세!"
도숭은 곧바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찌 나를 가로막는가?"
관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죄없는 이들까지 피해를 보게 될 걸세! 수장이 부정하다하여 그 밑에 있는 수하들까지 부정한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럼 황실을 농락하는 이들을 보고도 이대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그런 말이 아닐세! 그들만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거지!"
"대체 무슨 수로 그들을 끌어들인단 말인가?"
"앞으로 사흘 뒤"
도숭은 눈을 반짝거리며 그를 응시하였다.
"태화전에서 태자의 재판이 이뤄질 걸세."
"재판?"
"맞네, 재판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태자의 처형식이지."
"육시랄 놈들.."
관월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감히 위대한 제국의 이천자를 처형하려고 드는 역적들의 행태에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날 저 썩어빠진 놈들 모두가 태화전에 모여들게 될걸세. 무척이나 희희낙락거리면서 말일세. 바로 그 날 역적놈들은 모두 숙청이 될걸세."
도숭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해가 되는 군, 그대가 어째서 내게 호위를 부탁했는지. "
이내 관월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혹여나 태자비와 태손이 인질로 잡히지 않도록 보호해달라는 말이군."
"맞네."
도숭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제가 있네."
"무슨 문제 말인가?"
"내가 마냥 도찰원에 머물면서 태자비와 태손을 지킬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을 숙청하기 위해선 내 무력이 필요할걸세."
"아니, 자네는 태화전에 올 필요없네. 그대로 도찰원에 쭉 머물면 되네."
"이보게, 유중기와 위국현은 엄연히 초절정을 뛰어넘은 화경의 고수일세. 어찌 내 도움 없이 그들을 숙청할 수 있다는 말인가?"
관월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비록 인간의 한계까지는 도달하진 못하였지만
그들도 엄연히 화경에 다다른 고수였다.
자신이 없다면 감히 제압할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다.
"걱정말게나, 그들을 숙청할 이는 따로 있으니까."
도숭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혹여 경화군주가 폐관을 깨고 나오기라도 한 것인가?"
그 모습을 본 관월은 경화군주가 나타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인 존재가 된 그녀라면
도숭이 저리 자신만만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닐세."
도숭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저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관월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대체 누가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 지 말이다.
"천하제일인일세."
도숭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관월의 눈에는 의혹이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
[우도독 관월이 도찰원에 구금되었다]
이 소식은 황실 전역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누구보다 청렴하기로 소문 난 이가 바로 관월이었다.
그런 그의 구금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보게, 우도어사, 대체 무슨 생각인가! 관월을 체포하다니!"
병필태감 위국현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백성들과 관리들에게 인망이 두터운 이가 바로 관월이었다.
그런 그를 체포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내가 보기에도 무리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네. 관월이 얼마나 인망이 두터운지 잘알지 않는가? 분명 거센 반발이 일어날 걸세."
유중기 또한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황실의 우호적인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정의 상징이라고까지 불리우는 관월을 체포하다니
어찌 이리 무리한 선택을 한다는 말인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도어사 양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자네는 그저 쓸데없는 짓을 한걸세! 가만히 있는 그를 구태여 왜 자극한다는 말인가!"
병필태감 위국현은 잔뜩 성이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기시작하였다.
대계가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황실의 세력을 되려 자극을 한다는 말인가
"변수를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변수?"
"예에, 관월은 대계를 망칠 위험이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욕을 먹을 지언정 배제해두는 게 오히려 이득일 정도로 말입니다."
"납득이 안가네."
위국현은 양경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관월이 황실에 얼마나 충성을 하는 지 잘알고 있지 않습니까? 태자의 죄목을 인정하고 목을 벤다고 한다면 그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분명 미친듯이 날뛸 것입니다."
양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날뛰는 관월을 감당해낼 수 있으시겠습니까?"
"..............."
"............."
양경의 물음에 두 남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인간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월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배제하였습니다. 다소 욕을 먹고 반발이 거세지긴 하였지만 대계를 망칠 수 있는 요인이 제거할 수만 있다면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경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가 날뛰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지휘사 어르신, 저희가 할 일은 완벽에 완벽을 기해야하는 일입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실패할 요인이 된다면 무조건적으로 배제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양경은 꾸짖듯이 말을 이었다.
"안일한 결심으로는 안일한 결과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차가운 피가 흐른다는 뱀과 같은 눈빛이었다.
"................"
".............."
그의 기세에 압도된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듣고보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윽박질러서 미안하네......자네가 이리도 깊은 뜻이 있었는지 몰랐구만.."
"나도 미안하네.....결심이...안일했던 듯 하네...."
이내 두 사람은 양경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나름의 반성을 하면서 말이다.
"아닙니다. 어찌 사과를 하십니까?"
그들의 사과에 양경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이제 만인지상에 오를 이들이 아닙니까? 고개를 숙이는 버릇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어르신들."
양경은 광기 어린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이거 또다시 실수를 했구만....그렇지...우리는 만인지상이..될 몸이지....고개를 숙이는 버릇따위는 필요치 않지...하하하하"
"이거 자네에게 또다시 배워가는 것 같구만..하하하.."
양경의 광기가 전염된 것일까
다른 두 사람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만인지상萬人之上
천하에 우뚝 선 자리
그 단어에 담긴 마력은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고양감을 선사하였다.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릴 정도로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내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웃음소리에는 광기와 탐욕이 가득히 담겨져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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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전 앞 광장
자금성에서 가장 넓은 광장으로 황제의 즉위식이나 국혼 혹은 황후 책봉 등 국가의 중대사 때 주로 사용되는 장소.
그곳에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고위 관리들부터 시작하여 환관 ,궁녀, 군인 등
황실에 기거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내 태화전 앞 광장은 인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태화전 앞 광장을 가득 채운 이들은 말없이 정면에 있는 태화전을 응시하였다.
무언가를 기다리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이이익
이내 태화전의 정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명의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뱀과 같은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
우도어사 양경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양경은 광장쪽으로 가벼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인파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가만히 집중을 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뚝
이내 처마끝에 다다른 양경은 걸음을 그대로 멈추었다.
"지금부터 암살미수 사건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다!"
그리고 광장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