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2화 〉 823.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태자전
콰콰쾅
정문이 부숴지고 휘황찬란 금빛의 관복을 입은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의위 지휘사 유중기였다.
유중기는 시선을 돌려 태자전 내부를 둘러보았다.
겁을 잔뜩 먹은 궁녀들과 대신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전부 추포하라!"
그 모습을 보던 유중기는 이내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옙!""
그러자 뒤편에서 우렁찬 대답이 터져나왔다.
척 척 척 척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금빛 관복을 입은 이들이 태자전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전부 금의위들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아..아니,....잠..잠깐."
이내 금의위들은 태자전에 근무하는 모든 이들을 일일히 잡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거칠게 말이다.
이내 태자전 내부는 무척이나 소란스럽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유중기는 그런 모습을 가만히 관망하였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게 대체 무슨 무례인가!"
찌르는듯한 목소리가 태자전을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금의위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황실에서 가장 우아하고 품격 넘치는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썩 물러가지 못하겠는가!"
바로 황태자비였다.
"금의위라는 작자들이 태자전에 쳐들와 행패를 부린단 말인가!"
태자비는 잔뜩 노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금의위들의 행태에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장차 나라를 이어받아 만민의 위에 설 이천자二天子의 거처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한낱 금의위 따위가 태자전에서 이런 무례를 저지른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당장 물러가거라! 물러가지 않는다면 내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네놈들을 목을 치고 말리라!"
태자비는 서슬퍼런 기세를 내뿜으면 금의위들을 노려보았다.
다분히 협박성이 짙은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서슬퍼런 기세에 노출된 금의위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예상이상으로 강대한 위압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지금 뭣들 하는 것이냐! 어찌 황실을 수호한다는 금의위가 외압에 굴복한다는 말이더냐! 당장 명을 이행하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중기는 엄중한 표정을 지은 채 꾸짖듯이 언성을 높였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금의위들은 우렁차게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금의위들이 명을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태자전의 모든 이들을 추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휘사!"
그 모습을 본 태자비는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한눈에 봐도 화가 잔뜩 차오른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알고 있는 것인가!"
"알다마다요. 암살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전부 추포하고 있지 않습니까?"
"범인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전하께서 인정을 하셨습니다. 폐하를 암살을 지시한 배후자라고 말입니다."
유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된다! 전하께서 그런 말을 할 리 없다!"
유중기의 말을 태자비는 극렬하게 부정을 하였다.
암살 사건의 범인임을 시인하다니
어찌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저질렀다고 말한다는 말인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입니다. 태자비."
유중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언가...무언가..잘못된 것이다...무언가.."
저벅 저벅 저벅
유중기는 불신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태자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태자비의 코앞에서 멈춰선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척이나 무례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태자비께서도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유중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을 따라갈 이유따윈 없다!"
태자비는 언성을 높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따라오셔야할 것입니다."
유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황손을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태자비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뭐...뭐라!?"
그 미소를 마주한 태자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마마마!"
그때 태자비의 뒤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태자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금의위에게 둘러싸여있는 사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말이다.
"태손!"
태자비는 아들이 있는 곳으로 곧바로 뛰어가려고 하였다.
"안되지요."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유중기가 그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키거라!"
태자비는 성난 기세를 흩뿌리며 언성을 높였다.
"태손과의 재회는 태자전이 아닌 의란사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유중기! 정녕 네놈이 황실의 분노가 두렵지 않는 것이더냐! 어찌 태손을 두고 협박을 한단 말인가"
"협박이라뇨? 그저 절차대로 행할 뿐입니다. 태손 또한 태자와 관련된 조사 대상 중 하나이니까요."
유중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으드드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자비는 이를 으득 갈기 시작하였다.
뻔뻔한 그의 태도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혐의가 없다면 곧바로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만 동행해주시지요."
유중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놈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태자비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수긍을 한 것이다.
지금은 그에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태자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유중기는 진한 미소를 흘렸다.
.
.
.
이날 태자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었는모든 이들이 추포되어 금의위에 구금되게 되었다.
*********
황제의 암살미수 사건으로 모두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는 가운데 금의위에서 범인에 대한 정식적인 공표를 하였다.
[황제의 암살을 사주한 범인은 황태자이다.]
바로 암살 사건의 배후가 황태자라고 정식으로 인정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황실의 수많은 대신들과 황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누구보다 품행이 올바르고 성정이 부드러워 훗날 성군으로 추앙받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던 이가 바로 현 황태자였다.
그런 황태자가 아비인 정문제를 암살하려고 들었다니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소식을 접한 대다수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부정을 하였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하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곧이어 태자의 순순히 자백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나서는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사자가 인정을 하였는데 어찌 부정을 할 수 있겠는가
세인들은 생각하였다.
곧이어 피바람이 불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아아아악!!!!! 저는...저는 모릅니다!"
"흐윽...흐윽..살려주세요..흐윽.."
"처음 듣는 일입니다...저는..아무것도..모릅니다!"
"살려주십시오! 태자 전하! 태자비마마!"
온갖 비명 소리가 금의위 내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모두 태자전에서 근무를 하던 신하들과 궁녀들이었다.
"그만...그만..그마아아안!!!!!!!"
고문실 옆 그들의 비명 소리를 엿듣던 황태자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괴로웠다.
죄없는 이들이 자신의 거짓 자백으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비참하였다.
저들의 처절함을 가만히 두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말이다.
"분명 내 한 목숨으로 끝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어찌 무고한 이들을 고문한다는 말인가!"
태자는 문앞에 시립해있는 유중기를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다짜고짜 태자전의 근무자들을 잡아들여 고문하는 금의위 행태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합당한 절차일 뿐입니다. 전하. 범인과 관련된 이들을 조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요."
"자네는 알지 않는가! 모든 게 거짓이라는 것을! 저들이 자백할 것 따윈 없다는 것을! 당장 그만두거라! 더이상 그들을 괴롭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전하."
유중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합당한 절차를 거치치 않는다면 분명 의구심을 품는 자가 나올 것입니다. 모름지기 모든 일은 철저히 해야하는 법이지요."
"이런 잔악한!"
"그리고 몇 명의 협력자를 만들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전하 홀로 모든 일을 꾸몄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요. "
"그런 이야기는 없지 않았느냐!"
"제가 말하는 걸 깜빡한듯 싶군요."
"네놈은 인두겁을 뒤집어 쓴 짐승이다! 어찌 그런 잔학한 짓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태자는 분기탱천하기 시작하였다.
완벽한 공작을 위해 무고한 이에게 거짓 자백을 받아내다니
어찌 이런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네놈은 초열지옥에 떨어져 영원토록 불태워질 것이다!"
"다행이군요.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아서 말입니다."
유중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사후 세계 따윈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두렵지 않았다.
죽어서 벌을 받을 것이라는 태자의 저주가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악!"
"살려..주시십시..오.."
그때 다시금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비명성을 들은 태자는 자괴감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괴로운듯이 말이다.
그리고 유중기는 그런 태자를 희열에 찬 미소를 흘리며 바라보았다.
이천자라고 불리우는 고고한 황족을
절망에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은 쾌락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중독.....되겠군.'
유중기의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
"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덜 덜 덜
황태손은 어미의 품에 안긴 채 온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비명성이 그의 정신을 어지럽혔기 때문이었다.
토닥 토닥
태자비는 그런 태손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태손은 좀처럼 진정을 하지 못하였다.
언제나 좋은 것만 보고 들으며 자랐던 태손이었다.
그런 태손에게 비명이 난무하는 환경은 좀처럼 익숙해질만한 환경이 아닌 것이다.
"괜찮습니다. 태손...어미가..곁에 있지 않습니까?"
태자비는 그런 태손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달래기 시작하였다.
태손은 그런 어미의 손을 느끼며 감정을 추스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 소리를 들은 태손은 다시금은 몸을 가늘게 떨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을 추포하였던 그자들이 되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돌아가라. 내 지금은 누구하고도 대면하고 싶지 않구나. "
태자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문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끼이이익
하지만 그 축객령이 무색하게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뱀처럼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 분명 대면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텐데? 내 말이 우스운 것인가? 우도어사.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태자비마마를 우습게 여기겠습니까?"
뱀처럼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 우도어사 양경은 고개를 가벼이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내 말이 우습지 않다는 작자가 어찌 문을 열고 이곳으로 들어온다는 말인가!"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태자비마마."
"사과는 본디 행동으로 하는 법. 돌아가거라. 오늘은 네놈들의 역겨운 면상을 도저히 마주볼 수 없구나."
태자비는 노골적인 적의를 피운 채 축객령을 내렸다.
"아쉽게도 그리 할 수 없습니다."
양경은 그녀의 축객령을 거절하였다.
"네놈이 정녕 선을 넘는구나! 구금되어있는 꼴을 보니 본녀가 우습게 보이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닙니다. 태자비전하."
"그런 게 아니라면 어찌 이리 무례하게 군다는 말인가!"
"저는 태자비마마와 태손을 도찰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왔습니다."
".......네놈들이 정녕 본녀를 우습게 보는구나! 본녀가 네놈들이 멋대로 쥐고 흔들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더냐!"
"그럴리가요."
"그게 아니면 어찌 본녀의 거처를 네놈들 마음대로 뒤바꾼다는 말인가!"
"해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태자비마마."
"금의위와 도찰원이 뭐가 다르다는 말이더냐! 내겐 두 곳 모두가 끔찍하고 해로운 곳이다! 무고한 이들을 구금하여 자유를 빼앗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문을 가하는 추악한 곳이란 말이다!"
태자비는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묵혀있던 화를 그대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를 따라오지 않는다면 태자비마마와 태손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 네놈이 본녀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것이더냐!"
"그런 뜻이 아닙니다. 태자비마마"
양경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뜻이 아니면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태자비는 잔뜩 성난 눈빛으로 양경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황실을 배반한 역적들로부터 태자비마마와 태손을 지켜드리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양경은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자비의 눈이 휘둥그레해지기 시작하였다.
역적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없다니
대체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태자비마마."
양경은 자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태자비는 그런 양경의 눈동자를 홀린듯 바라보았다.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