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1화 〉 822. 함께 만인지상에 오르도록 하세.
"감당할 수 있겠는가?"
유중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감히 감당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황실을 물갈이하는다는 것은 보통의 각오로는 도저히 이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독하기 그지없는 독심과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감당치 못할 것 같았다면 제안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양경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중기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
그 말을 들은 유중기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을 계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거사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내 유중기는 무거운 입을 천천히 떼어내었다.
확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금의위, 동창, 도찰원, 오호도독부까지....황궁 최고의 무력 단체들이 협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우습지 않겠습니까?"
양경은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유중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도 그렇군."
유중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황실의 무력 단체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서는데 대체 누가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를 의심치 마십시오. 지휘사. 그대에게 무한한 영광과 막대한 권력을 평생토록 보전시키드리겠습니다."
양경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유중기를 응시하였다.
그 눈빛에는 불타오르는 야망이 가득 차 있었다.
"무한한...영광과.....막대한 권력..?"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유중기는 홀리듯이 중얼거렸다.
점점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지휘사의 가문은 대대로 황족에 버금가는 권세와 명예를 얻게 될 것입니다. 제 장담하지요."
양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자아, 지휘사 , 제 손을 잡으십시오. 그리고 약속해주십시오. 저와 같이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말입니다.
"............."
유중기는 양경이 내민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탐욕 어린 시선으로 말이다.
스으윽
덥석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밀어 양경을 맞잡았다.
결정한 것이다.
황실을 뒤집어버리자고 말이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지휘사."
양경은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함께 만인지상에 오르도록 하세."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유중기 또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탐욕스러운 미소를 말이다.
***********
태자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옥아닌 옥에 갇힌 지 벌써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상당히 초췌해져있는 모습이었다.
고문을 당한 것도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유를 제한당하는 것만으로 몰골이 초췌해져버린 것이다.
"나는...범인이..아니야..범인이..아니야..아니야.."
그는 쉴새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말해도 결백을 믿어주지 않으니 그 한이 깊게 맺힌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중얼거렸을까
끼이이익
두터운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의위 수장인 지휘사 유중기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태자 전하."
방 안으로 들어온 유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유중기."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태자는 이를 빠드득 갈며 말을 이었다.
자신을 가둔 장본인이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그간 별일은 없으셨는지요?"
유중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옥이나 다름없는 곳에 열흘이나 갇혀있었다. 이보다 더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태자는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놈이 말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마땅한 증거도 없이 제국의 이천자二天子를 구금해두는 것인가?"
태자는 적대감이 가득 서려있는 눈빛으로 유중기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열흘이라는 시간동안 유중기에 대한 적대심이 가득히 차오른 까닭이었다.
"태자께서는 배후로 지목되셨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절차입니다."
"어쩔 수 없다. 절차이다....내겐 그대의 말이 전부 핑계처럼 들리는 구나."
태자는 듣기 싫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열흘이면 충분하다. 그간 제대로 된 증거조차 찾지 못하지 않았는가? 이만 하면 되었다. 어서 본 태자를 원상 복귀 시키도록 하라. 그대들의 무례는 내 넓은 아량으로 잊어주도록 하겠다."
태자는 유중기를 회유를 하기 시작하였다.
강제로 갇혀있었던 일은 치가 떨리지만
이제라도 무혐의로 벗어나게 해준다면 못 잊어줄 것도 없었다.
어찌되었든 폐하에 대한 충정으로 인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일테니 말이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태자 전하."
하지만 유중기는 그런 태자의 제안을 일언지하 거절을 하였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이다.
"뭐라!?, 네놈은 후환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더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자는 씹어먹을듯한 눈빛으로 유중기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노골적으로 협박을 하는 것이었다.
후환이 두렵다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어찌 폐하를 지키는 친위대가 외압에 굴복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유중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언뜻 보면 무척이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구태여 겁을 먹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전하."
"네놈이 날 무시하는 구나!"
"태자 전하께서는 처형을 당하실 것입니다."
"뭐라!?"
태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갑자기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폐하를 시해하려고 든 죄로 말입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나를 범인으로 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증거는 있습니다.."
유중기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
"전하께서 자백을 해주실 예정이거든요. 폐하를 암살하려고했다고 말입니다."
유중기는 뱀과 같이 차가운 눈동자로 태자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태자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유중기를 노려보았다.
그의 검은 속내를 눈치챈 까닭이었다.
그는 자신을 범인으로 만들 심산이었다.
강제적인 자백을 통해서 말이다.
어찌 살기가 피어오르기 않을 수 있겠는가
"........날 범인으로 만들 생각인가?"
태자는 유중기를 응시하며 물었다.
"예에, 그럴 생각입니다."
유중기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꺼리낌없이 말할 뿐이었다.
"네놈이 지금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아느냐?"
"예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역모가 아닙니까?"
유중기는 당당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네놈은 죽음이 두렵지 않는 것이냐? 삼족이 멸해질 것이다."
"죽는 건 제가 아닙니다. 태자 전하지요."
유중기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범인으로 날 몰아 죽일 생각이구나."
"정확하십니다."
"죽이려면 이 자리에서 당장 죽여야할 것이다. 내가 이곳을 나가는 즉시 네놈을 오체분시 시킬테니까."
태자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유중기를 쏘아보며 읊조리듯 말하였다.
"아쉽게도 그렇게 했다간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말입니다. 저를 위해서라도 범인으로서 죽어주셔야겠습니다."
"............내가 네놈에게 협력을 할 것 같더냐?"
"협력 하셔야 할 것입니다. 태자비와 태자손의 안위가 걱정된다면 말입니다."
"뭐라!? 네놈 설마!"
"아직은.......아직은 괜찮습니다. 전하, 털끝만큼도 손대지 않았으니까요......하지만 태자 전하께서 협조를 해주지 않으시면 저희 또한 어찌할 수 없습니다.....조금 위협적인 수를 쓸 수밖에요."
유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노오오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자는 곧바로 유중기에게 달려들었다.
가족을 인질로 잡으려 그의 추악한 생각에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덥석
이내 태자의 양손이 유중기의 멱살을 붙잡았다.
"태자비와 태자손에게 손을 댄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태자는 잔뜩 화가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모든 것은 태자 전하 하기 나름입니다. 협조를 한다면 태자 전하께서 상상하는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맹세컨대 상상이상의 치욕과 수치를 선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보고 아비를 죽인 패륜아를 자칭하라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이런 개같은 자식이!"
태자는 멱살을 쥔 손에 더욱더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의 목을 졸라 죽이려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유중기는 그런 태자를 안타깝다는듯이 바라보았다.
본인 딴에는 큰 힘을 준 것 같지만 그가 느끼기엔 연약하기 그지 없는 힘이었다.
너무 연약해서 가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하, 잘생각해보셔야합니다. 어차피 저희는 전하를 범인으로 만들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자백을 하든 말든 말입니다. 어차피 범인이 된다면 태자비와 태손을 보호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유중기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어어...너어어..너어어어!!!"
"전하께서 자백하길 거절하신다면 저흰 곧바로 증거를 만들 것입니다.....폐하가 섭취하였던 독약을 구해 전하의 방에 숨길 것입니다......살짝 작위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충분히 설득력있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를 빌미로 사법권을 쥐고 있는 우도어사에게 전하의 처벌을 요구할 것입니다."
"우도어사....그런....작위적인 증거가....받아들여질 리 없다."
"아니요,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
유중기는 확신이 담긴 눈빛으로 태자를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우도어사 또한 저와 같은 배를 탄 몸이니까요."
"뭐...뭐라!?"
태자는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하니 도찰원의 수장이 우도어사가
이 썩어빠진 놈과 한패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우도어사 뿐 아닙니다. 동창의 병필태감, 오군도독부의 좌도독까지 전부 한 배를 탄 몸입니다."
유중기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어찌...네놈들이...황실을..수호해야할..네놈들이...어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자는 배신감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황제의 친위대라고 불리우는 금의위의 수장이
황실의 첩보기관인 동창의 수장이
황실을 수호하는 오군도독부의 수장이
관리들의 부정을 감찰하는 도찰원의 수장이
황실을 배반하였다고 생각하니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어찌 가장 청렴결백해야할 이들이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벌인다는 말인가
"어떠십니까? 전하, 이제 사태 파악이 좀 되십니까?"
유중기는 그런 태자를 재밌다는듯이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저희에게 태자 전하를 범인으로 만들고 처형하는 일은 무척이나 손쉬운 일입니다.....오히려 편하다면 더 편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전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가족들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말입니다."
"................"
그의 말을 들은 태자의 눈이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전하, 현명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만약 자백을 하신다면 전하 한 명으로 모든 일을 끝내겠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약속드리지요."
유중기는 올곧은 시선으로 태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자백하지 않겠다면 저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전하의 모든 것들을 철저히 부술 수 밖에요."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물어보시지요."
"폐하를 저리 만든 건 네놈들이더냐?"
태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이미 네놈들은 천하의 역적들이었구나."
"하하하하......괜스레 부끄럽군요.."
유중기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죽은 후 어찌할 생각이더냐?"
"황손을 황제의 자리에 앉힐 생각입니다."
"..........황손을......네놈들의 꼭두각시로..세울..생각이구나."
"정확하십니다. 전하. "
유중기는 만연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태자는 입을 꾹 다문 채 고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들의 계획을 눈치 챈 까닭이었다.
저들은 병상에 있는 폐하를 폐위시키고 황손을 제놈들 입맛에 맞게 휘두를 심산이었다.
절대 권력을 완전히 독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선택 수많은 이들의 운명이 달라질테니 말이다.
'대체...나는...나는...어떻게..'
태자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하, 죽은 사람보단 산 꼭두각시가 낫지 않겠습니까? 부디 황손을 위해서라도 최선의 선택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어린 애는 웬만해선 죽이기 싫어서 말입니다."
으드득
유중기의 말을 들은 태자는 이빨을 으드득 갈았다.
협박이었다.
자백하지 않는다면 태손을 죽이겠다는 노골적인 협박 말이다.
'육시랄 놈들.'
태자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유중기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유중기는 그런 태자의 눈빛을 대수롭지 않게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눈싸움을 이어갔을까
"........폐하는...폐하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처럼 죽일 생각이더냐?"
"편안히 눈을 감게 될 것입니다."
죽인다는 말이었다.
".........태자비와 태손의 안전은...확실히..보장이 되는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장토록 하겠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말입니다."
"네놈에게 명예 따윈 없다. 목숨을 걸어라."
태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지요. 태자비와 태손은 안전은 보장될 것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말입니다."
유중기는 태자에게 확답을 주었다.
"................"
그리고 그 확답을 들은 태자는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유중기를 응시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응시하였을까
".......자백......하겠네."
이내 태자는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유중기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으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서 말이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태자 전하."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유중기는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지었다.
태자의 대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전하께서 모두를 지키신 것입니다."
유중기는 생각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