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15화 (816/1,419)

〈 815화 〉 816. 가능해, 나라면 말이야.

"천진, 낭방, 보정, 승덕, 장가구 등 북경과 인접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 황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합니다."

하오문 창주 지부장 계덕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병력은 얼마나 됩니까?"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각 지역마다 최소 오만에 이르는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명분은 뭐라고 하던가요?"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배후를 잡기 위한 북경의 일시적인 폐쇄로 알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폐쇄? 아무도 오고가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각 현에 공문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누가 되었든 북경의 출입을 엄금한다고 말입니다."

계덕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검신께서는 하오문의 친우이거늘 어찌 허투루 대하겠습니까?"

계덕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지부장님 덕분에 한시름 덜었군요. 곧바로 낭방으로 갔으면 꽤나 골치아팠을 것입니다."

선우는 다시금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도움이 되셨다니 오히려 기쁘군요."

계덕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그는 무림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한 무인이었다.

그런 자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오히려 영광이리라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정보가 들어오게 된다면 곧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우는 공손한 태도로 답을 하였다.

계덕은 몸을 돌리고 곧바로 나가버렸다.

끼이이익

이내 문이 완전히 닫히고 방 안에는 선우의 일행들만 남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

선우는 뒤편에 있는 능소화를 돌아보며 되물었다

"더 말할 것도 없도다. 분명 우리를 북경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니라."

능소화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생각도 같아. 만약 강제로 진입하려고 든다면 '어쩔 수 없이' 적대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생길테니까."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눈에 보일 정도로 뻔한 수작이었다.

"치졸하도다. 썩어빠진 것은 알았지만 이리도 노골적으로 잔머리를 굴리다니."

능소화는 잔뜩 화가난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차라리 군사를 이끌고 정면으로 맞서려고했다면 화가 덜하였을 것이다.

남자다운 기개라며 오히려 명예로운 죽음을 선사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끝까지 모략을 꾸몄다.

명분을 쥐기 위해 자신들의 진입 자체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치졸하다 못해 역겨운 수작이었다.

"....그럼 이제 어찌해야합니까?......북경의 출입이 통제되었고 강행하려고 든다면 배후를 명분삼아 노골적으로 군사를 동원하여 적대를 할 것입니다."

도지휘동지 장걸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가장 잘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본녀도 고민 중이로다.....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올려지지 않는구나."

능소화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받았다.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정면 돌파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생각해보면 군주와 부마도위께서는 이미 인간을 초월하신 분들이 아니십니까? 두 분이 마음만 먹는다면 강제적으로 돌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장걸은 나름의 묘책을 제시하였다.

바로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계획이었다.

정면돌파는 머리 굴릴 것 없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었다.

절대지경을 넘어서 초월지경에 다다른 경화군주와 부마도위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무리다."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혹여...오만 대군이....부담스러우신 것입니까?"

"그런 것은 아니다. 병력의 숫자는 본녀나 선우에겐 중요한 일이 아니니 말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몇 만이 되었든 몇 십만이 되었든

그녀와 선우에게는 큰 위협이 아니었다.

대인전에 특화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그녀와

공령지체를 이룩하여 무한한 내력을 소유하게 된 선우에게 있어

숫자라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북경에 있는 폐하와 태자 전하가 문제이다."

"폐하와 태자 전하 말씀이십니까?"

도지휘동지 주걸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무력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폐하와 전하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도다."

능소화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폐하와 전하를 직접적으로 죽이기라도 한다는말씀입니까?"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쥐새끼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더냐? 그들도 똑같도다. 이미 역적으로서 되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자들이다. 더한 짓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지."

"그럼 강행돌파를 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적어도 폐하와 전하의 안전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무리이니라."

능소화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허어.."

장걸은 탄식을 내뱉었다.

황제와 태자에 관해선 까맣게 잊고 있었던 탓이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현재 북경은 봉쇄되어있고

이 일을 꾸민 역적들은 황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실상 인질을 잡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역적놈들이 머리를 썼구나.'

장걸의 표정이 덩달아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생각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까닭이었다.

"어쩔 수 없네."

그때 고심에 빠져있던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인가?"

능소화는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

무언가 묘책이 있을까하고 말이다.

"황제 폐하와 태자 전하의 안전부터 확보해야겠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노골적으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묘책이 있을 줄 알았더니

당연한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안전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은 본녀도 잘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반쪽이여."

"몰래 들어가야지."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북경을 인접 지역에 수십 만에 육박하는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 몰래 북경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무리다."

능소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수십만에 육박하는 병력이 북경 인접 지역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황실에 잠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가능해."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뭣이!?"

능소화는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나라면 말이야."

선우는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저 자신감의 원천이 무엇이란 말인가

********

회의실

두 사람이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익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강건한 인상의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의위 지휘사 유중기였다.

"벌써 다들 와있었구려."

유중기는 방 안에 있는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어서오게, 지휘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동창의 수장인 병필태감 위국현과 도찰원의 우도어사 양경이 그를 반겼다.

"내 너무 기다리게 한건 아닌가 싶군."

유중기는 그들의 맞은 편에 착석하며 말을 이었다.

"개의치 마십시오. 바쁜 하루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우도어사 양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바쁘긴 하였지."

그 말을 들은 유중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꽤나 바쁜 하루를 보내기는 하였다.

황제에게 혼원초를 먹인 명월을 고문하였고

곧이어 주구가 황태자라는 자백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황태자를 직접 구금하기까지 하였다.

어찌 바쁜 하루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나저나 태자 전하께서는 어떠하십니까? 수긍하시던가요?"

"말도 말게나. 어디 정신 나간 것 표정으로 범인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더군."

유중기는 질렸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손사래를 쳤다.

"지휘사께서 태자 전하께 상당히 시달린 듯 합니다."

양경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해 뭐하겠는가? 내 마음 같아선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은 심정을 참느라 고생을 하였다네."

"허허허허허, 큰일을 하셨습니다. 저였으면 못 참고 머리통을 두드렸을 것입니다."

양경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불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화였지만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미 황제를 의식불명으로 만든 시점부터 간이 커질대로 커진 까닭이었다.

황제마저 저리 만들었는데 황태자 따위가 무서울 리 만무하였다.

"명월은 좋게 보내주었는가?"

그때 잠자코 있던 병필태감 위국현이 점잖은 목소리로 물었다.

"세상에 좋은 죽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저 고통만 줄여주었을 뿐입니다."

유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군."

위국현은 수긍하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거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전부 병필태감 덕분입니다. 명월은 최고의 패였습니다."

유중기는 싱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혹여 실수를 했다면 일이 난감할 뻔하였다.

하지만 명월은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었다.

모질기 그지없는 고문을 참아내다 죽기 직전 황태자를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가히 최고의 패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여인이었다.

"멍청할 정도로 착한 심성을 가진 덕분이지."

위국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의 말에 동의를 하였다.

거사가 무사히 치뤄질 수 있었던 건

명월이 착한 아이였던 까닭이었다.

착하기에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 있었고

착하기에 자신을 위해 희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멍청할 정도로 착하다 칭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만약 심성이 조금이라도 비틀렸다면 그리 하지 못하였을 걸세."

위국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고보니 명월의 가족들을 어찌 되었습니까?"

그때 우도어사 양경이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명월의 가족이 근황이 궁금한 까닭이었다.

"전부 죽었네."

위국현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그 말을 들은 양경은 놀랐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위국현은 가족의 미래를 약속하고 명월에게 희생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명월은 그런 위국현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거사를 이뤄내었다.

그런데 그녀의 가족들이 죽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이란 말인가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말일세."

위국현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난 지난 몇 년간 명월의 가족들에게 상당한 지원을 보내었다네.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지. 그런데 만약 그들이 어디서 입이라도 뻥긋했다간 내 입장이 무척이나 곤란해지지 않겠는가?"

"......증거 인멸을 위해....전부 죽이신 겁니까?"

"나도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네. 내가 무려 삼 년이나 지원해준 이들이 아니던가....하지만....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들도 저승에서 진상을 알게된다면 오히려 나를 이해해줄걸세."

위국현은 나름의 합리화를 하며 말을 이었다.

"............"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유중기와 양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위국현이 상상이상으로 쓰레기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찌 저렇게 제놈 목숨만 저리 소중하다는 말인가

'저 새끼랑은 웬만해선 상종치 말아야겠구나.'

'사내의 악랄함과 계집의 악독함을 동시에 가진 자로다.'

두 사람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위국현과는 사적으로 결코 엮이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나저나 좌도독은 어디에 있다고 하던가?"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일까

위국현은 다른 화제를 내뱉었다.

"현재 낭방에 주둔하며 북경으로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우도어사 양경은 그의 물음에 곧바로 답을 하였다.

"오호, 낭방에?"

"그렇습니다. 제남에서 오는 길이라면 낭방을 들릴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럼 조만간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겠군."

위국현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아마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황제와 태자가 인질로 잡혀있다는 사실을 저들도 알고 있을테니까요."

양경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애가 달겠구만 황제와 태자 때문에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야."

위국현은 만족스럽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럴 것입니다. 천자天子가 죽는 것을 원치는 않을테니까요."

양경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흉악하기 그지없는 말을 내뱉었다.

"자네는 참으로 불경하구만. 천자를 죽인다는 말을 그리 함부로 내뱉다니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지휘사 유중기는 재밌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이미 역천을 행한 몸입니다. 거리낌이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 그도 그렇구만."

"이거 이거.....나보다 더한 인간이 여기 있었구만. 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유중기와 위국현은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맹랑한 양경의 말을 무척이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이내 방 안은 세 사람의 악의로 가득 찬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