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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06화 (807/1,419)

〈 806화 〉 807. 도박

"경화군주가 끼어들 일이 없다니!?"

좌도독 설수범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이가 바로 경화군주였다.

그런데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화군주는 현재 제남에 있는 천무맹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제녕에 일어날 일에 끼어들 수 있겠습니까?"

현재 도지휘사 이검한은 제녕에 위치한 옥에 감금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제남에 있는 경화군주가 그런 그를 보호해줄 수 있겠는가

"어찌 그녀가 제남에 머무르고 있다는 말인가?"

좌도독 설수범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어째서 그녀가 그곳에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부마도위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부마도위!?"

설수범은 경악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경화군주에게 베필이 있다니?

처음 들어보는 소식이었다.

"좌도독께서는 이번 일의 진상에 대해 잘 모르시는 듯하군요."

우도어사 양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애초 도지휘사가 실각된 이유가 바로 그 부마도위 때문입니다"

"자세히 말해보게나 대체 어떻게 된것인가?"

설수범은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그의 물음에 양경은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알지 못하였던 무림사에 관해서 말이다.

무림 최대 세력인 천무맹의 해체

의천맹의 창립

도지휘사 이검한의 반발

그리고 경화군주의 등장까지 전부 말이다.

기관의 수장들은 우도어사 양경의 말에 경청하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이런 내막이 숨겨져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러니까 장선우라는 무림인이 경화군주가 선택한 부마도위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검한은 그자가 부마도위인줄 모르고 일을 그르치게 된것이지요."

우도어사 양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운이 없었군."

"어찌보면 운이 없다고 할 수 있지요. 그자만 아니었다면 실각할 일도 옥에 갇힐 일도 없었을테니까요."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좌도독 설수범은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황실의 기관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칼을 빼어든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억측인듯 싶었다.

모든 일이 그저 우연에 불과한 것이다.

"제남에 머무르는 이유는 그자와 함께있기 위함이겠군."

"그렇습니다. 아마 몇 달은 제남에 묶여있을 것입니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롭게 창립하는 일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양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뜻하지 않는 호재로군."

"그러니 이 호재를 잘 활용해야겠지요...시간이 무한건 아니니까요."

양경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좌도독 설수범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절묘한 기회였다.

경화군주의 방해를 받지 않고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커도 너무 컸다.

자신 뿐 아니라 가문까지 내걸어야하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선뜻 제안을 수락할 수는 없었다.

자신 하나 살겠자고 가문까지 거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 까닭이었다.

"전 하겠습니다."

그때 가냘프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방안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병필태감 위국현이었다.

"제가 죽는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

그는 탐욕스러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는 희생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자신의 안위 앞에서 가문의 존속따위는 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저도 하겠습니다."

곧이어 금의위 지휘사 유중기가 위국현에게 동조를 하였다.

그 또한 죽기 싫은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뇌물로 목이 잘려나간다면 가문의 위세를 급격히 꺾여질 것입니다. 그럴 바엔 모든 걸 걸고 도박을 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는 침중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황제 몰래 뇌물을 받아처먹었다는 것 자체가 황실에 대한 기만이었다.

역모죄로 멸족하진 않겠지만 그전과 같은 위세를 자랑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유중기는 그런 걸 원치 않았다.

명예가 없는 가문은

돈이 없는 가문은

죽은 가문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

그들의 말을 들은 설수범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확고한 의지를 느낀 까닭이었다.

더불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기적인 선택이라고는 하나 공감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대체....어찌해야.'

설수범은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최적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나도 동참하겠네."

이내 설수범은 결심을 굳힌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결정을 한 것이다.

인멸에 동참을 하겠다고 말이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좌도독"

그 말을 들은 우도어사 양경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양경의 미소가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

"허어..."

도지휘사 이검한은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였다.

옥에 갇혀있는 지금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건..꿈이야...꿈일거야....꿈이고..말고.'

그는 생각하였다.

모든 게 꿈일 것이라고

눈을 잠시 감았다 뜬다면 모든 게 바뀌어져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차갑고 축축하고 어두운 감옥이 아닌

따스하고 포근한 침실일 것이라고 말이다.

꾸욱

이검한은 꾸욱 눈을 감았다.

스르르륵

그다음 조심스럽게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아...아..아.'

그리고 이검한은 절망하였다.

눈앞에 펼쳐진 곳은 여전히 감옥이었다.

차갑고 축축하고 어두운 감옥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이검한의 비명성이 온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현실이었다.

자신이 실각되었다는 사실이

자신이 옥에 갇혔다는 사실이

모든 권력과 재력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실이 전부 말이다.

"나를 구해주시오! 제발 구해주시오오오오!!!!!! 나를 구해주시오!!!!!"

그는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자신을 구해달라고

이런 끔찍한 곳에서 꺼내어달라고 말이다.

"돈을 받아처먹으면 일을 해야할 것이 아니오! 제발 구해주시오오!!!!!!"

그의 비명성은 더욱더 처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성을 질렀을까

끼이이익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검한은 문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모습을 드러낸 이는 그가 원하던 이가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주태.."

으드득

이검한은 이를 으드득 갈며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노려보았다.

"옥 안은 평안하십니까? 도지휘사."

모습을 드러낸 남자, 도지휘첨사 주태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놈이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더냐!"

이검한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경화군주 쪽으로 순식간에 배를 갈아탄 그가 곱게 보이지 않은 까닭이었다.

"제가 못 올 곳을 온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 건방진 노오오옴!"

이검한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그들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도지휘사."

주태는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이미 폐하께 상소를 올린 참입니다. 당신의 비리를 소상히 적어서 말입니다. 아마 지금쯤 황실에는 숙청이 일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

"그런데 어찌 당신을 도우러 올 수 있겠습니까? 제놈들 목숨을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러니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마십시오. 기대가 없다면 희망도 없을 것이고 희망이 없다면 절망이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상소를 직접 올린 것이더냐?"

"그렇습니다...아마 황제 폐하께서...직접.."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때 이검한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유쾌하다는듯이 말이다.

"어찌 웃는 것입니까!?"

그의 웃음 소리에 도지휘첨사 주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웃음이 이해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절망을 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어찌 저렇게 유쾌한 웃음을 터트린단 말인가

"네놈은.....참으로 순진하구나......하하하하하하."

이검한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오!?"

"이런 놈이 도지휘첨사라니....혹여 뇌물이라도 쓴 것이더냐?"

이검한은 조롱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대로 말하시오! 대체 무슨 뜻이오!"

"네놈이 올린 상소가 황제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검한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설마.....중간에 빼돌려진다는 말이오!?"

"하하하하하하 이거 참 걸작이구만 걸작이야."

"말도 안되는 소리! 상소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는 오직 천자天子! 폐하뿐이오! 그런데 대체 누가 함부로 열어본다는 말이오!"

주태는 말도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상소를 열어볼 수 있는 건 오직 황제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상소가 중간에 빼돌려진다는 말인가

"쯔쯧, 순진한 놈. 모두가 황실의 법대를 제대로 따랐다면 황실의 기관들이 본관이 뿌린 뇌물을 받아처먹었겠느냐? 생각이란 좀 하는 게 어떻겠느냐?"

"........그럴 수가."

주태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황실의 기관들이 썩었다는 것은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황제에게 올려지는 상소문마저 빼돌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크크큭..네놈은 죽을 것이다."

이검한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뭐라!?"

"네놈뿐 아니다........도지휘동지 황걸도......나도...아니 도지휘사사에 있는 모두가 전부 죽을 것이다!"

이검한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웃...웃기지마시오! 그들이...그들이 그 럴리 없소! 어찌 아무리 막나가는 자들이라지만 어찌 황제 폐하의 신하인 우리를 죽인다는 말이오! "

황제의 신하를 죽인다는 것은 역모였다.

그런데 어찌 그들이 이런 무리수를 둔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들에겐 선택지가 없다. 뇌물을 받았다는 게 알려진다면 목이 잘려나갈 게 뻔할테니 말이야."

이검한은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건 역모요! 본인 뿐 아니라 삼족이 멸할 수도 있다는 말이오!"

주태는 말도 안되는 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뇌물수수만이라면 그저 목이 날아가는 것만으로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가문에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찌 목이 달아나는 게 두려워 가문까지 걸고 도박을 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느냐? 본인 목이 달아나게 생겼는데?"

이검한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권력이란 건 말이야. 아편 같은 놈이다. 취하면 취할 수록 더욱더 맛보고 싶고 더욱더 갈망하게 되지. 그런데 그들이 그걸 놓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내 장담하지 그들은 가문 존속따위보다 제놈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이검한은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누구보다 권력에 미친 인간이었기에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증거인멸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 쏟을 것이라고 말이다.

"크하하하하 네놈들은 실수를 한 것이다! 처음부터 경화군주와 함께 황실을 입성했어야지!"

"제....제기랄!"

도지휘첨사 주태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저승길이 외롭지 않겠구나!"

그 심각한 표정을 본 이검한은 조롱기 어린 웃음을 날렸다.

적어도 저승길이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제길"!

주태는 그런 이검한의 조롱을 무시한 채 그대로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마음 껏 발버둥 치고 발악해보거라! 그렇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만!!! 크하하하하하"

이검한은 떠나가는 주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살겠다고 어떻게든 발악하려는 모습이 너무나 우스워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다 죽는 거다.....나도.....너도.....모두 말이야."

이검한은 광기 어린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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