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5화 〉 806. 깊어지는 음모.
"네에!? 북경으로 가신다고요!?"
주소양은 놀란듯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왜....무슨..이유로....?"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와 다시금 헤어져야한다고 생각하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오금이 저려온 까닭이었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헤어진다는 말인가
'의천맹이 창립할 때까지는 계속 머무를 줄 알았는데..'
주소양은 눈물을 살짝 글성이기 시작하였다.
그를 좀더 오랫동안 붙잡고 있겠다는 욕심에 일부러 작업 속도를 낮추고 있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떠난다는 선우의 말은 가히 청전벽력이나 다름이 없었다.
"응, 아무래도 황제 폐하를 만나야할 것 같아."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황..황제 폐하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응시하였다.
황제라니
중원에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천자天子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던가
어찌 그런 자를 만난단 말인가
"응, 소화와의 혼인을 공표할 생각이거든."
"소화라면....경화군주를.....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2차적인 충격을 받았다.
황제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것만
혼인을 공표하다니
그 말인즉슨 정식으로 유부남이 되겠다는 것을 선포한다는게 아니던가
'알고는 있었지만.......알고는 있었지만.....'
주소양의 표정일 시무룩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분명 알고는 있었다,
선우가 경화군주의 남편인 부마도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막상 그 사실이 공표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왜 그래?"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 처지는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주소양은 고개를 살짝 내젓고는 그대로 숙여버렸다.
질투를 하였다는 속내를 내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찮기는."
선우는 주소양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양뺨을 잡고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어?"
그다음 슬픔에 젖은 주소양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되물었다.
"............."
글썽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친절한 언행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자극한 까닭이었다.
"...죄..죄송해요....사실....질투를 했어요......"
주소양은 느낀바를 그대로 이실직고를 하였다.
"질투를?"
"네에....선우님이....경화군주와의 혼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고 생각하니......가슴이....아파지고.....우울해지고....막 그랬어요.......죄송해요.....선우님......주제를 넘지 않으려고 했는데.....자꾸 기대게 되고....서운하게 되네요...."
주소양은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하였다.
"저....정말...나쁜 여자죠?....그저....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생각했는데.....주제도 모르고....자꾸만......더 높은 걸 바라보게 돼요.......정말 죄송해요.."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주제에 어린애 처럼 질투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아니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나쁜 게 아니야.....사랑하니까...당연한 거지."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사랑하니까 소유욕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고 우울한 게 아니겠어?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감정도 생기지 않을거야."
"......선우님.."
"오히려 내가 미안해.....질투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서 말이야."
선우는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애초에 질투할 만한 상황을 만든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찌 미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예요..선우님은 잘못이 없어요.."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붕붕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잘못이 없었다.
우월한 수컷에게 수많은 암컷들이 따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순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 선우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건 다 내 잘못이야.'
그녀는 생각하였다.
잘못을 한 건 자신이라고 말이다.
"선우님은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남자인걸요? 그런 선우님께 여인이 따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그러니까...아녀자의 질투에 연민을 갖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이렇게 슬퍼하는 걸?"
선우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님이......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사랑하니까 그런 거라고......사랑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런 감정 따위는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에요.......그러니까.......이 질투라는 감정 또한 사랑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더욱더 사랑을 하기 위한 과정 말이에요.."
주소양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소양이는 착하네....이렇게 이해심도 많고."
선우는 대견스럽다는 눈빛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착한가요?"
선우의 칭찬에 주소양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그에게 물었다.
"응, 제일 착해."
"그럼.....상을 주세요..."
주소양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입을 떼었다.
"무슨 상을 받고 싶은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되물었다.
".......입맞춰 주세요."
주소양은 홍옥처럼 아름다운 입술을 살며시 내밀며 말을 이었다.
츄으읍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입술에 곧바로 입을 맞추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를 도저히 가만히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와 주소양은 무척이나 오랫동안 입맞춤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만족스러운 감정이 차오를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입맞춤을 이어갔을까
이내 두 사람은 천천히 입을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선우님."
주소양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응."
"한 가지만.....약속해주실 수 있나요?"
"뭔데?"
".......공표를 하고....돌아오신다면.......저를.....임신시켜주세요오.."
주소양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임신을?"
선우는 놀랐다는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에.....선우님과....확실히 연결되었다는...결실을....맺고 싶어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우월한 수컷의 씨앗을 받아 그대로 발아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를 사랑하는 암컷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사랑의 결실을 완전히 맺기 위해서 말이다.
"괜찮겠어?"
선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의천맹의 고문이 된 주소양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가 배가 불러오고 헛구역질을 반복한다면 임신 사실을 들켜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네에, 괜찮고 말고요.....선우님의 아이를 품는 일인데 어떻게 괜찮지 않을 수 있겠어요?"
주소양은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가 걱정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온다면
분명 다른 이들이 쉽사리 눈치를 챌 것이다.
자신은 모두가 주목하는 자리에 올라있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수많은 소문과 의혹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언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른다.
남편과 사별을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임신을 하였느냐고
방탕한 계집에 불과하다고
나이가 몇인데 임신을 하느냐고
부끄럽지도 않느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세간의 평이 아니라
사랑하는 님의 아이를 품는 것 그차체였으니까 말이다.
주소양은 올곧은 시선으로 선우를 응시하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굳은 결심이 가득 차 있었다.
"........약속할게."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확실히 임신을 시켜주겠다고."
그리고 그녀의 원대로 약조를 해주었다.
".....기뻐요."
포옥
주소양은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그대로 선우에게 안겨들었다.
약조만으로도 벅찬 감격이 그대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토탁 토닥 토닥
품 안에 그녀를 안은 선우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간절한 줄 알았으면.....먼저 물어볼걸.'
자신의 아이를 품고 싶어하는 그녀의 간절함이 무척이나 고맙고도 미안한 까닭이었다.
토닥 토닥
선우는 애정 어린 손길로 그녀를 토닥이고 또 토닥였다.
그녀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선우의 말이 위로가 된 것일까
주소양은 그의 품속에 더욱더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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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화군주로 인해 도지휘사 이검한이 실각이 되었다.]
이 소문은 산동성은 물론 황실의 권력자들에게까지 그대로 퍼져나갔다.
도지휘사 이검한이 얼마나 강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지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이검한이 추포가 될 줄이야."
좌도독 설수범은 서신 한 장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손 안에 있는 건 도지휘동지가 직접 올린 상소문이었다.
"이제 어찌합니까!? 뇌물을 받은 사실을 황제 폐하께서 알게된다면 저희 모두 목이 날아가버릴 것입니다!"
동창의 우두머리, 병필태감 위국현은 뾰죡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그는 확신하였다.
몸에 핏물대신 철물이 흐른다하여
철혈이라고 불리우는 황제라면
자신들을 일말의 고민없이 그대로 처내버릴 것이라고 말이다.
"저 또한 동의합니다. 수습을 하지않는다면 저희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금의위 수장, 지휘사 유중기는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 황제는 누구보다 황실의 위신을 중요시 여기는 자였다.
만약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황실의 기관들이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는 채 목을 쳐버릴 것이다.
자신들을 대체할 이들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수습을 해야한다.
모든 진실이 완전히 감춰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인멸湮滅하지요."
그때 잠자코 있던 도찰원의 수장, 우도어사 양경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도지휘사 이검한은 이미 추포되었고 도지휘동지와 도지휘첨사는 경화군주쪽으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그런데 어찌 인멸을 한다는 말입니까!"
위국현은 찌르는듯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떼문이었다.
"전부 죽이면 되는 게 아닙니까?"
우도어사 양경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
"우도사! 그게 무슨!"
"자네 진심인가!"
세 사람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극단적인 그의 말에 경악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다 죽인다니
그말인즉슨 황제가 임명한 신하를 죽이겠다는 말이 아닌가
"저희가 죽을 순 없지 않습니까?"
양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이검한은 실각되어 상관없지만 도지휘동지와 도지휘첨사는 여전히 폐하께서 직접 임명한 황실의 신하일세. 그런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폐하께 반한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일세!"
좌도독 설수범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제에 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역모에 가까운 행위였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금기인 것이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우리 선에서 끝나지 않을걸세! 삼대가 멸한다는 말일세!"
단순히 뇌물을 받고 목이 쳐지는 것은 당사자만 처벌 받는 것으로 끝날 일이었다.
가문입장에선 불명예를 얻을 수밖에 없겠지만
가문의 보존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역모라면 상황이 다르다.
자신들 뿐 아니라 가문까지 동시에 풍비박산나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게 만들면 되는 게 아닙니까?"
양경은 대수롭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뭐라?!"
"단순한 사고사로 위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이익이 될게 없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없습니다. 그런 경우는."
우도어사 양경은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 어찌 그리 확신하는가!"
"감찰기관인 도찰원, 첩보기관인 동창, 직속 친위대인 금의위, 군사 최고기관인 오군도독부까지 각 기관의 수장들이 뜻을 함께하는 데 어찌 확신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담담한 시선으로 주위에 있는 자들의 면면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고사로 꾸며내는 일 따윈 어린애 손목을 비트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지요."
각 기관의 수장들이 전부 합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경화군주가 끼어들지도 모를 일일세."
좌도독 설수범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실의 방패이자
황실 제일 최고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경화군주였다.
그런 그녀가 관여된 일이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끼어들게 된다면 모든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경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가 끼어들 일은 없을테니까요."
확신에 찬 그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