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4화 〉 805. 그대는 최고다.
황궁무고 皇宮武庫
상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존재하였던 수 많은 무공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비밀창고.
무공뿐 아니라 각종 영약을 비롯하여 과거 천하를 호령하였던 전설적인 영웅들의 무구들이 잠들어있는 신비롭고 은밀한 장소.
능소화는 확신하였다.
그곳이라면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육대기보라고 불리우는 용미연검을 대체할 수 있는 명검을 말이다.
"정..정말?"
선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이다! 황구무고에는 천하를 호령하였던 전설적인 영웅들의 무구들이 한 가득 들어있도다! 그곳이라면 그대의 눈에 차는 명검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능소화는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근데...애초에..내가 거길 들어갈 수 있어? 아니 그보다 반출을 허락해줄까?"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황궁무고라면 용미연검으로 인해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선우의 눈에 차는 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황궁무고에는 천금, 만금의 가치를 혹하는 수많은 보물들이 잠들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황궁무고에 출입 할 수 있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하였다.
황궁무고는 황실의 피를 이은 자들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과연 자신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을 지
무구의 반출을 허락받을 수 있을 지 말이다.
"가능할 것이다."
능소화를 자신감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하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고위관리나 황족조차 들어가기 힘든 곳에 어떻게 출입허가를 얻어낼지 말이다.
"폐하께 예물로 황실에서 가장 뛰어난 명검을 요구하면 될 것이다!"
"예물!?"
"그렇다! 그대와 본녀의 혼인에 대한 예물 말이다."
능소화는 별빛같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혼..혼인!?"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그렇다! 본녀의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폐하께서는 본녀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풍부하신 분이도다. 그대가 본녀와 혼인을 한다면 분명 흔쾌히 수락해줄 것이다"
능소화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꼭..그렇게 해야해?"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구태여 혼인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애초에 황궁무고는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황족조차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폐쇄적인 장소이다. 본녀와의 혼인 예물 정도되는 이유가 아니라면 출입 허락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마도위가 되지 않는다면 선우는 일개 야인에 불과하였다.
일개 야인 따위가 황족조차 출입하기 어려운 곳을 들어갈 수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그런가.."
선우는 짐짓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대여....표정이 좋지 않도다."
능소화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혹여..본녀와의 혼인을 공표하는 게 싫은 것이더냐?"
그녀는 잔뜩 시무룩해진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자신과 혼인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해야, 소화야, 너와 혼인을 공표하는 게 왜 싫겠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그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혹여 본녀와의 혼인이 내키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
"그렇다면 어째서 표정이 그리도 심각하게 변한 것이더냐?"
능소화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냥.........뭔가 황제 폐하를 직접 만나야한다고 생각하니.....부담이 돼서.."
"부담?"
능소화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천자天子를 만나는 자리인데......어떻게 부담이 안되겠어?"
선우는 솔직한 심내를 그녀에게 토로하였다.
혼인을 공표하는 것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기도 하였고
어차피 도지휘사를 실각 건과 함께 세상에 알려질 일이기도 하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황제를 만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황제가 누구란 말인가
누구보다 고귀하고
누구보다 위대하며
중원을 지배하는 국가권력의 최정점에 위치한 지배자가 아니던가
그런 이를 마주해야한다는데 어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담 가질 필요는 없도다. 폐하는 생각만큼 엄하신 분이 아니다."
"........부담도 부담인데...걱정이 되기도 해."
"무슨 걱정 말인가?"
능소화는 의문스럽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과연 나를 마음에 들어할지 말이야."
선우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걱정 되었다.
황제가 능소화의 베필로서 마음에 들어할 지 말이다.
현대와 달리 이곳은 엄연히 신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일개 야인과 고귀한 군주와의 사랑이
축복 받을 리 만무한 것이다.
"폐하께서는 본녀의 선택을 중시해줄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 말도록 하라."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도.....걱정이 되네........너에 비하면 부족한 게...많아서..."
선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그대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그가 부족함이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본녀가 직접 선택한 최고의 남자이니라. 그런데 어찌 그런 자책을 한다는 말인가? 이는 본녀를 비롯한 그대의 여인들에게 크나큰 실례이니라."
능소화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신분 차이가...."
"그대는 신분 따위는 가벼이 뛰어넘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남자이다. "
능소화는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대는 천하제일이라고 불리우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 그대는 사내답고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송옥이나 반안도 그대의 얼굴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대는 우람한 근육이 온몸에 가득히 차있다. 매만질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설레는 지 아는가? 그대의 웃음은 시원스러워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대는......."
능소화는 끊임없이 선우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소화야..그..그만.."
그녀의 끊임없는 칭찬 세례에 선우는 낯부끄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칭찬을 대놓고 들으니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만이라니? 어불성설이로다. 본녀는 아직 하고픈 말이 아직도 산더미로다."
능소화는 타협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직도 하고픈 말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어찌 여기서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야, 이제...충분해...더 안해도 될 것 같아.....더 했다간 부끄러워 죽을거야....."
선우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력이 강하거나 몸이 좋다는 객관적인 칭찬은 그리 부끄럽지 않았다.
이는 어느정도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굴이 송옥이나 반안처럼 잘생겼다는 말과 같이 주관이 잔뜩 섞인 칭찬은 너무나 낯부끄러웠다.
"걱정말거라. 부끄러워 죽은 이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경청하도록 하거라. 그대의 우월성을 말이다."
그리고 다시금 선우에 대한 찬양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전보다 더욱더 노골적이고 주관이 가득하게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찬양을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마음 속에 품고있는 말을 전부 토로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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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일색의 찬양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이제 이해되었는가?"
이내 할 말을 전부 마친 능소화는 후련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이해했어.....나는 최고야....."
선우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드디어 이해하였구나. 맞다. 그대는 최고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대가 본녀보다 부족하다느니 걱정된다느니 이런 말을 삼가도록 하라. 본녀가 직접 보고 느끼고 선택한 남자가 부족할 리 만무하지 않는가?"
능소화는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국가 최고 권력자를 만나야하는데 어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부담을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 부담을 표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대는 겸손하기엔 너무 잘났다. 그러니 그 사실을 인지하였으면 좋겠도다. 겸손은 미덕이지만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능소화는 태양처럼 찬란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명심하도록 할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좋도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의견을 수용해주는 선우의 모습에 만족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준비를 하도록 하라."
능소화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준비?"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준비라면 대체 무슨 준비를 말하는 것인가
"당연히 황궁으로 갈 준비가 아니겠는가?"
능소화는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지금 당장 간다고?"
"쇳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결심이 섰을 때 행하지 않으면 흐지부지 될 뿐이다. 곧바로 가는 게 휠씬 나을 것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침 도지휘사와 관련된 건으로 폐하를 직접 만날 필요가 있었도다. 적기라면 적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
어차피 도지휘사와 관련된 일로 황제를 만나야했던 상황이었다.
그에게 돈을 받아처먹었던 황실의 관리들에게
처벌을 내려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빠르지 않아..?"
"빠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북해에서 돌아오고 곧바로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하지 않았는가?"
"그건 또.......그렇지."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녀가 당가에 머물렀던 이유 자체가
자신을 황실에 데리러가기 위함이었다.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혼인을 허락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상황이 겹치고 겹치면서 무려 반년이 넘도록 미뤄지고만 것이다.
늦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 당장 준비토록 하라. 어차피 그대는 지금이 가장 한가할 때가 아닌가?"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건 맞긴한데.."
선우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복잡한 제반상황이나 실무적인 부분은
천검후 주소양이나 집법당주 팽가련이 대다수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력에 관해서도 실지로 일하는 것은 원로들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바지사장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능소화는 선우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황제 폐하를 만나러가자고 말이다.
".........좋아."
이내 선우가 입을 천천히 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제안에 수락을 한 것이다.
"역시 그대는 화통해서 좋다!"
능소화는 환하게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옷 가지만 몇 가지만 챙길게."
"옷 가지는 챙기지 않아도 된다."
"왜?"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야인이긴 하지만 곧 시댁이 될 황실에 갈 상황이었다.
적어도 성의 있게는 입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대가 어떤 옷을 가져가든 황실에서 입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째서?"
"알현하는 자리에선 황실 측에서 준비한 예복만을 입을 수 있느리라."
능소화는 사뭇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실 측에서 예복을 준비해줘?"
선우는 몰랐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다. 천자天子를 만나는 자리인데 그에 걸맞는 격을 맞춰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그대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오직 몸뚱이만 오가지고 오도록 하라. 본녀가 전부 알아서 해주겠느니라."
능소화는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새삼 느끼는 건데......"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부인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둔 것 같아."
"그걸 이제 알았는가? 항상 감사히 여기도록 하라."
"받들어 모시도록 해볼게."
능소화는 당당한 태도로 응수를 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렸다.
당당한 그녀의 태도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그녀가 함께해준다면 알현 또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갇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