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3화 〉 804. 하나가 되자구나.
".....천마.."
이재원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천마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모습을 나타낸 그의 등장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는가? 천무맹주여."
천마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어..어떻게...이곳에!?"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곳은 윤제겸의 악의가 만들어낸 심상 세계였다.
누군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개념의 공간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자네의 영혼이 검에 갇혀있더군.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검 속으로 들어왔을 뿐이네."
"말도 안돼!..........검을 매개로 심상 세계에 파고들었다고!?"
이재원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말이 안되기에......알 수가 없기에......세인들은 본좌를 불가해不可解라고 부른다네."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할 말을 잃었다.
저 괴물같은 자식이라면 확실히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감히 재단하는 것조차 어려운 괴물이였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신기하구나. 설마하니 그대가 이런 곳에 살았을 줄이야."
천마는 교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수백 년을 살아왔지만 단언컨대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호기심이 들었다.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다.
"궁금하구나. 대체 그대가 어디서 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이야"
천마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가르쳐줄 생각따윈 없다."
"상관없다.....알아보는 건 내 직접 할터이니."
천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다음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칠흑보다 어두운 묵빛의 기류가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이게...무슨!?"
그리고 흘러나온 묵빛의 기류는 이재원을 그대로 감싸기 시작하였다.
"하나가 되자구나."
천마는 무저갱과도 같이 텅비어있는 눈빛으로 이재원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싫...싫어어어!!!"
이재원은 온몸을 휘감는 기류에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잡아먹히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천마로부터 흘러나온 묵빛의 기류는 머리를 제외한 온몸을 완전히 감싸버렸기 때문이었다.
"안..안돼...안돼...안돼에에에에에에!!!!!!!!"
이재원은 찢는듯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천마는 그런 이재원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흡수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모든 것들을 말이다.
이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천마의 머릿속으로 그대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그가 살았던 세계
그가 습득하였던 지식
그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까지
전부 머릿속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천마는 옅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방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정보양에 의해 끔찍할 정도의 고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정보를 받아들였을까
"크윽...큭...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내 천마는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호쾌한 웃음을 말이다.
"그랬군! 그랬어! 하하하하하하하!!"
이재원의 모든 것을 흡수한 천마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세상의 규칙에 맞게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를
자신이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천마는 미친듯이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세상의 진실을 알게되었다는 쾌감이
그의 온몸을 지배한 까닭이었다.
아주 오래전 오욕칠정을 초월하였던 천마였다.
하지만 세상의 진실을 마주한 순간 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오욕칠정을 초월하는 극도의 쾌감을 말이다.
그렇기에 웃고 또 웃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된 스스로를 찬양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적
갑자기 주변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심상 세계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가야겠군.'
천마는 무너져내리는 심상 세계를 보더니
이내 자취를 완전히 감추어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내 윤제겸이 만들었던 심상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내리게 되었다.
********
번쩍
이내 천마는 눈을 번쩍하고 떴다.
그다음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검을 쥐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아무것도 쥐어져있지 않았다.
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뿐만 아니였다.
검이 박혀져있던 이재원의 시체 또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완벽히 흡수가 되었군.'
그 모습을 본 천마는 입가에 흡족스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이재원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시큰 시큰 시큰
갑자기 비어있는 오른 팔에서 시큰거리는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무언가 돋아나려고 하는듯이 말이다.
씨이익
그 감촉을 느낀 천마는 알 수 있었다.
이재원을 완전히 흡수한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파스스슥
이내 비어있는 오른쪽 절단면에서 새하얀 물체가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뼈마디였다.
새하얀 뼈마디는 그대로 쭉 쭉 뻗어나가더니
끝쪽에서는 천천히 갈라지면서 손가락 뼈까지 완벽하게 구축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다음은 붉은 실선들이 쭉 뻗어나오기 시작하였다.
힘줄과 핏줄들이었다.
이내 뻗어나온 힘줄과 핏줄이 꼬아지며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근육이었다.
팔에 알맞게 자리를 잡은 뒤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으윽
그 다음은 피부였다.
살색의 피부결이 그대로 뻗어나오더니
구축된 팔을 그대로 감싸기 시작하였다.
이내 천마는 완벽하게 오른 팔을 재생해낼 수 있었다.
천마는 재생된 팔을 들어올렸다.
몇 달만에 겨우 재생한 팔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수 백년을 함께한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었다.
움직일 때마다 마기가 줄줄 새어나오던 단전 또한 완전히 봉합이 되었다.
음양마에게 당했던 상처들을 완전히 극복한 것이다.
천마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꽤나 흡족한 성과였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이재원을 흡수함으로서 몸을 재생하는 것은 물론
세상의 진실마저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내 천마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용건이 끝난 이상 더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천마는 걸음을 옮겼고 이내 동산에는 그 어떤 인적도 존재치 않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 무엇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
"검이 부려졌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경악 어린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선우는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용미연검이 부러졌다는 것을 상기하니 괜스레 침울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도다...어찌...용미연검이.."
능소화는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가지고 있는 검이 무엇이란 말인가
무림의 육대기보라고 불리우는 최고의 기보이자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월궁의 보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보물을 부러뜨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만큼 검인 선배가.....뛰어났던 거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검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육대기보라고 불리우는 용미연검을 잘라내는 일은 말이다.
"참으로 대단한 사내로다......한 자루의 검으로 불러달라고 하더니......결국 세상에 다시없을 명검을 잘라버렸구나."
능소화는 감탄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검처럼 살다간 사내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러게...어떻게보면...가장.선배님 다운 모습이라고..생각해."
선우는 여운이 남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검은 어떻게 하기로 하였는가?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검객에게 있어서 검이란 분신처럼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검이 부러졌으니 어떻게 대처를 하였을 지 궁금증이 들었다.
".........그게......일단...방치하고 있어.."
"뭐라!?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능소화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없더라고....용미연검을 고쳐줄 만한 야장이 말이야."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용미연검이 잘려져버린 후 선우는 검을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을 바삐 돌아다니며 발품 팔이를 하였다.
혹여나 검을 고쳐줄 만한 실력있는 야장이 있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검을 고칠 수 없었다.
육대기보라고 불리우는 용미연검을 고쳐줄만한 야장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아무도 못 고친다고 하는 것이더냐?"
"응.......잘려진 부위를 강제로 이어붙일 수는 있는 용미연검 특유의 특성을 그대로 구현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선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용미연검을 주인의 의지에 따라 길이와 두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신병이기였다.
단단하기만한 검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용미연검을 고칠만한 야장을 구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런 신비로운 능력을 구현할 만한 이는 적어도 산동성 안에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안타깝도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선우가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절로 아파졌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언젠가....고칠 수 있지 않을까?"
"차라리 새 검을 사는 게 어떻겠는가?
능소화는 선우에게 다른 제안을 하였다.
차라리 검을 새로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이다.
"글쎄......그 생각을 안해본 건.....아닌데....아무래도 용미연검을 대체할만한 검이 흔치는 않더라고..."
용미연검을 못 고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선우는 하수련에게 부탁을 하였다.
대체할 만한 검을 구해달라고 말이다.
그녀는 선우의 부탁에 흔쾌히 수락을 하였고 수많은 명검들을 구해다주었다.
하지만 이미 용미연검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진 선우는 눈이 한없이 높아져있었고
그녀가 보내준 상등품의 명검들을 모조리 반품해버렸다.
그리고 명검들을 전부 반품당한 하수련은 선우에게 다시는 부탁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기껏 구해다준 검이 모조리 반품 당하니 속이 상한 까닭이었다.
결국 선우는 대체할 만한 검조차 없이 부러진 용미연검을 들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대가 나쁘다. 구해달라고 해놓고 모조리 반품하면 어찌하는가?"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수련이 충분히 속이 상할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지만....용미연검만큼 괜찮은 검은 없었는걸......."
선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애초에 육대기보와 맞먹는 검을 찾는 것 자체가 양심이 없는 게 아닌가?"
능소화는 어이가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황당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육대기보가 어찌하여 육대기보라고 불리겠는가
대체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품질과 공능을 가진 탓에 그런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찌 그런 육대기보와 맞먹는 검을 별안간 구해달라고한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런가.......하아.."
선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용미연검을 놔줘야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한숨을 들은 능소화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선우가 힘들어하니 그녀의 마음 또한 편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디....괜찮은 검......없나..?'
능소화는 고심에 잠기기 시작하였다.
그에게 어울릴 만한 검이 있는지 기억을 뒤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심을 하였을까
번뜩
순간 그녀의 머리에서 무언가 빠르게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확실치는 않지만 괜찮은 검을 찾을만한 가능성을 떠올린 것이다.
"선우여, 용미연검을 대체할 만한 검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능소화는 시무룩해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화색이 띈 채 그녀를 바라보랐다.
"그렇다......본녀가 세상에 다시없을 명검들과 명갑 그리고 수많은 보물들이 즐비해있는 곳을 알고 있다!"
그녀는 올곧은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거기가 어딘데!?"
선우는 기대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혹여 숨겨놓은 보물창고가 있나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황궁 무고이다!"
능소화는 별빛과 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황궁 무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혹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다! 그곳이라면 그대가 원하는 명검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능소화는 자신있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 확신하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보물들을 모아놓은 황궁 무고라면
분명 용미연검의 대체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