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2화 〉 803. 심상 세계.
산동성에 위치한 이름 모를 야산
저벅 저벅
한 남자가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무척이나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말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이내 남자는 산 정상부가 도달하게 되었고
뚝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정상부에서 걸음을 멈춘 남자는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풀과 나무 그리고 흙더미들이 엉망진창으로 섞여있는 동산 하나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요란스러운 무덤이구나. 이재원."
남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들어가있지 않았다.
마치 감정이 없는 강시처럼 말이다.
남자는 동산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목을 돌렸다.
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그러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풀과 나무 그리고 흙더미들이 엉망진창으로 섞여있는 동산에서 어마어마한 진동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무언가 초월적인 힘으로 강제로 들어올려진 것처럼 말이다.
쿠우우우우웅
이내 공중에 떠올려진 동산은 말그대로 뒤집어져버렸다.
아래쪽있던 부분이 위쪽으로 가고
위쪽에 있던 부분이 아래쪽으로 완전히 뒤집혀져버린 것이다.
까딱
동산을 뒤집어버린 남자는 그대로 손가락을 까닥하며 움직였다.
콰콰콰콰콰쾅
그러자 뒤집어진 동산이 그대로 땅에 추락하면서 어마어마한 충돌음을 터트렸다.
쿠우우우우웅
더불어 동산을 중심으로 일대에는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쿠쿠쿠쿵
땅이 갈라졌고 수많은 나무들이 무너져내렸으며
바위가 부숴졌고 강의 모양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자연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자연 재해를 맞이한 것처럼 말이다.
쿠우우우웅
남자는 그런 광경을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바라보았다.
어떠한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충격파로 인한 변화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자연 지형을 바꿔버리며 상당 부분이 해소된 까닭이었다.
남자는 뒤집어진 동산에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체 한 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심장에 묵빛의 검이 꽂혀져있는 시체 한 구가 말이다..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발을 굴려 허공을 걷기 시작하였다.
하늘을 유유자적하게 누빌 수 있다는 전설의 경신법.
쉴새없이 발을 놀려야하는 허공답보의 명백한 상위호환의 경신술.
능공허도凌空虛道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자는 유유자적 허공을 걸으며 시체가 있는 동산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액
그렇게 얼마나 허공을 내딛었을까
스르르륵
이내 남자의 신형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안정적으로 말이다.
탁
이내 땅에 발을 내딛은 남자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였다.
그러자 심장에 묵빛의 검이 꽂혀져있는 시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찌부라져있는 양쪽 눈동자.
텅비어있는 왼 팔.
잘려나가있는 양다리
뭉개져 형체를 알 수 없게 변한 양물까지
가히 끔찍하다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흉물스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 남자의 시체였다.
"참으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였구나."
남자는 그 흉물스러운 시체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남자는 시체가 누구인지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지금은 죽어버린 저 남자는
자신을 한줌의 핏물로 만들었던 당사자였다.
무림을 지배하려던 야욕을 꺾어버린 무림의 영웅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또한 네놈의 운명. 그저 받아들이도록 하라."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다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덥석
그리고 묵빛의 검자루를 그대로 붙잡았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그러자 검자루에서 어마어마한 반발력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손 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듯이 말이다.
"호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흥미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감탄을 내뱉었다.
검에 담겨진 끝도 없는 악의가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었다.
처절하고 끈적하며 농후한 악의惡意가 말이다.
"네놈의 업보도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런 농후한 악의라니 말이야."
남자는 재밌다는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처절하고 끈적한 악의가 썩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꽈아악
남자는 검을 더욱더 강하게 쥐었다.
파지지지직
그러자 반발력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강하게 쥐어짤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남자의 몸에서 칠흑보다 어둡고 깊은 기운이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흘러나온 기운은 그대로 쥐고 있는 검은 휘감기 시작하였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악의가 담긴 검은 반발을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흘러나온 기운은 반발을 무시한 채 그대로 뒤덮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크으윽.."
순간 남자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검에 담긴 악의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손님을 맞이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재원....그곳에 갇혀있었던 것이냐."
남자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뜻하지 않는 호재였다.
설마하니 영혼이 이리도 온전히 남아있었다니 말이다.
남자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곧바로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심상의 세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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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윽...흐윽...왜 하필...내 짝꿍이 너야.....왜...네가 내 짝꿍이냐고...흑흑"
한 초등학생정도 되어보이는 여아가 울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서럽게 말이다.
옆자리에 앉은 짝꿍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나도...너..싫거든!"
옆에 앉아있던 이재원은 되려 성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
"흐아아아아앙.......!"
이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거부감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짝꿍이 된 이재원은 은따였다.
워낙 찌질하여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그런 아이 말이다.
그런 찌질이와 짝꿍으로 엮였다고 생각을 하니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슬픔이 차올랐다.
어쩜 이런 시련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뭐야, 누가 우리 혜원이 울렸어!"
그때 오십대 중반의 여교사가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울고 있는 제자의 모습에 놀란듯 싶었다.
"선생님....짝꿍 바꿔주면 안되요? 저 진짜 재원이랑 짝꿍하기 싫어요오...제발요오.."
"재원이가 괴롭혔니?"
"그냥...싫어요....냄새도 나고....맨날 소리지르고...하는 짓도 이상하고.."
"혜원아.....네가 그렇게 말하면 재원이가 상처를 받잖니? 그리고 짝꿍이 없으면 종이접기도 혼자해야하고 짝피구도 혼자해야하는데 괜찮겠어?"
여교사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아아아아앙.....재원이랑 할 바엔....아무것도 안할래요오......."
혜원이라 불리우는 아이는 떼를 쓰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알았어...알았어.혜원아....짝을 바꿔줄테니까..어서 뚝 그치렴.."
"정말요?"
이내 울음을 그친 혜원은 교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싫다는데 어떻게 짝꿍을 시키겠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혜원은 교사에게 배꼽인사를 하였다.
이재원과 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쁨이 절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여러분, 혜원이가 재원이랑 짝을 하기 싫대요. 대신 자리 바꿔줄 사람?"
교사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대신 짝을 해줄 아이를 구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는 아이가 없었다.
모두가 싫었던 것이다.
재원의 짝이 되는 것을 말이다.
"수원아, 네가 짝을 바꿔줄래?"
교사는 반장을 맡고 있는 아이에게 권유를 하였다.
"싫..싫어요..재원이한테....이상한 냄새나요.."
"그럼 유경아, 네가 짝을 바꿔줄래?"
이번엔 부반장을 맡은 아이에게 물었다.
"싫어요....자꾸 때리고..막 욕하고....그래서..싫어요.."
"그럼.....선호야..."
교사는 포기하지 않고 반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묻기 시작하였다.
혹시라도 짝을 바꿔줄 아이가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아이도 재원이와 짝이 되고싶다고 한 아이는 없었다.
"후우.....재원아.....아무래도 혼자 앉아야겠다."
교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저..저도. 원래부터..혼자가..편했어요!."
이재원은 되려 큰소리를 치며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피멍이 들어버린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이재원은 학년내내 짝꿍없는 초등학생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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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정시간에는 스파게티를 만들거예요."
교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각자 마음에 드는 친구끼리 조 만들어주세요."
교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랑하자!"
"난 예랑이랑 할래!"
"수완아 나랑 같이하자!"
교사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기 시작하였다.
단 한 아이만 빼고 말이다.
"저어...선생님..."
재원이는 우물쭈물하며 교사를 불렀다.
"왜 그러니?"
"저...들어갈 조가 없는데요.."
"조가 없어?"
"......네에."
재원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자아, 여러분, 주목."
교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무시한 채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제 얘기만을 나눌 뿐이었다.
친한 친구와 한 조가 되었다는 즐거움에 마음이 들뜰대로 들뜬 까닭이었다.
"합죽이가 됩시다!"
교사는 인상을 살짝 지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합!""
그러자 교실은 쥐죽은듯이 조용해지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입을 다문 채 교사에게 시선을 집중한 것이다.
"재원이가 같이 할 조가 없대요. 혼자 소외되선 안되겠죠? 재원이랑 같이할 조?"
교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
하지만 누구도 선뜻 재원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을 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이재원을 꺼려하였기 때문이었다.
교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아무도 데려가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재원이는 선생님이랑......하자."
이내 교사는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
"......네에.."
이재원은 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며 답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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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왜그렇게 재원이를 싫어하는 거니!"
교사는 언성을 높이며 아이들을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구태여 대답했다간 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1번부터 차례대로 재원이를 싫어하는 이유를 말해봐."
교사는 1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그..그러니까.."
1번으로 지목된 아이는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걸 말해야되는지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똑바로 말해!"
교사는 짐짓 화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재원이는 냄새나서 싫어요!"
"자꾸 수업 중에 장난 쳐요!"
"가만히 있다가 가슴만지고 도망가요!"
"치마 올리고 도망가요!"
"물건 빌리면 나중에 안돌려줘요!"
"찌질해서 싫어요!"
"못생겨서 싫어요!"
"옆에 있으면 습해서 싫어요."
"밥먹을 때 더럽게 먹어요!"
이내 아이들은 하나둘 싫은 점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그만...그만...그마아아안!'
이재원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끔찍할 정도로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버렸다.
그간은 은근한 따돌림이였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왕따가 되어버린 것이다.
수치스러웠다.
자신이 싫은 이유를 하나둘씩 들어야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끔찍하였고 죽고만 싶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코딱지 파서 자꾸 묻혀요."
"마음에 안들면 욕하고 때려요!'
"그마아안! 그마아아아안!!!!!"
이재원은 소리를 내질렀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의 험담은 끊임없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은 귀를 막은 채 괴성을 내질렀다.
저 험담을 듣지 않기 위해 나름의 수를 강구한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귀를 막으니 머릿속에서 험담이 울려퍼졌기 때문이었다.
"흐으윽...제발...제발..그마아안..해...제발."
이재원은 애원하였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부디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무척이나 애처롭게 말이다.
"여기인가?"
그때 이재원의 귓가에 험담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은 재빨리 고개를 들어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교실로 들어오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참으로 재미나게 생긴 곳이로군. 중원과는 전혀 다른 곳 같은데.......네놈의 고향인가?"
교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신기하다는듯한 얼굴로 교실 안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중원과는 전혀 다른 복식과 건물 구조를 보니 신기함을 느낀 듯 하였다.
"너...너....너는?!"
그리고 남자를 마주한 이재원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인 탓이었다.
아니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과거 목숨을 걸고 자웅을 겨뤘던 적수의 얼굴을 말이다.
"....천마.."
이재원은 떨리는 음성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그러는가. 천무맹주여."
남자, 천마는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