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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95화 (796/1,419)

〈 795화 〉 796. 나는 그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을 내릴 것이다.

"감히 도지휘사 따위가!"

능소화는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차오른 까닭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화났어?"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나 냉정 침착하며 기품을 잃지 않는 능소화가 표정에 드러날 정도로 분노를 토해내니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도지휘사에게 협박을 당하였다."

능소화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도지휘사가 선우에게 협박을?"

요랑은 놀랐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다! 그런데 어찌 본녀가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능소화는 울화를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내가 잘몰라서 그러는데......혹시 도지휘사라는 게 너보다 높은 직위야?"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도지휘사는 정2품에 불과하다!"

"군주는 어느정도인데?"

"군주 또한 정2품이다."

"그럼 너랑 같은거 아니야?"

"본녀는 군주지만 대장군의 직위를 하사받은 몸이다. 고작 성을 다스리는 도지휘사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란 말이다!"

능소화는 잔뜩 화가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장군으로서 제국의 군대 전체를 통솔하는 능소화였다.

그런 그녀에게 도지휘사라는 존재는 한없이 미약하고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군을 욕되게 하였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생각하는 능소화입장에선

선우의 모욕이 곧 자신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이 없없다.

"미쳤네."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북궁연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살기가 가득 차 있는 목소리로 말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어디가게?"

그 심상치 않은 모습을 마주한 요랑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죽이러."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고작 일개 관리 따위가 사랑하는 남편을 핍박하였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당장 가서 얼음 동상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다시는 그 새치 혀를 놀리지 못하도록 말이다.

"나도 같이가! 나도 선우 복수 할래!"

그 말을 들은 요랑은 한 손을 번쩍 든 채 말을 이었다.

"아니다, 두 사람 모두 가만히 있도록 하라. 본녀가 처리하겠다. 무도한 자식을 완전히 매장시킬 것이다."

능소화는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내가 갈게. 어차피 난 북해인이라 중원의 법률에 걸릴 일도 없을거야."

북궁연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갈게! 난 영물이라서 법 같은건 안지켜도돼!"

요랑 또한 지지않겠다는듯이 입을 떼었다.

"본녀가 가겠다고 하지 않는가?"

"나다!"

"아니, 나야!"

이내 세 사람의 언쟁이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세 여자 모두 수모를 당한 선우의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잠..잠시만요!"

그때 그녀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금적화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언쟁을 벌이고 있던 세 여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들의 시선에는 왜 불렀냐는듯한 의문이 담겨있었다.

"........경화군주께서.....가시는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어째서?"

"왜죠?"

요랑과 북궁연은 납득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선우님께서.....서신을 보낸 대상이 경화군주가 아닌가요? 이 말인즉슨......경화군주께 도움을 요청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금적화는 생각한 바를 조근조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능소화의 앞으로 서신을 보내왔다.

그녀가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게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권력을 더 큰 권력을 짓눌러달라는 요청이 아니겠는가

"............."

그녀의 말을 들은 두 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실히 납득이 가는 의견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도지휘사를 죽일 무력 정도는 선우 또한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스스로 처리하지 않고 서신을 보내왔다는 것은 필요한게 무력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이내 요랑과 북궁연의 표정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에게 도움이 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걱정 말거라. 본녀가 직접 가, 확실히 복수하도록 하겠다."

능소화는 시무룩해있는 두 여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게?"

요랑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확실한 복수의 개념이 무엇인지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능소화는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으음....글쎄?"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없는 그녀였기에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 말이다.

"그건 바로 권력을 잃는 것이다."

능소화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는 그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을 내릴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마치 북풍한설처럼 말이다.

****************

"하하하하하, 그 때 그러더군.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이야! 그 무표정한 얼굴로 허세를 떠는 모습을 너희들도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도지휘사 이검한은 즐거운듯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크하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무표정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겁을 집어먹고 벌벌 떨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도지휘동지 황걸이 맞장구를 치며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그러하겠지. 아무리 무법자로 살아가는 놈이라지만 황실의 백만대군은 두려워할테니까 말이야."

이검한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 이거 일이 잘풀릴 것 같습니다. 잔 받으시죠."

황걸은 술병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한 번 따라 보도록 하게."

쪼르르륵

이내 이검한의 술잔이 가득히 채워졌다.

"자네도 한 잔하는 게 어떤가?"

그러자 황걸은 옆으로 시선을 돌린 채 입을 떼었다.

"......아직 잔이 남아있어서 말일세."

도지휘첨사 주태는 잔을 들어올린 채 입을 떼었다.

"뭔가? 아직도 잔을 비우지 못한 건가?"

그 모습을 본 이검한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상사인 자신이 술잔을 비웠건만 어찌 부하가 잔을 아낀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주태는 송구한 표정을 지은 채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성정이 불같은 도지휘사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검한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부라리기 시작하였다.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야기를 듣고나서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 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친히 벌하겠네!"

".........장선우에 대해 고심을 해보았습니다."

"장선우에 대해?"

"그렇습니다.......뭔가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그렇게 강짜를 부리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언가 뒷배가 있지 않을까 고심을 해보았습니다"

주태는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는 걱정되었다.

도지휘사에게 전혀 굽히지 않는 장선우의 행동이 말이다.

도지휘사라는 존재는

한 성의 군사를 총괄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수 만의 병력을 단 번에 운용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도지휘사 앞에서 그는 전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는듯이 강짜까지 놓고 있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도지휘사보다 높은 누군가를 뒷배로 두고 있지 않을까하면서 말이다.

"그놈이 뒷배를 믿고 내게 강짜를 부린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이검한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본관은 오호도독부는 물론 금의위에 동창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친분으로 본관을 압박한다는 말이더냐!"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했던가.

제남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수많은 기관에 돈칠을 해놓은 도지휘사였다.

그렇기에 뒷배로 따지자면 그 또한 만만치 않았다.

황제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자신의 뒷배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한낱 야인의 뒷배가 그런 자신을 압박할 수 있다는 말인가.

황제를 뒷배로 두고 있지 않는 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혹시라도.....황실과 관련이 있다면.."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주태, 고귀하고 위대한 황실이 어찌 천하디 천한 야인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더냐! 네놈이 생각하기에 황실과 무인이 어울리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

이검한의 말을 들은 주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황실은 고귀하고 위대한 핏줄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런 곳과 집도 절도 없는 야인 따위가 어울릴리 없는 것이다.

"제가 실언을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내 주태는 곧바로 정중히 사과를 하였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크흠, 자네는 다 좋은데 쓸데없이 걱정이 많아. 그렇게 걱정만 하고 산다면 홧병이나 금방 죽을걸세."

그의 사과가 마음에 든 것일까

이검한은 약간 누그러진 말투로 훈계하듯 말을 이었다.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 오늘은 벌주 석잔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네. 같은 실수를 반복치 말게나."

"감사합니다."

꾸벅

주태는 고개를 숙여 그의 아량에 감사를 표하였다.

"좋아, 그럼 잔을 들게나. 다시 마셔보자고. 하하하하하"

이내 기분이 좋아진 이검한은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를 내질렀다.

무척이나 행복해보이는 모습이었다.

*******

"맹주, 정말 괜찮겠는가?"

원로 이세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괜찮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의 물음에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무려 도지휘사일세! 산동성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도지휘사 말일세!"

이세진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관무불가침

관과 무림은 서로를 침하지 않는다는 말은

관의 배려로 인해 생겨난 말이었다.

너무나 넓은 땅덩어리이기에 어느정도 무인들의 자치를 인정해준 것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말이다

만약 관의 배려가 없었다면 무림은 진즉 멸망당했을 것이다.

관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림을 아득히 초월하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지휘사를 상대로 고집을 꺾지 않고 반항을 하겠다고 말을 하니 말이다.

"이보게, 맹주. 좀더 대국적으로 보게나.......자칫 잘못하다간 창립을 하기도 전에 결단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일세."

그는 선우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지휘사를 거스르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선우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겐가?"

이세진은 기대 어린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혹여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대화를 해볼 심산입니다."

"대화를?"

"그렇습니다."

"그게 끝인가?"

"네에, 그게 끝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통할 리 만무하지 않는가! 천무맹이 제남에 가져왔던 어마어마한 세금을 저 욕심 많은 도지휘사가 포기할 리 없지 않은가!"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선우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

"제가 그리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설..설마...암살을...?!"

이세진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가 도지휘사를 쥐도새도 모르게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되네! 암살이라니! 어찌 의천맹주가 그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게다가 만약 들키기라도 했다간 무림 전체가 결단 나고 말걸세! 안되네 안돼!"

이세진은 열변을 토해내며 그를 말리기 시작하였다.

황제의 신하인 도지휘사의 암살이라니

안될 말이었다.

만약 그런 짓을 벌였다간 무림의 역사가 자신의 대에서 완전히 끊겨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암살할 생각 따윈 없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그럼 대체..!!"

똑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맹주, 도지휘사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곧이어 주소양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씨익 웃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 쪽으로 가벼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세진을 스쳐지나면서 말이다.

"잠..잠깐! 맹주!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해주고 가게나!"

이세진은 황급히 몸을 돌려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디 해결책에 대해 공유를 해달라고 말이다.

그러자 선우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권력이란 건 결국 더 큰 권력에 굴복하기 마련이지요."

이내 말을 마친 선우는 다시금을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이내 방 안에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세진만이 남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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